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팅' 당한 공익제보자, 경찰·YG 유착 '물타기'?
공익신고자 신분을 함부로 노출하는 언론, 가장 이익을 볼 집단은?
2019.06.14 17:02:26
'아웃팅' 당한 공익제보자, 경찰·YG 유착 '물타기'?

YG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아이콘 리더였던 비아이의 마약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인물(A씨로 지칭되던 인물)이 YG 연습생 출신 H씨라는 보도가 나왔다. 공익제보자가 이른바 '강제 아웃팅'을 당한 셈이다. 


H씨는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비아이의 마약 의혹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전날 <디스패치>는 과거 비아이와 'A씨'간 나눈 카톡 내용을 보도하면서 비아이의 마약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주목할 점은 H씨가 '아웃팅'한 배경이다. H씨 스스로가 제보자임을 밝힌 것은 전날 오후, 언론에 의해 자신이 제보자로 지목된 'A씨'임이 드러나 버렸기 때문이다. 한 언론사는 '비아이 마약 의혹 메시지 상대 A씨는 OOO'라는 기사를 통해 공익제보자의 신원을 노출시켰다.

이 보도 이후, 대중의 관심은 '비아이 마약 의혹'에서 'H씨'로 넘어갔다. H씨는 빅뱅 탑과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 등으로 2017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보호관찰 120시간 등을 선고받은 바 있다. H씨는 이미 SNS 공간에서는 유명인사였다. '페미니스트 선언'을 하면서도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기도 했고 유명 배우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른바 '논란의 인물'이니 언론의 관심은 사건의 본질보다는 자연히 H씨의 신상 등으로 쏠렸다.  


ⓒ연합뉴스


비아이 마약 의혹 제대로 조사 안 한 경찰, 왜?

문제는 H씨가 현재 공익신고자 신분이라는 점이다. H씨는 지난 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비실명 공익신고서를 제출했다. H씨가 신고한 부문은 부패행위다. 비아이의 마약 의혹과 관련한 경찰 수사를 YG엔터테인먼트가 무마하려 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이는 '정관계'가 연루된 부패행위일 수밖에 없다.  


H씨가 제보한 데 따르면, 그는 가수 탑과 대마초 흡연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인 2016년 경찰에 대마초 흡연 사실을 인정했고, 한 발 더 나가 비아이와 마약 관련 대화를 한 점도 시인했다.

이후 풀려난 H씨는 YG 관계자에게 전화해 비아이의 마약 구매 중개 사실을 경찰에 진술했다고 알렸다. 그리고 다음 날 그는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양 대표를 만났고, 양 대표에게 "경찰에 비아이가 대마를 흡연했으며 마약류 환각제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를 구매했다고 자백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양 대표가 "(비아이 체내) 마약 성분을 다 뺐기 때문에 검출될 일은 절대 없다"며 H씨에게 진술 번복을 강요했다. 이게 H씨의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다. 


경찰 1차, 2차 조사에서 비아이와 마약 관련 대화를 나눴다고 진술한 H씨는 3차 조사, 즉 양 대표를 만난 후에 진행된 조사에서는 진술을 뒤집었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경찰이 비아이 마약 구매 의혹 사건을 황급히 마무리한 것이다. 당사자인 비아이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당시 경찰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H씨와 비아이가 나눈 마약 구매 정황 카톡을 입수했던 것으로까지 확인됐다. 


누가 무슨 의도로 H씨 이름을 공개했나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2조 1항(공익신고자 등의 비밀보장 의무)에는 '누구든지 공익신고자 등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의 인적사항이나 그가 공익신고자 등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공익신고자 등이 동의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H씨 실명을 보도해 버렸다. 그리고 H씨 실명 보도가 나오자마자 포털에는 '비아이'를 제치고 'OOO'(H씨)가 '실시간 검색(실검)'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쯤 되면 공익신고자 신분을 언론에 흘린 이가 누구인지,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짐작이 갈 수밖에 없다. '화제성'을 가진 H씨의 이름이 공개될 경우 이익을 보는 집단들이 누구일지 유추해 볼 수 있다. 


H씨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제 이름이 이렇게 빨리 알려질지 몰랐다"면서도 초점이 자신이 아닌 양현석 대표에게 맞춰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H씨는 "제가 염려하는 부분은 양현석이 이 사건에 직접 개입하며 협박한 부분, 경찰유착 등이 핵심 포인트인데 그 제보자가 저라는 이유만으로 저한테만 초점이 쏠릴 것이 걱정된다"며 "그동안 많이 막살고 내 기분대로 행동하고 사람들 기분 나쁠 만한 언행을 한 거 맞다. 나도 인정하고 반성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제 인성과 별개로 봐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사건의 초점은 '부패 사건' 즉 어떻게 수사가 부실로 귀결될 수 있었는지 여부에 맞춰져야 한다. 


H씨를 대리해 공익신고한 방정현 변호사는 공익신고자 실명을 무단으로 공개한 언론사와 기자에 대한 고발을 검토 중이다. 방 변호사는 이날 SBS 연예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고자 본인이나 대리인이 나를 포함해 국민권익위원회 등에서 한 번도 공익신고자 신원에 대해 확인한 바가 전혀 없다"며 "어떤 경로로 공익신고자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보도했는지에 대해 따져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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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