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방 일반인 직찍" 소라넷 폐지 비웃는 그들, 별일 없다
법망 피해 '불법 범죄 영상물' 버젓이...수사기관은 손 놓고 있다
2019.07.17 06:35:09
"멀티방 일반인 직찍" 소라넷 폐지 비웃는 그들, 별일 없다

"멀티방 일반인 직찍", "자취방연인", "OO 스튜어디스", “직찍 유치원교사”, “친구여친 OO이”


홈페이지 대문에는 창문 너머로 타인의 성행위를 촬영한 영상, 여성 치마 속을 촬영한 영상, 여자 화장실 내부를 촬영한 영상 등이 올라와 있다. 몇몇 영상 제목에는 자극적인 키워드가 등장한다. 화장실 영상을 올려달라는 요청 글도 보인다. 일반인의 비키니 사진을 알몸으로 바꾼 사진도 있다. 성매매 업소 광고가 걸려 있기도 하다.


최근 <프레시안>에 한 통의 제보가 들어왔다. 27만여 명이 가입한 성인 사이트가 있으며 화장실 몰카, 창문 너머로 촬영한 성행위 영상 등 디지털 성폭력 영상이 올라와 있다는 내용이었다. 제보 파일에는 해당 게시물의 캡처 화면이 들어있었다.


27만여 명이 가입한 성인 사이트에 불법 촬영물이 버젓이


<프레시안>에서 이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제보 내용은 모두 사실이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 사이트는 아이디와 비밀번호, 닉네임, 이메일만 등록하면 곧바로 회원으로 가입됐다. 성인 인증도 필요 없었다. 게시판에 올라온 영상의 캡쳐 사진에는 '디지털 성폭력 영상'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과거 사회적 논란이 됐던 소라넷과 매우 유사한 사이트인 셈이다. 소라넷 운영자는 9일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몰카, 리벤지 포르노 등 디지털 성폭력 영상이 유통되는 불법 성인 사이트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불법 성인 사이트가 하나 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보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한 블로그는 현재 운영 중인 한국 성인 사이트 10여 곳의 동향을 정기적으로 알리고 있었다. 10여 곳의 동향을 알리는 글에는 'OO 사이트에는 화장실 영상이 올라온다'는 내용도 있었다.


불법 성인 사이트의 운영은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어떻게 이런 디지털성폭력 영상이 유통되는 사이트가 운영될 수 있을까.


▲ <프레시안>에 제보된 성인 사이트 화면 갈무리. ⓒ프레시안


단속을 피하고자 진화하는 불법 촬영물 유통 성인 사이트

<프레시안>의 취재 결과, 해당 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도메인 주소를 바꾸는 것 이외에도 나름의 법망 회피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수단은 다른 성인 사이트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첫 번째 수단은 포인트 충전에 후원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이다. 사이트 운영자들은 '사이트를 후원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또한, 포인트 충전 수단으로는 암호화폐를 쓴다. 가장 대중적인 비트코인과 익명성이 강해 김정은 위원장이 이용한다고 알려진 모네로가 주로 이용된다. 암호화폐 추적이 신용 거래나 현금에 비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디지털성폭력 영상 공유는 구글 드라이브를 통한다. '아동, 테러, 폭력 관련 표현물만 영미 사법당국에 능동적으로 제공한다'는 구글의 방침에 기댄 것이다. 구글이 디지털성폭력 영상을 사법당국에 능동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것은 디지털성폭력 관련 법제가 아동, 테러, 폭력 관련 법제에 비해 느슨하다는 점 때문에 발생한 허점이다.


책임을 회피하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장치를 두기도 한다. 제보받은 사이트만이 아니라 대부분 사이트에서는 '디지털성폭력 영상의 업로드를 금한다'는 공지를 게시판에 올린다. 몇몇 사이트는 특정 다운로드 수나 일정 시간을 넘길 경우 공유링크가 소멸하도록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을 업로더에게 주기도 한다. 추후 경찰 수사를 받더라도 성폭력 영상물 유포 내지는 방조했다는 혐의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 놓는 식이다. 


▲ 불법 촬영물에 달린 댓글. ㅈㅅ은 화장실을 뜻하는 은어. ⓒ프레시안


사법기관의 불법 성인 사이트 적발 및 처벌 의지는?


법의 헛점을 이용해 운영되는 불법 사이트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새로운 범죄 양태를 적발하고 처벌하기 위해서는 사법기관과 입법기관의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단기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경찰, 법원 등 사법기관의 몫이다. 일례로 단순히 공지를 올리는 것으로 사이트 운영자가 법망을 피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의 의무'에 대한 적극적인 법 해석이 필요하다. 또한, 일정 기간을 두고 올라오는 디지털성폭력 영상을 단속하기 위해 경찰의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간 경찰과 법원의 행보를 살펴보면 디지털성폭력 영상 관련해서 적발 및 처벌 의지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곳이 법원이다. 소라넷처럼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이 아니면 대부분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온라인 피해실태 및 피해자 보호 방안'을 보면 2017년 기준 성폭력처벌법 14조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형벌을 받은 사람 중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11.1%(41건)에 불과했다. 지난 6월에도 울산지법은 사이트를 운영하며 청소년으로 보이는 여성과 화장실 몰카 영상 등을 게시해 5900만 원의 광고수익을 올린 2명에게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수사기관의 대처가 발 빠르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4월 26일 자체 개발한 추적 프로그램 활용과 해외 기관 공조를 통해, 향후 6개월간 디지털성폭력 영상 집중단속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불법 성인 사이트 수사 결과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상반기에는 웹하드 카르텔, 약물 피해 의심 디지털성폭력 영상 등에 집중했다"며 "하반기에는 P2P, SNS, 사이트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해명했다.


<프레시안>에 불법 성인 사이트를 제보한 제보자는 지난 5월, 관련 사이트를 고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제보자는 "5월부터 해당 사이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나 담당서 사이버팀 경찰관은 '해외에 서버가 있다는 점과 주기적으로 도메인 주소를 바꾸는 점 때문에 유포자 수색이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담당 경찰서 사이버팀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아직 수사 초기 단계이며 수사관 1인당 50여 건의 다른 사건이 배정되어 있고 순차적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사이트 수사에는) 3~4개월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 성인 사이트 정보 및 법망 회피 방법을 공유하는 블로그의 운영자가 올린 공지. ⓒ프레시안


"디지털성폭력, 아청법 수준의 규제 필요하다"


'디지털성폭력 영상'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불법 촬영물 관련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불법 촬영물이 피해자에게 심대한 상처를 남기는 만큼 아동 청소년 음란물에 준하는 강력한 처벌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는 '한국 사이버 성폭력 대응을 위한 기본서'에서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과 같이 '유통플랫폼 사업자'와 '소지한 자' 모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며 "이와 같은 조항이 적용된다면 유통의 차단은 물론 불법 촬영물을 소비하는 것도 엄연한 가해이자 범죄라는 인식을 자리 잡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성인 사이트가 외국에 서버를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제 연대 사업을 구축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사성은 미국의 사이버 성폭력 대응 단체인 CCRI와 함께 비동의포르노연방법 통과를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미국에 서버를 둔 한국 불법 성인 사이트도 처벌 대상이 된다. 


*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 상담 및 지원하는 곳

디지털 성범죄피해자 지원센터(www.women1366.kr/stopds, 02-735-8994)
한국 사이버 성폭력 대응센터(www.cyber-lion,com, 02-817-7959)
한국 성폭력상담소(www.sisters.or.kr, 02-338-5801)
한국 여성의 전화(www.hotline.or.kr, 02-2263-6464, 5)
한국 여성민우회 성폭력 상담소(http://womenlink.or.kr, 02-335-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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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 ama@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