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리는 아이보다 쯧쯧거리는 어른이 더 미웠어요"
[우리 아이는 왜 거울을 안 볼까] "두려웠던 외출, 부딪쳐보자"
2014.12.27 18:54:00
"놀리는 아이보다 쯧쯧거리는 어른이 더 미웠어요"
초등학교 1학년 하람이(7)는 학교에 가면 말이 없다. 담임선생님은 학기 말이 다 돼 가는데도 하람이 목소리를 아직 한 번도 못 들었다. 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친구들과 손도 잡고 같이 놀고, 할 건 다 하는데 하람이는 말이 없다. 

하람이는 3년 전 오빠 우성이(9)가 불에 타는 장면을 봤다. 엄마가 집을 비운 10분 사이, 곁에서 라이터로 장난을 치던 오빠 옷에 불이 붙었다. 사고 이후 한동안 실어증에 걸렸던 하람이는 지난해 유치원에 갔다. 유치원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하람이에게 "왜 말을 안 하냐"고 자꾸 채근했다. 하람이는 점점 더 마음의 문을 닫았다. 

지난 10일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만난 하람이는 오빠와 나란히 하교했다. 하람이는 오빠와도 수다를 떨며 잘 놀았다. 집에 가면 하도 말을 쏟아내서, 엄마가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줘도 혼자 일인이역을 맡아 스스로 묻고 대답까지 한다고 했다. 낯선 기자에게도 재잘재잘 말하는 하람이가 학교에서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몸의 고통보다 사람들 시선이 더 힘들었어요"

2011년 사고 이후, 하람이와 우성이는 동네 아동센터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심리 치료를 받는다. 엄경자 씨는 내심 하람이를 더 걱정했는데, 아동센터에서 우성이 마음의 상처가 더 깊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엄 씨에게 우성이는 듬직한 장남이다. 이전에도 조숙했던 우성이는 사고 이후로 더 철이 들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다 큰 어른도 두 번 다시 겪기 싫다"는 치료 과정에도 우성이는 불평 한마디 안 했다. 학교에서도 공부도 척척 잘해냈고, 세 살, 일곱 살 동생들도 끔찍하게 잘 돌봤다. 
 
우성이는 아직 몸이 완쾌되지 않았다. 몸에 물집이 잡혀 있고, 고름이 생겨 엄마가 짜주고 약을 발라줘야 한다. 그런데도 엄 씨는 "몸의 고통보다 사람들 시선이 더 힘들었다"고 했다. 열이면 열이고 전부 다 우성이 얼굴을 가지고 한마디씩 했다. "'괴물이다, 어떻게 저리 생겼느냐'는 말, 별소리를 수없이 들었거든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엄 씨가 우성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서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한 아주머니가 "쯧쯧쯧" 하고 혀를 차면서 우성이에게 "어디서 다쳤어? 어떻게 다쳤어?" 하고 꼬치꼬치 물었다. 우성이는 대답하고 싶지 않아 자리를 피했는데, 그 아주머니는 계속 우성이를 따라오며 물었다. 

엄 씨가 돌아오자 우성이는 "엄마, 내는 대답하기 싫은데 아줌마가 자꾸 물어봐서 힘들다"고 했다. 엄 씨가 돌아왔는데도 그 아주머니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참다못한 엄 씨가 "애가 대답하기 싫다는데 왜 자꾸 물어보세요?"라고 했더니, 아주머니는 "아니, 궁금해서…. 애가 안쓰러워서"라고 얼버무리고 더는 따라오지 않았다. 

엄 씨가 우성이 손을 잡고 가는데, 우성이가 불안한 듯 "엄마, 아까 그 아줌마가 나 자꾸 쳐다본다"고 속삭였다. 엄 씨가 말했다. "우성아, 네 곁엔 우리 가족이 있지? 걱정하지 마라. 엄마가 너를 지켜줄게. 우리 누가 쳐다보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말자. 그러면 힘드니까."

그 이후로 우성이는 외출해도 더는 사람들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다. 속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겉으론 그렇다. 엄 씨는 그렇게 '세상의 시선과 싸우는' 우성이가 대견하다.

"두려웠던 외출, 부딪쳐보자" 

엄 씨가 우성이를 데리고 사람들의 시선과 마주하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우성이가 힘들어할까 싶어서 집에만 데리고 있을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렇게 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결론은 "정 안 되면 나중에 학교를 그만두더라도, 일단 부딪쳐봐야겠다"는 것이었다. 우성이는 수술을 마친 뒤 5월이 다 돼서야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엄 씨는 시장에 갈 때도 우성이를 일부러 데려가고, 공중목욕탕도 데려갔다. 처음에 우성이는 밖에 안 나가려고 했다. 사람들이 쳐다봐서 나가기 싫다고 했다. 많이 속상했다. 할 수 없이 강제로 데리고 나갔다. 다행히 우성이는 금방 적응했다. 

"닥치는 대로 부딪쳤어요. 어떨 때는 악에 받칠 때도 있었고. 그래도 우리 애가 착해서 잘 따라와서 다행이에요. 내성적이거나, 어긋나거나, 우울했으면 방에만 있고 안 나오려고 했을지도 모르잖아요. 어릴 때부터 우리(부모)가 억수로 사랑을 줬거든요. 그래서 애가 밝은 것 같애."

"애들보다 어른들이 더해요"
   
우성이는 잘된 경우다. 화상 흉터가 남은 아이들이 모두 우성이 같지는 않다.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왕따 위협을 받기도 한다.  

엄 씨는 놀리는 아이들보다 꼬치꼬치 묻고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어른들이 더 밉다. 아이들은 아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도, 어른들 때문에 우성이네 가족은 상처를 많이 받았다.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한마디씩 하지만, 당사자들은 같은 말과 시선을 수십, 수백 번씩 겪어야 한다. 

"우성이가 남한테 피해 주는 것도 아니고. 다 건강하고 뛰어다니고 하는데 왜 시선들이 그런지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그냥 쳐다만 봐도 기분이 나쁜데, 쯧쯧쯧 혓바닥 차면서 '어디서 저렇게 다쳤노?'라고 묻고, 사람이 아닌 외계인 쳐다보는 식으로 쳐다보고. 어른들이 아이를 더 지켜주고 보호해줘야 하는데, 어른들이 더하다니까요." 

사고는 순식간에 벌어진다. 누구나 다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단지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르게 대한다. 

어린 나이에 '세상의 시선과 당당히 싸우는' 우성이. 엄 씨는 그 착한 우성이가 사춘기를 무사히 버티기를 소망한다.

▲ 학교에서 돌아오는 우성이와 하람이를 맞는 엄경자 씨.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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