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미국은 왜 2011년까지 매년 인상할까
[사례연구]노동계 "최저임금, 경제 어려울수록 인상해야"
2009.06.09 07:39:00
최저임금, 미국은 왜 2011년까지 매년 인상할까
25일 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마지막(7차) 회의를 앞두고 노동계와 재계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30여개 단체가 모인 최저임금연대는 2010년 최저임금을 2008년 노동자 평균임금의 50%인 시급 5150원(월 107만6350)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사용자들은 올해 최저임금(시급 4000원)을 5.8% 삭감한 시급 3770원(월78만7930원)으로 낮춰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노동계와 재계가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정반대의 공방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최저임금 삭감해야 고용 늘어난다고?

사용자들이 최저임금 삭감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최근의 경기 악화를 주된 이유로 들고 있다. 최저임금이 이미 부담스러운 수준이며 이에 따라 사용자들이 고용을 꺼리게 되고, 실업자가 늘어난다는 것이 최저임금 삭감을 주장하는 논리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해서라도 오히려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침 경제위기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인 미국에서는 최저임금을 계속 인상해 왔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출이 늘어나 일자리 창출 등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정부의 경제정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경제정책연구소(EPI)가 최근 발행한 '이슈 브리프'(☞원문보기)는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FRB)의 이코노미스트들의 최근 연구를 집중 소개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효과적인 경기부양책"

이 연구에 따르면, 지난 23년간 가계지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은 이듬해 최저임금 노동자 가계의 지출의 유의미한 증가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아론슨 등. 2008). 또한 최저임금이 1달러 증가할 때마다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들의 지출이 분기당 800달러 이상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최저임금 인상이 지출 증대로 이어지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미국의 회복과 재투자 법안(ARRA: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이라는 78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이 시행됐다. 이 법안에는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지원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런 목적을 위해서라면 최저임금 인상이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간단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할 때마다 최저임금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은 직접적인 재정지원을 받게 되며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에 재정상황이 개선돼 더 많은 소비에 나서고, 이에 따라 다른 노동자들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7년 의회에서 연방 최저임금을 3단계에 걸쳐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07년 7월과 2008년 7월 두 차례의 인상이 있었고, 2009년 7월 세 번째 인상이 예정돼 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앞서 두 번의 최저임금 인상은 미국의 경제가 가장 필요로 하는 지출 증대 효과를 적기에 발휘하면서, 2009년 7월경까지 49억 달러의 지출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2009년 7월에 있을 세번째 인상은 내년까지 55억 달러의 지출을 추가로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이후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9.5달러로 늘리겠다는 약속을 했으며, 이 약속이 이행되면 향후 2년간 600억 달러의 지출을 추가로 창출할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7년 7월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5.15 달러에서 5.85달러로 인상됐다. 당시 미국에는 최저임금 노동자 한 명 이상이 있는 70만 가구가 있었다. 2007년 8월부터 2008년 7월 사이 17억 달러의 추가 지출이 이뤄졌다.

2008년 7월의 두 번째 인상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6.55달러로 늘린 것이다. 130만 가구가 혜택을 받았으며, 31억 달러의 추가 지출이 이뤄졌다. 이런 임금 인상은 2009년 7월까지 매달 가계 지출이 2억4000만 달러 늘어나는 효과를 낼 것이다.

2009년 7월에 있을 세 번째 임금 인상은 230만 가구에 혜택을 주며 내년까지 55억 달러의 지출 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된다.

두 차례에 걸친 최저임금 인상은 2007년 8월부터 2009년 7월 사이에 총 104억 달러의 추가 지출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 증가 초래한다고?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오는 지출 증대 효과는 임금 인상이 더 많은 실업을 초래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찾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해준다.

최저임금에 대한 잘못된 통념의 하나는 임금 인상이 고용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에 따라 더 많은 실업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카드와 크루거(1995), 베이먼 등(2003), FPI(재정정책연구소.2006), 울프슨(2006) -은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과 사기 진작, 그리고 이직과 결근 감소 등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를 거론할 수도 있다. 여기에 경기부양 효과도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수많은 가구의 지출 증가를 가져온다면, 이런 지출이 다른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최저임금이 초래할 고용에 대한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에 대한 또다른 잘못된 통념은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부유한 가정의 10대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이런 노동자들을 배제했는데도 여전히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 최저임금 노동자 70%가 20세 이상

미국에서 최저임금 노동자(10대 포함) 전체에서 대다수는 성인들이다. 2008년에 시간당 최저임금이 6.55달러로 인상된 당시의 자료는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최신 통계인데, 최저임금 노동자 200만 명 중 70% 가까이가 최소 20세이며, 60% 이상이 연간 3만5000달러 미만의 가구에 소속되어 있다. 게다가 52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한 명 이상의 자녀를 부양하고 있다.

오바마는 대선 기간 중 자신이 당선되면 시간당 최저임금을 2011년까지 9.5달러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임금 인상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향후 두 단계로 추가 인상이 이뤄진다고 가정할 경우(2010년 7월 8.25 달러, 그리고 2011년 7월에는 9.5달러), 첫 단계에서는 510만 가구가 혜택을 보고 이듬해까지 180억 달러의 지출 증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1000만 가구가 혜택을 보고 이듬해까지 420억 달러의 지출 증가를 가져올 것이다.

이런 결과는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 노동자 가구에 혜택을 줄 뿐 아니라 소비 지출 증대를 가져오며, 나아가 경제 전반에 걸쳐 부양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 인상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노동자를 도우면서 경제를 부양하는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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