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황당 사건’ 시리즈…‘중국인 타짜’에게 당하다
①중국인 VIP 사기도박단, 7시간에 17억 3000만 원 '꿀꺽'
2020.02.11 15:23:09
강원랜드 ‘황당 사건’ 시리즈…‘중국인 타짜’에게 당하다

‘폐광지역의 희망’ 강원랜드는 2000년 10월 28일 개장 이후 지난 20년간 국내 카지노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써오면서 카지노산업에 대한 가치를 드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황금알을 낳는’ 국내 유일의 내국인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는 정치권력과 중앙부처의 막강한 힘의 논리로 낙하산 인사 등의 후유증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도박중독 등 사행산업에 대한 좋지 못한 이미지 때문에 사법기관과 감독기관의 촘촘한 감시감독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사건사고도 끊임 없이 발생하고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영업장 야경. ⓒ강원랜드


최근 외국인들에 의한 슬롯머신 현금박스 절취사건처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황당한 사건은 코미디 수준이다.

그동안 중국인 사기도박단의 사기도박을 비롯해, 사기꾼에 의한 강원랜드 인수 미수 사건, 골드 칩스 위조사건, 아랍부호 성접대 사건 등이 대표적인 강원랜드 ‘황당 사건’이다.

강원랜드를 20여 년간 출입한 필자는 강원랜드 슬롯머신 현금박스 절취사건을 계기로 강원랜드 개장이후 벌어졌던 ‘황당 사건’을 시리즈로 구성했다. (편집자 주)

①강원랜드, ‘중국인 타짜’에게 당하다.


일반 도박장(하우스)에서의 사기도박은 의례적인 일로 치부되고 있지만 카지노 영업장의 사기도박은 결코 쉽지 않은 일로 알고 있다. 게임을 진행하는 딜러, 이를 감독하는 1차 감독(핏 보스), 2차 감독(플로어 퍼슨), 폐쇄회로(CC) TV, 주변의 눈을 속이는 일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지난 2005년, ‘내국인 돈만 턴다’는 비난을 덜기 위해 동남아 큰손들의 유치에 나선 적이 있다. 홍콩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의 화교들이 대상이었다. 

그해 9월 초 홍콩의 한국인 에이전시 A씨가 중국인 화교 VIP를 연결했다며 강원랜드에 연락했고 강원랜드는 첫 외국인 VIP고객 유치에 한껏 부풀었다.  

 

▲마카오 샌즈카지노 입구의 VIP전용 승용차. ⓒ프레시안(홍춘봉)


홍콩에 거주하는 A씨는 강원랜드에 중국인이나 동남아 화교 등 큰 손을 연결해 주면 게임머니의 일정비율에 따라 급여 없이 수수료만 강원랜드에서 받는 조건이었다.  마침내 10월 4일 인천공항을 통해 30대 초반, 40대 후반의 남자 6명과 20대 여성 2명 등 모두 8명이 강원랜드에 도착했다.

강원랜드 호텔 스위트룸에 여장을 푼 이들은 저녁식사 후 VIP룸에서 신분확인과 함께 3억 원을 예치한 뒤 강원랜드 칩스로 VVIP 예약룸에서 바카라게임을 시작했다.

강원랜드 VVIP룸에서 바카라테이블에서 중국인 남자 3명에 여자 1명 등 2개의 바카라테이블에서 게임을 시작하는데 이들의 손동작은 강원랜드 딜러와 감독자들의 눈을 현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당시 강원랜드 VIP룸에서 진행된 게임은 중국인 남자에게 밀착해 앉은 여성은 게임을 옆에서 관전하다가 남자의 상의 내부 주머니에 손이 들어가는 모습이 순식간에 이뤄졌다.  

또 다른 테이블에 앉은 중국인 고객은 카드를 오픈하는 다른 일행의 카드를 슬쩍 훔쳐보고 바로 옆 테이블의 카드를 보며 딜러와 핏보스의 눈길을 분산하게 만드는 바람잡이 역할도 했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중국인 남자 겜블러가 카드를 오픈하는 사이 바짝 붙어 앉은 여성의 소매에 남자의 손이 순식간에 연결됐다.

또 게임을 진행하는 딜러나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플로포슨, CCTV도 알아차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30대 초반의 남자 고객은 카드를 손에 잡고 오픈하는 자세나 손동작이 매우 빠르고 민첩했다.

특히 카드를 오픈하는 남자고객은 한쪽 손은 테이블 바닥에 밀착시키고 다른 손으로 딜러가 건넨 카드를 가져오는 동시에 옆에 앉은 여성의 손이 남자 고객의 테이블 바닥에 고정된 손으로 카드를 밀어 넣은 동작이 순식간에 진행됐다.    

당시 이런 장면을 처음 목격하는 딜러가 연인의 베팅이 승리하도록 기원하는 일종의 제스처로 생각했지 사기게임으로는 상상도 못했다.  

문제는 이들의 게임결과였다. 중국인들이 플레이어나 벵커에 베팅하는 족족 윈(Win)이었다. 승률이 무려 98%가 넘는 이들의 게임실력은 최고의 프로라는 판단이 들 정도였다. 이런 수상한 게임이 계속 진행됐지만 특별한 문제점을 찾기도 힘들었고 당연힌 누구도 이들의 이상한 행동을 제지하지 못했다.


▲노련한 딜러가 세련된 솜씨로 카드 돌리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강원랜드


눈빛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예리하고 손동작이 날렵한 이들 중국인 고객들은 당시 오후 8시30분부터 게임을 시작한 이후 새벽 3시까지 7시간동안 무려 17억3000만 원을 강원랜드에서 딴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가 새벽 3시께 한쪽 팔을 테이블에 고정시킨 체 카드를 펴보는 ‘불량한’자세에 대해 딜러가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실례합니다. 손님! 테이블에서 카드를 그런 방법으로 오픈하면 규정위반으로 허용이 안 됩니다.”     

그러자 인상을 찌프리던 중국인 고객들은 “기분이 나빠 더 이상 게임을 못하겠다. 칩을 모두 수표로 바꿔 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강원랜드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처음 VIP에 예치한 3억 원과 게임에서 딴 17억3000만원 등 모두 20억3000만 원을 신한은행 카지노출장소 발행 수표로 환전해 지급했다.    

중국인 8명의 일행이 VVIP룸을 벗어나 호텔 객실로 이동하자 강원랜드 모니터 팀과 고참 딜러들은 중국인 고객들의 게임장면에 대해 CCTV를 천천히 재생하며 문제가 되는 게임장면을 살폈다. 게임테이블에서 딜러가 확인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차례로 나타났다.

“잠깐, 지금 지나간 화면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분명 카드 2장을 준 상황에서 1장의 카드를 더 갖고 바꿔치기 하는 모습이 보인다. 또 모든 장면에서 이런 이상한 행동이 나타나고 있다. 분명 잘못된 게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7시간 동안 진행된 게임은 카드를 오픈하는 남자 겜블러와 바로 옆에 밀착해 앉은 여성의 손동작, 또 여성의 손에 의해 옮겨진 또 한장의 카드가 남자 손에서 교묘하고 민첩하게 교체됐다. 그야말로 신출귀몰한 장면을 지켜보던 직원들도 모두 비슷한 생각이었다. 중국인 VIP고객들의 사기게임을 아침 일찍 출근한 오한동 카지노본부장에 이어 당시 김진모 사장에게도 보고했다.   

강원랜드는 즉각 신한은행 카지노출장소 명의로 발행한 자기앞 수표 20억 3000만 원에 대해 지불정지를 요청하고 정선경찰서에 게임장면이 녹화된 복사테이프와 게임에 사용한 강원랜드 카드를 고발장과 함께 증거물로 제출했다.  

또 사건을 접수받은 정선경찰서는 사기게임에 대한 고발사건 수사가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발장 접수와 함께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 외국인인 이들의 출국금지 조치를 요청했다.    

이어 사기도박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강원랜드 호텔에 투숙중인 중국인 피고발인들에게 통역을 대동하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  

“당신들은 어제 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사기도박을 해서 돈을 땄다는 강원랜드의 고발에 따라 수사를 하게 됐으니 적극 협조해 달라. 당신들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조사 시 묵비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이 마무리될 때 까지 외국으로 출국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아주면 좋겠다.”    

 

▲2019년 11월 마카오의 한 카지노에서 중국인 고객이 바카라 게임에서 카드를 신중하고 오픈하고 있다. ⓒ프레시안(홍춘봉)


그러나 중국인들은 시골 경찰을 우습게봤는지 경찰의 조사요구를 무시한 채 강원랜드호텔에서 서울로 출발했다.

당시 강원랜드는 중국인 사기도박사건이 발생하자 경찰 고발에 이어 감독관청인 문광부에 구체적인 사기도박 사실을 이들의 명단과 함께 보고했다. 문광부는 이들에 대한 신원을 국내 13곳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주의할 인물로 통보했다.

서울에서 전전긍긍하다가 홍콩으로 출국하려던 중국인 일당은 인천공항에서 출국이 저지되자 자신들을 소개한 한국인 에이전시와 협의를 한 끝에 강원랜드에서 사기도박으로 취득한 수표(17억 3000만 원)를 돌려주면 고발을 취하한다는 강원랜드의 제시에 고민했다.

결국 중국인들은 11월 초 지급 정지된 신한은행 발행 강원랜드 수표(17억3000만원)를 에이전시 K를 통해 돌려받은 뒤 강원랜드는 이들에 대한 고발을 곧장 취하했고 홍콩으로 출국했다.
 
당시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중국인들이 홍콩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서울에서 체류하는 동안 서울의 불법 카지노바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카지노바 공략에 대해 연구했다는 사실이다.     

이어 11월 초 홍콩에 돌아갔던 이들은 11월 중순 다시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뒤 서울의 불법 카지노바에 들러 강원랜드 VIP룸에서 했던 방법 그대로 사기도박을 펼쳐 거액을 챙겼다.

처음 카지노바에 입장해서는 거액의 달러를 보여주며 돈 많은 중국인 행세를 하면서 이들은 1주일간 서울에서 여러 곳의 불법 카지노바를 돌며 이러한 수법으로 5억 원 가량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 사기도박단은 강원랜드에서 했던 수법처럼 남자와 여성이 밀착해 앉아 카드를 신출귀몰하게 바꿔치기하는 수법을 썼다.

불법으로 운영되는 카지노바는 카지노 전문 겜블러(타짜)나 사기도박 전문가에 대한 명단을 확보할 수가 없어서 고스란히 눈을 뜨고 당해야 했다. 모니터 화면의 분석능력도 부족하고 타짜에 대한 대처방법도 몰랐던 서울의 카지노바들은 중국인 타짜의 제물이 됐다.

한편 경찰이 중국인들의 사기게임에 대해 실랑이하는 사이 강원랜드는 러시아 전속공연단 소속 마술사를 불러 자문을 구했다. 당시 강원랜드에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러시아 전속공연단이 매일 저녁 공연을 하며 체류하고 있었다.

전속 공연단에는 댄서와 마술사 등이 있었다. 러시아 마술사는 “중국인의 동작은 사기도박이 지극히 의심스럽다. 이것은 카드마술을 배운 사람의 행동이다. 카드마술에서 하는 동작과 이 사람들의 동작이 아주 흡사하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얻은 강원랜드는 게임장면을 촬영한 CCTV 녹화테이프를 복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비롯해 워커힐카지노와 마카오, 미국 라스베이거스 게임연구소 등에 보내 사기도박여부에 대한 자문을 요청했다.    

강원랜드는 특히 필리핀카지노 등 다른 카지노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지 중국인 사기도박사범이 과거 사기도박에 연루된 일이 있었는지도 확인에 나섰다.      

그러나 국과수의 정밀 감식결과는 “행위 자체는 이상하지만 사기게임이라고 단정할 장면을 밝히는 데는 화면이 너무 어둡고 정교하지 못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파라다이스가 운영하는 워커힐 카지노와 마카오 및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네바다주립대 게임연구소에 의뢰한 사기도박 자문결과도 아쉬운 내용 일색이었다.  

“모니터 화면에 대한 분석결과 정황상 사기도박이 충분히 의심된다. 그렇지만 화면만을 보고서 명확하게 사기도박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들의 행동이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특별한 결정적 하자를 밝혀내기는 불가능하다.” 


▲필리핀 마닐라의 한 카지노에서 바카라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프레시안(홍춘봉)


당시 사기도박사건의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경찰관의 회고.    
“강원랜드가 사기도박에 대해 고발한 중국인 피고발인들을 대상으로 수사에 즉시 착수했다. 그들은 당연히 사기도박이라고 인정하지도 않았다. 강원랜드가 증거로 제출한 카드에 대해 한 장, 한 장, 지문감식도 실시했다.

카드 한 장에서 두 사람의 지문이 나오면 사기도박에 두 사람이 개입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밀하게 카드를 분석했으나 아쉽게도 두 사람의 지문을 발견하지 못했다. 당시 수사를 하면서 녹화테이프에 중국인 고객의 손에 카드 3장이 들려졌다가 다시 1장이 사라지는데 워낙 민첩하고 동작이 빨라 천천히 재생해도 사기현장을 목격하지 못할 정도였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을 잡아내기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강원랜드가 고발을 취하해 사건은 종결됐지만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었다. 사기도박을 입증하려면 더욱 정밀한 촬영이 가능한 고성능 CCTV를 설치했더라면 가능 했을텐데 당시 강원랜드 CCTV 성능은 그러지 못했다.”  

casinohong@naver.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