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저자 "학교 교육 80~90%, 쓸모 없다"
유발 하라리 내한 첫 기자 간담회…"한국 저출산, 긍정적"
2016.04.26 15:43:54
<사피엔스> 저자 "학교 교육 80~90%, 쓸모 없다"
"현재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의 80~90%는 이 아이들이 40대가 됐을 때 전혀 쓸모없을 확률이 크다. 어쩌면 수업 시간이 아니라 휴식 시간에 배우는 것들이 아이들이 나이 들었을 때 더 쓸모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열풍을 낳은 <사피엔스>(조현욱 옮김, 김영사 펴냄)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첫 한국 방문을 기념해 26일 서울 중구 레이첼카슨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도발적 메시지를 던졌다. 

<사피엔스>는 인류의 시원에서 인공지능 시대가 열릴 미래까지, 인간의 문화가 어떻게 발달했는지, 왜 인간은 대량 생산 시대로 들어간 후 더 불행하게 되었는지, 인공지능이 낳을 미래는 얼마나 불안한지 등을 학문의 경계를 넘어 그려낸 책이다. 특히 "인간이 (인공지능 혜택으로 영생을 얻어) 신이 되는 2100년이면 현생 인류는 멸종할 것"이라는 도발적 메시지를 담기도 했다.

2011년 이스라엘에서 처음 출간됐고, 2014년에는 영어로 출간되어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현재까지 전 세계 30여 개 언어로 출간됐다. 지난해 11월 말 국내에서 출간된 후, 현재까지 13만 부가 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유발 하라리. ⓒ연합뉴스


"인공지능은 위협"

유발 하라리는 내한 후 이날(26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환경재단 주최 강연회에서 '인류에게 미래는 있는가'라는 주제로 독자와 만난다. 이어 28일에는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경희대-플라톤 아카데미 문명 전환 강좌'의 첫 강사로 독자와 만난다. 이 특강에서 하라리는 <사피엔스>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 체류 중 가졌던 강연과 인터뷰를 결산할 예정이다. 29일 오전에는 박원순 시장과 대담하고, 곧바로 독자와의 만남도 예정했다.

기자회견은 여러 강연회에서 다룰 전체적인 주제를 개괄하는 시간이었다.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젊은 역사학자의 기자회견답게 질문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암울한 전망이 가득한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줄을 이었다.

하라리는 특히 산업 혁명과 정보 혁명으로 인한 기술 주도 사회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설명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무엇보다 위협적인 기술은 물론 인공지능"이라며 "문명 권위의 원천이 인간에서 기계로 움직임에 따라 인류 문명의 조종간을 (기계에)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현대의 교육이 아무런 쓸모가 없으리라는 전망도 이와 같은 이유로 그는 제시했다. 하라리는 "어쩌면 지금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연장자에게 배운 교육 내용으로 여생을 준비하는 게 불가능한 역사상 첫 세대가 될지 모른다"며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가장 중요한 기술은 '어떻게 해야 늘 변화하면서 살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해야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직면하며 살 수 있을 것인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이와 같은 주장을 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대까지 인류는 농업 혁명과 산업 혁명으로 다진 문명 흐름에 기초해 세계를 지배했다. 그러나 인공지능 발달은 이와 같은 과거의 경험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이제 인간보다 뛰어난 기계가 인간의 노동, 인간의 사고는 물론 인간의 감정까지 앞지를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이와 같은 격변의 시대에서 종래에 배운 지식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게 하라리 말의 요체다. 현재 우리 교육 내용은 기존 산업 혁명 기에 다진 정치 체제, 경제 체제에 인간을 적응하도록 돕는 내용이었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미래를 준비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라리는 "앞으로의 인류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새롭게 바꿔나가야 한다"며 "문제는 나이 들수록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미래학자가 그리는 세계와 비슷하며, 해법의 내용 역시 비슷해 보인다. 예를 들어 <인간은 필요 없다>(신동숙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의 저자 제리 카플란은 로봇 혁명기에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동자 재교육을 강조한다. 그러나 하라리의 발언은 더 구체적인 뜻을 지닌다. 이와 같은 재교육도 쓸모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라리는 "인공지능이 현존하는 거의 모든 직업에서 인간을 물러나게 하면, 인간이 담당할 새로운 직업도 생길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인공지능이 그 새로운 일도 인간보다 더 잘 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 재교육은 아무런 대안이 못 된다는 얘기다.

하라리는 이어 '인간은 로봇이 따라올 수 없는 감성을 가진 존재'라는 의견 역시 부정했다. 그는 "우리의 감정은 영적인 신비한 현상의 결과가 아니며, 생화학적 알고리즘 작동의 결과일 뿐"이라며 "인간의 감정 지능이 인공지능보다 뛰어나리라 확신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완전히 새로운 모델 필요하다"

그는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농업 혁명으로 떠돌던 인간이 정착하고, 잉여 생산물을 갖게 된 변화, 산업 혁명으로 인간이 지구적 국가체제를 갖추고 본격적인 제국주의 지배 시대, 자본가 시대로 접어든 변화와 같은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라리는 구체적 해법이 도입된 미래상까지 그리진 않았다. 다만, 대안으로 가는 길의 하나로 '세계 정부'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도래하는 미래는 환경 오염, 세계적 불평등과 마찬가지로 지구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200여 개로 분열된 현재의 정치 체제에서는 이와 같은 도전을 넘어서기가 불가능하다"며 "개별 국가 위에 존재하는 지구적 정치력이 없는 상황에서는 생태계 위협과 같은 거대한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결국 강대국 중심 시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법한 대목이다. 실제 곧바로 이와 같은 질문이 기자석에서 나왔다. 하라리는 그러나 "이대로 간다면 기술을 지배하는 소수 엘리트가 세상의 부와 권력을 독점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라며 "현재 상태의 지구적 정치 체제가 가진 위험보다 인류가 흩어져서 생기는 위험이 더 크다"고 반박했다.

'완전히 새로운 모델'의 등장은 흔히 역사적으로 큰 재앙을 낳았다. <사피엔스>에 따르면 농업 혁명으로 인해 빈부의 차가 생겼고,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영원히 착취하는 구도가 그려졌다. 당장 항해술의 발달과 자본가 계급의 태동이 제국주의라는 비극을 낳았다는 것도 생생한 사례다. 인공지능 발달이 또 다른 거대한 희생을 낳으리라는 우려가 가능한 대목이다.

하라리는 이와 같은 문제는 인류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무기 발달로 인류가 공멸의 위험에 처했으나, 이를 평화롭게 해결한 사례를 그는 들었다. 

한편, 그는 이 대목에서 "20세기의 가장 강력한 사회 혁명은 페미니즘 혁명"이라며 "수천 년간 열등한 위치에 놓였던 여성이 페미니즘 혁명을 통해 완전하진 않지만 우리 사회의 기본 구조를 뿌리부터 바꿨다"고 강조했다. 이어 "페미니즘 혁명도 새로운 모델을 평화적으로 도입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저출산 긍정적"

인간이 인공지능 혁명에 의해 노동의 자리에서 밀려날 우려가 커졌다는 점은 인공지능의 미래에서 가장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이에 관해 하라리는 "탈노동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우리는 농업혁명, 산업혁명기 때 '일해야 수입이 생긴다'는 신념을 수천 년간 가져왔으나, 이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게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다만 "탈노동의 선례가 없고, 이와 같은 모델을 현실에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문제"라며 "역사를 보면, 새로운 모델이 근사해 보이지만, 현실에 적용했을 때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산주의 실패를 사례로 꼽았다. 

자녀 출산을 기피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한국 문제도 기자회견의 질문으로 나왔다. 그는 이에 관해 '사피엔스 전체를 바라보는 자'로서 재치있는 대답을 내놨다.

그는 "나는 저출산 현상을 긍정적으로 본다"며 "70억 명에 달하는 인류가 10억 명으로 줄어든다면 생태학적으로 좋은 소식"이라고 답했다. 

이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 나라에서 출산율이 떨어질수록 여성 교육 수준이 올라가는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었다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외 기자회견에서 나온 문답을 간단히 요약했다. 

- 중국과 대만에 이어 한국에 왔는데, 한국 첫 인상은 어떤가?

"베이징보다 공기가 훨씬 좋다. 베이징에서 (대기오염 때문에) 목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공교롭게 기상업체 케이웨더에 따르면 26일도 전국이 미세먼지 '한때 나쁨' 단계에 처했다.)

- 한국에 오기 전에 중국을 들렀는데, 중국에서 희망을 봤나?

"내가 마오쩌둥이 사망한 1976년에 태어났는데,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중국이 엄청나게 발전했다. 아마 지금의 중국 정부는 대륙 역사상 처음으로 대량 기근을 가져오지 않은 정부일 것이다. 중국이 새로운 열강으로 떠오르는데, 다른 강대국에 비해 중국은 (강국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있고, 온건한 편이다."

- 녹색당과 같은 대안적 움직임이 있는데도 세계 정부를 수립해야 하는가?

"녹색당과 같은 움직임은 분명 고무적이다. 그러나 각국이 경쟁하는 한 아무리 녹색 정당이 (개별 국가에서) 정권을 잡는다손 쳐도 결국 생태계 위협을 막진 못할 것이다. 정부가 '당장 경제 성장을 멈춰서 지구 온난화를 막겠다'고 하면 화난 사람들이 곧바로 정권을 교체해버릴 것이다."

- 어떻게 해야 기술을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는가?

"기술이 우리를 섬기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기술을 섬겨서는 안 된다."

- 당신에게 가장 영향력이 컸던 기술을 꼽자면?

"아마 항생제와 백신이 아닐까? 이 기술이 없었다면 (당신과 마찬가지로) 내가 어렸을 때 죽었을 확률이 클 테니."

- '어떻게 해야 인간이 행복해질 것인가'는 <사피엔스>의 주제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역사적으로 인간은 늘 주변 환경을 바꿔서 행복해지려 했다. 경제 체제를 바꾸고 정치를 바꾸면 내가 행복해지리라고 봤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면을 바라보는 데 집중한다. 이제 우리의 두뇌, 우리의 DNA를 바꾸면 행복해지리라고 본다. 그러나 이 역시 답이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뭘 성취하든 결국 더 원하기 때문이다."

- 당신은 채식주의자이기도 하고, 불교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행복 추구와 관련 있나?

"매일 두 시간씩 불교식 명상을 수행한다. 1년에 30일 정도는 나를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차단해 수행한다. 내가 누구인가, 내가 뭘 원하는가를 모르면 평화와 행복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 <사피엔스>에서 기술 진보가 영생의 순간으로 이르는 세상을 말했다. 당신에게 영원불멸의 삶을 선택할 순간이 온다면?

"일단 이 방(기자회견실)에 있는 모든 이가 그 혜택을 받기에는 너무 늦었다." (웃음)

- 책에 관한 반응이 나라마다 차이가 있는지?

"대부분 나라에서 큰 우려는 같다. 모든 이가 불평등한 현실, 인공지능으로 인한 미래, 아이들의 교육을 걱정한다." ('한국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때문인지 인공지능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는 출판사 관계자의 말도 있었다.)

- 신간 <미래의 역사>(가제)를 낼 예정인데, 어떤 책인가?

"인간이 가진 여러 가지 가능성, 여러 가지 기회, 여러 가지 위협에 접근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어떤 미래가 그려질지에 관한 경로를 지도로써 그려보고자 했다. 올해 9월에 영어로 나올 예정이고, 한국에서는 1년 정도 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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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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