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39개국, 그리고 한국의 시민들이 함께 외치다
[현장] 대학로서 '국제 기후 파업' 일환 행사 열려
2019.09.21 21:28:05
세계 139개국, 그리고 한국의 시민들이 함께 외치다
총 330개 단체와 37명의 개인이 참여한 기후위기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이 21일 체제 전환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주최측 추산 약 4000명의 시민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정부가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0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이어지는 '국제 기후 파업(Global climate strike)' 주간에 맞춰 국내에서 열린 행사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국제 기후 파업은 특히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릴 유엔총회 일정 중 마련되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겨냥해 이뤄진다. CNN은 한국의 기후위기비상행동을 포함해 세계 139개국에서 4638개의 기후 파업 행사가 열린다고 보도했다. 

이날(21일) 오후 3시 비상행동에 참여한 각 단체와 시민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모여 현 상황을 기후위기로 규정하고, 정부가 당장 에너지 전환을 위해 움직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행사는 서울을 비롯해 대구와 부산, 경기(수원), 충남(천안, 홍성), 충북(청주), 전남(순천), 전북(전주), 경남(창원)에서도 열렸다. 

▲ 21일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시민이 서울 대학로에서 종각까지 행진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남은 시간 10년뿐

비상행동은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고 배포한 선언문에서 세계에 기후위기의 진실을 직시하고,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온실가스 배출 제로 정책을 추진하고, 기후정의를 실현하라는 4대 요구안을 전했다. 

비상행동은 "지구 온도 상승이 1.5도를 넘어서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시작되며, 이제 남은 온도는 0.5도"라며 "지금처럼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면 남은 시간은 10년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비상행동은 "빙하 위 북극곰과 아스팔트 위 노동자는 기후위기 앞에 서로 다르지 않다"며 "이제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앞장서고 있다. '도대체 이 지경이 되도록 무엇을 한 것이냐'고 묻고 있다"며 "성장이 아니라 정의, 이윤이 아니라 생존이 우선"이라고 선언했다. 

비상행동은 "이미 전 세계 10여개 국가와 1000여개 도시가 비상선포를 실시했다"며 한국 정부도 기후위기 진실을 인정하고 비상상황을 선포하라고 요구했다. 또 석탄발전을 중지하고 내연기관차를 금지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농축산업과 먹거리 전환 등 배출제로를 향한 과감한 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무대에 발언자로 오른 청소년기후행동의 김도현 학생은 "저는 기후악당 국가인 한국에서 산다는 게 부끄럽다"며 "지금 시위 말고 제 삶에 필요한 다른 행동은 없다. 시위로 변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제 앞의 삶이 너무 불안정해서 미래 진로조차 세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학생은 "저는 정부 차원의 시스템 전환을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며 "전 세계 청소년이 저희와 뜻을 함께 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청소년이 거리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오는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를 열기로 했다. 지금 기후위기 대응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의미를 알리기 위한 시위다. 

ⓒ프레시안(최형락)


지금 당장 행동할 때 

김정진 충남노후석탄화력범도민대책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말로만 탈석탄한다고 하고, 실제로는 전국에 석탄화력발전소 7개를 새로 건설하고 있다"며 "기후위기 상황에서 방법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없애고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 체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전기요금이 오르면 국민이 반대하리라 우려해 석탄화력발전소 미련을 버리지 못 한다"며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핵발전소나 미세먼지, 온실가스를 내뿜는 석탄화력발전소 대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쓰려면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선명 종교환경회의 공동대표는 "종교는 그간 인류 역사에서 어리석은 중생의 무지와 욕망을 깨뜨려주는 대신, 오히려 자본 체제에 철저히 안주해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그들과 공생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그 결과 오늘날 기후위기가 왔다고 진단하고 "오늘 우리는 그러한 과거의 잘못에, 현재의 책임에 대해 깊은 참회와 회개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제 생각하고, 논의하고 절차를 밟을 때는 이미 지났다. 즉각 실천 만이 조금이라도 기후 폭주를 멈출 수 있다"며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 하나다. 우리 삶을 바꾸는 것뿐이다"라고 강조했다. 

한문정 변화를꿈꾸는과학기술인네트워크(ESC) 대표는 "이제 지구가 인간에게 받은 온실가스라는 충격을 기후위기로 되돌려주고 있다"며 "바로 지금 과학적 인식이 우리에게 당장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4시 20분까지 이어진 발언이 끝난 후, 비상행동 참가자들은 4시 30분부터 대학로에서 종로5가-종로3가를 거쳐 종각 보신각으로 이어지는 행진을 시작했다. 

세계에서 동시에 열리는 행사이니만큼, 이날 행진에는 외국인 참가자도 많았다. 저마다 기후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한 손팻말을 만들어 거리를 행진했다. 하루 한 끼 채식을 하자는 메시지를 든 이가 보였다. 한 외국인은 뉴질랜드의 낙농업이 지구 환경을 파괴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거리를 누비기도 했다. 외국인을 포함한 적잖은 참가자가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함께 행진했다. 

행진 분위기는 밝고 경쾌했다. 참가자들은 DJ가 준비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여유있게 행진을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비장한 구호 대신 랩 운율에 맞춰 "핵발전을 멈춰" "낡은 정치를 바꿔"라고 외쳤다. 일부 시민은 행진 참가자들의 메시지를 눈여겨 보고 손을 흔들어주기도 했다. 다만 종로 3가 일대에서 한 노인은 행진 참가자들에게 거친 욕설을 하기도 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기후위기 내일은 없다" "당장 행동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행진하는 한편, 준비한 유인물을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종각역 보신각에 도착한 후 인류의 과오로 멸종한 생물을 기리는 '다이-인 퍼포먼스' 차원에서 길거리에 눕는 행사를 진행하고 이날 행진을 마쳤다. 

▲ 많은 시민이 종이박스를 잘라 만든 손팻말에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 행진에 나섰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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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비상행동에 나선 시민이 행진을 종료한 후 종각 일대에서 길거리에 드러눕는 '다이-인 퍼포먼스'를 행했다. ⓒ공동취재단


▲ 시민의 행렬이 길어 '다이-인 퍼포먼스' 시민이 거리를 채웠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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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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