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이라도 서울발 기차가 12시간만에 중국 도착한다
[기고] 철도로 남북 사업은 거미줄처럼 넓혀 갈 것이다
당장이라도 서울발 기차가 12시간만에 중국 도착한다
한반도발 세기적 대전환이 시작되고 있다. 세계의 화약고로 불렸던 한반도에서 평화와 공존, 번영의 새 길이 열리려 하고 있다. 이 같은 도약의 시기에 중요한 물리적 장치로 철도가 부상하는 것은 필연이다. 침략과 수탈의 도구였던 한국철도가 통일과 동북아 평화를 여는 철도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제 두 줄 강철 선로는 남과 북을 단단히 이어 평화와 공존의 기운을 세계로 실어 나르게 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철도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약속했다. 또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남북중 철도 연결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한반도발 대륙 행 열차가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남북 철도 운행과 중국으로의 열차 운행은 어떻게 현실화 될 것인지, 또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어떤 것인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남과 북은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사업을 우선 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동해선은 남한 최북단 제진역에서 남쪽 강릉까지 선로가 없다. 100킬로미터가 넘는 이 구간에 설계와 시공을 거쳐 운행 단계까지 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동해선 연결 작업은 남쪽 미 연결 구간인 삼척-영덕 구간을 포함해 건설작업에 속도를 낸다면 부산에서 시작되어 유럽으로 이어지는 철의 실크로드가 마침내 완결되게 된다. 

반면, 경의선은 약간의 점검과 보완을 거친다면 바로 운행이 가능하다. 이미 남북철도는 수색과 북측 봉동을 왕복하는 열차를 운행한 경험이 있다. 낙후된 북한 철도 사정을 감안해도 서울에서 평양까지 6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현재 운행되는 평양발 베이징행 K28 국제열차의 평양-신의주-단둥 구간 소요시간은 2016년 시각표 기준 6시간 13분이다. 당장이라도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국제열차가 12시간 정도 달리면 압록강을 건너 국경을 넘어 중국 땅에 들어설 수 있다. 빠른 시간 안에 북한 철도를 개량한다면 시간을 훨씬 단축시킬 수 있다. 

▲ 1938년 조선총독부 철도국 발행 시각표-국제특급열차가 서울-단둥간을 8시간 20분만에 주파했다. ⓒ박흥수

조선총독부가 1938년 발행한 조선 열차시각표에 따르면 당시 국제특급열차인 히까리호는 부산을 저녁 6시 55분에 출발해 서울(경성)역에 새벽 2시 55분에 도착했다. 3시 5분에 서울역을 출발한 히까리호는 개성-신막-평양-정주-신의주를 달려 단둥에 11시 23분에 도착했다. 증기기관차 시대에 서울-단둥구간을 8시간 25분 만에 주파한 것이다. 서울-신의주 구간을 남한 수준의 새마을호나 무궁화호 운행여건으로 개선한다면 서울-평양간은 2시간 30분, 평양-신의주 구간은 4시간 안쪽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국제역이된 서울역에서 6시간 정도 열차로 달리면 국경을 넘을 수 있게 된다. 장기적 전망을 갖고 서울-신의주 구간에 고속철도 노선을 건설하게 된다면 이 시간은 또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 

북미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한국으로의 철도 연결 사업에 매력을 갖고 있는 남북중러가 호흡을 맞춘다면 이른 시간 안에 서울역 전광판에 중국 도시들이 뜰 수도 있다. 가장 먼저 연결 가능한 노선은 서울-베이징 구간이다. 이미 평양-베이징 국제노선이 갖추어져 있으므로 서울-평양만 연결한다면 서울-베이징 구간 국제 열차 운행을 실현 시킬 수 있다. 최소 주1-2회의 정규 열차 편성을 추진할 수 있다. 서울-개성-평양-신의주-단둥-선양-베이징을 잇는 국제 열차는 한-중의 수도를 직결하는 노선으로 동북아 평화를 상징하는 철도가 될 것이다. 현재 단둥-선양 구간은 3시간 30분, 선양-베이징 구간은 4시간 50분 정도 소요된다. 빠른 시간 안에 국제열차가 운행된다면 서울-베이징 구간은 20여 시간의 여정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북한 철도 개량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운행 시간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두 번째로 추진 해 볼만한 노선은 서울-이르쿠츠크 노선이다. 서울-평양-신의주-단둥-선양-하얼빈-만주어리(滿洲里)-자바이칼스크-치타-이르쿠츠크로 이어지는 거대 노선은 한국발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접속하는 이른바 손기정 루트를 복원하는 길이다. 

유라시아 철의 실크로드로 불리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동북아시아에서 접속하는 노선은 베이징-울란바토르-울란우데-이르쿠츠크로 이어지는 몽골횡단철도와 앞서 말한 만주어리-치타-이르쿠츠크로 이어지는 만주횡단철도노선이 있다. 만주횡단철도노선은 서울에서 가장 빠르게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접속하는 노선이다. 

또한 이 노선은 물류이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경역인 만주어리 역의 화물 취급 량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 발 물류는 만주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길을 먼저 낼 수 있다. 대륙철도 운행을 위해서는 OSJD(국제철도협력회의)가입도 필요하다. 신규 가입은 회원국 만장일치로 허가 되는데 번번이 북한의 반대로 가입하지 못했던 것을 남북철도 협력 국면에서 해소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 만저우리-하얼빈 구간을 달리는 만주횡단열차 안에서 본 만주벌판의 석양. 서울에서 출발하는 만주행 열차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박흥수


대륙철도 운행은 코레일과 북한 철도성이 공동 투자한 대륙철도합자회사 형식을 갖춘다면 남과 북의 철도가 긴밀한 협력과 공조를 이루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노선의 치타나 울란우데에 도착한 중국이나 몽고발 열차에는 해당국의 승무원들이 승강장에서 승객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과 북의 철도노동자들이 국제열차에 승무하며 세계인을 맞는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을 장식하는 상상도 해볼 수 있다.  

남북 철도 연결은 한국의 철도 산업을 발전시키는 전기가 된다. 수주량 부족으로 정체 상태에 빠진 철도차량제작 분야에도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북한 철도 차량의 현대화와 대륙 연결 수요에 부응하는 차량생산량 확보는 철도차량제작 분야도 발전시켜 세계철도시장 경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현대 철도는 전기철도다. 전기철도는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지구 온난화 방지에 기여하고 환경오염도 최소화 하는 친환경 인프라다. 또한 많은 물동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도 기관차 견인력이 좋아야 하는데 디젤 기관차는 전기기관차의 효율을 따를 수 없다. 현재 한국에서 운행되는 대형디젤기관차의 견인력은 3000마력인 반면 전기기관차는 그 두 배인 6000마력이 넘는다. 그러나 북한의 전력사정은 전기기관차의 운행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의 발전소를 신설하는 인프라 작업도 병행되어야 한다. 

철도를 매개로한 남북 협력 사업은 거미줄처럼 그 분야와 대상을 넓혀 갈 것이다. 한반도를 찍은 심야 위성사진을 보면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북쪽은 암흑에 둘러 쌓여있다. 남북 철도가 연결되고 북한 철도 개선 작업이 진행된다면 철도 연변을 따라 북녘 땅은 밝아지게 된다. 이 빛은 마침내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밝히는 횃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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