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의 '북한 개별 관광' 제동에 불쾌감 표시
통일부, "대북 정책은 주권사항, 개별 관광은 대북 제재 저촉 안 돼"
2020.01.17 12:02:39
한국, 미국의 '북한 개별 관광' 제동에 불쾌감 표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 국민들의 북한 개별 관광에 대해 미국과 워킹그룹을 통해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통일부는 대북 정책은 주권사항에 해당된다며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17일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사의 발언에 대해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대북 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반응은 북한에 대한 개별 관광이라고 하더라도 대북 제재 저촉 소지가 있다며 미국과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는 해리스 대사의 입장을 반박,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임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 외신들을 상대로 한 간담회에서 제재 하에서도 관광은 가능하지만 "향후 제재 (위반 사항 문제)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이 사안을) 다루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한국 관광객이 북한에 관광을 갈 때 반입하는 물건과 북한으로 진입하는 경로에 대한 언급을 하며 한국인의 개별 관광 추진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아시다시피 (북한 개별) 관광은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지금 현재도 다른 외국 여러 나라의 관광객들이 북한 관광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해 해리스 대사의 우려를 일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 개별 관광 문제를 한미 워킹그룹에서 논의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이 대변인은 "관광은 대북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여러 가지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라며 워킹그룹에서의 논의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개별 관광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독자 제재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을 경우 한미 간 협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북한의 호응이 있는 경우에는 남북한의 협력하에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있다고 보여진다"며 "관광 문제는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고 있고 현실적으로 지금 관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답해 제재 면제 테이블에 이 문제를 올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이 대변인은 "남북한 간 독자적으로 정부가 추진할 사안들이 있고, 한미 간에 협의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될 사항들이 있다. 그래서 사안에 따라 독자적으로 추진할 것과 한미 간,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런 과정을 계속 거쳐나갈 것"이라며 미국과 협의 여지를 열어두기도 했다.

정부가 이같이 독자적 추진 계획을 강조하는 데에는 실제 개별 관광이 유엔 안보리 제재에 저촉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측면도 있지만, 북한에 대한 메시지 발신의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금강산 관광 지구를 찾아 금강산의 시설을 철거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 연일 남한 시설 철거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대면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혔으나 북한은 서면으로 문제를 정리하자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가 북한의 금강산 철거 요구에 맞서 개별 관광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고, 이를 통해 막혀있는 남북관계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이 금강산 시설을 철거하라고 했음에도 남한 주민들의 개별 관광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남한 정부가 개별 관광 추진 의사를 강하게 밀어 붙이면 북한도 이에 대해 무응답으로 일관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금강산 관광 지구 내 남한 시설 철거와 관련해 북한이 지난해 12월, 오는 2월로 철거 시한을 정한 통지문을 보냈다는 보도와 관련, 이 대변인은 "현재 남북 간 협의 중인 사항"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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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