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백제병원 수술실의 불법 유령이었다"
[논산의 자랑, 백제병원의 배신] 진료보조인력이 수술을?
2020.01.15 17:01:13
"나는 백제병원 수술실의 불법 유령이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에서 충남 논산에서 가장 큰 병원인 백제종합병원을 취재했다. 병상만 583개, 연간 매출이 5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논산시로부터 위탁받아 시립노인병원도 운영한다. 사실 무늬만 공익법인이고 뚜껑을 열어보면 병원 설립자인 고(故) 이덕희 일가가 병원을 쥐락펴락한다. 이사 5명 모두 고 이덕희의 친인척이다. 설립자의 아들들이 이사장과 병원장을 맡고 있다. 병원이 설립자 일가의 돈 버는 창구인 셈이다.

병원이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김인규 때문이었다. 김인규는 백제병원의 잘못으로 어머니를 잃었다고 주장한다. 어머니가 쓰러지자 김인규는 백제병원을 취재했다. 무자격자 수술, 잦은 의료 사고, 과잉 진료, 간병인의 학대를 추적했다. 백제병원은 김인규를 고소했다. 김인규 때문에 병원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형사 소송에서는 김인규가 이겼다. 민사 소송에서는 병원이 이겼다.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은 병원 측 주장을 받아들여 김인규에게 200만 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과연 김인규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했을까. <셜록>은 김인규의 사연을 확인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백제병원이 그동안 무엇을 숨겼는지, 설립자 일가는 어떻게 엄청난 부를 축적했는지 밝히려고 한다. 



어깨너머로 배운 것 치고, 선배의 봉합 기술은 나쁘지 않았다. 의사가 때때로 피부 봉합만을 남겨두고 수술실을 나가면, 선배는 자연스럽게 의사가 있던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환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누워 있었다. 환자 얼굴 앞으로는 초록색 천 가림막이 쳐쳤다.

"형이 요즘 돼지고기 사서 피부 꿰매는 거 연습하잖아."

연습의 결과일까. 선배는 낚시 바늘처럼 생긴 바늘과 봉합용 실로 환자 피부를 한 땀 한 땀 꿰매기 시작했다. 가위처럼 생긴 집게로 실의 매듭을 지었다. 엉성했지만 환부가 속살을 감췄다. 피부 봉합을 안 하는 의사와 일하는 날이면 늘 선배가 마무리를 맡았다.

A 씨 눈에는 의사가 하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A 씨는 환부를 벌리고 수술 장비 위치를 잡아주는 등의 일을 주로 했지만, 선배는 달랐다. 피부를 꿰매는 의료행위를 했다. '다른 병원에서도 이러겠지' A 씨는 생각했다. 수술 중에 '그 질문'을 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여겼다.

"형, 근데 이거 형이 꿰매도 돼요?"
"조용히 해!"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선배는 A 씨에게 '입을 다물라' 신호를 보냈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 처음 생각한 것은 그때였다. 백제종합병원 수술실에는 환자는 몰라야 하는 비밀이 있었다. 지시한 사람, 지시받은 사람, 무엇보다 믿고 수술을 맡긴 환자가 위험해지는 비밀이다.

"수면 마취 환자가 아니어서 다 들린단 말이야. 그런 말을 수술실에서 하면 어떡해?"

선배는 수술을 마친 후 감당할 수 없는 비밀을 A 씨에게 말했다.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것이었다. 환자가 수면 상태이거나 환자 시야가 천 가림막으로 막혔을 때, 백제종합병원 수술실에서는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종종 피부 봉합을 한다는 사실을 비밀스럽게 털어놨다.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하면 되니까, 그냥 조용히 있어."

▲백제종합병원 ⓒ주용성


선배 신분은 간호조무사였다. 간호조무사인 선배가 봉합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다. 봉합은 간호사도 할 수 없다. 비슷한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환자들이 의사나 간호사로 오해하곤 했지만, 선배와 A 씨는 간호사가 아닌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이었다.

사실 PA는 의료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직군이다. 보통 PA이라고 하면, 수술을 돕는 데 동원되는 간호사들을 지칭한다. 의사가 부족해서, 혹은 재정난 때문에 암암리에 의사 대신 간호사를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만 해야 하는 일인데 간호사에게 불법 의료행위를 시키는 것이다.

지난 6월 보건의료노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PA의 업무는 다양하다. 수술, 환부 봉합, 시술, 드레싱, 방광세척, 혈액배양검사, 상처부위 세포 채취, 진단서 작성, 투약 처치, 처방, 진료기록지 작성 등이다. 반드시 의사가 해야 할 업무도 포함되어 있다.

PA 존재 자체가 불법인 셈이다. 지난해 강원대병원에서 PA 간호사가 집도의 없이 환자 수술 부위를 봉합한 사실이 알려져 병원 관계자들이 의료법 위반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집도의가 부재한 간호사 단독 봉합 행위는 위법이므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백제종합병원의 경우는 이보다 더 심하다.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사람이 수술실에서 의료행위를 해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PA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김아무개 씨는 간호학원조차 다닌 적 없는 일반인이다. A 씨는 그가 봉합을 하는 것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는 7년이다. 의료법 제27조에 따르면 무자격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의료인에게 면허 사항 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 어길 경우, 정부는 병원을 정지시키거나 허가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를 명령할 수 있다.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다고 해도 불법 의료행위에 가담한 사람도 처벌될 수 있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불법 의료 행위를 했을 경우 의료법 제87조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의료인이 지시했다면, 면허정지를 당할 수 있다.

"제가 증거입니다. 이제는 말하고 싶어요."

A 씨는 수술실에서 보고 겪었던 일을 고백하고 싶다며 기자를 찾아왔다. 그는 "논산에서 나고 자란 나라도, 논산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백제종합병원을 바로잡고 싶다"며 보고 듣고 겪은 일에 대해 말했다. 일반 사람은 들어갈 수 없는 수술실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 A 씨가 백제종합병원 수술실에서 일하던 당시 모습. A 씨는 수술에 대한 모든 기록을 수첩에 기록하도록 배웠다고 주장한다. ⓒ주용성


"의료기기 직원이 들어와서 수술했다"

"절대 백제종합병원은 가지마. 아파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병원으로 가."

A 씨는 주변에 백제종합병원에 가지 말라고 자주 권한다. 수술실에서 일하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을 많이 보고 나서다, 우연한 기회에 수술실에서 일하게 된 A 씨는 엉터리 수술을 여러 번 봤다. 일단 무자격자인 자신이 수술실에서 일한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병원에 입사하기 전까지 A 씨는 의학을 전혀 배운 적이 없었다. 수술실 직원이 되자마자 간호부 선배들은 A 씨에게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수첩에 적으라고 시켰다. 간호사는 대학에서 몇 년간 의학을 배웠지만, 선배 PA들은 아니었다. 의료면허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간호부 선배들은 가르침은 엄했다. 뜬금없이 탈의실 앞에서 시험을 봐서 틀리면 면박을 준다거나, 수술을 마치고 쉬고 있으면 공부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A 씨는 혼나지 않기 위해 수술실에서 배운 모든 것을 수첩에 적었다. 어깨너머로 의술을 배운 거다.

수술실에는 A 씨와 비슷한 또래의 젊은 PA들이 많았다. 신입 PA들은 보통 환부를 벌리거나, 수술 장비의 위치를 조정하는 일을 도맡았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사람의 속살은 신입 PA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수술을 돕다 보면 환부에 손이 닿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 정형외과 수술이 심했다. 부러진 뼈를 다시 맞추기 위해서는 힘을 쓸 줄 아는 남자 PA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뼈를 제자리에 맞추고, 부러진 뼈에 금속으로 된 핀을 박기 위해서는 여러 명이 환자의 몸을 잡아야했다. 그러던 어느 날 A 씨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과장님. 이거 뼈가 아직 안 맞은 것 같은데? 돌려서 맞추고 핀을 꽂아야 할 것 같은데요."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의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지만, 그날의 수술은 너무 엉성하게 진행됐다. 뼈가 분명 엇갈려 있는데, 의사는 그 위에 핀을 박는 걸 봤다. 모든 의사가 그렇게 수술하는 건 아니었다. 그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는 PA 사이에서 불성실한 것으로 유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환자는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집도의는 봉합했던 피부를 다시 메스로 쨌다. 뼈는 A 씨가 예상했던 대로 엇갈려 있었다. 의사는 전에 박았던 핀을 빼고, 뼈를 조정한 뒤 다른 곳에 핀을 막았다. 피부는 여러 번 봉합하면서 더욱 상했다.

기구 상인이 수술을 돕는 것도 목격했다. 의료 장비를 사고 처음으로 쓸 일이 생기면 '사장님'이라고 불리는 기구 상인이 수술실에 들어와 같이 수술을 했다. 수술을 하면서 기계 사용법을 알려줬다. 불법 의료행위에 관심이 컸던 A 씨는 수술이 끝나고 '사장님'에게 직접 물었다.

"사장님. 근데 수술실에 들어와도 돼요? 같이 수술하면 불법 아니에요?"
"맞지. 그럼 어떡해. 의사들이 이 기계를 쓸 줄 모르는데 내가 알려줘야지."

A 씨는 결국 일을 그만뒀다. 불법을 저지를 수도, 볼 수도 없었다. "너희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면서 괴롭힘을 일삼는 간호사의 갑질 또한 퇴사의 이유가 됐다. A 씨가 나가면서 6명이었던 비간호사 PA는 5명이 됐다. 그 후 얼마 안 돼 다른 사람이 채용됐다.


▲ 백제종합병원 수술실 ⓒ주용성


백제병원 "간호조무사 PA 없다" 거짓 주장


PA에 대한 병원 측 견해를 듣기 위해 지난 1월 9일 백제종합병원의 원무과 본부장을 찾아갔다. "수술실 PA 중에 간호조무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하자 본부장은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덧붙였다.

"이런 의혹을 제기하니까 저희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거예요. 사실이 아닙니다."

본부장의 주장은 거짓이다. 현재 백제병원에서 수술실 PA로 일하고 있는 김아무개 씨와 직접 통화를 해본 결과, 간호조무사인 자신이 PA라고 했다. 2011년 백제종합병원이 운영하는 간호학원에서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딴 뒤, 수술실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까 저희가 싸서 쓰는 거 같아요. 백제병원은 인턴이나 레지던트 의사가 없거든요."

▲ 2017년 9월 수술 기록지에 간호조무사 김아무개 씨가 PA를 맡았다고 적혀있다. ⓒ주용성


김 씨는 실제로 수술실 기록에 여러 번 이름이 등장했다. <셜록>이 확보한 2017년 수술실 간호 기록지를 보면 집도의 이름 아래 김 씨의 이름이 등장한다. 2명이 PA를 도맡았다고 마취기록에서도 확인된다. 다만, 김 씨는 의료행위를 했다는 A 씨 주장에는 부인했다.

"의사가 보는 앞에서 의료행위 해도 된다고는 알고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요. PA 중에 간호조무사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업무는 나뉘어 있습니다. 비간호사 PA들이 메스를 건네는 일은 해요."

수술실 직원이 뒤늦게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는 일은 백제병원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백제종합병원에서 운영하는 간호학원에서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딴 B 씨는 학원에서 수술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간호조무사 자격증 준비를 하는 걸 봤다고 했다.

"수술방에서 일하시는 분이 간호조무사 자격증 딴다고 매일 수업 들으러 왔어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기 전에 백제병원에서 일하는 사례는 흔해요. 어차피 수강생들이 실습을 나가야 하니까, 병원 입장에서는 그 핑계로 실습생들을 데려다가 부려먹을 수 있으니까요."

▲ 백제종합병원 병동 ⓒ주용성


병원장, 의료법 위반 사실 아무렇지 않게 고백

병원장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1월 12일 이재효 논산시립노인병원장로부터 답변을 들었다. 논산시립노인병원은 백제병원이 논산시로부터 위탁받아 경영하는 시립병원이다. 이재효 병원장은 백제종합병원의 이사이면서, 백제병원 이사장 이준영과 백제병원장 이재성의 동생이다. 종합병원 병원장의 역할을 대신할 정도로 병원의 실세 중의 실세다.

이재효 병원장 역시 현직 PA의 증언과 엇갈린 발언을 했다. 과거에는 비의료인 PA가 있었지만, 이젠 없어졌다고 말했다. PA 대신 응급구조사가 그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간호사와 수준이 비슷해서, 응급구조사가 의사를 도와 수술이나 응급처리를 해도 무방하다고 답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야죠. 수술실이나 응급실에서 간호사가 부족하니까 응급구조사가 그 일을 대신해요. 수술은 의사들이 하고요. 이젠 PA 필요 없어요."

병원장의 말대로 응급구조사가 수술 혹은 진료 보조에 참여한다면, 이는 이론의 여지없이 의료법 위반이다. 응급구조사는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처치를 담당하는 직업으로 업무 범위가 제한돼 있다. 간호사와 달리 '의사 지도하에 진료 보조'도 해서는 안 된다. 병원장이 의료법 위반을 아무렇지 않게 고백한 셈이다.

이재효 병원장은 기자에게 어렵게 병원을 운영 중이라고 호소했다. 병원이 곧 문을 닫을지 모르는 재정 상황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지난해 백제종합병원의 매출총이익은 565억 원이다. 2017년도 대비 39억 원이 껑충 뛰었다. ‘돈이 없다’는 백제병원의 주장이 설득력 없는 이유다.

▲ 백제종합병원 설립자 고 이덕희의 세 아들. (왼쪽부터) 백제종합병원의 이사장 이준영. 백제종합병원의 병원장 이재성. 논산시립노인병원의 병원장 이재효. ⓒ셜록


취재의 시작

취재의 시작은 김인규였다. 김인규 씨는 어머니가 논산시립노인병원과 백제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병원의 실수로 병세가 악화돼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공익신고자다. 병원과 그의 소송전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백제병원은 억울함을 알리려는 김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투사가 된 아들은 백제병원의 민낯을 알리기 위해 지난 3년간 많은 사람을 만났다. 상당수는 병원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고, 누군가는 엉뚱한 치료를 받는 바람에 건강과 시간을 잃었다. 노인시립병원에서 간병인이 노인을 폭행한 사실도 밝혔다.

그의 관심은 병원 설립자의 세 아들로 옮겨갔다. 설립자 후손인 경영진 일가가 어떻게 병원을 이용해 돈을 버는지 알고 싶어졌다. 간병인 노인 폭행 사실을 알고도 왜 논산시는 백제병원 관계자에게 장관상 혹은 도지사상을 표창하도록 추천했는지 궁금했다.

<셜록>은 김인규가 진행한 3년간의 추적을 같이 따라가고자 한다. 김인규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백제병원이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밝히고자 한다.


"누구나 환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와선 안 됩니다."


▲ 공익신고자 김인규 ⓒ주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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