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합조단 뒤늦은 '반박'…핵심 쟁점 '제 자리 걸음'
"이승헌 교수 실험방식 틀렸다" vs 이승헌 "합조단 실험 다시 해야"
2010.06.22 23:30:00
천안함 합조단 뒤늦은 '반박'…핵심 쟁점 '제 자리 걸음'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이 자신들의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22일 내놨다.

그러나 합조단의 반박은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일 뿐더러 몇 가지 핵심 쟁점에서 이승헌 교수는 물론 권위자들의 연구 결과와 상충돼 논란은 오히려 증폭될 전망이다.

"알루미늄 판재 때문에" vs "판재 없이 다시 실험하라"

합조단은 이날 '이승헌 교수의 주장에 대한 답변'이란 자료를 통해 우선 자신들의 수중폭발실험에서 나온 흡착물에 대한 엑스레이 회절(XRD) 분석에서 알루미늄이 검출된 것과 관련된 해명을 했다. (☞해명 자료 전체 보기)

합조단은 "흡착물질의 양이 너무 적어 XRD 측정은 제한되어 (폭발실험에 쓰인) 알루미늄 판재에 흡착물질이 붙어 있는 상태로 분석했다"며 "그 결과 XRD 데이터에 알루미늄 판재로 인한 결정 피크가 크게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헌 교수는 폭발실험 흡착물에 대한 XRD 분석에서는 보이는 알루미늄 피크가 선체 및 어뢰 흡착물에서는 보이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며 흡착물 분석 결과는 천안함의 어뢰 피격을 입증하지 못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지난 7일 합조단은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3단체가 제기한 질의에 답변하면서 '알루미늄 피크는 실험에 쓰인 알루미늄 판재에서 나온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교수는 자신이 직접 실시한 알루미늄 용융 및 급랭 실험에서 나온 물질에서도 알루미늄 피크가 발견됐다면서 합조단의 폭발실험에서 나온 알루미늄 피크도 알루미늄 판재가 아닌 폭발물에서 나온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합조단이 이날 자료를 통해 밝힌 내용은 이 교수의 실험 결과에 대한 재반론인 셈인데, 언론 3단체에 내놨던 답변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합조단의 주장이 맞다면 같은 말만 하지 말고 알루미늄 판재를 쓰지 않은 상태로 제3자가 보는 자리에서 실험을 다시 하면 될 것"이라며 "그렇게 나온 폭발재에 알루미늄이 안 나타난다면 합조단의 말을 믿겠다"고 말했다.

▲ 흡착물을 채취한 선체 및 어뢰 프로펠러의 부분과 흡착물 가루(오른쪽) ⓒ민군 합동조사단
▲ 합조단이 실시한 수중폭발실험과 거기서 나온 흡착물 가루 ⓒ민군 합동조사단

합조단 "이 교수가 만든 열역학 변화 실제 폭발과 달라"

합조단은 또 이승헌 교수의 실험 방식이 틀렸다고 주장했다. (☞해명 자료 전체 보기)

합조단은 "이 교수의 전기로실험은 단순히 알루미늄을 가열(1100℃, 40분)해 담금질(2초 이내 냉각)하는 정도의 열역학 변화에 해당하므로, 표면 일부만 산화되고 대부분은 알루미늄으로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실제 폭발 현상과 다르다고 말했다.

합조단은 "일반적으로 알루미늄이 포함된 폭약의 폭발 현상은 3000℃이상의 고온과 20만 기압 이상의 고압에서 수만~수십 만분의 1초 내에 이루어지며, 알루미늄은 이러한 극한상태에서 화약내 산소성분과 급격히 반응해 대부분 비결정질의 알루미늄산화물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합조단은 "그러나 전기로실험으로는 이와 같은 극한상황의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가 없기 때문에 비결정질의 알루미늄산화물이 생성될 수 없으므로 비교될 수 없는 실험"이라고 부연했다.

합조단은 또 "폭발재에 포함된 알루미늄산화물이 비결정질인 경우 EDS(에너지 분광) 데이터에는 알루미늄 원소성분이 보이지만, XRD 데이터에는 알루미늄산화물 결정 피크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합조단은 "따라서 XRD 데이터에 알루미늄산화물 피크가 없다고 해서 흡착물질에 알루미늄 성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으며, EDS 데이터가 조작됐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비과학적인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 쟁점 1. 비결정질 알루미늄산화물은 보이지 않는다?

합조단과 이 교수 양측의 주장에서 충돌하는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알루미늄산화물이 비결정질일 경우 XRD 데이터에서 피크가 보이는지의 여부. 합조단은 비결정질일 경우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어뢰 폭발로 알루미늄이 용융된 후 급랭되어 비결정질 알루미늄산화물이 됐기 때문에 선체와 어뢰 흡착물에 대한 XRD 데이터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교수는 어떤 경우건 원자의 흔적은 남기 때문에 비결정질이 되더라도 XRD 데이터에 넓은 피크가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이날 "흡착물 원소 중에서 알루미늄에 비해 훨씬 적게 들어 있는 규소(Si)도 XRD 데이터에 산화규소(SiO2) 형태로 보이는데 그토록 많은 알루미늄이라면 XRD에서 당연히 보여야 한다"며 "설령 100% 비결정질이 됐다고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합조단의 데이터를 보다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산화규소와 산화알루미늄(Al2O3)의 혼합물에 대한 EDS 및 XRD 분석을 했는데 위증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회에서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비결정질 산화알루미늄은 XRD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합조단의 주장은 미국물리학연구소(American Institute of Physics)가 발행하는 학술지 <피직스 오브 플루이드(Physics of Fluids)>에 1994년 실린 논문 "Ignition of aluminum droplets behind shock waves in water"에 의해서도 반박된다. (☞관련 기사 : "천안함 침몰=어뢰 폭발?…알루미늄은 진실을 말한다")

고온의 알루미늄이 물과 닿으면 격렬하게 수증기가 발생해 폭발하는 현상을 다룬 이 논문에서는 폭발이 일어나고 남는 물질을 XRD로 분석한 결과 "폭발 후에는 '결정질 알루미늄산화물(α alumina)'과 'γ 결정의 흔적이 나타나는 비결정질 알루미늄산화물(amorphous γ alumina)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즉, 결정질은 물론 특정한 결정의 흔적을 식별할 수 있는 비결정질 알루미늄산화물이 XRD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 쟁점 2. 폭발 후엔 비결정질 산화물이 생긴다?

두 번째 쟁점은 알루미늄이 폭발 현상을 거치면 대부분 비결정질로 되느냐는 문제. 이승헌 교수는 자체 실험 결과 생성된 알루미늄과 알루미늄산화물은 비결정질이 아니라 결정질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합조단은 선체-어뢰 흡착물에서는 비결정질이 나왔고, 그 때문에 XRD 데이터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바로 그것이 어뢰 폭발의 핵심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후 합조단은 '결정질도 극소량 나왔다'고 말을 바꿔 어뢰 폭발의 핵심 논거를 스스로 뒤집는 자가당착에 빠졌으나 비결정질이 대부분이라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폭발실험 흡착물에서도 대부분 비결정질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의 실험은 폭발 상황을 재연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논문(Ignition of aluminum droplets behind shock waves in water)은 합조단의 이러한 결론도 부정한다. 폭발 후 결정질과 비결정질이 같이 나왔다고 서술함으로써 상당량의 결정질이 나왔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유럽의 손꼽히는 알루미늄 권위자 크리스티앙 바르젤(Christian Vargel) 박사가 1999년 쓴 <알루미늄의 부식(The Corrosion of Aluminum)>이라는 책도 합조단의 주장을 근거 없는 것으로 만든다.

바르젤 박사는 이 책에서 "섭씨 50~60도 이하의 저온에서 알루미늄이 부식되면 비결정질 알루미늄산화물이 나오고, 섭씨 350도 이상의 고온에서는 결정질 알루미늄산화물이 나온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3000℃ 이상의 고온이 발생하는 폭발 현상에서는 결정질이 나와야 한다.

이로써 선체-어뢰 흡착물에서 대부분 비결정질이 나왔다는 합조단의 주장은 오히려 폭발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승헌 교수는 "이런 논문과 서적이 있는데도 알루미늄의 대부분이 비결정질 산화알루미늄으로 나왔고 XRD로 보이지 않는다는 건 세계 최초로 발견된 현상"이라며 "합조단의 말이 사실이라면 빨리 <네이쳐> 같은 과학 잡지에 실어야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관련 기사 전체 보기>

1. "천안함 침몰=어뢰 폭발?…알루미늄은 진실을 말한다" (6월 22일)

2. 서재정 교수, 천안함 합조단 억지 논리 '밥통' 빗대 공박 (6월 22일)

3. "이것이 과학인가?…천안함 합조단의 '3대 과학적 결함' (6월 21일)

4. "천안함 합조단 새 데이터도 엉터리" (6월 20일)

5. 천안함 합조단, 어뢰 폭발 핵심 증거 번복해 '자가당착' (6월 17일)

6. 기고 "천안함 합조단의 '결정적 증거'는 조작됐다" (6월 16일)

7. 인터뷰 "천안함 조사, 더 이상 과학이란 이름을 더럽히지 마라" (6월 7일)

8. "천안함 흡착물 분석 결과는 어뢰 폭발이 없었음을 입증" (6월 3일)

9. "어뢰 '1번' 잉크와 외부 부식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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