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에서 22명이나 탄저균에 노출되었나?
[탄저균 미스터리 ①] 주한 미군 탄저균에 대한 두 가지 질문
왜 한국에서 22명이나 탄저균에 노출되었나?
미국 유타 주 더그웨이 미군 기지에서 배양, 생산, 배송한 실험용 죽은 탄저균(inactivated or killed )이 살아있다는 첫 보도가 나온 지 한 달 반이 지났다.

첫 보도에서는 미국 내 9개주와 주한 미군 기지에 배달되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더욱 늘어 7월 14일 현재 독일을 추가로 총 7개국(한국, 호주(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영국, 일본, 이탈리아, 독일)과 미국 워싱턴 D.C 및 20개주 86개 실험실에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되었다고 한다. 처음보다 5배나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다. 이렇게 많은 실험 기관에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송되어 발생한 탄저균 노출 피해자 수가 유독 한국에서 독보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일부 실험실은 오래전에 배송되었다는 점도 고려해야하겠지만 총 86개의 실험실에서 발생한 전체 노출자 31명 중 22명이 오산 공군 기지라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구나 질병관리본부가 29일 내놓은 보도 자료에는 22명이 어떻게 노출되었는가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다. 단지 "22명은 ITRP 모의 훈련 준비"에 참여했다고만 밝히고 있을 뿐이다. 28일 주한 미군이 내놓은 영문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들 "22명은 아마도 훈련 도중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인다(22 personnel may have been exposed during the training event…)"라고 적고 있다. 훈련 과정이 훈련 준비로 바뀌어 보도된 것이다.

그리고 28일 합동 조사에서는 제독 처리했다는 실험실조차 조사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사실 탄저균을 PCR 진단 장치를 위해 전처리하기 위해 개봉했다는 내용이 있지만, 이것은 22명이나 노출된 것과는 관계가 없으며 이들이 노출된 경로는 훈련 과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만 주한 미군에서만 노출 피해자가 22명이나 나왔다는 사실이 납득이 된다.

이제 첫 번째, 질문을 해야겠다. 주한 미군은 이번 사태로 탄저균에 노출된 전 세계 31명 피해자 중 주한 미군에서만 22명이 노출된 훈련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이 다루었던 탄저균이 미리 고지되었던 '죽은 탄저균'이라고 할지라도 이것은 생물 안전 등급 2급 이상의 생물 실험실에서 다루어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험실에서 22명이나 노출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시연회와 관련된 '주피터 프로그램'에서 작년 2014년 오산 공군 기지에 설치되었던 환경 탐지기와 똑같은 탐지기를 미국 더그웨이 기지에서 실험할 때는 ABT(Ambient Breeze Tunnel, 밀폐 세균 실험실)에서 진행했는데 이곳은 원래 생물 안전 등급 1급 시설이었다가 주피터 프로그램을 위해 생물 안전 등급 2급 시설로 리모델링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즉, 죽은 탄저균으로 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밀폐 실험실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쩌면 22명의 노출자를 낸 실험실이 ABT와 같은 밀폐 세균 실험실에서나 가능한 실험을 진행하다가 일어난 인재가 아니었는지 우리는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실제로 사고 이후 보도 자료에서 '실험실에 대한 2단계 제독 시행 및 공기 포집 시험'을 시행했다는 매우 상세하고 자상한 설명을 낸 이유도 이 훈련과 실험이 너무도 위험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두 번째 질문은, 만약에 살아있는 탄저균이 '실수로' 배송되는 사고가 없었더라면 어떤 수준의 실험까지 했을지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 수준은 야외에서 '죽은 탄저균'을 사용하려 하지 않았는가라는 의혹이다.

원래 주피터 프로그램의 일정대로였다면 2015년 5월 혹은 6월에는 야외 세균 실험(그리드 테스트)이 예정되었기 때문이다. 2015년 4월 16일 미 육군 보도에 따르면 "최근 더그웨이 거대 야외 테스트 그리드 중 한곳에 한국 훈련장과 동일하게 배치된 주피터 센서들에 대해 생물 무기와 유사한 양성 세균을 다양한 시나리오로 살포하는 생물 무기 공격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였고 이를 전자 기록에 담아두었다. 이것은 한국의 시연회(operation demonstraton)에서 재현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 예정대로 시연회가 마쳤다면 이 장비들은 올해 여름 다시 더그웨이로 옮겨져 "최근에 완성된 대규모 생균 실험실(WSLAT : Whole System Live Agent Test)에서…이 장비들이 생물 안전 3등급 시료(살아있는 탄저균과 같은 병원성 세균)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테스트할 예정"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요약하면, 한국에서 예정되었던 시연회 직전에는 양성 세균을 이용한 야외 실험을 한국 실험용으로 진행했고, 한국 시연회 직후에는 살아 있는 세균 테스트가 예정되어 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국에서의 실험은 야외 양성 세균 실험이었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또 앞서 첫 번째 질문에 이어서 '죽은 줄 알았던 탄저균'이 실내에서 훈련 중에 사용되었다면 야외에서도 이 균을 사용할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7월 12일 외교부 SOFA 운영 팀 등 관계 부처 보도 자료에 따르면, '탄저균 샘플 배달 사고 관련 사실 관계 파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한미 합동 실무단'을 구성한다고 한다. 또 주말에는 미 국방부가 '탄저균 배달 사고'에 대한 모든 조사를 마친 보고서를 발표한다고 알려졌다. 예측컨대, 미 국방부 발표 내용에는 우리가 요구하는 의혹에 대한 답변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가 어렵다.

아마도 더그웨이 기지에서 생산된 '죽은 줄 알았던' 탄저균 생산의 문제점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는 수준으로 마무리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미 지난 6월10일 일부 내용이 비공개로 진행된 미하원 국방위원회 소속 신종 위협 대처 능력 소위원회(Emerging Threat and Capabilities subcommittee)는 펜타곤의 관련 보고를 받은 직후 "생물 무기의 확산과 잠재적 사용은 여전히 심각한 미군에 대한 위협이므로, 미 국방부는 생물 무기 대응을 위한 백신, 치료제, 방어 및 탐지 장비 개발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는 옹호적인 발표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된 실험실 지역 및 국가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사고의 범위와 심각성에 비해 미 국방부와 의회가 보이는 태도를 보아서는 주한 미군 실험에 대한 우리의 의혹과 걱정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차라리 이번 7월 11일 구성하기로 했다는 '한미 합동 실무단'의 조사에 기대를 걸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무단에는 법률, 미생물 민간 전문가를 포괄한다고 하였기에 구체적인 의혹을 풀어줄 수 있는 토대가 부족하나마 마련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실무단 조사도 배달 사고와 재발 방지 대책에만 국한하고 있어, 핵심인 최다수 노출자 발생에 대한 해명과 관련 실험에 대한 자세한 보고 및 근거, 그리고 야외 실험에 대한 의혹들이 밝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확실한 것은 만약 이 의혹들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주한 미군에서 진행하는 어떤 생물 방어 전략을 핑계로 한 훈련이나 실험도 한국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주피터 프로그램이란?

JUPITR-ATD(Joint U.S.F.K Portal and Integrated Threat Recognition Advanced Technology Demonstration). 풀어쓰면 '주한 미군 합동 포털 통합 위협 인식 첨단 기술시연 프로그램'으로 미 육군 화생방합동관리국이 이끌고 에지우드 화학생물학센터가 지원하는 생물 무기 방어 시스템 구축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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