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법' 시행해도 사람 목숨값 500만 원
[복지국가SOCIETY]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의 의의와 과제
'김용균법' 시행해도 사람 목숨값 500만 원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다 24세 청년 김용균 씨가 안타깝게 사망하였다. 그가 남긴 유품에 포함된 컵라면은 2년 전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 정비 작업을 하다 사망한 19세의 꽃다운 청년을 생각나게 한다. 그도 역시 컵라면을 유품으로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다. 수시로 지시가 내려와 밥 먹을 시간조차 없기 때문에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고달픈 단상이다.

사망 사고, 10명 중 9명은 하청 노동자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해도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결국 사고와 희생뿐이다. 구의역 사망 사고 당시에도 온 국민이 애도를 표하며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촉구하였지만, 문제의 원인은 개선되지 않았고,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은 당쟁에 휘말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사이 우리들의 기억도 어느새 흐릿해져만 갔다.

위험의 외주화로 발생한 산업재해는 위의 두 사건 외에도 너무나 많지만, 그 심각성은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1월, 포스코에서 질소 누출 사고로 하청업체 노동자 4명이 사망하였고, 3월에는 부산 엘시티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추락해 하청업체 노동자 4명이 사망하였다. 2017년에는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에서 타워크레인 지지대가 넘어지면서 하청노동자 6명이 사망하였다.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 동안 발생한 사망재해 중에서 50억 원 이상 규모 건설공사의 경우 98.1%가 하청 노동자에게서 발생하였고, 300인 이상 조선업의 경우 88.0%가 하청 노동자에게서 발생하여 하청 노동자들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야간에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사망한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 ⓒ공공운수노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무엇이 바뀌었나?

이처럼 심각한 위험의 외주화가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2018년 12월 27일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안전과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1981년에 제정된 법이다. 1990년에 전부 개정된 이 법이 28년 만에 다시 전부 개정된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한 내용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유해성이 높고, 단기간에 직업병을 발견하기가 어려운 작업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외주화를 금지했다. 즉 도금작업, 수은·납 또는 카드뮴의 제련·주입·가공·가열 작업, 베릴륨·비소·염화비닐 등 12종의 화학물질을 제조·사용하는 작업 등에 대해서 사내 도급을 금지함으로써 위험을 하청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방지하였다.

둘째는 업무를 외주화하는 하청은 허용하더라도 안전보건 조치에 대해서는 원청에서 직접 책임지도록 도급인의 안전보건 조치 책임 범위를 확대했다. 즉 작업 장소와 시설 등에 대한 지배관리권이 도급인에게 있다면 원·하청을 불문하고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에 대해 안전보건 책임을 부담시켰다.

셋째 도급인의 처벌 수준을 상향 조정했다. 도급인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하였을 경우 현행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고, 노동자가 사망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하였으며, 5년 내 반복하여 죄를 범하는 경우에는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사망 사고 나도 벌금 400만~500만 원에 그쳐  

하지만 이와 같은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많이 남아 있다. 이번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을 일명 '김용균법'이라고 부르지만, 막상 김용균 씨를 사망하게 한 발전소 정비 업무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 작업에 포함되지 않는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정비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업무도 포함되지 않는다. 김용균의 어머니가 국회를 지키며 법안 처리를 호소한 끝에 이루어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라 이 부분은 더욱 아쉬운 마음이 든다.

정부에서는 외주화 금지 작업에 포함되지 않아도 도급인의 안전보건 조치 책임을 확대하여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총괄책임자가 안전보건을 관리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안전관리자 및 보건관리자는 기업의 규모에 관계없이 1인만을 두도록 '기업활동 규제 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에서 정하고 있다. 1인의 안전관리자, 1인의 보건관리자가 하청업체까지 모두 관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또 안전보건 관리를 외부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안전의 외주화 또한 매우 심각하여 하청업체를 관리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서는 사업주의 처벌 수준을 상향 조정하였지만, 실제 집행되는 처벌 수준은 항상 이보다 낮기 때문에 하한 수준을 정하지 않는다면 실효가 낮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열린 형사재판 건수를 살펴보아도 총 5109건에 달하는 건수 중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0.5%인 28건에 불과하고,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3413건이 벌금형에 그쳤다. 벌금 액수도 400만~500만 원 수준에 불과해 처벌 수준을 상향 조정하여도 사업주들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구의역 사망사고에 대해서도 2018년 5월에 1심 판결이 내려졌지만, 용역업체 대표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서울메트로 전 대표 등 6명에 대해서는 각각 500만~1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하여 근로자 사망에 대한 처벌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시행령이 산업안전보건법 퇴색시키면 안 돼


이와 같은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전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우리나라 안전보건 정책을 진보시키는 데 큰 걸음을 내딛었다고 볼 수 있다.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한 내용 외에도 건설업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건설공사에 대한 특례의 장을 신설하여 발주자가 공사의 계획 단계에서 안전보건대장을 작성하도록 하고, 설계·시공 단계에서는 안전보건대장의 이행을 확인하도록 하는 등의 역할을 명시하였다. 기업의 영업 비밀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던 유해화학물질의 안전보건 자료(MSDS)도 정부에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였다.

앞으로는 전부 개정된 법안을 토대로 시행령,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하위규정 개정 작업이 남아 있다. 어떻게 보면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내용은 하위규정에서 정하기 때문에 하위규정의 개정 작업이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내용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산업안전보건법은 법에는 명시적인 내용만을 제시하고, 막상 하위규정에는 법 적용의 예외규정을 두어서 법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향후에 마련되는 하위규정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또 이번에 개정된 법은 전부 개정이라고 해도 노동자의 건강 문제 특히 직무 스트레스, 뇌심혈관계질환관리 등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검토되지 않았다. 향후에는 사고로 인한 사망뿐만 아니라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도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도 개선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하기를 희망한다.

이제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개정되었으니 기업에서는 이 법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 마련, 제도 정비 등을 갖추어 나가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법이 마련되면 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법망을 피해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법을 지키지 않을까를 더 깊이 연구하는 것 같다. 잘 아는 것처럼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2년 후 정규직이 되도록 정한 법은 2년 후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근거가 되었고, 사업주 비용 부담으로 실시하던 채용 시 검진으로 인해 취업에 불이익을 받게 되어 채용 시 검진 제도를 폐지하였더니 노동자의 비용 부담으로 채용 시 검진을 실시하는 현실을 보면서 이번에 개정된 법이 산업현장에서 또 어떻게 생각하지도 못한 내용으로 변질될까 하는 우려심이 앞선다.

정부에서는 근로감독관을 증원하여 기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다고 하니 예전보다는 나아지겠지만, 근로감독관을 증원하여도 200만 개가 넘는 사업장을 일일이 감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기업 스스로 이제는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이 기업 운영의 소중한 가치이고 사회적 책무라는 사실을 인식하여 본래의 의도가 훼손되지 않고 이번에 개정된 내용이 반드시 잘 지켜져서 제2의 김용균이 탄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정혜선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가톨릭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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