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라 외치는데 죽어라 안듣는' 2019년
[文정부, 남은 임기 이것만은 ③] 이라영 예술사회학 연구자
2019.12.20 13:49:51
'죽어라 외치는데 죽어라 안듣는' 2019년
문재인 정부가 올해를 끝으로 반환점을 돈다. 지난달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이 말한 대로 이미 절반의 임기가 지났을 수도, 이제 반환점일 수도 있다. 그 사이 촛불로 표방된 정부의 개혁은 성과를 내지 못했고, 정권 지지층과 반대층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정부는 대내외 악재에 둘러싸여 갈 길을 잃은 기색이 역력했다. 부동산 폭등과 저조한 경제 성적이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었던 소득주도성장과 충돌해 민심 이반을 낳았다. 아울러 갈수록 활로를 잃어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대대적인 재정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고, 일각에서는 더 자유주의적 개혁만이 위기 돌파의 묘책이라는 반박도 나왔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 10일 밤 겨우 국회를 통과한 512조2504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으로 일단 결론 지어졌다. 하지만 더 강력한 재정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포퓰리즘 정책의 결과'라는 이른바 '퍼주기 예산' 논란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사태는 집권 세력의 민낯을 드러나게 했다는 평가를 낳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조국 사태는 진보 진영과 민주당 지지 층, 젊은 세대의 한가운데를 가르며 큰 상처를 남겼다. 특히 정의당으로 대표된 주류 진보 진영은 이 사태에서 갈 길을 잃었다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페미니즘 정권을 표방한 취임 시기 대통령의 목표와 달리, 정부 임기 내내 커져간 남녀 갈등은 특히 올 한해 들어 여성 연예인의 연이은 자살, 일제 성노예 피해자 문제가 야기한 한일 갈등과 이에 대한 정부 대처를 비판하는 여성계의 목소리,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의 주류 인터넷 문화 등과 맞물려 폭발하는 양상이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캠페인은 특히 올해 '타다 논쟁'으로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표방한 정부는 톨게이트 노조 등의 문제에서 어떤 리더십도 보이지 못했다. 그 사이 특히 친재벌 노선으로 전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정부를 향한 노동계의 배신감이 올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구적 위기가 된 환경문제, 곧 기후위기 문제는 올해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한국에서도 대규모 길거리 시위를 열어 정부를 압박했고, 미세먼지 문제는 올해도 한국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정부는 기후위기 문제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해 이 문제를 우려하는 이들의 실망을 샀다. 

현 정부에 반환점 이후, 곧 남은 임기가 특히 중요한 까닭이다. 올해를 마무리하며 <프레시안>은 특히 경제, 노동, 여성, 환경, 진보의 다섯 분야에 관해 각 분야 전문가와 인터뷰를 준비했다. 여태 문재인 정부의 해당 분야 정책을 어떻게 보았는지,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했다. 


이라영 작가는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정치적인 식탁>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소수자에 대해 목소리를 내 왔다. 인터뷰에서 이 작가는 올해를 지난해의 '미투 혁명'에 이은 사법 판결을 중심으로 설명해나갔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집권 초 '페미니스트 정부'라 자처했던 것에 비해 여성관련 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 점을 지적하고 변화를 향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제도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서울시 마포구 프레시안에서 진행한 이 작가와의 인터뷰 전문을 정리했다.

▲이라영 작가 ⓒ프레시안(최형락)


'죽어라 말 안 듣는' 백래시의 2019년

프레시안 : 올해는 '장학썬'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이 세 가지 사건을 묶어서 여성들이 목소리를 냈다. 여성단체가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었지만 수사는 결국 흐지부지됐다.

이라영 : 많은 여성들이 올해 초부터 '장학썬'을 놓고 싸웠다. 그런데 지금 장자연 사건, 아니 '방사장 사건'이라고 불러야 한다. 그 방사장 사건은 엉뚱하게 윤지오 사건이 됐고 김학의 재판은 시간을 질질 끌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무죄가 나왔다. 아주 어이없는 상황이 됐다. 버닝썬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이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외치는데 이 사회는 죽어라 말을 안 듣는다는 생각이 든다. 2019년을 보면 딱 그렇다.

그런 판결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런 사법적인 결과들을 볼 때마다 여성 개개인들이 굉장히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다. 사법부가 특히 불법촬영을 너무 사소하게 취급하는 것 같다. 불법촬영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여성들도 있는데, 정작 실형을 내리는 경우가 드물다. 반성해서 봐주고 초범이라 봐준다.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미래를 더 걱정해주는 듯하다.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 여성은 살해당하는 비율도 높고 자살률도 굉장히 높다. 이는 이 사회가 여성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라 생각한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여성들은 점점 목소리를 내고 연대하고 있다. 동시에 거기에 대한 반동, 백래시가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프레시안 : 많은 언론에서 이를 '젠더 갈등'이라고 표현한다.

이라영 : 정말 문제라 생각한다. '젠더 갈등'이라는 표현 자체가 차별적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여성들이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많은 언론이 젠더 문제를 다룰 때 마치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다룬다는 태도로 이쪽 목소리 저쪽 목소리를 동일하게 다루는데 그건 결코 동일한 게 아니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목소리, 큰 사람의 목소리가 유지되는 것이다. 언론에서 표현 하나하나 신경써야 한다.

안희정 유죄판결, 민주진보진영 성찰의 계기 돼야

프레시안 : 올해 의미 있는 일은 없었나.

이라영 : 의미 있는 일도 많았다. 우선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판결을 냈다. 안희정 전 지사도 유죄판결을 확정 받았다. 변화의 움직임도 보인다. <한겨레신문>의 경우 젠더데스크가 생겼다. 주류 언론이 그만큼 젠더의식에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다. 백래시가 일어나고 있지만 동시에 변화하는 게 분명 있다.

프레시안안희정 성폭력 유죄판결은 젠더 이슈에서 올해 가장 의미 있었던 일 아닐까 싶다. 

이라영역사적인 판결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안희정 같은 경우는 민주진보진영에서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팬덤을 형성하고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인물이었다. 안희정 판결은 민주진보진영이 기존의 정치 방식을 성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희정 판결이 중요한 점은 법원 판결에 의해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게 공식화됐다는 점이다. 많은 남성들이 이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개념을 문제 삼았다. '감수성'이라고 하니 마치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것이라 오해하는 듯하다. 성인지감수성은 젠더의식과 같은 말이다. 인권의식의 하나다. 막연한 개인의 주관적인 촉이 아니다. 권력의 불균형과 그로 인한 폭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프레시안정준영·최종훈이 유죄를 받은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라영 : 개인적으로 형량은 부족하다 생각하지만. 다만 여기서 그때 정준영이 법정에서 했던 말을 짚고 싶다. 정준영이 "도덕적으로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성범죄를 도덕적인 범위 안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그들에게는 도덕적인 것과 사법적인 것이 명확히 분리돼있다. 도덕적으로 비판을 받는다 할지언정 사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반면 여성들에게는 도덕적인 타격도 치명적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설리 씨나 구하라 씨가 법적으로, 심지어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최종범이 유포 협박을 하면서 한 말이 "너 끝나게 해줄게"였다. 구하라 씨가 법적으로 죄를 진 것도 아니고 연인 사이에 성관계 했다는 게 협박을 받을 거리가 되나. 엄청난 문제다. 사회가 성폭력범 남성보다 애인과 성관계한 여성에게 윤리적으로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다.

설리와 구하라, 여성혐오에 의한 사회적 타살

프레시안 : 최근 두 여성 연예인이 세상을 떠났다. 정작 그들을 직접적으로 괴롭혔던 여성혐오에 대한 반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반면 페미니스트들은 더 죄책감을 느꼈다.

이라영 :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두 여성 연예인이 세상을 떠났다. 정말 무서운 일이다. 그분들을 직접적으로 괴롭혔던 여성혐오를 짚어야 한다. 악플만 문제가 아니다. 그 악플을 용인하고 부추긴 것은 대체 무엇이냔 말이다. 대중, 나아가 한국 사회가 여성 아이돌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나.

특히 구하라 씨 같은 경우는 문제가 꽤 명확히 보이는 상황이었다. 법적으로 재판이 오가는 중이었고 전 남자친구 최종범에게 집행유예가 나왔다. 촬영물 유포 협박은 무죄가 나왔다. 그 과정이 또 세상 사람들에게 공개됐다. 피해자임에도 비난받아야 했다. 그런 와중에 친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그런 것들이 본인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정말 심각한 것은 구하라 씨 한 사람의 좌절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여성들에게도 메시지를 준다. '법원에 가서도 해결이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반대로 남성들에게는 '저 정도 협박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준다. 정말 나쁜 판결이다.

▲이라영 작가 ⓒ프레시안(최형락)


'그럼에도'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프레시안 : 여성들의 요구나 인식의 변화에 비해 사법부의 변화가 더딘 것 같다. 이것도 일종의 백래시 아닌가

이라영 : 백래시가 다방면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으로 드러난 백래시를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많은 남성들이 <82년생 김지영>에 거부감을 느끼고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82년생 김지영>이 특별한 사건이 드러나는 내용은 아니다. 여성 주인공의 일상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그 일상 안에서 남성의 가부장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남성들은 그게 억울하다고 한다. "내가 가해자라고? 내가 잘못했다고?", "남자도 억울하고 힘들어!" 그런데 그 말도 재밌는 게, 남자들을 힘들게 하는 건 여자가 아니다. 가부장사회가 남자들에게 주는 부담감이다. 차별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지금 나타난 현실이 어떻게 차별적이지 않을 수 있나. 밝혀진 성차별 채용만 해도 몇 건인가. 그런데 이런 현상에는 침묵한다. 리얼돌 문제도 마찬가지다. 남성의 자위도구가 여성을 재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여성의 성적대상화 문제다. 불법촬영에 가담하는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나도 억울하다", "나는 우리 아버지들만큼 가부장적이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이 어떤 호소력이 있는가.

프레시안 : 여성들이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에 비해 변화가 너무 더디다. 거의 없는 수준이다. 많이 허무하고 지치는 것 같다.

이라영 : 세상이 요지부동이니 결국 냉소하거나 포기하게 된다. 게임업체를 봤을 때 목소리를 내는 여성을 퇴출시키지 않았나. 여성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거다. '너 까불지마, 너도 이렇게 될 수 있어' 이렇게. 2016년에 넥슨 성우 교체 사건 때 굉장히 위험하다 생각했다. 많은 여성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정의당에서 논평을 냈었는데 내부 반발 때문에 논평도 철회했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대변되지 않고 재갈물리고 침묵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여성들은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분노가 극에 달한 부분도 있다. 그런데 이게 제도적으로 흡수가 안 되고 있다. 지금은 비동의 간음죄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게 핵심이라 생각한다. 제도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같은 일은 반복된다. 지금 사법제도가 여성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다. 오히려 '강간문화'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여성 피해자가 뭔가 빌미를 줬다는 식이다. 그런데 비동의 간음죄처럼 여성들이 무언가를 요구하면 정치인들은 자꾸 '국민적 합의'를 들먹인다. 이런 식이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모든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문제가 뭐가 있나. 검찰개혁, 정치개혁 이런 걸 놓고 그런 말을 하진 않는다. 사회 소수자나 약자들에게 필요한 문제, 차별금지법이나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국민적 합의를 들먹인다. 기득권의 목소리에 편들어 주겠다는 뜻 아닌가. 정치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프레시안 : 법이나 제도는 변화가 느리더라도, 문화적인 부분에서는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 보여지는 것도 같다. 대중문화에서는 여성 서사를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라영 : 지금의 변화를 의미 있게 보아야 한다. <겨울왕국>만 해도 자매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나. 또 지난여름 <알라딘> 실사 영화도 그렇다. 알라딘이 아니라 자스민이 술탄이 되는 이야기였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자스민이 술탄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알라딘이 술탄이 되는 영화를 보고 자란 사람들과, 자스민이 직접 싸워서 술탄이 되는 이야기를 보고 자란 사람들의 생각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런 것들이 조금씩 쌓이면 기존 문화에 균열을 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문화적으로 그런 점이 미흡한 듯 같다. <82년생 김지영> 영화가 나오긴 했지만 영화계 전반에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려운 듯 하다. 영화 속 여성은 비슷한 이미지가 반복된다. 구타당하거나 시체로 등장한다. 살아있는 여자도 정형화된 캐릭터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마저도 여성 배우들의 나이가 많아지면 안 보인다.

그래서인지 요즘 작은 영화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벌새>라든가, <보희와 녹양>, <우리집> 이런 영화들이 굉장히 좋았다. 분명히 어느 한 쪽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작지만 그 변화를 우리가 침묵하지 않고 자꾸 주목하고 보여줘야 한다.

▲이라영 작가 ⓒ프레시안(최형락)


공기와 같은 폭력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하여

프레시안 :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해 질문 드리고 싶다. '정상가족'이라는 게 무엇인가

이라영 : 저녁밥 먹고 나서 보는 공중파 일일드라마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가정 모습이 있지 않나. 사회활동을 하는 아버지, 집안을 돌보고 자식들에게 헌신적인 어머니, 자녀들.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기도 하고.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현실보다 훨씬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라는 건 굉장히 폭력적이지만 폭력적이지 않은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일상적이고 구조적이어서 폭력이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라영 :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무서운 점은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점이다. 가령 진보적인 사람들도 '이혼가정'에 편견이 있는 경우가 있다.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은 어딘가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출생률이 문제라고 하면서도 결혼제도 밖에서 태어난 아이는 인정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여성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됐을 때 자기가 결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정상궤도에서 이탈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여성은 나이와 관련된 재생산 능력으로 평가를 받으니까. 정상적인 삶이란 게 대체 뭔가. 정말 무서운 이데올로기다. 누가 누구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건 아니지만 다 같이 은연중에 동참하고 있다.

프레시안 :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결국 여성혐오 사회의 작동 원리라고 이해된다.

이라영 : 가부장제를 유지하려면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 모든 게 연결돼 있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동성애에 혐오적일 수밖에 없다. 이성애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 이데올로기가 주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거부해야 한다. 결혼하지 않으면, 애 낳지 않으면 제 역할을 안 한다는 그 느낌. 여성들에게 그런 불안감을 심어준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여성의 첫 번째 역할을 '엄마'로 둔다. 가정을 잘 돌보고 남성의 보조자로 길러낸다.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계속 자기가 부족하다 느끼는 이유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부족하다고 죄책감을 느낀다.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아이가 아프거나 학업 성적이 좋지 않으면 다 여성 탓이 된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들이 자기 검열을 안 할 수 있나.

정부에서는 출산율이 낮아져서 문제라고 그러는데 저는 이 사회가 여성이 출산을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사회라 생각한다. 동물적인 두려움에 가깝다.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여자아이로 태어나는 것도 그렇지만, 전혀 사람에 대한 존중을 찾아볼 수 없는 사회에서 사람을 낳으라고 하는 게 모순이라 느껴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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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pi@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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