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저택' 대신 황금종려상 품은 '전주영화종합촬영소'
"기생충을 계기로 전주 하면 딱 떠오르는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2019.06.05 20:44:57
영화속 '저택' 대신 황금종려상 품은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최인 기자

전북 전주에서 60% 가량 제작됐다고 하는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게 되면서 영화의 도시 전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니, 전주 어디에 그런 화려한 저택이 있었어?" 이런 궁금증을 안고 5일, 전주영화종합촬영소를 찾았다. '기생충'때문에 전주영화종합촬영소를 찾아오는 기자들 대부분이 "박사장(이선균 분)네 정원이 아름답고 고급스런 저택이 어디에 있냐?"며 똑같은 질문을 했단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는데, 취재기자들이 역시 전주영화종합촬영소를 찾아가 "기생충을 진짜 여기서 찍었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기자 역시 영화를 보면서 "아, 저 고급스런 저택은 아마 서울의 어느 고급 주택을 빌려서 촬영했을거야"라는 생각을 했었다.

5일 오전 전주영화종합촬영소를 찾아 백정민 운영팀장을 만나자마자 기자 역시, 박사장네 저택이 그래도 흔적이라도 남아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그 질문부터 했다.

돌아온 대답은 "이미 모두 철거됐다"는 것였다. 영화 촬영을 마침과 동시에 제작사측에서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철거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 저택이 잠시나마 머물렀던(?) 곳이 어디냐고 묻자 백정인운영팀장은 기자를 이끌고 텅빈 야외세트장으로 안내한다.

아쉽게도 저택은 물론, 탁 트인 거실 창 밖으로 정원수에 둘러 쌓여 아름답게만 보이던 정원조차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기생충에서 박사장(이선균 분)네 저택 세트가 서 있던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야외세트장 일부분 ⓒ최인 기자

2008년도에 문을 연 전주영화종합촬영소는 실내스튜디오와 야외세트장을 겸비한 곳으로는 전주가 처음이라고 한다. 규모는 1만5,000평가량의 중급 스튜디오로 영진위가 관리하는 남양주를 제외하고는 규모면에서 제일 크다.


기생충에서 주 무대가 되는 박사장(이선균 분) 저택은 서울의 모 기업 회장의 저택을 벤치마킹해서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야외세트장에 지어 촬영했다고 한다. 평수로는 백여평정도로 상당히 많은 예산을 들여 지었고, 지하로 이어지는 통로는 실내스튜디오 안에 세트를 만들어서 촬영됐다.


백정민 팀장은 "언뜻 보기에도 견고하게 잘 지어져서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의 느낌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미술비로 상당한 금액을 아낌없이 지출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백팀장은 특히 "영화를 제작할 때 대개가 세트시설에는 토목공사를 심각하게 안 하는데, 봉감독은 박사장네 저택을 지으면서 심지어 콘크리트 타설까지 하면서 지었고, 영화에서 아름답게 보였던 정원조경도 정원수를 지역업체에 빌려서 식재까지 했고, 촬영을 마친 후에  지역업체에 다시 떠 갔다."고 말했다.


그래도 한국에서 처음으로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이니, 세트장이 존치돼 있으면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영화 기생충의 저택 지하공간이 마련됐던 실내스튜디오에서 영화에 얽힌 얘기를 해주고 있는 전주영화종합촬영소 백정민운영팀장 ⓒ최인 기자

"전주영화종합촬영소의 야외세트장은 초반 구성때부터 염두에 둔 것은, 양수리나 다른 지자체에서 부지를 세트장으로 빌려줄 때 인기를 얻으면 그대로 보전하려고 하는데, 영화세트라는 게 좋은 자재를 안쓰고, 또 보여주기 위한 세트이기 빼문에 또 그것을 관리운영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전주는 지었다가 철거하는 '가변형'으로 운영해보자고 결정했고. 그래서 부지만 빌려주고 거기에 모든 행정적 서비스나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서비스 제공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영화 100년사에서 처음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주무대 저택도 영화속에만 남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곳에서는 또 다른 영화세트가 새로운 도전과 목표를 향해 만들어지고 철거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왠지 허전하기도 했지만,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생충 영화속 또다른 가족이 살던 지하통로 세트가 만들어져 촬영됐던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제2실내스튜디오 ⓒ최인 기자

백정민 팀장은 "영화 제작자들이 세트를 짓기 위해 부지를 얻으려면 여러 가지 제반적 비용부담이 큰 데다, 특히 어려운 점이 토지승락 등의 행정절차인데 그러한 까다로운 행정적인 부분들을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서는 쉽게 해결되니 그게 전주영화종합촬영소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리라 생각했었나? 라는 질문에 백팀장은 "봉감독이 아주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해서 잘 알 수는 없었지만 느낌 상으로 칸 영화제를 겨냥해서 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답했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는 제작진들이 더 선호한다고 한다. 전북의 여러가지 소재가 로케를 묶어서 가는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다, 스튜디오를 이용하는 측면에서 봐도 현대화된 각종 장비를 갖추고 있는데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른 곳에 비해 훨씬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영화 '기생충' 역시 스튜디오에서 선호하는 장기프로젝트로 넉달 이상을 전주에서 촬영했다. 이로써 지역에서 유발되는 지역경제 활성화 유발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오른 봉준호감독의 별명 "봉테일"이 돋보였던 부분도 있었다고 한다.

영화 속 '박사장 저택'의 조명시설을 단순한 영화속 조명이 아닌 실제 가정에서의 조명을 원했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750kw정도의 전기연결이 필요한데, 야외세트장에는 5~10kw의 용량밖에 공급이 불가했다고 한다.

한전에 연락해서 다시 세팅을 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야 할 상황에서 제2실내스튜디오에서 긴급히 전기를 연결해 불편과 추가비용부담을 크게 덜어줬다고 했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서의 영화제작은 제반조건과 대여비 측면에서 제작파트와 피디들이 더 선호한다고 한다.

선택 유도할 수 밖에 없었고 전주가 설득력이 있었고 봉감독도 그런 측면에서 전주영화종합촬영소를 선호했던 것 같다.

'황금종려상'을 품은 전주영화종합촬영소의 다음 목표는 '글로벌스튜디오' 조성이다. 영화관계자들은 한국이 로케이션 고갈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화 촬영을 위해 갈 수 있는 곳이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봉준호감독이 10여년 전에 만들었던 '설국열차' 역시 국내에는 1,000평 이상의 세트장이 없어 외국에 나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또 다른 황금종려상을 기대할 수도 없다.

또한 전주영화종합촬영소의 트랜드화가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전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설 세트화 기반도 필요하다"고 전주영화종합촬영소 백정민운영팀장은 진단한다.


그는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세트가 상시 구비돼 있어 언제나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가 조성돼 있을 때 영화의 도시 전주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영화 '기생충'이 잘 돼서 알아 보니 전주에서 찍었대"가 아니라 "전주하면, '기생충' 거기에서 찍었잖아!" 이렇게 "전주 하면 딱! 떠오르는 영화가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면서 말을 맺었다.

chin580@naver.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