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가 곧 권력, 본래 그랬다
[최재천의 책갈피] <광장과 타워>
네트워크가 곧 권력, 본래 그랬다
서부극 <석양의 건맨 2 – 석양의 무법자>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일라이 월릭이 미국 남북전쟁 중 남부군이 도둑맞은 황금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은 황금이 거대한 공동묘지의 비석 아래에 묻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스트우드는 월릭의 권총에서 몰래 총알을 빼놓았다. 그런 다음 돌아서서 하는 말. "있잖아, 친구.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인간이 있어. 총알을 잔뜩 채운 총을 든 인간, 그리고 땅을 파는 인간. 자, 땅 파."

니얼 퍼거슨이 이번엔 네트워크와 권력의 역사를 정리했다. 그래서 책의 중심 주제는 '분산된 여러 네트워크와 여러 위계적 질서 사이의 긴장이 인류의 존재만큼이나 오래됐다는 것.'

고백에 따르면 그는 '그다지 위계적인 인물이 못 되며, 네트워크 형 인간에 더 가깝다.' 그래서 '이미 20대 초반에 학계에 남기로 결심했는데, 돈보다는 자유가 훨씬 좋았기 때문'이었다.

저자가 가장 즐기는 일은 '흥미를 느끼는 주제들에 대해 책을 쓰는 일'이다. 이제 와보니 그간 저술한 책들에 대한 정보 또한 각종 네트워크를 통해서였고, 그 책들 역시 여러 네트워크에 대한 책이라는 것을 아주 최근에 와서야 이해하게 됐단다.

"일단 모든 이가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정보 및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게 된다면 이 세상은 자동적으로 더 좋은 곳이 되리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트위터의 공동 창립자들 중 하나인 에번 윌리엄스는 2017년 5월 이렇게 말했다. "제 생각은 틀렸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자신의 보수주의적 입장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여러 네트워크들만으로 세상이 무리 없이 굴러갈 것이라고 믿는 것은 무정부 상태를 불러오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혁명의 소용돌이가 끝없이 줄줄이 지나가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세계에 모종의 위계적 질서를 강제해야 하며 거기에 정통성을 부여해야만 한다. () 강대국들이 지하드, 사이버 파괴행위, 그리고 기후 변화 등에 대처하는 것을 공동의 이해로써 인식하여 또 하나의 (빈 회의의) 5대 강국 체제와 같은 것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 5대 강국이 과연 19세기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공동의 명분을 위해 한 번 더 움직일 수 있을지,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크나큰 지정학적 질문이다."

결론에 동의하긴 어렵지만 윈스턴 처칠의 말은 유용하다. ‘과거로 더 멀리 볼수록 미래로도 더 멀리 볼 수 있게 된다.’

▲ <광장과 타워>(니얼 퍼거슨 지음, 홍기빈 옮김)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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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