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정부, 끝내 영리 병원 1호 밀어붙이나?
[영리 병원, 왜 막아야 할까·①] 영리 병원 도입의 역사
朴 정부, 끝내 영리 병원 1호 밀어붙이나?
지난 4월 2일 제주도가 '녹지 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 사업계획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하면서 제주도에 영리 병원 설립이 시도되고 있다. 2014년 9월, 중국계 '싼얼병원'이 사기 투자 논란 등으로 퇴출당한 지 불과 1년도 안 돼 영리 병원 도입이 재추진된 것이다.

싼얼병원에 이어 녹지병원 역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녹지병원의 실질적 운영 주체가 국내 유명 성형외과 병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싼얼, 녹지병원은 병원 설립의 최소 자격 조건에조차 미달하지만, 설령 자격을 갖췄더라도 영리 병원은 그 자체로 큰 문제가 있다.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 '국민 의료비 증가, 의료의 질 저하'가 그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래전부터 영리 병원 도입을 줄기차게 시도해왔다. 이 글에서는 영리 병원 허용 논란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정부의 영리 병원 도입 시도와 그 속내, 그리고 이를 막아온 과정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한국에서 '영리 병원'이 최초로 논의되기 시작한 때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되었던 2002년이다. 당시 경제자유구역법상, 외국인 병원은 외국인이 설립하여 외국 의사가 외국인을 진료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시민사회는 이 법이 내국인 대상 영리 병원 도입을 위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반대하였으나, 정부는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이므로 국내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무마했다.

그러나 2005년, 2007년 경제자유구역법이 개정되면서 현재는 국내 자본이 참여하는, 내국인을 진료하는 영리 병원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영리 병원 허용을 위한 법 제도 정비가 완료되면서, 경제자유구역에서 영리 병원 도입은 현실화됐다. 실제로 2006년 미국 뉴욕장로병원(NYP)을 시작으로 2011년 ISIH 컨소시엄에 이르기까지 수차례의 영리 병원 설립이 시도되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표1. 2002~2015 경제자유구역에 있었던 영리 병원 관련 법 제·개정 및 이슈 정리.


제주특별자치도에서의 영리 병원 도입을 위한 법 제도 제정과 개정 과정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에서는 제정 당시부터 병원의 성격을 사실상 영리 병원으로, 진료 대상을 외국인만이 아니라 내국인까지 열어두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영리 병원 설립 주체를 국내 개인과 국내 자본에까지 열어주는 제주특별법 개정이 시도됐다. 그러나 제주특별법 개정 반대 운동은 끊이질 않았고, '2008년 촛불 집회'를 통해 의료 민영화 반대 여론이 퍼졌다. 이렇게 형성된 여론을 무마시키고자 2008년 8월 정부와 제주도청은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개정안의 영리 병원 허용에 관한 설문 조사를 했다. 당시 제주도 전체 행정력을 동원하다시피 해서 일방적인 찬성 홍보를 했음에도, 결과는 반대 39.9%, 찬성 38.2%가 나왔다. 이에 영리 병원 추진 세력은 영리 병원 추진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2009년 이름만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바꿔 제주도 영리 병원 추진이 지속적으로 시도됐다. 결국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무산되었으나, 2013년 싼얼병원, 현재 녹지병원과 같은 제주도 내 영리 병원의 도입은 현실화되고 있다.

▲ 표 2. 2006~2015 제주특별자치도에 있었던 영리 병원 관련 법 제·개정 및 이슈 정리.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 영리 병원을 도입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전국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제자유구역은 전국에 걸쳐 지정되어 있고,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현재 영리 병원은 제주특별자치도와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되어 있으나, 의료법상 전국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의료산업 선진화', 이명박 정부의 '서비스산업 선진화', 박근혜 정부의 '투자 활성화 대책'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전국적인 '국내 영리 병원 정책'을 밀어붙였다. 정부가 바뀔수록 그 수법은 국민이 영리 병원임을 자각하지 못하도록 치밀해졌다. 노무현 정부가 직접적으로 영리 병원 도입을 추진하였다면, 이명박 정부는 병원 경영 지원회사(MSO), 의료 채권 발행 허용과 같은 우회적 방식의 영리 병원 도입을 추진하였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는 병원의 영리 자회사 허용으로 이명박 정부가 실패한 우회적인 영리 병원 도입을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13년간 정부와 영리 병원 추진 세력의 공세에도 아직 국내 영리 병원이 단 한 개도 설립되지 않은 것은 의료 민영화 반대 운동의 성과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캠페인, 서명운동,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한 여론 형성과 국회 대응을 통해 영리 병원 허용을 적극적으로 저지해 왔다. 또한 작년에는 병원 노동조합이 의료 민영화 반대를 걸고 파업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의 또 다른 성과로 2014년 의료 민영화 반대 서명자는 200만 명을 돌파했다. 영리 병원을 비롯한 의료 민영화의 폐해에 대한 인식이 전국적으로 확산하였음을 확인하는 결과였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영리 병원 도입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에는 국내 1호 영리 병원의 설립을 코앞에 두고 있다. 1호 영리 병원이 들어서면 제주특별자치도, 경제자유구역에 2호, 3호 영리 병원이 들어오는 것은 더욱 쉬워질 것이다. 이후 전면적인 영리 병원 허용으로 국내 보건 의료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녹지병원의 설립부터 지금 막아내야만 한다. 정부와 제주도청은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영리 병원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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