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욕망 앞에 고개 숙이십시오"
[공무원을 위한 FTA 해설·7]간접수용과 토지규제
2007.06.05 09:55:00
"땅의 욕망 앞에 고개 숙이십시오"
한 가지 분명히 해두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제가 이 연재에서 공무원 여러분들과 소통하고 싶은 주제는 외국인에 대한 배척이 아닙니다.

제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 가운데는 외국인 회사들이 있습니다. 제 형제들 가운데는 외국인 투자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라디오에서 교육방송 영어회화를 들으면서 출근을 준비하고 아이들의 등교 준비를 거듭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균형을 잃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행정 업무와 규제는 법률적으로는 근거 법령에서 정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여러분의 규제는 '공익'을 위해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공익과 재산권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국민 통합을 유지하는 것이 여러분의 업무가 지닌 성격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유길준의 <서유견문>(허경준 옮김)을 다시 인용하자면 "법률과 권리가 인간 세상의 보편적인 이익을 위해 평등하고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커다란 기강을 세우"기를 기대합니다.

<표 11>의 헌법 조항이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되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하며,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 것은 공익과 재산권 사이의 균형에 대한 한국호의 합의를 표현한 것입니다. (☞ <표 11> 보기)

한국 헌법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 생활의 조화와 균형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유재산을 보장합니다. 이것은 저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견해를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88헌가 13 판결)

오늘날 한국인의 욕망은, 적어도 제도적 차원에서는. 이런 원칙을 기준으로 서로 조화를 이룰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한국 헌법 "토지는 다른 재산권보다 더 강한 공익 관철 요구된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은 지난 회에서 '규제의 모습을 한 수용(regulatory taking)'이라는 개념, 즉 '간접수용'이 하나의 어엿한 독자적인 법적 개념을 획득했음을 목격했습니다. (<표 12>, 부속서 11-나 3항) (☞ <표 12> 보기)

이런 법적 제도화가 한국의 재산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제도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토지 재산권과 공공 이익 사이의 균형을 판단하는 기준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나라마다 토지와 관련된 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한국의 사정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용 토지 면적이 인구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반면에, 모든 국민이 생산 및 생활의 기반으로서 토지의 합리적인 이용에 의존하고 있는 정황을 고려하면, 토지는 국민경제의 관점에서나 그 사회적 기능에 있어서 다른 재산권에 비하여 보다 강하게 공동체의 이익을 관철할 것이 요구된다." (88헌가 13 판결 등)

헌법 재판소는 바로 이같은 입장 때문에 개인의 재산권을 그린벨트로 묶어 일체의 개발을 금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한미 FTA에서 간접수용 개념을 법제화하는 것은 바로 이 그린벨트 제도를 존폐의 기로에 서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표 15>의 간접수용 기준에서 본다면, 한국식 그린벨트 제도는 토지 소유자가 가지는 토지 이용과 개발의 합리적 기대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 <표 15> 보기)

그린벨트 제도, 미국 헌법 아래선 불가능합니다

한국의 그린벨트는 습지나 멸종 위기 생물, 혹은 천연기념물 등 구체적인 보존 가치가 있는 자연을 보존하기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한국 정부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 방지'라는 추상적인 목적을 내세워 사유지를 그린벨트로 지정하고선, '아무런 보상 없이' 토지 소유자의 토지 개발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도시민의 아파트를 짓는다는 이유로 토지를 일방적으로 수용한 다음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토지 소유자에게 불쑥 던져주는 보상금은 애초 그린벨트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 가격입니다.

다시 말해, 애당초 '도시' 경계가 넓어진다는 것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그 어떤 개발 행위도 금지시키다가 바로 그 곳에 다름 아닌 '도시'를 짓겠다면서 땅을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미국에는 한국식 그린벨트가 없습니다. 특정 습지 보전 지역 등이 아닌, 농촌 일반의 광활한 지구를 도시화를 막겠다며 아예 개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 자체가 미국의 헌법 질서에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보존할 필요가 있는 사유지를 공적으로 매입할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국가가 세금을 더 거두거나, 민간이 모금을 해서 사유지를 매입합니다. 그렇게 해서 형성된 공유지가 사실상 그린벨트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대개 이런 과정은 지방 차원에서 진행됩니다.

<표 15>의 판정기준으로 본다면, 한국식 그린벨트는 '규제의 모습을 한 수용', 즉 간접 수용에 해당하기 쉽습니다. (만일 IMF 위기가 아니었다면, 한국은 그 동안의 생산력 발전이 낳은 결실을 그린벨트에 대한 보상금 지급에 사용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결과, 오늘날 상당히 많은 녹지대가 공유지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장기간 그린벨트 토지 소유자의 희생을 요구하다가, 도시민의 아파트를 짓는다는 명목으로 갑자기 그린벨트를 해제하고선 이를 싼 값에 수용해버리는 식의 그린벨트 제도에는 반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자리에서 그린벨트를 예로 들어 설명하려는 것은, 땅에 대한 '간접수용' 개념을 하나의 독립적 법적 범주로 제도화하는 것이 바로 그린벨트와 같은 거대한 토지 규제의 존립 여부를 좌우할 정도의 중대한 사회적 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는 점입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간접수용'의 법제화는 그린벨트로 묶인 토지의 소유자를 포함해 규제의 대상이 된 토지 소유자에게 국가를 상대로 그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법적 장치를 제공하는 놀라운 변화입니다.

국가의 토지 규제에 대한 보상은 보상 법률에 근거해야

이는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법률적인 내용입니다.

오늘날 한국의 땅 소유자에게는 '수용'(한미 FTA 협정문 식으로 말하면 '직접 수용')의 모습을 띄지 않은 국가 규제 일반, 즉 '땅을 직접적으로 수용하는 형태가 아닌 규제'에 맞서 국가에게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인 수단이 사실상 없습니다.

아마 이 부분도 이해하기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앞에서 본 그린벨트의 예를 다시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어떤 땅 소유자가 자신의 땅이 적법하게 그린벨트로 묶이는 바람에 애초 원했던 개발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합시다. 그런데 <표 11>의 한국 헌법은 재산권의 수용·사용·제한 및 그 보상은 '법률'로 할 것을 규정했기 때문에, 그린벨트 법률에 명시적인 보상 조항이 없으면 이 땅 소유자는 원칙적으로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그린벨트 법률에는 땅을 애초에 사용하던 용도로도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특별한 경우에만, 토지 소유자가 원할 경우, 국가에게 땅을 사가라고 할 수 있을 뿐입니다. 또 그린벨트 규제는 소유 명의자를 변경하는 수용이 아니기 때문에, 토지 수용에 관한 법이 적용되지도 않습니다. 결국 땅 소유자는 보통의 그린벨트에 대해 국가에게 보상을 요구할 아무런 법적 장치가 없습니다.

토지 소유자가 국가의 토지 규제에 대해 보상을 청구하려면, 그 보상 신청의 근거 법률 조문을 특정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토지 규제에 관한 법률은 보상 조항이 없습니다. 그린벨트에 관한 법률에서도 앞에서 설명한, 아주 제한적인 보상 규정(매수청구권)이 2000년에야 만들어졌을 뿐입니다.

이처럼 한국의 헌법 질서에서는 토지 수용이 아닌 토지 규제에 대해서는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아주 제한적으로, 명시적 보상 근거 조항은 없지만, 다른 법률에서의 비슷한 보상 규정 조항을 '유추 적용'해서 보상을 신청하는 것을 인정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토지 규제, '간접수용'의 소용돌이로

그러나 이제 한미 FTA 협정문을 통해 땅에 대한 '간접수용' 개념이 하나의 독립적 법적 범주로 제도화됨으로써, 이제 토지 소유자는 해당 규제 법률에 보상 조항이 없더라도 국가에 보상을 요구할 법적 장치를 갖게 됩니다.

즉, 토지 소유자는 국가의 규제로 인해 '간접 수용'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새로운 제도가 탄생한 것입니다.

(과연 이런 방식으로 간접수용 개념과 그 보상을 일반적 차원에서 법제화하는 것이 한국 헌법상 허용되느냐는 중요한 문제, 즉 협정문이 한국 헌법 23조 3항의 수용 및 그 보상의 법률에 해당하느냐 하는 문제는 지면 관계상 생략합니다.)

협정문은 외국인이 소유한 땅이나 외국인이 투자한 국내기업이 소유한 땅만을 보호한다고요?

땅은 인간의 관념에서만 분리돼 있을 뿐, 자연적으로나 물리적으로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한국의 땅을 한미 FTA 협정문의 적용을 받는 땅과 그렇지 않을 땅으로 나눠 '헤쳐모여' 시킬 수 있습니까? 서로 인접한 지역의 땅에 대해 규제하면서, 외국인 소유자의 것과 아닌 것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상하는 것은 머릿속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미국인 투자자, 한국 기업 대리로 한국을 국제중재에 회부할 수 있어

이런 경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의 공무원 코리아 씨의 민원창구에 어느 날 미국인 샘 씨가 찾아 왔습니다. 이 사람이 투자한 한국 기업 샘 코리아는 동탄에서 적절한 공장 부지를 찾아 시세보다 비싸게 샀습니다.

그런데 동탄이 신도시 예정지로 지정되면서 향후 5년간 일체의 개발이 금지됐습니다. 게다가 토지수용법('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 회사 소유의 땅은 "장차 수용 시 상환기간 5년 미만의 채권으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보상 방식이 적용됐습니다.

샘 씨는 자신에게 의견을 구하지도 않고 하루아침에 자신이 투자한 샘 코리아가 소유한 땅의 개발을 전면 금지시키고, 게다가 수용 시 채권으로만 보상금을 받게 하는 규제는 협정문의 투자자 대우 기준을 위반한 것이라며 '샘 코리아를 대리해' 한국을 국제중재에 제소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선, 5년간의 개발 금지가 간접수용에 해당한다면서 이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협정문이 외국인 소유의 땅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만일 공무원 여러분이 동탄 시의 코리아 씨라면 샘 씨의 민원에 대해 무어라고 답변하겠습니까? 한국 법대로 하겠다고 하겠습니까? 건설교통부에게 물어보겠다고 하겠습니까? 아니면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라고 하겠습니까? 샘 씨에게만 보상금을 주고 해결하겠습니까?

"한미FTA 협정문의 폭탄은 한국에서 터집니다"

'간접수용' 개념의 법제화는 땅의 욕망이 폭발하는 것입니다. 땅에 대한 탐욕을 절대화하는 것입니다. 토지 소유자에게 국가의 규제 일반에 맞설 수 있도록 하는 법적 무기를 장착해 주는 것입니다.

그 무기는 한국 헌법의 '토지 공개념' 조항에 명중할 것입니다. 한미 FTA 협정문에서 간접수용 개념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공익과 재산권 사이의 균형에 대한 우리 사회의 표준 자체를 변경하는 엄청난 행위입니다. 저의 해석이 과장인가요?
▲ 안개 낀 서울 도심은 '땅의 욕망'으로 가득차 있다. ⓒ연합뉴스

앞서 언급한 헌법재판소의 판례들을 굳이 다시 보지 않더라도, 한국은 대표적인 인구 밀집 국가입니다. 이런 곳에서 땅에 대한 욕망을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행위는, 한국인을 땅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전쟁터로 만드는 일입니다.

협정문의 폭탄은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터집니다. 한국인은 이미 일상의 삶에서 더 없이 충분히 땅을 둘러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제가 자가용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땅의 공간을 놓고 다른 차와 사람들과 전쟁을 벌여야 하는 삶을 매일 매일 요령 있게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 집과 직장이 전철로 쉽게 닿을 수 있고, 제 업무에 차량이 필수적이지 않는다는 조건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간접수용' 개념의 제도화는 땅의 욕망을 국제법적으로 끌어 올려줍니다. 땅에 대한 국가의 규제를 퇴각케 하는 통지서입니다. 땅을 많이 가진 소수로 하여금 헌법재판소 판례의 단어인 '공동체의 이익'이 관철될 불안과 공포로부터 해방시켜주는 선언서입니다.

한국은 이미 부동산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로 찢겨 있습니다. 협정문은 그 경계에 국제법이라는 강력한 철제 울타리를 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공무원 여러분은 함부로 토지 공개념일랑 입에 담지 마십시오. 그럴 시간이 있거들랑, 땅의 욕망을 국제법적으로 보호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십시오.

또 다른 인구밀집 국가 싱가포르는 어땠을까요?

한국이 진실로 한국 헌법의 토지 공개념과 국가의 부동산 정책 권한을 조금이라도 보호하려고 했다면, 최소한 토지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만큼은 한국의 특수성을 충분히 설명해 처음부터 토지 규제에 대한 간접수용 적용을 거부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그 예를 싱가포르에서 봅니다. 싱가포르도 땅이 좁은 나라입니다. 그래서 이 나라는 다른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때, 부동산 정책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싱가포르는 한국과의 FTA에서 <표 16>과 같이 토지와 관련된 수용 조치는 협정문이 아니라 국내법이 정의하는 바를 따른다고 했습니다.
<표 16>
협정문의 수용 보상 조항에도 불구하고 토지에 관한 모든 수용 조치는 협정 발효일 현재의 수용국의 국내법에서 정의한 바에 따르며, 보상금의 목적과 액수의 면에서도 이 법에서 정한 대로 한다. (10.13조 5항)

이 조항의 의미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가의 토지 관련 규제가 토지 수용이라며 국가를 국제중재에 회부할 때, 그 규제가 토지 수용인지 아닌지 여부는 싱가포르 국내법에서 정의된 토지 수용 개념으로 판단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싱가포르 의회가 싱가포르의 현실을 반영해 제정한 법률에 따르라는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2003년 미국과 맺은 FTA에서는 토지 수용 문제에 있어서는 협정문 발효 후 3년 동안 협정문의 수용 보상 조항이 적용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2003년 5월 6일자 부속서한 4항) 갑작스런 충격이 닥치기 전에, 내부 정비 기간을 확보하려 했던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2005년 인도와의 FTA에서도 토지 수용에 대해서는 국내법을 적용한다는 조항을 두었습니다. (<표 17>)
<표 17>
Notwithstanding paragraph 1 and 2, any measure of expropriation relating to land, which shall be as defined in the existing domestic legislation of the expropriating Party on the date of entry into force of this Agreement, shall be for a purpose and upon payment of compensation in accordance with the aforesaid legislation (…). (1항과 2항이 있지만, 토지에 관한 모든 수용조치는 협정 발효일 현재의 수용국의 국내법에서 정의한 대로 따라야 하며, 보상금의 목적과 액수의 면에서도 위 법에 맞게 해야 한다.) (6.6조 3항)

탁류를 구멍 뚫린 바가지로 막겠다고요?

어떤 분들은 한미 FTA 협정문에도 <표 18>와 같은 추가적인 간접수용 판정 기준이 있으니 안심하자고 말합니다.
<표 18>
규제가 그 목적 또는 효과에 비추어 극히 엄격하거나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의 예와 같은 드문 상황을 제외하고는, 저소득층 주거 여건 개선을 위한 경우의 예와 같이 이를 통해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그런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을 보호하기 위한 비차별적 규제는 간접 수용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부속서 11-나 항)

그러나 이 실로 난해한 조항으로 거센 탁류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간접수용이란 물꼬를 터버린 이상, 그 거센 물살을 이 몇 조각의 자음과 모음으로 잡을 수는 없습니다. 이 조항은 간접수용의 소용돌이치는 물줄기에서 바가지로 물 몇 모금을 퍼내는 것과 같습니다.

게다가 이 바가지는 처음부터 구멍이 뚫린 것입니다. <표 16>을 보면 '목적 또는 효과에 비추어 극히 엄격하거나 균형이 맞지 않는' 규제와 같은 경우를 '드문 상황'이라는 이름의 구멍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 구멍의 크기를 잘 들여다봐야 합니다. 본디 간접수용이란 개념 자체가 '직접적인 수용은 아니지만, 규제가 너무 엄격하거나 균형이 맞지 않아 그 실제 효과가 수용과 같게 되었다'는 뜻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표 18>처럼 간접수용에서 제외되는 범위를 정하는 자리에서 '규제가 극히 엄격하거나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에는 간접수용으로 봐야 한다고 규정하면, 도대체 제외되는 것으로 무엇이 남을까요?

그래도 부동산 정책은 제외되지 않느냐고요?

더욱이 부동산 가격 안정화 규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한 국가의 역할 가운데 한 부분일 뿐입니다.

만일 도시민의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르지 않고 '안정화' 되면, 토지 공개념을 확대하는 정책은 필요 없는 것인가요? 중산층의 아파트 값만 안정되면 한국 국민은 모두 행복한가요? 여러분의 아파트 값만 안정되면, 지금 이 비싼 땅값 위에 놓인 한국호의 장래는 상관없습니까? 한국 농업과 공업이 감당해야만 하는 비싼 토지 비용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표 18>의 조항은 매우 애매하고 불확실한 용어들을 진열한 창고입니다. 예를 들어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이란 무슨 의미입니까? 공공복지 목적 앞에 왜 '정당한'이라는 제한이 필요합니까? '부당한' 공공복지 목적도 있습니까?

더욱이 <표 18>의 적용을 받으려면 국가의 규제가 '비차별적' 규제이어야 하는데, 이는 결코 호락호락한 요건이 아닙니다.

세계무역기구(WTO) 판례는 '사실상의(de facto)' 차별, 즉 서로 다른 경쟁 환경이 조성되는 경우도 차별로 보고 있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마이어스 사건'에서도 국제중재부는 실제적인 효과를 따져서 내국민 기업과 외국인 기업 사이의 이익이 서로 균형이 맞지 않는 결과가 발생하면 이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습니다.

공무원 여러분 스스로를 위해 <표 18>의 조항을 신뢰하지 마십시오. 더욱이 이 조항의 원형은 미국이 만든 것입니다. ('2004년 투자협정 표준안' 부속서 B의 4항) 한국의 투자협정 표준안에는 이런 조항이 없습니다.

게다가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의 토지·부동산 정책을 국제중재에 회부했을 때, 한국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결코 이 조항을 해석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는 그 누구도 공무원 여러분을 안심시켜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니 땅의 욕망 앞에 고개를 숙이십시오.

☞ 1회 보기 "프랑케슈타인과의 동거"-한미FTA로 공무원 업무지침 사라져

☞ 2회 보기 "공무원 여러분, 각별히 조심하십시오"-'최소기준대우'에 내던져진 한국

☞ 3회 보기 "재벌총수 여러분, '멋진 신세계'에 주목하세요"-국민기업의 경영권

☞ 4회 보기 "미국인은 선제적으로 배려하세요"-헌법 위에 놓인 내국민 대우

☞ 5회 보기 "한미FTA는 우리의 탐욕이 만들어 냈습니다"-간접수용(上)

☞ 6회 보기 "한미FTA는 대한한국 헌법의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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