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토탈 화학사고, 소름 돋는 치명적 장면들
[안종주의 안전사회] 화학사고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상)
한화토탈 화학사고, 소름 돋는 치명적 장면들
화학 안전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시민들은 불안하다. 지난 5월17일 한화토탈 대산공장 스티렌모노머 유출사고를 계기로 이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 주변 주민 모두가 불안에 떨고 있다. 2012년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 유출 사고 이후에도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서 유해화학물질이 누출돼 인명피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아예 못 믿겠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기업을 관리·감독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신뢰를 하지 않고 있다. 사고가 나도 미봉에 그치는 이런 식의 화학물질 관리는 더는 안 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화토탈 대산공장 사고는 물론 최근 일어난 화학물질 누출사고에 대한 종합점검과 이를 토대로 한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 한화토탈 사고의 원인을 비롯한 전반적인 문제점과 최근 일어난 화학사고, 그리고 정부의 관리 실태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대책 등을 차례로 살펴본다. 

먼저 환경부, 고용노동부, 충남, 서산시, 한국환경공단, 산업안전보건공단, 시민참여단으로 구성된 관계 기관 합동조사단이 5월31일 발표한 중간발표와 회사 쪽이 지난 4일 밝힌 사고원인 및 대책을 중심으로 지난 5월17일과 18일 일어난 한화토탈 대산공장 스티렌모노머 유출 사고를 살펴보자.

5월17일 오전 11시 45분께 스티렌모노머(단량체) 제조 공정 가운데 공정에서 나오는 스티렌모노머가 섞인 남은 기름을 보일러 연료로 쓰기 위해 담아 두는 탱크 상부에서 하얀 유증기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증기가 나온다는 것은 탱크 내부가 뜨거워져 기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회사는 자체 소방차를 동원해 12시10분께부터 탱크 내부를 식히기 위해 외벽에 물을 뿌려댔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스티렌모노머는 상온에서도 중합반응이 일어난다. 온도가 증가할수록 더 빠르게 중합반응이 진행된다. 증기가 새어나오기 시작했을 때 이미 탱크 내부에 설치된 온도계의 눈금은 섭씨 56도를 가리켰다. 스티렌모노머 중합반응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시점이었다. 

탱크 내부 온도는 1시간여 만에 매우 빠른 속도로 100도를 향해 치솟고 있었다. 이는 온도가 65도 이상 올라갈 경우 스티렌모노머라는 물질의 특성 상 물을 뿌리는 등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막을 수 없는 폭주반응(run-away polymerization)이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탱크 부착 온도계는 100도까지만 잴 수 있어서 탱크 내부 온도가 최종 얼마까지 올라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탱크 폭발이 염려되는 급박한 순간이 왔다.

한화토탈, 119에 신고 않고 관계기관에도 알리지 않아

12시23분께 스티렌모노머와 남은 기름 성분이 탱크 상부 비상배출구를 통해 벌겋게 마구 뿜어져 나오는 1차 분출이 40초간 일어났다. 회사는 최초 유출에 이어 대규모 분출 때도 외부 어디에도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1차 대규모 분출이 있은 뒤 12분 뒤, 최초 유증기 누출로부터 50분 뒤에 비로소 서산소방서에 사고 사실을 알렸다. 회사 인근에 있는 서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에는 알리지 않았다. 

119에 신고하면 소방서와 방재센터 등 관련 모든 기관에 즉각 사고 사실이 전파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회사 사고대응 매뉴얼에도 화재·구조·구급 등 위급 상황 발생 시 119에 신고하게끔 나와 있는 것을 무시한 것이다. 대신 소방서에 개인유선으로 연락했다. 이 때문에 서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산업안전팀은 12시50분께 회사로부터, 환경팀은 회사 노조 간부로부터 12시52분께, 서산시 환경지도팀은 12시53분께 회사로부터 각각 사고 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관계기관 담당자들은 2~4차 분출이 일어난 오후 1시5~11분께 또는 그 직후 현장에 도착했다. 대산읍 주민들은 대규모 4차 분출이 일어난 1시11분에서 17분이 더 지난 뒤 서산시가 알리는 마을 방송을 듣고 사고 소식을 알 수 있었다.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 상황실은 충남소방본부가 내보낸 상황전파 메시지를 받은 1시25분에서야 사고 상황을 알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총체적 부실 경보와 알림이었다. 

스티렌모노머 대부분 지나가고 난 뒤 간이 측정 

서산방재센터 환경팀은 1시30분~50분께 사고지점과 부지경계선에서 스티렌모노머 농도를 휴대용간이측정기로 쟀다. 이미 대부분의 유해물질이 지나가고 난 뒤였다. 대산읍 마을 주민들에게 분출된 유해물질이 스티렌모노머라는 사실을 서산시가 마을주민방송을 통해 알린 때는 2시27분이었다. 그때서야 주민들은 정확한 유해물질의 종류를 알 수 있었다. 상황이 종료되어 갈 때쯤이었다. 

이미 주민들은 상당량의 악취가 나는 스티렌모노머를 들이마셨다. 이날 오후부터 자정 넘어서까지 서산의료원은 한화토탈 노동자와 입주·협력업체 노동자, 그리고 주민들로 북적였다. 서산중앙병원에도 노출 환자들이 내원했다. 주민 1627명(일부 복수 방문)과 노동자 1011명 등 모두 2638명이 어지럼증과 구토,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고용노동부 대산출장소는 오후 5시30분께 스티렌모노머 1 공정의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17일 일어난 사고는 오후 2시40분께 스티렌모노머가 다량 함유된 유증기 발생을 막는데 성공하면서 끝났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 3시40분께 다시 사고 탱크에서 유해물질이 누출되는 2차 사고가 일어났다. 회사는 이를 외부로 알리지 않고 외벽에 물을 뿌리는 대응을 했다. 오전 5시41분께 소방 출동을 요청하지 않고 서산소방서에 상황만 알렸다. 오전 6시께 유해증기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방제거품제를 탱크내부에 집어넣었다. 오전 7시40분께 탱크온도가 내려가 더 이상 유해증기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회사는 밝혔다. 두 차례에 걸친 스티렌모노머 누출 사고는 이렇게 끝났다. 

사고 원인과 사고 경과는 회사와 합동조사단의 조사로 어느 정도 파악됐다. 지금은 고용노동부가 노조 파업 중에 일어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사고가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과 사고 전후 노동자와 간부 등의 역할과 책임 소재, 그리고 노동 조건 등을 따지는 특별근로감독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7일부터 본격적으로 대산읍과 서산시청에서 피해자 신청을 접수받을 예정이다.

한화,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문화 구축 위해 노력 홍보해와

한화토탈은 삼성그룹이 투자부문 구조조정 과정에서 석유화학 부문에서 손을 떼면서 한화그룹이 인수, 삼성토탈이 이름을 바꾼 국내 대표적인 석유화학기업이다. 프랑스의 토탈그룹과 5대 5 합작한 이 회사는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등의 폴리머(중합체) 생산과 에틸렌, 프로필렌, 파라자일렌, 스티렌모노머와 같은 기초 화학물질 생산, 그리고 연료유와 용제, 엘피지 등의 에너지 생산을 하고 있다. 스티렌모노머는 국내 생산의 40% 점유율을 보이는 1위 기업이다. 지난해 연 매출이 11조 원을 넘었고 영업이익도 연 1조 원을 웃돈다. 

한화토탈은 케미칼과 에너지 부문에서 글로벌 리더를 자임한다. 특히 안전·보건·환경을 경영 활동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문화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고 대내외에 적극 홍보해오고 있다. 국내 최초로 국제안전등급 심사에서 8등급이라는 우수 등급을 받았다고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어처구니없는 대형 유해물질 누출사고가 생기면서 이런 선전과 자부심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았다.

사고는 공장 점검과 정기 보수 등을 위해 가동을 멈추었던(3월27일~5월4일) 스티렌모노머 제조공정을 재가동해 운영하는 도중 일어났다. 평소 현장에서 이 공정을 다루었던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 폭 등을 둘러싸고 단체협약이 결렬돼 파업 중이었다. 

노조, 사고 20여 일전 재가동 매우 위험 강조 기자회견 

회사는 대체인력과 간부 엔지니어 등을 동원해 스티렌모노머 공정 2개 라인 가운데 1개 라인을 5월5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 노조 등은 4월25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숙련되지 않은 인력을 가지고 재가동을 할 경우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회사는 이를 무시했다. 

노조의 경고처럼 공정 가운데 고순도 스티렌모노머를 정제·회수하는 마지막 탱크에서 이상반응으로 중합체가 많이 발생해 배관이 막혔다. 부득이 이 공정을 생략한 채 스티렌모노머의 함량이 매우 높은 물질을 잔사유를 보관하는 탱크로 보냈다. 

이 스티렌모노머가 다량 들어 있는 잔사유를 제때 보일러용으로 사용해야 뒤탈이 없음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6일씩이나 보관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스티렌모노머 폭주반응과 유해물질 누출은 그 뒤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대형 사고가 터진 뒤 노사 모두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임금협상을 마무리하고 파업을 풀었다. 

회사는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스티렌모노머 중합반응이 생기는 것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탱크에 스티렌모노머 함량이 평소보다 4배 이상 높은 40% 스티렌모노머 잔사유를 탱크로 보내놓고 온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중합반응 발생 가능성이 높은 내용물을 탱크로 흘려보냈으면 장기간 보관할 경우 중합반응이 일어나기 매우 좋은 조건이 형성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관리를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시인했다. 

무리한 재가동은 임금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 때문?

마지막으로 제때 적절한 농도의 반응 억제제를 투입해야 했음에도 반응 억제제 분석과 농도 관리를 전혀 하지 못한 치명적 오류를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고의 화학·에너지 기업을 지향하는 굴지의 대기업에서 기본을 갖추지 못한 아마추어 공정관리와 안전관리를 한 셈이다.

회사는 간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고량의 스티렌모노머 성분이 정기 보수 후 재가동 중 스티렌모노머 회수탑(칼럼) 내부에 폴리머가 발생한 점을 꼽았다. 이 때문에 스티렌모노머 잔사유 가운데 스티렌모노머 함량이 평소에는 10% 이하였지만 사고 당시 비정상적으로 40%나 됐다는 것이다. 

회사가 이처럼 정상 가동 능력이 안 되면서도 무리하게 스티렌모노머 제조 공정을 가동한 까닭이 대체 뭘까? 이에 대해서는 회사, 합동조사단 등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고 있다. 현장을 잘 아는 노조원이 없어도 정상가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노사협상에서 회사 쪽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회사의 이런 방침에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간부 어느 누구도 무리한 재가동을 반대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고 분석해볼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내부고발이나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

이번에 드러난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회사 쪽이 심각한 사고가 났고 이로 인해 주민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음에도 119에 연락조차 하지 않고 소방서와 방재센터 등에도 늑장 연락을 하거나 아예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회사 책임자는 재난 대응 매뉴얼이나 평소 교육을 통해 늦어도 15분 안에 사고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이번 사고 때 유증기 누출과 폭발을 막는데 집중하느라 신속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앞서 살펴본 충남 서산의 대산공단 한화토탈 스티렌모노머 유출사고의 경과와 원인, 그리고 대처는 한마디로 미숙과 부실로 점철되어 있다. 그나마 유독성이 약한 스티렌모노머란 물질이 유출되었기에 다행이다. 미량이라도 치명적인 물질이 유출되었더라면 돌이킬 수 없는 재난으로 기록될 뻔했다. 한화토탈 사고를 또 하나의 화학사고로 치부하지 않고 우리 사회가 교훈으로 새겨야 할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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