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종식?: 정전, 제재, 그리고 평화와 비핵화의 전망(To End the Korean War? Armistice, Sanctions, and Prospects for Peace and Denuclearization)>을 주제로 열린 이날 모임에서는 버지니아대 필립 젤리코(Philip Zelikow) 교수와 서재정 교수(일본 국제기독교대학)가 각각 기조 발제를 한 후, 존 오웬(John Owen) 버지니아대 교수의 사회로 정욱식 <프레시안 편집위원> 등 전문가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발제에서 젤리코 교수는 북핵 협상에 대한 미국 측 입장은 단계적 이행이 아니라 비핵화, 평화체제, 북미 수교 등 5,6개 과제가 '동시, 병행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며 특히 비핵화의 최종 목표가 합의안에 반드시 명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재정 교수는 젤리코 교수가 제시한 포괄적 접근 방식에 동의하면서도 비핵화 과정에서의 남북한의 중심적 역할을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 고비가 될 오는 1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해결 방안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두 사람의 기조발제 그리고 질의·응답의 한글 번역본을 게재한다. 녹화 동영상은 다음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버지니아대 밀러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편집자>
통일연구원과 제 동료인 버지니아 대학교 이승헌 교수님의 도움으로 준비되고 버지니아 대학교 밀러공공정무센터에서 개최되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발표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세 가지 논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북미협상을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이라면 새롭게 부상한 외교 접근방식에 대해 아마도 혼란스러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제가 생각하는 미국의 접근방식에 대해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 한국과 북한 정부 모두 미국의 접근방식에 대해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둘째,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여러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왜 미국의 기본적 접근방식이 근본적으로 옳은지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이 기본적 접근법은 현재 미국 대통령에 대한 선호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셋째, 제가 이상적이라고 보고 있는 부상하는 평화 프로세스의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제안을 몇 가지 하고자 합니다.
먼저 미국의 새로운 외교 전략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 북한과의 외교는 통상 북한의 점진적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에 초점을 둔 단계별 프로세스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미 양자협상에서 늘 해오던 방식의 외교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패턴은 1994년에 형성되었고 많은 전문가들은 아직 이러한 접근법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994년 저는 이러한 단계적 접근방식에 대해 회의적이었습니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 미 정부에서 북미협상 관련 실무를 담당할 때에도 저는 이 방식에 대해 회의적이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과의 '트랙2' 대화에 관여하고 있을 때에도 저는 회의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저의 이러한 입장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지에 작년 기고한 투고문에서도, 작년 한국에서 열린 제주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내용에서도 저는 이러한 회의적인 입장에 대해 밝혔습니다. 저의 기고문과 컨퍼런스에서의 발표내용은 이미 잘 아실 테니 오늘 이 자리에서 저의 입장을 반복하며 여러분들을 지루하게 만들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단계적 접근방식에 대한 저의 반대 주장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해 보자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북미 양측이 합의를 할 수 없어서 결국 서로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내주게 되는 상황으로 정리 될 수 있습니다. 양측은 곧 실망하게 되고, 이것이 첫 번째로 직면하게 되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큰 문제는 이러한 프로세스 때문에 미국이 대화의 중심에 서게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사실 국면의 주도권을 쥐고 중심에 서 있어야 할 당사자는 남북인데도 말입니다.
단계적 접근방식을 옹호하는 진영에서는 통상적으로 천천히 점진적으로 진행하며 양측이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제 경험상 이러한 단계적 노력은 예상했던 대로 그 반대의 결과를 도출하고 맙니다.
북한과의 외교에서 대안을 생각해보자면 평화 프로세스 구축을 꼽을 수 있습니다. 평화 프로세스라함은 남북과 국제사회 모두가 평화에 필수요소라고 보는 모든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모든 이슈는 동시적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남북한이 중심에 서 있어야 합니다. 미국은 현 정전협정의 서명국이기도 하고 여러 이유로 이러한 대화에 꼭 필요한 당사자입니다. 중국 또한 대화의 참가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은 다른 시각을 갖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차례로 일차선 교량을 건너는 차와 같이 순차적으로 작고 단편적인 합의를 만들어 나가는 대신 다차선 고속도로를 상상해보십시오. 물론 다차선 고속도로라 하더라도 도로의 모든 차가 동시에 같은 지점에 다다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포괄적 합의에서 모든 것이 일시에 이뤄질 수는 없습니다. 포괄적 합의에는 이행 스케줄이 있습니다. 하지만 합의에서 도출되어야 할 모든 필요한 결과들,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는 명확합니다.
이러한 평화 프로세스는 여러 주제나 트랙에 대한 병행적이고 동시적 협상을 의미합니다. 현재의 혼란상태를 증명이라도 하듯 3월 10일(일) 매우 유능한 기자인 ABC의 마사 라다츠(Martha Raddatz)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합니다.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스탠포드 대학교 연설에서 '동시적 병행적'이라고 한 발언은 단계적 접근방식처럼 들리는데,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존 볼턴 안보보좌관이 정당하지 않은 질문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저는 이때가 그러한 드문 경우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동시적이고 병행적"이란 말은 "단계적"이라는 말과는 명백히 다릅니다.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의 최근 <포린 어페어스 (Foreign Affairs)> 지 기고문에도 혼선의 흔적이 보입니다. 문정인 특보는 이 기고문에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스탠포드 연설은 "비핵화의 단계적 접근방식과 동시적 이행, 평화 체제, 경제 제재의 해제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문장의 마지막 절반 정도, 즉 동시적 이행 부분은 맞지만, "단계적 접근방식"은 틀렸습니다. 스티븐 비건 대표는 그렇게 말하지도 않았고, 단계적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단계적 접근방식이 아니라 포괄적인 협의를 이루기 위한 다 트랙 접근 방식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이 점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3월 13일 언론브리핑에서 외교부 고위급 관료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에 합의하기 위한 다 트랙 협상이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것이 정확한 분석입니다.
문정인 특보는 기고문에서 포괄적 합의를 "전부 아니면 전무(all-or-nothing)", "선 해체와 후 보상" 모델에 비유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제안과는 다릅니다.
해체와 보상 모두가 똑같은 합의문에서 명시되고 합의될 것입니다. 해체와 보상의 이행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협상의 당사자 모두가 본인이 바라는 최종 상태를 가시적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말씀 드리겠습니다. 미 정부가 추구하는 포괄적 합의라 함은 협상 당사자 모두가 평화구축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 각각의 바람직한 최종 상태에 대해 적어도 상당한 기간 동안 합의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러한 합의에 대한 이행은 그 이후의 시간표에 따라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단계적 접근방식은 바람직한 최종 상태에 대해 합의를 하는 것을 너무 어려운 목표라 간주합니다. 그래서 단계적 접근방식은 합의의 순서를 정하는 것에 만족하고, 항구적 평화 요소에 대한 합의는 나중으로 미룹니다. 과거 경험을 보면 이러한 순서는 첫 번째나 두 번째 단계를 넘어선 선례가 없습니다. 필자의 예측에 따르면 현재 시점에서 이러한 단계적 접근방식은 실패로 돌아갔는데, 이 방식 하에서는 양측 모두가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제공할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협상 진전에 필요한 정치적 기반 또한 양쪽 모두에서 무너졌습니다.
포괄적 평화 프로세스를 위해서는 분명 해야 할 일이 다양한 트랙에 걸쳐 있습니다. 2018년에 열린 일련의 정상회담은 네 개의 트랙에 기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지금 미 정부는 적어도 다섯 개의 트랙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필자는 기고문에서 여섯 트랙을 제안했습니다. 밥 졸릭(Bob Zoellick)은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 최근 칼럼에서 필자의 주장과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며 다섯 개의 트랙을 제안했습니다. 트랙이 몇 개이든 효과만 있다면 찬성입니다.
이러한 트랙과 함께 평화 프로세스에는 포괄적인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스탠포드 연설문을 본 사람이라면 비건이 얼마나 자주 "포괄적" 과 "로드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반드시 논의되어야만 하는 이슈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해봅시다. 이러한 이슈로는 1) 남북관계 개선을 포함한 한국 및 주변 수역의 정세 정상화, 2) 그 외 다른 국가와의 외교 관계의 정상화, 3) 현 유엔안보리 제재 대상인 북한의 핵무기,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4) 한반도 내 재래식병력의 현재 규모 및 배치, 바람직한 신뢰구축조치, 5) 경제 원조 가능성을 포함한 바람직한 경제 및 무역 관계, 6) 관련된 인도주의적 문제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인도주의적 문제로는 미국의 주요 관심사인 한국전쟁 중 전사한 미군의 유해 발굴 및 송환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슈들은 사실상 모든 문제들을 포괄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맞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안건들이 평화를 위한 진짜 안건이기도 합니다.
포괄적인 다 트랙의 협상의 모든 트랙에서 각 협상 당사자는 원하는 결과에 대해 명료하게 설명합니다. 이것이 협상입니다. 합의가 되지 않는 영역은 괄호로 묶어 나중에 합의할 사항으로 뒤로 제쳐 놓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해결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원하는 결과물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협상 당사자들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전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지에 대해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필자의 두 번째 주장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여러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필자가 왜 이러한 기본적 접근방식이 근본적으로 옳다고 믿는지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간단한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평화를 위해 양쪽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먼저 북한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이 핵무기, 생물학적 무기, 신경가스, 탄도미사일의 필요성에 대해 주장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정당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무기를 제거하기 위해 북한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 북한은 특정한 정치적, 경제적, 또는 안보적 조치를 원할 것입니다. 협상의 모든 트랙에서 북한은 자신이 원하는 요구를 제안하고 이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북한이 주한미군에 대해 언급하고 싶어 할 것 같지는 않지만, 만약 그렇다면 북한이 원하는 것에 대해 요구를 할 수 있는 트랙이 열려야 합니다.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는 스스로가 미 육군, 해군, 공군의 주둔 및 철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미국정부의 한결같은 입장이었습니다. 한국에는 부분적으로 미국의 노력 덕분에 진정한 민주 정부가 들어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한국이 내리는 어떠한 선택에 대해서도 존중할 것입니다.그렇다면 평화를 위해 한국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려해봅시다. 한국인들은 핵무기 이외에도 중요한 관심사를 갖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민주 정부는 협상에서 이러한 이슈들을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평화를 위해 미국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많은 국가의 입장을 대표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국제법 및 조약에 의거하여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 일정한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국제법 및 직접 서명한 조약을 위반하며 획득한 모든 무기의 처리 과정에 대해 논의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유엔안보리가 공식적으로 채택한 입장을 대변할 것이며, 이는 2006년에 채택한 결의안 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다 트랙 평화 프로세스는 단지 무기 자체에 대해서가 아니라 무기가 필요했던 이유에 대해 논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한국인들은 평화에 관련된 모든 안건을 다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포괄적 접근방식에 대한 한 가지 반대 의견을 보겠습니다. 반대 진영에서는 북한이 정권 생존을 위해서 대량살상무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절대로 포기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의 진의를 들여다보면 사실 이렇습니다. "세계는 북한과 화해를 하거나 제재 해제를 상당부분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북한은 핵과 생화학 무기와 이에 대한 장거리 운송체계로서 탄도미사일을 소유할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이 이해는 갑니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해는 갑니다.
국제사회가 단결되어 합의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2006년에서 2017년까지 유엔안보리의 모든 결의안이 채택된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이러한 이유가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엔이나 미국에서 불법적인 북한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용인하고, 이러한 무기는 그대로 둔 채 제재를 해제해준다면 다른 국가들은 이를 하나의 선례로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지 현재 미 행정부의 입장일 뿐만이 아니라 다음 미 행정부의 입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저는 북한의 무기가 그대로 방치될 경우 한국사람들이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현재 예닐곱 종류의 엄청나게 위험한 무기를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래는 여러 방향으로 펼쳐질 수 있습니다. 한국과 지역의 다른 국가들은 북한 군사적 위협의 향방에 대해 우려를 표할 권리가 있습니다.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주장의 더욱 정교해진 버전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미국외교협회(the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리차드 하스(Richard Haass) 회장은 창의적이게도 최근 북한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 즉 완전하고 진실한 무기프로그램 신고를 통한 동결과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신뢰 할 수 있는 국제 시찰을 주장했습니다. 리차드 하스 회장은 이러한 검증 가능한 동결에 제재 중단이 동반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의 제안은 이란 핵 협정과 비슷해 보이지만 이는 무기 개발의 예방이나, 현존하는 무기의 폐기보다는, 단지 이를 봉인하는 것에 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리차드 하스 회장의 제안은 사실 단계적 계획이 아닙니다. 야심차보이긴 합니다. 하스 회장이 제안한 포괄적 합의안의 주요 결과로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 및 금지된 무기의 해체라기보다는, 적어도 몇 년 간 북한의 이러한 무기 사용을 억제할 수 도 있는 검증 가능한 동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스 회장도 주지하고 있다시피 완전하게 검증 가능한 동결조차 실제로 달성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검증 가능한 동결이라는 결과에 만족할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포괄적 접근방법에 대한 또 하나의 반대 의견으로는 평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완성하는 것, 그리고 관련된 모든 입장을 나열하고 자세히 논의하는 것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이런 문제가 불거져 왔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그렇게 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기를 희망하지만, 시간이 걸린 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주어진 이 시간을 아주 잘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요 안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기술하는 작업은 각 정부로 하여금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와 이를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더 치열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게 만들 것입니다. 분명 북한 정부는 여전히 국가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며 주요 변화를 준비하고 계획하는데 있어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남북한이 함께 미래 경제 협력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포괄적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반대하는 진영의 또 다른 논리로는 북한이 빠른 제재 해제를 얻지 못했을 경우 좌절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미사일 혹은 핵실험 재개와 같이 도발적인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는 분명 위험 요소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에 기초한 북한의 행동이 2006년부터 오늘날까지 북한에 부가된 모든 제재를 야기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북한 사람들이 과연 제재의 결과로 국가가 더 잘살게 되었다고 믿고 있을까요?
북한 정부는 그 어느 것보다도 정권 생존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는 분석을 종종 접할 때가 있습니다. 북한에 있는 전문가들을 포함한 분석가들은 더욱 도발적인 군사 행동과 그 결과가 정권의 생존 가능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시적인 평화 프로세스의 존재 및 운용은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도자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우호적인 제스처는 상황을 더욱 좋게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에서도 남북 공동 프로젝트나 비무장지대에서의 신뢰구축 조치 와 같은 다양한 우호적 제스처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우호적 제스처가 유엔안보리 제재체계의 기본적인 구조를 와해시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일례로 하노이 북미 정상되담에서 문정인 특보는 한국은 한 종류의 교환을 전제로 단계적 접근방식을 제안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특보는 이제 다른 종류의 단계적 접근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북 경제 교류 협력을 대가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생산 프로세스의 해체를 제안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 특보의 제안으로는 북한의 현존하는 핵과 생화학 무기 혹은 미사일 무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남북 공동 경협 프로젝트로는 아마 개성공단 재개가 될 것 같은데, 개성공단 또한 슬프고도 추한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역사는 차치하고 저는 개성공단 재개는 유엔 제재체계의 근간을 실질적으로 와해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수반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핵물질 생산 시설 해체 제안에 대해 듣고 저는 2007년 단계적 합의를 상기했습니다. 당시 그 합의는 빠르게 무산되었습니다. 부분적인 이유로는 북한이 비밀리에 생산하고 있는 고농축우라늄 시설을 미국이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북한이 시리아에 원자로를 건설 중에 있음을 발견한 것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여기에 이란도 개입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시리아 작업은 이스라엘 군사 작전으로 인해 중단되었습니다. 이 사례가 왜 "단계적" 전략이 신뢰 구축으로 이어지지 않는지에 대해 예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정인 특보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포함한 "포괄적 합의"와 합의된 단계에서 실행될 수 있는 "북한이 원하는 것"에 대한 이행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평화를 위한 돌파구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기술하며 기고문의 끝을 맺습니다. 이러한 포괄적 합의를 추구하는 것의 가치에 대해서는 저도 문 특보와 의견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정한 평화 프로세스 구축은 어려운 작업이 될 것입니다. 저의 오래된 동료인 스티븐 비건 대표는 스탠포드 연설에서 "지나간 일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더 많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는 절제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저가 기대하는 평화 프로세스의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몇 개의 제안을 하겠다고 약속 드렸습니다.
1. 정부는 제도적이고 공식적인 과정을 통해 평화 프로세스 구축을 시작해야 합니다. 적당하게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평화 프로세스의 시작을 발표하십시오. 논의되고 있는 이슈의 목록에 대해 설명하십시오. 회담을 위한 상시 장소를 개설하고 협상에 임할 대표단을 구성하십시오.
이러한 발표는 대중의 혼란을 일부 완화해 줄 수 있고 평화 구축이 공동의 목표임을 시민들에게 재확인시켜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논의 모두가 꼭 직접적으로 미국을 포함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는 결국 더욱 다자적일 필요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2. 통일연구원, 스탠포드 그룹 같은 조직에서 매우 가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슈 별로 주어진 목표에 관해 실행 가능한 세부사항을 담고 있는 초안을 작성하십시오. 대안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하십시오. 정부와 관심있는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공하십시오. 이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평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안건의 일부로써 앞부분에서 언급한 여섯 개 세트의 이슈 리스트로 돌아가 봅시다. 스스로에게 자문해봅시다. 이 여섯 개 분야 각각에 대한 바람직한 최종상태가 이를 뒷받침 하는 분석과 함께 문서로 기술되고, 실행 가능한 용어로 작성되어 있으며, 이행을 위한 논리 정연한 개괄적인 스케줄과 함께 잘 제시되어, 한국 내에서 분명한 이해가 존재하는가? 분석가들은 이를 위해 해야 할 많은 과제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스탠포드 그룹은 비핵화 프로세스를 위한 명확한 시한 및 이행 조치를 기술하는데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에 대해 분석하여 발표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저는 많은 외교 협상에 관여해왔습니다. 복잡한 다 트랙 안건 같은 것이 종종 필요 할 때도 있었습니다. 1990년대 독일을 위한 최종 해결책 협상에 관여하고 있을 당시 2+4 회담(Two Plus Four talks)에서는 다양한 트랙이 존재했습니다. 또한 이와 관련된 몇 개의 매우 복잡한 병행적 협상도 있었고, 여기에 몇몇 다른 국가도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예외적인 사례이지만 그 외 다른 예시도 많습니다.
평화 구축에서 복잡한 다 트랙 협상은 드물지 않습니다. 북한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이것이 드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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