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의 나라에서 '노조' 만들면 보복 당한다?
[중국 노동자, 권리를 향해 떨쳐 일어나다 <上>]
공산당의 나라에서 '노조' 만들면 보복 당한다?

공산당의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탄압 받는다. 마르크스주의를 해석할 권리는 공산당에게만 있다. 강의실 밖에서 마르크스주의를 공부한 청년들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아울러 중국 공산당 역사로부터 영감을 받아 현실의 모순에 개입했던 청년들은 연락이 두절됐다. 세계에서 가장 큰 노동조합 연맹이 있지만, 민주노조를 만들려던 노동자들은 협박과 폭력에 시달린다. 이들과 연대하는 청년학생들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조합이 민주노조를 막고, 공산당이 마르크스주의를 탄압한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지식인들이 먼저 저항에 나섰다. 최근 <프레시안>에 긴급 기고를 했던 제니 첸(陳慧玲) 홍콩 폴리테크닉 대학교 교수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바로 가기 : 중국에서 좌익 활동가들이 사라지고 있다) 제니 첸 교수가 중국에서 벌어지는 민주노조 운동을 보다 자세히 소개하는 글을 <프레시안> 독자들에게 공개했다. 영문 원고를 성현석 기자가 번역해 소개한다. 


지난해 7월 27일, 중국 공안이 선전에서 30명을 체포했다. 이 가운데 29명은 제이식 노동자였다. 나머지 한명은 이들과 연대하는 선멍위라는 청년이었다. 그는 얼마 전에 대학을 졸업했고, 연락이 완벽하게 두절돼 있다. 더 최근에는 제이식 노동자들과 연계돼 있다고 알려진 이주노동자 센터 관계자가 단속을 당했다. 이는 다른 활동가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경고다. 제이식 노동자들의 싸움에 너무 깊이 개입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국영 매체들은 제이식 해고 노동자들이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해서 큰 충돌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미등록 불법 단체"가 선동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쓰는 글은 이런 보도에 대한 반박이다. 문제의 핵심이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뻔뻔한 위반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제이식 고용주와 중국 정부의 이익이 사태의 중심에 있다는 것도 밝힐 것이다. 여기엔 중국의 유일한 공식적인 노동조합연맹인 중화전국총공회(All China Federation of Trade Unions, ACFTU. 中華全國總工會. (중국에선 노동조합을 공회라고 부른다.))도 포함된다.


지난해 5월 초, 제이식 관리자들은 일부 노동자에게 부당한 벌금을 물렸다. 또 회사 측은 노동자들을 위한 주택기금도 제대로 내지 않았다. 이럴 어떻게 해야하나. 일단 해당 지역 단위 노동조합 간부들은 법에 기대라고 조언했다. 중국 법이 그들의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법이 보장한 영역이 있다. 


중국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25명 이상을 고용한 기업은 사업장에 기초적인 노조 위원회를 만들 수 있다. 아울러 기업 단위 노조는 그보다 상급 단위 노조의 승인을 받는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이 대목에서 중화전국총공회의 역할이 있다. 중화전국총공회의 사회경제적 목표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통제 밖에서 독립적인 노동조합이 생겨나는 것을 미리 막는 것이다. 요컨대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 설립은, 노동조합연맹인 중화전국총공회에 의해 가로 막힌다.  


1990년대 이래 중국 노동조합은 규모 면에서 크게 성장해했다. 그러나 동시에,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는 분쇄됐다. 


2005년 중반에는 약 48만 개의 외국 투자 기업 가운데 단지 33퍼센트, 그리고 민영 기업의 30퍼센트 이하에서만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해당 지역 노동조합 간부들은 꾸준히 조직화를 시도했다. 광둥성에선 2006년 말까지 외국 투자 기업의 60퍼센트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2007년에는 세계 상위 500대 기업이 중국에 투자해서 세운 기업 전부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게 목표였다. 2009년 말에는 <포천>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중국에 있는 기업의 92%에서 노동조합이 생겼다. 이 가운데는 폭스콘, 월마트 등 대기업도 포함돼 있다. 그리고 2016년 말에는 3억200만 명이 가입한, 280만 개의 기업별 노조가 생겼다. 공식적으로 중국은 세계에서 노동자가 가장 광범위하게 조직된 나라가 됐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민주 노조를 향한 제이식 노동자들의 투쟁

제이식(佳士科技股份有限公司)은 2005년 설립된 회사다. 선전 증권 거래소에는 2011년에 등록됐다. 광둥성 내 500대 기업 가운데 하나이며, 용접기기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다. 이 회사에선 창업 초기에도 노동조합 설립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실패했고, 이는 덜 알려져 있었다. 제이식 관리자들이 꾸준히 책임을 회피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임금, 노동시간, 보건 및 안전, 그밖의 복지 혜택 등에 대해 노동자와 협의할 책임 말이다. 그 사이, 다양한 문제가 쌓였고, 노동자들은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지난해 5월에야 비로소 회사 측은 "질서 있는 노조"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 움직임은 노동자들이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전례 없는 도전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었다.

제이식 노동자들을 이끄는 이들은 재빨리 89명의 서명을 받았다. 노동조합 결성을 위한 지원서 1000장을 모으는 게 목표였다. 바로 이 대목에서. 지방 정부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향한 그저 허울뿐인 지원마저 거둬들였다. 그리고 관리자들 편에 섰다. 제이식 관리자들과 지방 정부는 아주 가까워졌다. 그들은 자기네 입맛에 맞는 새로운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했다.

지난해 8월 초, 제이식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의 주도권을 깨부쉈다. 아울러 새로 만들어진 노조에선 당초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대표들이 완전히 배제됐다.

불충분한 법적 보호, 그리고 독재적인 관리 아래에서 노동자들이 서로 공유한 슬픔을 표현할 유일한 길마저 차단돼 있었다. 항의나 파업을 하는 건 아주 위험했다. 임금이나 복지에 대해 사 측으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는 것 역시 불가능했다. 더 나쁜 일도 있다. 노동조합 조직가들은 "불법 행위"를 했다며 고발당했다. 아울러 회사 측 보안요원과 지역 경찰(공안)로부터 공격당했고, 결국 회사에서 쫓겨났다. 제이식에서 해고된 유전콩, 미쥐핑, 류펑화, 리잔 등은 "사회 질서를 교란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았다"라는 죄명으로 고발당했다. 그들의 가족, 변호인 등은 끈질긴 협박과 괴롭힘에 시달렸다. 


중국 사회에선 불안정 노동이 증가 추세다. 이를 고려하면서 중국 노동조합(공회) 개혁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팀 프링글이 그런 사람이다. 그는 기업 단위에서 더 많은 노동조합이 생겨야 할 뿐아니라, 상급 단위의 역할도 더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조합 상급 단위가 현장에 대해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더 긴밀하게 반응하며, 보다 직접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베이징에 본부를 둔 중화전국총공회는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제이식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보복을 사실상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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