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대표님, 가난한 청년도 월세 50만 원은 냅디다"
[기자의 눈] 공시가격 현실화에 '세금폭탄' 운운하는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
2019.01.08 17:32:55
"나경원 대표님, 가난한 청년도 월세 50만 원은 냅디다"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다시금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펼칠 때마다 보수진영·언론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는 용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8일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지침 관련해서 "정부 공시가격이 세금폭탄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며 "일정 정도 공시가격이 오르면 1주택, 은퇴가구, 호가만 오른 상당수 서민들에게 세금이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는 "국토부가 어제(7일)까지 의견 청취받은 공시가격을 보면 올해 강북 지역 단독주택, 아파트가 200~300% 올랐고, 마포구 연남동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7억에서 올해 13억9000만 원. 성수동 한 다가구 주택이 14억3000만 원에서 올해 37억 원으로 2.6배 올랐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무분별하게 기준도 없이 공시가격을 올리면서 서민들만 '세금폭탄'을 맞게 됐다는 주장이다. 공시가격은 건물과 땅의 세금 매길 때 기준이 되는 가격인데, 이를 올릴 경우 그에 따라 보유세가 올라가게 된다. 그간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크게 낮았다는 지적은 쏙 뺀 채 철지난 '세금폭탄론'을 부각시켜보겠다는 게 나 원내대표의 얄팍한 전술(?)처럼 보인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공시가격 현실화 진행

감정원은 지난해 12월 19일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 표준 단독주택 전국 22만 가구에 의견청취문을 발송했다. 관련해서 올해 표준 주택 가격을 산정, 1월 25일 공시할 예정이다. 표준주택은 전국 418만 단독·다가구 주택 가운데 용도지역·건물구조 등이 일반적으로 유사한 주택을 말하며, 표준주택의 공시가격이 개별주택 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25일 공시될 공시가격은 이전보다 상당히 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앞서 정부는 공시가격과 관련, 단독주택이 아파트보다 시세 반영률이 낮기에 조세 형평 차원에서 현실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현실화해 아파트와 단독주택간 공시가율(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 비율) 차이를 좁힌다는 방침을 정하고 단독주택 공시가 인상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공시가격은 일반적으로 시가의 60~70% 수준이고 서울 지역의 경우 50%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조세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이유다. 아파트의 경우도 현재 시가의 70% 정도다. 경실련이 지난해 12월 분석한 결과 강남아파트단지의 토지 공시지가는 시세의 36%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주택소유주들은 그간 실제 가격보다 한없이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부동산 세금을 내고 있었다. '세금 폭탄'이 문제가 아니라 '세금 구멍'이 문제였던 셈인데, 문재인 정부는 이것의 현실화를 통해 조세형평성을 바로잡겠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투기성 다주택 소유자들을 세금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주택임대사업자 전환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주택임대사업자 전환에 따른 편법 탈세 문제는, 이 글에서는 일단 다루지 않겠다.)

공시가격 현실화가 '세금폭탄'인가 

보수언론·정당은 이를 서민 울리는 세금폭탄이라고 주장한다. 노후를 위해 집 한 채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한국경제>는 지난 6일 "보유세 인상 상한선까지 치솟는 사례 속출…중산층 1주택자도 '세금폭탄'" 기사를 통해 정부가 단독(다가구) 주택 공시사격을 급격히 끌어올리면서 고급 주택 보유자가 아닌 중산층 1주택자까지 '세금폭탄'을 맞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를 보면, 서울 삼성동 대지면적 303㎡(연면적 308㎡) 단독주택의 올해 추정 보유세는 1104만 원으로, 작년(736만 원)보다 1.5배 많다. 공시가격이 작년 19억6000만 원에서 올해 32억7000만 원으로 높아진 결과다. 방배동의 대지면적 263.7㎡(연면적 629㎡) 다가구주택 보유세도 지난해(422만 원)에 비해 50% 더 올랐다. 작년 공시가격은 13억9000만 원이었지만 올해는 23억6000만 원으로 10억 원 올라서다. 올해는 633만 원을 내야 한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주장은 이런 보수 경제지의 기사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계산해보자. 

한마디로 19억 원에서 32억 원으로 공시가격이 현실화되니 세금을 368만 원 더 내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13억9000만 원에서 23억6000만 원으로 공시지기가 현실화된 사례의 경우, 세금을 211만 원 더 내게 됐다고 한다. 32억 짜리 집 가진 사람과, 23억 원짜리 집 가진 사람이 한 달에 각각 30만 원과 18만 원을 더 내는 셈이다. 

한달에 150만 원 버는 노동자도 월세 50만 원을 집주인에게 꼬박꼬박 내는 세상이다. (안 내면 쫒겨난다. 가차없다.)

이들 '갓물주'들이 그간 턱없이 낮은 공시가격으로 '절세 혜택'을 받아왔다는 사실은 왜 빼먹을까. 물론 공시가격으로 32억 원일 뿐이지, 실제 거래 가격은 더 높다는 게 상식이다. 저런 수준의 집이면, 누구도 '19억 원 짜리 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최소 32억 원 이상 짜리 집이라고 본다. 32억 원짜리 이상 집을 가진 사람이 서민이라... 대체 자유한국당과 보수 경제지가 부르는 '서민'은 대한민국 상위 몇 %를 의미하는 걸까? 

이들이 이렇게 세금을 (조금이나마 더) 부담해야 하는 이유는 그간 주택가격이 오른 것에 따른 세금을 제대로 부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금 폭탄'이 아니고, 굳이 부르자면 '세금 정의'라 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1주택자는 공시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지난해에 냈던 보유세의 1.5배 이상을 내지 못하도록 보유세 상한선을 정해두었다. 즉, 작년에 100만 원의 보유세를 냈다면, 올해는 공시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150만 원까지만 내면 된다는 뜻이다. 한달에 4만2000원 정도 더 부담하는 수준이다. 

반면, 2주택 소유자는 2배까지, 3주택 소유자는 3배까지 보유세 상한선을 정해놓았다. 더구나 시세반영률 50~60% 수준인 공시가격으로도 20~30억 정도 하는 주택에 사는 이들은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았던 것으로 막대한 사회적 혜택을 누려왔다. '세금 폭탄'이 아니라 오히려 세금을 더 내야 함에도 적게 부담하게 만들어 준 정부의 조세 정책이 그간 한참 잘못됐다고 지적해야 맞다. 

경실련 "대기업 보유 토지는 시세 30% 수준"

재벌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이 소유하는 사옥과 부동산 등도 그간 현실화되지 못한 공시가격으로 인해 막대한 혜택을 누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7일 논평을 내고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재벌 회장들의 집과 수조 원대의 재벌사옥 등은 시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소수의 부동산 부자와 재벌, 대기업이 보유한 토지는 시세의 30% 수준의 공시지가가 책정되어, 십년 넘게 막대한 불로소득과 세금 특혜를 누려왔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법인의 경우, 개인보다 과표의 부동산 가액기준은 높고, 세율은 낮다"며 "서민과 중산층 보유 아파트는 시세반영률이 70%대에 육박하지만 고가 토지의 경우, 시세반영률은 35%수준으로 서민중산층의 절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게 왜 문제냐고? "이러한 불평등한 과세체계로 인해 재벌과 기업은 설비투자보다 토지 사재기에 앞장서며, 부동산 소유 편중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터무니없이 낮은 과세 표준 덕분에 앉아서 막대한 세금을 아낄 수 있는데, 왜 '설비'나 '사람'에 투자하겠는가. 결국 재벌 등 대기업은 서민에 비해 세율, 가액 그리고 과표의 시세반영률까지 3가지 특혜를 누린 셈이다. "이것이 재벌과 대기업 등 법인의 토지투기 땅 사재기 현상을 핵심원인으로 판단된다"는 지적은 귀담아 들을만 하다. 

터무니없이 낮은 공시 가격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대기업에 막대한 혜택을 제공해왔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 공시지가 현실화다. 그런데도 '세금폭탄' 운운하며 부동산 부자, 재벌 기득권의 스피커 노릇을 하는 게 지금의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이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언제부터 서민들 호주머니를 걱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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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