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은 누구와 무엇을 '논의'한 것인가?
[밥&돈] "QSA는 한시적 조치"가 핵심이다
김종훈은 누구와 무엇을 '논의'한 것인가?
정부는 'QSA'라는 조치를 통해 "30개월 이상의 미국 쇠고기 수출을 원천적으로 막았다"고 자랑하고 있다. 미국 쇠고기 수출업자들이 자율적으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는 수출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그런데 막상 그 미국 업자들이 말하고 있는 바는, 한마디로 "한국 민심이 가라앉기를 기다려 모든 월령의 쇠고기를 수출하겠다"이다. 이는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모든 미국 쇠고기의 수출을 지지할 때까지"

지난 4월 18일의 협상 내용은 한마디로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라 미국 쇠고기를 수출한다"이며, 그 기준은 30개월 이상의 몇 가지 부위와 뼈를 제외한 모든 연령의 미국 쇠고기가 수출 가능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것이 지금의 대소동을 불러일으킨 원인이었다. 정부는 한사코 OIE 기준이 절대 안전한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홍보했으나 그것을 납득하지 않은 한국인들이 촛불을 든 것이 지난 7주간 벌어진 일이다.

그러자 이미 5월 말 께 미국 업체 차원에서 '잠시 동안'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출을 자제하겠다는 제안이 나온 바 있다. 그런데 '그 잠시 동안 이후엔 그냥 막 들여오겠다는 것인가'라는 불안과 분개가 기름을 부어 현재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 김종훈 본부장 ⓒ연합뉴스

그러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으로 급파되었고, 그는 곧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돌아왔다. 무언가 분명히 새로운 것을 가져왔다고 보이기에,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그 결과가 '90점짜리'라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막상 그가 들고 돌아온 '90점짜리' 협상안은 고시 게재까지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미 육류수출협회(US Meat Export Federation: http://www.usmef.org/)에 떠 있는 문서는 그 내용을 엿볼 수 있게 하고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한국에 모든 월령의 쇠고기를 다 수출하게 되는 것으로 이해한다"이다.

이 문서는 미국 육류업계를 대표하는 세 단체 즉, 미국 육류수출협회, 미국 육류 기관(American Meat Institute), 전국 육류 연합(National Meat Association)의 대표자들이 에드 샤퍼(Ed Schaffer) 농무장관과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보낸 공식 서한이다.

먼저, 그들은 "자신들의 쇠고기가 모든 월령에 걸쳐 안전하다고 확신(confident that all beef produced in the United States is safe regardless of age)"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 미국 쇠고기에 대한 염려가 일어났고, 이 염려가 "한국에서 미국 쇠고기의 이미지를 흐리고 있음(having an impact on perceptions of U.S. beef in the Korean market)"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염려가 가라앉을 때까지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로 수출을 제한할 것이며 자체적으로 그 "품질체제평가(QSA: Quality System Assessment)"를 운영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조치(transitional measure)"로서, "한국 시장의 여러 상황이 모든 미국 쇠고기의 수출을 지지할 때까지(until the conditions in the Korea market support the restoration of exports of all U.S. beef products to Korea)"만 실시된다.

그리고 그 뒤에는 "OIE 기준" 즉 지난 4월 18일 협상안에서 정해진 바대로 "한국의 시장은 완전 개방될 것(full market opening consistent with OIE guidelines)"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국가와 국가 간의 무역 협상과 같은 중차대한 사안을 놓고서 일개 민간 업계의 공식 서한을 가지고 법석을 떤다고 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바로 그 국가 간의 '논의' - 한국 정부는 '추가협상'이었다고 하지만 미국 측은 한사코 '논의(discussion)'이었다고 한다 - 의 결론이 미국의 민간 업체의 자율적인 판단과 결정에 광우병 위험 쇠고기 관리의 전권을 넘긴다는 것이었고, 위의 내용은 바로 그렇게 전권을 쥔 문제의 '민간 업계'가 대표자들의 명의로 공식 '고시'한 서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나라 국민들의 건강 안보에 직결된 문제를 그렇게 '일개 민간 업계'에 넘겨주게 된 황당한 사태가 바로 김종훈 본부장이 한 '논의'의 결과였다. 그는 심지어 미국 정부로부터 그나마 수출증명(EV) 약속조차 받지 못했고, 그 결과 이렇게 모든 칼자루가 '민간 업계'에 넘어가게 되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 뒤에는 모든 월령 쇠고기 다 들어온다

여기에 김종훈 씨가 대답해야 할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다. 첫째, 그 "한시적인 조치"는 언제까지 계속되는가? 즉, "한국 시장의 여러 상황이 모든 미국 쇠고기 수출을 지지할 때"란 구체적으로 언제이며, 그 시기를 판단하는 것은 누구인가?

둘째, 그 시기가 지난 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4월 18일 협상안에서 문제가 되어 온 국민을 촛불로 타오르게 만든 그 OIE 기준에 따라 몇 가지 부위와 뼈만 빼고 모든 쇠고기가 수입되는 것인가?

김종훈 씨의 대답을 기다려 보아야 하겠으나, 이미 답은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그가 얻어낸 것은 '자율 규제'다. 따라서 첫째 질문의 답은 말할 것도 없이 미국 육류수출업자들이 '이만하면 모든 쇠고기가 다 팔릴 것 같다'고 판단할 때일 것이다.

둘째, 그 판단이 끝난 후에는 QSA고 뭐고 OIE 기준에 따라 모든 월령의 쇠고기가 다 들어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 정부는 물론 심지어 미국 정부조차 일체의 개입을 거부한 상태이니 이러한 그들의 판단과 결정을 막을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결국 김종훈 씨의 '90점짜리 논의'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미국 육류수출업자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반감이 있음을 알고 이에 현명하게 대처한다. 그래서 여론과 걱정이 가라앉을 때가 되었다 싶으면 즉시 모든 월령의 쇠고기를 수출한다. 여기에 대해 한국 정부도 미국 정부도 일체 개입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한국의 광우병 쇠고기 안전 문제는 미국 쇠고기 장사꾼들의 한국 시장 공략 전략이라는 계산 속에 일임한다'이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김종훈 씨는 지난주 워싱턴에서 7일 동안 대체 누구와 만나 무슨 '논의'을 한 것인가? 육류 수출업자들이 미국 정부 대신 나서 '우리가 한국인들 자극하지 않도록 알아서 잘 할 테니 빨리 고시나 하라'고 요구했고 그것이 관철된 것인가?

지난 4월 18일의 OIE 기준은 그대로 살아 있으며, 그나마 한시적인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자제는 오래 전에 미국 업자들이 꺼낸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김종훈 씨는 지난 며칠간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논의'한 것인가?

이것이 지나친 다그침이길 바란다. 그래서 아직 한국 정부와 김종훈 씨의 양식을 믿고 싶은 나는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첫째, 이 30개월 미만으로 제한이라는 "한시적 조치"는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누구의 결정에 의해 종료되는가? 둘째, 그 뒤에는 모든 월령의 미국 쇠고기가 들어오는 것인가?
참고로 위에서 인용한 미국 육류수출업협회의 글 전문을 첨부한다.

U.S. Beef Exporters Respond to the Statement from the Korea Import Beef Association

On June 20, 2008, the Korea Import Beef Association released a statement declaring that while the importers believe that U.S. beef from cattle of 30 months of age and over is safe, as a transitional measure in response to current market conditions, they will only import U.S. beef from cattle less than 30 months. In the statement they also requested that U.S. beef exporters ask the U.S. government to verify that U.S. beef exported to Korea meets this request by the importers.

To this end, and to meet the desires of our Korean customers, the three associations representing the U.S. beef industry today delivered a letter to the Secretary of Agriculture Ed Schafer and U.S. Trade Representative Susan Schwab stating the following:

Dear Secretary Schafer and U.S. Trade Representative Schwab:

We are writing to you today on behalf of the U.S. beef industry regarding access to the Korean market. The U.S. beef industry recognizes that concerns have been expressed in Korea about the safety of U.S. beef from cattle thirty months of age and older and that these views are having an impact on perceptions of U.S. beef in the Korean market.

While the U.S. beef industry is confident that all beef produced in the United States is safe regardless of age, at the request of Korean meat importers to address consumer concerns, the U.S. beef industry is prepared to limit exports to Korea to only products from cattle less than thirty months of age under a program verified by USDA as a transitional measure to full market opening consistent with OIE guidelines.

To facilitate this commitment, the U.S. beef industry requests that, as soon as the "Import Health Requirements for U.S. Beef and Beef Products" (signed on April 18, 2008) become effective, the U.S. Government establish an age verification Quality System Assessment (QSA) Program for Korea that will be in place until the conditions in the Korea market support the restoration of exports of all U.S. beef products to Korea.

Following publication by the Republic of Korea of the "Import Health Requirements for U.S. Beef and Beef Products," the U.S. Meat Export Federation will undertake a communication program to respond to questions that have been raised about the safety of U.S. beef and address the concerns that have been expressed in Korea, and we request the support and cooperation of the U.S. Government and the Government of Korea in this effort.

The U.S. beef industry respects and is responsive to the marketplace, consumer demand, and the principle of consumer choice. We value our relationships with our Korean customers and are committed to meeting their needs and addressing their concerns as U.S. beef returns to the Korean market.

Sincerely,

Philip M. Seng, President & CEO, U.S. Meat Export Federation
J. Patrick Boyle, President & CEO, American Meat Institute
Barry Carpenter, CEO & Executive Director, National Meat Association

(추가 : 이글을 댓글에 한 독자가 추가협상 직후 발표한 미 무역대표부의 성명에 필자가 제기한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있다고 제시했다. 이 댓글을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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