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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500년의 숲 vs 단 3일의 경기
평창동계올림픽, 우리는 무엇을 지켜내야 하는가?
2014.09.20 15:43:39 , 사진/ 사진그룹 청사진, 박용훈, 이재구 글/배보람

강원도 정선과 평창의 경계에 위치한 가리왕산(1,561m). 500년 원시림이자 조선시대부터 왕실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한 곳이다. 가리왕산의 숲에서 사람의 길은 희미하다. 나무는 깊고 숲은 아름답다. 

 

가리왕산에 건설될 예정인 활강스키장 사업지구 내 숲은 녹지자연도 8~9등급으로, 이는 숲의 천이 마지막 단계인 극상림, 원시림, 유적군락 위주로 지정되는 등급이다. 이 일대는 인간의 간섭 없이 자연 그대로 두는 보전지역으로 국가 및 민간의 개발사업을 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또한 가리왕산은 2,475ha가 희귀식물자생지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던 곳이다.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이란 산림 내 식물의 유전자와 종 또는 산림생태계 등을 보전하기 위해 법률로 지정, 보호, 관리하는 보호림이다. 


그러나 산림청은 지난 6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78ha를 해제한다고 고시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 중 알파인스키경기는 단 3일, 이 3일간의 잔치를 더하기 위해 500살 넘는 가리왕산의 나무들이 사라질 위기다. 



5만 8,000그루 VS 181그루


가리왕산 활강스키장 건설을 위해 진행된 환경영향평가서를 살펴보면, 공사 과정에서 잘려나가는 나무는 5만 8,000그루에 달한다. 그러나 강원도의 생태복원계획서 상 이식하겠다는 나무는 단 181그루에 불과하다. 


우이령보존회가 지난 2년여에 걸쳐 90명의 조사자와 함께 가리왕산의 노거수를 조사한 결과 직경 50cm이상의 소나무, 왕사스레나무, 신갈나무 등은 총 188그루에 달했다. 그러나 영향평가서 상에는 단 65그루의 노거수만 기록돼 있을 뿐이다. 


가리왕산에는 너덜지대가 많고 대규모의 풍혈지역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식물이 다수 분포하며 주목, 왕사스레나무, 마가목 등 한국 희귀수목이 분포하기도 한다. 나무의 연령대도 다양해 산림가치가 매우 높다. 많은 곳이 흙과 돌, 바위가 서로 연결돼 뿌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가리왕산의 모든 나무가 서로 연결돼 있고 나무가 모인 숲도 하나의 군집처럼 이루고 있어 한 지역이 파괴되면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가리킨다. 


뿐만 아니라, 가리왕산에는 IUCN 적색목록기준 CR 산마늘, EN 땃두릅나무 ,가시오갈피, VU 눈측백, 한계령풀, 시호, 백작약, 나도옥잠화, 만삼, 주목, 노랑무늬붓꽃, LC 금강애기나리, 꽃개회나무, 도깨비부채, 참좁살풀, 정향나무, 금강제비꽃, 말나리, 검팽나무 등이 여러 지역에 분포하고 있어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다. 


가리왕산이 아니어도 올림픽 경기는 가능하다


‘환경 보호는 올림픽 운동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 중 하나’라고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밝히고 있다. 올림픽 정신을 이야기하지만 가리왕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불법 공사다. 강원도는 원주시청의 협의의견에 따라 공사 이전에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사전조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불법 벌목공사를 진행했다. 이러한 불법 공사는 뛰어난 생태적 가치로 인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오랜 기간 동안 보호받아 온 가리왕산을 훼손하는 것으로 올림픽의 환경 보호 정신에 명백히 어긋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리왕산을 파괴하지 않고도 올림픽 스키경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국제스키연맹(FIS)의 규정에 따라, 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월드컵에서 허용되는 표고차는 800m~1100m를 근거로 가리왕산에서만 활강스키경기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일 규정에서는 개최국의 지형여건 상 표고차 800m를 충족하지 못할 땐 350m~450m의 표고차에서 두 번에 걸친 완주기록 합산으로 활강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Run규정에 따르면 가리왕산이 아닌 강원도에 위치한 다른 스키장에서 활강경기를 충분히 치를 수 있다. 또한 FIS 규정은 800m가 아닌 표고차 750m의 경기장에서도 경기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표고차 700m인 기존의 스키장에 50m구조물만 세운다면 충분히 활강경기를 진행할 수도 있다. 구조물을 세워 활강경기를 치른 전례는 1998년 나가노 올림픽이 있다. 수천억 원의 예산을 절감하고 가리왕산도 보전할 수 있는 방안들이다.

 

환경 보호라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에 맞게 가리왕산 문제를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고야는 동계올림픽 개최 1년 전까지 활강경기장 관련 협상을 치열하게 지속했고, 덴버는 활강경기장으로 인한 환경훼손 문제로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반납했다. 또한 러시아 소치는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유령도시로 전락해가고 있다.


2018년에 평창에서 진행되는 동계올림픽까지는 아직 4년의 시간이 남았다. 가리왕산을 보호하고 예산을 절감해 동계올림픽을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추진하는데 4년의 시간은 충분하다. 가리왕산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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