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구로공단 영세업체의 공통점은?
전자산업 노동실태 개선을 위한 토론회 "문제는 '무노조 경영'"
2011.03.10 10:02:00
삼성전자와 구로공단 영세업체의 공통점은?
'삼성 백혈병' 의혹부터 삼성LCD 노동자 투신 사망 사건까지 비극이 끊이지 않는 전자산업에 대한 우려가 깊어가고 있다.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비극이 비단 무노조 경영을 표방하는 대기업뿐 아니라 이에 종속된 수많은 하청업체 공단 노동자까지 포괄한 '노동 조건'의 문제라는 점에서 대응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선포한 '제3회 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주간' 마지막 날인 9일 서울 정동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삼성대책회의,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전자산업 노동실태와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자들은 급속도로 발전한 전자산업의 이면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 노동 착취가 만연하다는 사실에 공감하면서 대기업과 영세기업 노동자를 아우르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 클린룸'과 구로공단의 공통점은?

'삼성 백혈병' 의혹과 영세 전자업체 노동자 사이의 접점이 쉽게 찾아지는 건 아니다. 전자의 핵심은 사업장 내 발암물질 노출 여부다. 후자의 경우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사례에서 잘 들어나듯 만연한 파견 노동에 따른 저임금과 고된 노동 강도가 핵심이다. 각각의 사례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될 만하다.

하지만 '삼성 백혈병' 문제를 좀 더 살펴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이는 지난 1월 삼성전자 탕정 기숙사에서 투신해 숨진 故 김주현 씨의 사례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故 김 씨는 재직 시절 고강도의 노동에 부서를 옮겨달라 할 정도로 힘들어했다. 형식적으로는 3교대 근무였지만 설비 엔지니어였던 故 김 씨는 기계 이상이 발견될 때마다 클린룸에 들어가야 해 하루 근무시간이 14~16시간에 이를 때도 있었다. 휴일도 거의 없었다.

게다가 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서 예전에 앓았던 아토피가 재발하고 접촉성 피부염도 생겼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달리 도움을 받은 일도 없었다. 반올림에 접수된 피해 노동자 대다수가 유해물질에 대한 교육 없이 철저한 성과측정 시스템에서 작업수칙에 벗어난 과도란 업무를 강요받았다고 증언한 것에 비추어봤을 때, 백혈병 논란의 핵심에는 '무조노'를 빼놓을 수 없다.

이는 많게는 5차까지 이르는 하청기업 노동자도 예외가 아니다. 사업장에 유해물질은 없지만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유입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늘상 해고의 위협에 노출된다. 3개월짜리 초단기 계약을 맺을 때도 있고, 부당한 지시에 항의하면 곧바로 해고돼 비슷한 환경의 다른 사업장으로 다시 흘러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남부전략조직화사업단의 구자현 집행위원은 "통계로도 파악되지 않는 공단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시급제로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잔업과 특근을 해야 간신히 120만 원 정도의 월 임금을 확보할 수 있다"며 "남품 물량을 맞추기 위해 27시간을 연속으로 일했다는 이들도 있고 한달 잔업이 100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의 한지원 연구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삼성·LG 전자가 경쟁력을 가졌던 건 자체 제조 시설과 하청업체를 통한 위탁제조를 병행하면서 유연한 생산방식을 다각화했기 때문"이라며 "대형 납품 업체의 경우 대기업의 생산 과정에 직접적 타격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협상력을 가질 수 있지만 대기업의 간접적인 탄압과 정부의 유연화 정책 등은 조직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뭉쳐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고 노동실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걸 부정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노조 조직률이 10% 안팎에 머물러 있는 현실에서 파편화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새롭게 조직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무노조 경영'의 상징이 된 삼성에서 자생적인 노동조합이 탄생하기 쉽지 않다는 것 역시 잘 알려져 있다. 노동계뿐 아니라 지역, 시민사회가 연대해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야 하는 이유다.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중소기업 노동운동에는 중소기업의 존립 자체가 우선"이라며 "산별노조 활성화, 위장도급 및 하도급 관계 개선 등의 전제를 충족한 후 생산성 향상에 따라 임금 인상을 해야 노동 운동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정 원장은 이러한 예로서 중소기업의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주를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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