1년 계약직 조종사가 모는 비행기, 안전할까?
[노동자가 말하는 '안전'· ⑧] "조종사 피로 관리하자더니…장시간 비행 조장"
1년 계약직 조종사가 모는 비행기, 안전할까?
<프레시안>은 지난달 27일부터 민주노총과 함께 '시민 안전' 기고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철도, 지하철, 가스, 병원, 버스, 공항, 항공, 보육 및 요양시설, 건설, 화물, 화학섬유 관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 각 사업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안전 문제를 제 목소리로 전달하려는 취지입니다.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한 노동자들의 연재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대한민국 안전관리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면 그로부터 3일 후 발생한 사이판행 아시아나항공 비행기의 무리한 운항은 그동안 항공업계에서 곪았던 고름이 터진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문제가 된 비행기 조종사는 엔진 이상을 감지하고 회항하고 있었지만, 회사는 목적지인 사이판까지 계속 운항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해당 기장은 비행기를 돌려 목적지까지 운항하여 비행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왔던 사건이다. 

표면적으로는 조종사의 잘못된 조치와 회사 통제 센터의 잘못된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그 실상은 다르다. 해당 기장은 정년퇴직 후 1년 단위로 재계약되는 일명 촉탁직 비정규직 조종사였다. 회사 측의 계속 운항 요구를 적극적으로 거부할 수 없었던 구조적인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이전에도 회사의 부당한 지시나 무리한 운항에 대하여 안전을 이유로 거부한 조종사는 재계약 등에서 불이익을 받아왔다. 이는 비단 한 회사의 촉탁직 비정규직 조종사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많은 항공사에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대다수의 기장들은 정년 후 재계약을 위해 이러한 회사 측 요구를 쉽게 거부할 수 없는 형편이다. 

급기야 작년 5월엔 대한항공 사장이 국토교통부 장관과 항공업계가 가진 간담회에서 조종사와 객실승무원까지 파견 노동자 사용이 가능하도록 건의하기까지 했다. 만약 파견 조종사 사용이 가능해진다면, 이들에 대해선 회사가 비행시간 제한과 같은 항공 안전에 직결되는 노사 합의를 따를 필요가 없어진다. 

그뿐 아니라 효율성을 내세워 각종 안전 교육과 훈련은 소홀해질 것이다. 사고 발생 시 책임을 파견 업체에 떠넘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종사 파견은 곧 승객 안전도 파견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합뉴스


조종사 피로 관리한다더니…장시간 근무 조장하는 국토부

최근에 불거진 또 다른 문제점은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 28일 추진 의사를 밝힌 항공법령 개정이다. 국토부는 조종사 피로를 관리하여 항공 안전을 이루겠다며 5월 16일부터 관련 태스크포스 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조종사들의 비행시간을 늘리는 등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조종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 문병호 의원이 주관한 항공 안전 토론회에서 항공안전정책연구소 이기일 소장은 이와 관련한 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연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총 비행시간을 바탕으로 한 피로도 조사에서 내국인 조종사의 32.2%가 '매우 피곤했다'고 답했으며 '약간 피곤하다'는 답변까지 포함하면 85%의 조종사가 피곤을 호소하였다. 이 연구에 저비용 항공사 조종사까지 포함하였다면 조종사 대다수가 만성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는 점을 보였을 것이다. 

인천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김철홍 교수의 연구 '항공안전을 위한 조종사 근무환경에 관한 고찰'에서도 타 산업과 타 직종의 조사 결과와 비교하여 조종사들의 육체적, 심리적 피로도가 아주 높게 나타났으며 직무 스트레스 수준도 한국인의 평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 조종사들의 근무 강도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됐다. 

하지만 이와는 상반되게, 태스크포스에서 논의되는 정부의 조종사 피로 관리를 위한 시행규칙 개정안은 현재보다 비행시간이 늘어나게 되어있다. 현재 하루 8시간인 비행시간이 9시간으로, 3명의 조종사가 근무 시에는 12시간에서 13시간으로 늘어난다. 원래의 추진 의도와는 전혀 다른 이상한 방향이라 항공사는 찬성하고 조종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항공 선진국인 미국의 항공법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는 것으로 별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수년간의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노사정 합의를 거쳐 관련 법을 바꾸었다. 

게다가 한국은 지리적, 환경적 비행 환경이 미국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국 항공사는 태평양 횡단 노선이 세계 최다이다. 이는 장시간 비행, 밤샘 비행, 많은 시차를 넘는 비행으로, 한국은 사실상 전 세계에서 가장 피곤한 노선을 가장 많이 운항하는 나라다. 단거리 국내선 위주, 장거리는 8시간 이내 적은 시차인 대서양 횡단 위주로 운항하는 미국과는 많은 비행 환경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또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실제 비행시간과 불균형한 노사 관계란 특수성이 있다. 회사의 경제성 우선 정책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여 안전은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  

현장에서 느끼는 조종사들의 체감 비행 실정은 다른 항공 선진국에 비해 너무나 열악한 조건이다. 국토교통부는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지리적, 환경적 특성을 반영한 한국적 데이터로 조종사의 피로를 절감하여 항공안전에 기여한다는 본래의 취지에 맞는 항공법령 개정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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