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말한 北 핵시설 5곳, 문제 해결의 열쇠!
[정욱식 칼럼] 한미정상회담에 바란다(중)
트럼프가 말한 北 핵시설 5곳, 문제 해결의 열쇠!
나는 앞선 글에서 선택과 집중형 'FFVD'를 한국식 해법의 요체로 삼아보자고 제안했다. 미국이 집착해온 FFVD는 '확대와 산만형'이라 결코 실현될 수 없는 것이기에, 우리가 대안을 제시하면서 지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일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첫날 논의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협상은 여전히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 관계자들은 영변 핵시설이 북한의 핵능력에서 "40~60%를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분석에 따르면 영변 핵시설 폐기는 북핵 능력의 절반 정도를 제거하는 셈이 된다. 결코 작지 않은 성과인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핵심적인 문제는 남는다. 하나는 영변 이외의 핵시설 문제이고, 또 하나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핵물질 문제이다. 이 두 가지 문제의 해법도 마련되어야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상응조치도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첫 번째 문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목할 만한 발언을 내놨다. 5월 1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핵시설 한두 곳을 없애길 원했지만", 미국은 다섯 곳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들 시설도 모두 없애야 한다고 김정은에게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김정은이 동의하지 않자,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회담장을 떠났다는 것이 트럼프의 주장이다. 다만 그는 다섯 곳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현지 시각) 북한과 정상회담을 예정보다 일찍 종료한 뒤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핵무기 완성 주기에는 5가지 시설 필요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면 트럼프가 언급한 "한두 곳" 가운데 하나는 영변 시설이 분명하다. 나머지 하나는 북한이 작년에 폐기한 풍계리 핵실험장이나 폐기 의사를 밝힌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언급한 "나머지 세 곳"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트럼프가 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기 위해 특유의 과장된 화법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시설을 핵시설로 오인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으며, 미국이 위성 정보에 기반해 확신하고 있는 영변 이외의 핵시설일 수도 있다.

더구나 트럼프가 언급한 것이 영변과 같은 지역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핵무기 완성 주기에 필요한 개념상의 시설을 의미하는지도 불분명하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면 교착상태를 타개할 돌파구 마련이 어려워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핵 능력을 개념상의 시설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상 핵무기 완성에는 5가지의 시설이 필요하다. 핵물질 생산 관련 시설, 핵무기 연구·개발 시설, 핵탄두 생산 및 핵미사일 조립 시설, 핵실험장, 핵탄두 배비 시설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지만, 트럼프가 언급한 5곳의 시설과 개념적으로는 일치하는 셈이다.

장소보다는 개념상의 접근이 필요한 이유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의 로드맵을 짜는 데에 훨씬 유용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실험장은 이미 폐쇄한 만큼, 향후 프로세스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핵물질 생산 중단이고, 둘째는 핵무기 생산 중단을 위한 관련 시설의 폐기이며, 셋째는 핵물질과 핵무기의 폐기이다. 이들 세 가지 조치는 순차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지만, 일부 조치는 동시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첫 관문은 어떻게 넘을까?

첫 관문은 북한의 핵물질 생산 완전 중단과 이에 대한 상응조치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대북 제재의 상당한 완화를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을 통째로 폐기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는 과도한 반면에 핵시설 폐기에 '+알파'가 담기지 않았다며 거부한 바 있다.

개념상의 접근이 필요한 이유는 이 지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장소를 중심으로 접근하면 영변 이외의 핵물질 생산 시설, 특히 우라늄 농축 시설 논란은 끊이지 않고 제기될 수밖에 없다. 가령 1단계 비핵화 대상이 영변 시설로 한정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에서 엄청난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영변 이외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직접 언급한 바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반면 비핵화의 1단계 조치를 핵물질 생산 중단으로 상정한다면, 문제 해결의 돌파구는 마련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영변 이외의 우라늄 농축 시설 의혹도 다룰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2월 28일 하노이 기자회견에서 '영변+알파에 '제2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 포함된 것이냐'는 질문에 "정확하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제시하자 북한이 놀랐다"고 주장했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

트럼프가 제2의 농축 우라늄 시설의 위치를 안다고 밝힌 만큼, 외부 전문가들의 현장 방문을 통해 확인부터 해보자는 것이다. 확인 결과 우라늄 농축 시설이 맞다면 북한은 마땅히 폐기에 동의해야 하고 다른 시설이라면 추후 협의 과제로 넘길 수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방안을 중심으로 첫 관문의 돌파를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정확한 입장을 파악하는 것도 선행되어야 한다.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대북 특사 파견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를 통해 영변+알파를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인 폐기와 제2의 우라늄 농축 의혹 시설에 대한 현장 방문으로 범주화해서 트럼프와 담판을 지어야 한다.

물론 첫 관문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큰 관문, 즉 '빅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종 상태(end state)에 합의하면 여기에 도달하기 위한 여러 관문의 통과도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wooksik@gmail.com 다른 글 보기
▶ 필자 소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