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의 미얀마 가스개발, 군부 만행속 진행돼"
[토론회] "대우, 거액 배상한 우노칼 사태 상기해야"
2005.04.13 17:52:00
"대우의 미얀마 가스개발, 군부 만행속 진행돼"
2000년부터 미얀마에서 천연가스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군부 독재 정권의 강제 노동, 성 폭행 등 인권 침해와 환경 파괴를 방조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우의 미얀마 가스 개발 사업, 군부독재 배불려"**

국제민주연대는 12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버마 가스 개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천연가스 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짚었다. 특히 이 자리에는 미얀마 인근에서 민주화 운동과 인권운동을 전개하는 활동가들이 참석해 미얀마 군사정권과 손잡고 천연가스를 개발하고 있는 대우 인터내셔널과 이를 방조하고 있는 우리 정부를 맹성토했다.

니니 르윈 아라칸민족협의회 부국장(태국 치앙마이대학 초빙교수)은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가 각각 60%와 10%의 지분을 갖고 있는 미얀마 '쉐(Shwe)' 가스전과 가스관 사업은 미얀마 군부 독재정권의 심각한 인권 침해를 방조하는 것"이라며 "이미 군부 독재정권은 쉐 지역 안으로 들어온 어부들의 배를 빼앗은 뒤 고문을 하고, 대우인터내셔널의 빌딩을 짓기 위해 숲을 제거하는 데 주민을 강제로 동원한 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등 심각한 인권 침해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962년 이래 통치하고 있는 미얀마 군부의 인권 침해는 밖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하다"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진행되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의 천연가스 개발 사업은 미얀마 국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고 결국 미얀마 군부 독재정권을 돕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의 가스 사업이 "▲미얀마 군부 독재정권을 연장하고 ▲미얀마 주민에 대한 군부의 강제 노동ㆍ인권 침해ㆍ여성에 대한 성폭력 등을 부추기며 ▲가스관을 놓는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들의 중요한 생계 수단인 해양 생물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예시했다.

***"강제 노동ㆍ이주, 강간 등 군부의 인권유린 심각해"**

현재 미얀마와 태국 접경 지역에서 '어스 라이츠 인터내셔널(Earth Rights International : ERI)'를 설립해 인권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카사와씨도 "미얀마에 외국 기업이 투자를 하면 군부는 주민들을 동원해 숲을 훼손하는 등 강제 노동을 시켜왔다"며 "대우인터내셔널의 가스 사업이 본격화되면 이런 강제 노동과 인권 침해를 부추길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니니 르윈 부국장과 카사와씨는 미얀마 군부의 참혹한 인권 유린을 생생히 증언해 큰 관심을 끌었다.

두 사람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주민들은 강제 노동ㆍ이주로 고통을 겪는 것은 물론 군인들에 의한 폭행, 강간, 방화 등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돼 있다. 니니 르윈 부국장은 군인들에게 강간ㆍ폭행을 당한 뒤 목숨을 잃은 23세 여성의 사진을 공개했고, 카사와씨도 20~40㎏에 이르는 탄약을 등에 이고 군인들을 따라다니는 노역을 하느라 어깨가 짓뭉개진 주민들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대우인터내셔널 가스 개발 사업으로 인한 인권 침해 이미 시작"**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천연가스 개발 사업은 2000년 8월부터 시작해 최근 들어 눈에 띄는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2004년 1월 이번에 논란이 된 '쉐' 가스전에서 우리나라에서 약 6년간 쓸 수 있는 양에 해당하는 1천억~1천7백억㎥의 가채 매장량의 가스층을 발견해 본격적 개발을 시작한 데 이어, 최근에는 '쉐프' 가스전에서도 63.2m 두께의 가스층을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 기업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개발하고 있는 '쉐'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는 인도까지 이동된다. 이 때문에 현재 방글라데시를 경유해 인도로 이어지는 경로를 대상으로 가스관 사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렇게 가스 개발 사업과 가스관 사업이 본격화될수록 미얀마 군부에 의한 주민들의 강제 노동, 여성에 대한 성폭행 등 인권 침해 및 대규모 환경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윤영모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국제정보센터 실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의 가스 개발 사업의 경우 2000년부터 계속돼 왔기 때문에 이미 군부의 주민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시작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1990년대에 미얀마에서 가스 사업을 벌인 미국의 우노칼(UNOCAL), 프랑스의 토탈(TOTAL)의 경우에도 가스 사업 자체보다는 가스관 건설을 위한 숲을 제거하거나 길을 닦는 등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에 강제 노동에 주민들이 동원된 경우가 상당수였다"고 지적했다.

***"거액 피해 보상한 우노칼 사례에서 배워야,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될 수도"**

국제민주연대 운영위원인 차지훈 변호사는 "대우 인터내셔널은 우노칼이 미얀마 군부와 밀착해 가스 사업을 진행하다 본국에서 민사 또는 형사 제소를 당해 8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최근 거액의 피해 배상 합의를 해야 했던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쉐브론텍사코에 인수된 우노칼은 미얀마 가스 개발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군부가 우노칼을 대신해 강제 노동ㆍ이주, 강간ㆍ고문 등을 했다는 NGO(비정부 기구)의 고발로 큰 곤욕을 치렀다. 1996년부터 미국에서 진행된 소송은 지난 4월2일 우노칼이 피해 주민에게 거액의 피해 배상을 합의하는 것으로 종결됐다. 이 과정에서 우노칼의 기업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음은 물론이다.

차 변호사는 "우노칼이 가스 개발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NGO들은 군부의 인권 침해를 부추길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했지만 우노칼은 이를 무시하다 낭패를 봤다"며 "대우인터내셔널 역시 지금 경고를 무시한다면 미국, 국내에서 민ㆍ형사적 책임 문제를 질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형사재판소에서 기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 "피 묻은 손을 잡으면 손에 피가 묻을 수밖에 없다"**

차 변호사는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 아직 인권 침해가 본격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넓은 선택의 여지가 있다"며 "정부의 후원 아래 대우인터내셔널과 NGO들이 미얀마 가스 개발 사업으로 인한 인권 침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감시 기구를 수립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미얀마에 투자하는 우리 기업 전체에 대한 일종의 행동 강령을 제정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차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미얀마의 군부 독재의 만행에 관심이 없으면서도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 개발에 대해서는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환영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우리 시민사회의 이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 우리 국민도 국제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발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카사와씨는 "피 묻은 손을 잡으면 손에 피가 묻을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미얀마 군부 독재정권을 돕는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의 천연가스 개발 사업을 한국의 시민사회에서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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