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타고 유치원 가는 섬마을 아이들, 언제까지?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학교 없는 도서지역,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배 타고 유치원 가는 섬마을 아이들, 언제까지?
당신이 섬에서 살고 있다고 할 때 자녀, 특히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교육받을 학교시설이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없어 5살 유치원생과 7살 초등학생이 20분 남짓한 거리의 바닷길을 이른 아침부터 여객선을 타고 가서 선착장에 내려 다시 통학버스를 타고 학교에 간다. 그리고 다시 오후에 그 같은 코스를 반대로 거처 집으로 되돌아 와야 한다.

섬(도서) 지역의 외부와 통로는 유일하게 해상을 오가는 선박(여객선)이다. 선박은 육지의 교통수단(기차나 버스)에 비해 일기에 의한 영향을 훨씬 크게 받는다.

도서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교육정책

우리나라는 섬이 많다. 섬의 개수를 두고 그 수치가 제 각각 다르며 국가의 공식적 발표도 없다. 최근 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섬은 3344개이며 이 가운데 유인도는 468개이다.

이러한 도서지역은 여타 육지부와 다른 여러 특성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환해성(環海性)으로 인한 격절성(隔絶性)이다. 이같은 도서지역의 여건으로 인해 극히 일부 도서를 제외하고 생활권 중심지를 비롯한 섬 밖의 지역과는 해상교통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즉, 도서지역에서 섬을 벗어나 다른 곳을 왕래할 때에는 여객선을 타고 다닐 수밖에 없다. 자가 선박이 있다하더라도 소형 선박은 운항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해상기상 여건 등에 의해 위험성과 불안전성이 매우 높다.(1)

이러한 도서지역의 여건으로 인해 섬지역내에서 충족 받아야 할 기본수요에 대한 정책은 크게 달라져야 함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도서지역이 갖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육지와 동일한 시각에서 정책을 전개하는 것이 있는 바, 그 가운데서도 교육부문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무교(無校) 도서지역의 취학문제

우리나라는 대부분 지역에서 적정규모 학교 정책으로 소규모 학교를 줄여가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 부정적 의견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론 교육의 경쟁력을 제고 하려는 의도로 그 타당성도 일부 내재되어 있다. 도서지역 역시 이 정책에 당연히 포함되고 있다.

그런데 무교 도서지역에 취학 대상자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문제가 된다. 이미 완전히 폐교된 도서지역에 학교가 다시 문을 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학교가 존속되어 오다 재학생이 없을 경우에는 곧 바로 완전 폐교를 하지 않고 일정 기간동안 폐교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기간이 지나서 폐교가 된 후 다시 취학 대상학생이 생겨나도 폐교된 학교는 다시 문을 열지 않는다.

이렇게 폐교나 통합과 관련하여 비교적 규모가 있는 도서의 경우에는 육지 마을처럼 학교를 다니는데 그리 큰 문제가 없다. 즉 거주지에서 도보나 자전거, 통학 버스나 자가용 차량 등으로 통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서지역에서는 학교 없을 경우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2) 여기에는 ① 학교가 소재하는 모도(중심도서) 또는 중심지인 도시지역으로 통학하거나 ② 부모와 떨어져 학교 소재지에 혼자 거주(친척, 또는 하숙하거나 자취)하거나 ③ 가족이 분리하여 가족 일부(주로 어머니)와 함께 학교 소재지에 거주하는 경우 등의 상황이 내재되어 있다.

특히 전라남도는 우리나라 자치도 중 섬이 가장 많다. 전남에는 우리나라 섬의 약 64%인 2165개 섬이 포함돼있다. 그런데 2019년 기준으로 사람이 거주하는 유인도 273개 가운데 학교가 있는 섬은 78개이고 나머지 195개는 학교가 없다. 이렇게 학교가 없는 195개 섬에 거주학고 있는 유치원생이 157명, 초등학생이 231명, 중학생이 111명, 고등학생이 129명이나 된다.

교육사각지대, 그대로 있어야만 하는가

2014년 초 여름 국가 지역발전위원회 회의실에서 한 회의가 열렸다. 그 때는 세월호 참사가 있는 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는 시기였다. 본회의에 상정된 안건이 마무리 된 다음 마지막 순서로 기타 안건을 논의하는 순서가 되었다. 필자는 여기에서 도서지역의 교육 실상을 얘기하며 "만약 여기 자리한 분들, 특히 교육부 차관(나승일 차관)께서는 본인의 자녀가 이런 현실에 처해 있다면 어떠하겠는가?"를 생각해 달라고 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인 6월 하순 무렵, 학술발표를 위해 일본에 머물고 있을 때 교육부 관련 과에서 전화가 왔다. 이에 무교 도서지역의 자세한 실상을 알려주었으며 이제는 무언가 개선될 거라는 기대를 했다. 그러나 이후 아무런 후속 대책은 없었고 변화된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늘 아침에도 학교가 없는 섬 지역 아이들은 일상에 바쁜 부모의 보살핌 없이 집에서 걸어 나와 선창에서 여객선을 기다리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건너편 섬이나 육지 부두에 도착해 한참을 걷거나 다시 버스를 타고 인근 지역의 학교를 가고 있을 것이다. 5, 6세의 유치원생이 이 위태롭고 험한 길을 매일 다니는 곳이 아직 한국에 존재한다. 참고로 서남해 끝 섬 가거도는 폭풍 등 주로 일기 불순으로 인해 연간 약 120일 가량 여객선이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문득 바로 얼마 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용진 의원의 "교육부는 스스로 아무런 변화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귓가에 환청처럼 계속 맴돈다.

■ 필자 주석

(1) 도서지역의 특성과 관련된 교통문제에 대해서는 신순호, 도서지역개발측면에서 본 교통체계와 그 개선방안, <전남지역경제조사>, 제3권 제1호(전남도청·광주은행, 1988.1)/신순호, 도서지역의 생활환경의 실상과 개선방향, <한국지역개발학회지>, (제1권 제1호, 1989.1), pp.39-56/신순호, 도서지역의 특수성과 개발필요성에 관한 연구, <청주대학교 논문집>, (사회과학편 제16집, 1983), pp.325-348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2) <무교(無校) 도서지역의 교육문제의 실상>, (제8회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 동북아해양문물교류의 서브, 새만금 발표논문자료집 3(2017.7.6.~8 군산대),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국립 해양문화재연구소·군산대 공동주최, pp.250 참조.

 <필자 소개> 


(사)한국글로벌섬재단 이사장 겸 목포대 명예교수인 신순호 교수는 공군대학 교관을 거쳐, 청주대 교수와 목포대, 일본 리츠메이칸대학(방문연구교수)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재직했고, 대외활동으로는 한국도시행정회·한국지적학회 회장,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광주·전남회장,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과 평가자문단장, 행정자치부 자체평가위원 및 정책자문위원, 한국농어촌공사 이사, 국가(고등)고시 등의 각종 출제위원과 행안부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을 비롯 여러 공공기관·단체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지역개발과 정책분야 그리고 섬과 지역연구에 관심을 갖고 <도서지역의 주민과 사회(2001)>를 비롯해 7권의 저서와 130여편의 학술논문 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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