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자치는 ‘봉제사 접빈객’ 문화자본만들기다
[김주원 박사의 '마을자치에 학과 습을 이야기하다'] ⑮내 마을 속에 계신 조상 앞에 당당한 것
마을자치는 ‘봉제사 접빈객’ 문화자본만들기다

마을에서 전통가치를 복원하고 문화를 전승할 수 있다면, 문화자본으로 발전될 수 있다. 마을 공동체내에서 옛 문화가치를 발전 계승하는 것은 마을의 특성을 살리는 중요한 일이다.

우리의 마을공동체 문화는 한마디로 ‘봉제사 접빈객’이다. 봉제사는 제사를 받드는 것이고 접빈객은 말 그대로 손님 접대다.

봉제사와 관련해서는 경주 양동의 회재 후손들이 주목된다.

그의 후손중 이지락 씨는 제사에 관해 현시점에서 의미있는 말을 했다. “제사는 조상을 위한 것이 아니고 나를 위한 것입니다. 내 마을 속에 계신 조상 앞에 당당한 것, 이는 후손 앞에 내가 당당할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이 곧 효가 되는 것이지요”

접빈객은 사회적 배려와 같은 말이다. 이제는 사랑방도 없고 노잣돈을 줘가며 손님을 접대하는 문화는 없지만 그래도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사회적 배려는 마을 공동체의 문화를 새롭게 해석하는데 귀중한 문화적 가치다.

경주 최부자집의 접빈객은 유명하다. 그들은 수확의 1/3(1천석)를 사랑방 손님 접대하는데 썼다고 한다.

강원도 내에서는 그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이 강릉 선교장이다. 사랑채 행랑은 늘 시인묵객들로 손님들이 많았다고 한다. 행랑에는 보통 4-5일 정도는 무료식사 숙박을 선비들애게 제공했다고 한다.

그런데 눈치없이 더 머무는 손님에게는 수저를 바꾸어 상차림했고 더 오래 눈치 없이 머물면 국그릇과 밥그릇을 바꾸어 상차림을 했다고 한다.

죽은 망자 제사상을 차리듯 밥상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러면 깜짝 놀라 줄행랑을 쳤다고 한다. 줄행랑이라는 말이 이때 만들어 졌다고 한다. 그렇게 시인묵객들이 머물면서 남긴 시와 편액 들이 현재까지도 선교장에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열화당은 한옥에 러시아식 덧댄 햇볕 가림막은 특이하다. 이것도 러시아 공사관에서 선교장에 머문 것을 기념해 남겨둔 것이라고 한다. 줄행랑을 치는 손님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손님들이 머물면서 아마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주인장이 손님들과 논하고 그들이 남긴 기념품들이 선교장을 장식했을 것으로 추축된다.

 

▲'선교장'은 효령대군 11대손인 가선대부 이내빈이 1703년에 지은 한옥이다. 10대에 걸쳐 300여년 보존되고 있는 한옥으로 국가지정문화재 5호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


봉제사 접빈객은 우리가 현시점에서 되돌아봐야할 중요한 마을의 가치다. 마을공동체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

전통가치에 대한 중요성은 약화되는 만큼 역으로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일부 사람들이 우려하듯 세계화가 마을 문화를 소멸시킬 가능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 동질화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문화적 차이는 일부 국민들을 경제적 불이익 속에 가두어놓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특화된 장점을 만들어내 세계경제 속에서 국가 번영을 이루는 방향으로 마을문화복원이 만들어져 문화자본으로 까지 발전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른 곳에서 손쉽게 자원을 조달할 수 있는 세계경제, 그 속에서 차별성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주는 문화적 차이는 점점 더 귀중해지고 있다.

경제 발전은 역설적으로 경제적 가치만으로는 더 특색있고 우리만의 정체성을 담보하는 발전을 만들 수 없다. 경제 발전은 우리 삶에 너무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경제적 가치에만 맡겨두면 한계가 있다.

 

▲'선교장'은 효령대군 11대손인 가선대부 이내빈이 1703년에 지은 한옥이다. 10대에 걸쳐 300여년 보존되고 있는 한옥으로 국가지정문화재 5호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

 
자본주의시대 금권만능주의가 우리 삶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가나 사회에 의해 수용되거나 무시된 가치는 문화 분야로 포섭된다. 따라서 경제 발전은 문화적 과정을 함께 동반해야 더 완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가치는 우리가 ‘윤리’라고 부르는 문화의 영역에 포함된다. 처음에는 강요되었으나 나중에는 개인의 내면적 명령으로 수용된 개인행동을 ‘도덕’이라고 한다. 이런 본질적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은 도덕적이다.

우리나라가 친경제적이지만 동시에 비경제적인 문화적 가치를 받아들여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면, 우리는 더 완전한 발전이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문화가치를 반영하는 철학기반이 약해졌다.

우리에게 문화적 가치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축소되거나 무시되어지고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을에서 찾아야 한다.

문화가 민주주의의 수립에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각종 증거로 입증되었다. 그 역할은 지난 20년 동안 관계 문헌들이 주장한 것보다 훨씬 강한 힘이었으며, 사람 간의 신뢰도, 관용성, 복지, 생존, 자기표현 차원과 관련된 참여적 가치 등은 특별히 중요한 기능을 발휘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풀뿌리 민주주의는 형식적인 제도 변화의 도입이나 엘리트 수준의 요령 발휘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 우리 마을의 정체성이 있는 마을로 생존 여부는 전적으로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의 가치와 신념에 달려 있다.

인과적으로 설명하는 태도와 문화를 순전히 묘사적이고 종속적인 의미로 설명하는 태도 사이에 갈등이 벌어져야 할 필요는 없다. 설혹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음 사실을 이해하면 금세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문화의 인과적 연구와 묘사적 연구는 문화에 대한 서로 다른 개념을 이용하고 있으며, 인과적 연구는 종종 상징이나 묘사의 접근 방식과는 판이하게 다른 차원의 분석 과정을 거친다. 더욱이 문화적 설명은 사회 원인들을 배제하지 않는다.

가끔은 문화 요소와 비문화 요소들 간의 복잡한 설명의 상호작용을 확인하고 해결하는 일이 각종 분석에서 가장 흥미롭고 유용하다. 여기서 상호작용이란 양측의 제반 요소들이 문화의 인과적 모델에서 독립하는 동시에 종속됨을 말한다.

아무튼 원인의 설명이 곧 사태의 본질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해야한다.


문화는 국가의 번영 능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결정인자이다. 왜냐하면 문화는 위험성, 보상, 기회 등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 장은 문화적 가치가 인류 발전의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문화적 가치가 진보에 관한 인간의 생각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더 구체적으로, 문화적 가치는 경제 활동의 조직 원칙을 구성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리고 경제 활동이 없다면 진보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문화를 만드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공했다. 문화는 인간의 삶을 조정하고 안내하는 습관, 실행력, 믿음, 주장, 긴장 등의 총합체이다.

문화는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중요한 가치판단기준으로 지혜의 집합체이다. 현장문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의 집합체다. 마을내 주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고 더 잘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고귀한 가치체이다.

마을에 살면서 마을의 가치를 지키고 만들어내는 일은 우리의 사명이 되어야 한다. 그 마을문화의 중요한 가치가 과거의 유산을 존중하는 봉제사와 현재의 우리 문제를 외부고객들의 지혜로 해결하기 위한 접빈객이다.

kjwon@rig.re.kr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