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익에 저당 잡힌 시민 안전, 이래도 되나?
[안전은 불가능한가 ①] 안전의 경제학
기업 이익에 저당 잡힌 시민 안전, 이래도 되나?
지난 10월 28일 공공운수노조 등이 주최하고 <프레시안>이 후원한 '신자유주의의 안전위협과 운수노동자의 대안'이라는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관련 기사 ☞ : 반복되는 '세월호 참사', 그 주범은…)이와 관련 심포지엄을 통해 논의된 각종 과제와 대안에 대해 공공운수노조와 함께 <① 안전의 경제학 ② 민주적 거버넌스, 안전문화와 노동조합의 역할 ③ 풀무원 파업과 세계 안전운임 투쟁>이라는 주제로 3번에 걸쳐 글을 연재합니다. 

안전의 경제학을 역설하다

일반적으로 안전은 효율성의 학문인 경제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 28일 국회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주최한 국제운수심포지엄에 참석한 마이클 벨저와 피터 스완은 안전문제를 경제학적인 개념으로 설명했다. 안전이 가치뿐만 아니라 경제학적인 방법과 이론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는 것이다. 
 
피터 스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경영학 교수는 그동안 익히 알려졌던 경제학적인 개념으로 철도의 외주화가 어떻게 철도의 안전을 위협하는지 설명했다. 마이클 벨저 미국 웨인주립대학 경제학 교수도 대기업들이 노동자들에게 비용을 전가시키면 노동자들의 건강 악화는 물론 교통사고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계량분석을 통해서 증명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외주화와 노동자들에 대한 비용 전가가 안전을 악화시킨다는 두 교수의 연구는 4.16 세월호 참사 이후에 안전이 화두인 우리 사회에 큰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외주화는 원청의 안전운영을 저해한다

피터 스완은 주인(Principal)-대리인(Agent) 이론, 거래비용(Transaction Cost) 이론, 밀도와 경제(economies of density) 등의 경제학적인 개념을 통해서 철도안전의 문제를 설명했고, 관련한 구체적인 사고사례까지 제시했다. 

먼저 주인-대리인 이론부터 살펴보자. 주인-대리인 이론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대리인이 주인의 목적을 위해 복무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목표)을 위해 행동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일컫는다. 그런데 원청의 이익인 철도안전운영이라는 목표와 하청(외주)의 이익이 부합하지 않으면서 철도산업에서도 주인-대리인 이론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사례로 보면 명쾌해지는데 궤도부문(철도·지하철)에서 외주계약은 대체적으로 최저가낙찰제로 이뤄진다. 

외주업체는 최저입찰제로 낙찰된 용역단가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정규직보다는 저임금의 비정규직들을 고용할 것이며, 그 마저도 적절한 인원보다 부족하게 고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하청이 제대로 된 차량정비와 유지보수를 수행하기가 어렵다. 외주업체는 철도안전운영이라는 원청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행동할 여지가 높은 것이다. 

그래서 원청은 주인-대리인 이론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크게 두 가지 방안을 사용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주인이 대리인에게 효율임금(Efficiency Wage)을 지급하는 방법이 있다. 효율임금은 노동자가 직무에 태만하지 않도록 할뿐만 아니라 이직을 방지하기 위해서 기업이 시장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현상을 말한다. 원청이 하청에게 효율임금을 부여하면서 원청의 이익에 복무하게 할 수 있다.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에 위배했을 때 대리인에게 법적인 책임을 부가하는 방법도 있다. 하청이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면 원청이 손해배상 등의 법적 제재를 강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원래 하청계약의 목적이 비용절감에 있으므로 비용이 증가하는 효율임금은 원청에게 효과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 법적 책임을 강제하는 방법도 하청업체가 책임을 면하려고 안전문제를 오히려 은폐하는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 지불능력 이상으로 책임을 짊어지게 되면 하청이 파산하면서 원청에 또 다른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주인-대리인 이론으로 보면 철도와 지하철의 외주화는 단기적으로 비용은 줄일 수 있어도 안전관리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은 거래비용이론인데 기업이 시장조직을 통하면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으므로 내부조직을 이용해서 거래활동을 하는 행위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철도는 대표적인 네트워크산업으로 협업과 통합적인 운영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상황에서 업무가 외주화되면 하청과 원청 간에 각각의 업무별로 명시적인 계약을 해야 한다. 또한 철도산업의 특성 상, 돌발적이고 비상대응이 요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원청의 외부에 있는 하청이 제대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 

더욱이 철도는 설비가 특화되어 있고 거래행위도 정기적이며 반복적이어서 대리인(하청)이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그 결과 철도안전운영이라는 원청의 목표가 위협받을 수 있고 추가적인 비용도 더 늘어나면서, 외주화가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게 된다. 거래비용이론으로 보면 철도는 외부 하청보다는 회사 내부조직을 통해서 안전관리를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다. 

마지막으로는 밀도의 경제인데 노선규모가 같아도 운행의 밀도가 높은 경우, 보다 적은 비용으로 운영이 가능해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것을 말한다. 밀도의 경제 덕분에 철도회사는 열차운행에 드는 비용을 상쇄할 수 있지만 분할 경쟁체제는 밀도의 경제를 줄어들게 하여(경쟁으로 인한 매출액 하락) 결과적으로 비용절감에 대한 압박을 더욱 높이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절감 압박이 안전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예로 들면 수서발 KTX가 분할되고 밀도의 경제가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코레일의 부담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결국 코레일이 비수익 노선을 중심으로 안전투자를 소홀이 하거나 아예 폐쇄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피터 스완 교수는 이러한 경제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철도 통합운영의 해체와 외주화가  실제로 1997년 영국 사우스올 사고, 1999년 영국 라드브록 그로브 사고, 2000년 영국 해트필드 사고, 2014년 독일 만하임 사고, 2008년 미국 캘리포니아 채츠워스 사고 등을 야기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관련 자료 ☞ : 신자유주의의 안전위협과 운수노동자의 대안 국제심포지엄 자료집)

더불어 피터 스완 교수는 필자와 가졌던 별도의 간담회에서 미국은 노조가 주장하기 전에 회사 경영진들이 알아서 차량정비 등의 핵심업무는 외주화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경영자 입장에서도 차량정비 등의 핵심업무를 외주화하면 당장은 비용이 감소할지 모르겠지만 이후에 정비불량이나 외주업체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추가적인 비용이 더 늘어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업들의 비용전가가 노동자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마이클 벨저는 외부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안전의 경제학을 설명했다. 외부성(Externalities)은 시장에서 경제적 대가에 의한 거래가 아닌 제3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이득이나 손실을 끼치는 현상을 말한다. 마이클 벨저는 공급사슬체계 극단에 있는 대기업들이 안전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자신들이 부담하지 않고 노동자들과 국민들에게 전가하면서 안전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외부성의 개념으로 설명하였다.  

그리고 외부성에 의해서 안전문제가 발생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 네 가지의 계량분석 연구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첫 번째 연구는 1995년에 미국에서 2번째로 큰 트럭 운송업체인 J.B 헌트의 사례인데, 운전자들의 자료를 이용해서 임금과 사고율 간의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즉 임금과 근속이 오를수록 사고가 낮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운전자 임금 10% 상승 시(1마일 당 평균 임금이 34센트일 때) 전체 사고 가능  성이 40% 감소함.  
2) 최초 관찰 임금에서 1센트 상승할 때마다 사고 가능성 11.1% 감소함. 
3) 최초 관찰 임금에서부터 임금이 10% 상승할 때마다 사고 가능성 34% 감소함. 
4) 평균적으로 근무연수가 1년씩 늘어날 때마다 사고율 16% 감소함. 

두 번째 연구는 미시간 대학교의 트럭운송 산업 조사프로그램을 통해서 102개 트럭운송회사에 소속된 운전자들의 임금과 사고율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운송업체들이 운전자에 대한 보상을 10% 늘릴 때마다 사고율이 9.2% 감소했다고 한다. 세 번째 연구는 1천 건의 미국트럭 사고들의 포괄적인 데이터 집합을 수집하여 분석한 대형트럭 충돌사고 원인연구(LTCCS)인데, 다음과 사실을 계량적으로 입증했다.

1) 업무 압박감과 피로감이 높을수록 사고로 연결되는 운전자의 실수도 많아졌음.
2) 반면 운전자가 해당 차량에 대해 운행 경험이 더 많거나, 운전자가 안전운행 보너스를 받거나, 운전자가 더 적은 시간을 운행할 경우 등에서는 이러한 압박감과 피로에 의한 실수 가능성이 낮아짐을 확인함. 
마지막 연구는 2005년 Dembe 등의 '시간외 및 장시간 노동시간이 직업상 부상과 질병에 미치는 영향' 연구다. 이에 따르면 노동시간이 증가하면 운전자 질병 및 건강관련 비용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긴 노동시간은 혈압상승, 근골격계 질환, 심혈관계 질병, 장애, 피로, 만성 간염병, 스트레스, 일반건강, 우울증, 불평, 당뇨 등과 같은 현상과 연결될 수 있음.
2) 노동시간 50% 증가 시, 부상 및 질환 개연성은 2배로 증가함.  
3) 보상이 크면 안전성은 오히려 확대되었음.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서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행위는 단위 기업으로 보면 이익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사고율을 높이고 노동자 건강도 악화시킨다. 사회 전체적으로 많은 비용을 야기하여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도로화물 뿐만 아니라 이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전세)버스, 택시, 택배·퀵서비스 등 다른 도로교통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며 보험이자 투자이다. 

철도의 통합운영과 도로화물의 충분한 운임 유지는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안전에 꼭 필요한 정책적 수단이다. 대기업이나 정부가 노동자나 서민들에게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전가하지 말고 내부화해야 안전이 보장된다. 정부는 여전히 재정효율성이라는 이유로 안전투자를 확대하지 않고 있다. 철도분할 경쟁체제 등의 잘못된 정책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기업은 자신들의 이윤이 줄어들면 결국 경제가 성장하지 못한다는 논리로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계속 전가하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 본대로 이러한 행위는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결코 효과적이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며 보험이자 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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