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잡은 미국, '동맹국' 파키스탄을 쏘아보다
미국-알카에다 사이 '이중플레이' 강력 추궁
2011.05.03 14:27:00
빈 라덴 잡은 미국, '동맹국' 파키스탄을 쏘아보다
오사마 빈 라덴 사살로 한숨을 돌린 미국의 눈초리가 파키스탄을 향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협력하겠다며 매년 수십억 달러의 지원금을 챙겨간 '동맹국'에 날선 추궁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에 수도 근처의 군사도시에 자리한 저택에 빈 라덴이 있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느냐, 혹시 숨겨준 건 아니냐, 알면서도 모른 척 한 게 아니냐고 묻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그러한 추궁은 '테러와의 전쟁'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미국 스스로 '괴물'을 키운 건 아닌지를 보여주는 동전의 양면이 되고 있다.

백악관 보좌관, 비호 세력 존재 기정사실화

존 브레넌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은 2일 브리핑에서 "빈 라덴이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외곽 아보타바드에서 포착된 것으로 볼 때 파키스탄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지원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들이 파키스탄의 빈 라덴 지원 의혹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미 행정부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이같은 시각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브레넌 보좌관은 "빈 라덴이 숨어 있는 저택의 18피트(5.5m) 담에 철조망 울타리까지 처져 있었고, 내부 사람들은 인근 집들과 거의 교류를 하지 않았다"며 "다른 집들과 확연히 달리 요새와도 같은 외양이었는데 이곳에 아무런 의심도 두지 않았다는 것에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빈 라덴이 그곳에 오랜 시간 머물러 있을 수 있었던 게 파키스탄 내에 지원 체제가 없이 가능했다고는 상상하기 힘들다"고 비호 세력의 존재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파키스탄 정부 내) 누군가 아보타바드의 빈 라덴 소재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그랬다면 그게 누구인지에 대해 추측하지 않겠다"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 파키스탄과 얘기하고 있다"고 밝혀 미국이 파키스탄 당국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빈 라덴 제거 작전, 파키스탄에 대한 불신 드러나

아보타바드의 빈 라덴 은신처는 파키스탄 군인 수천 명이 소속된 3개 연대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지난 4월에는 아쉬파크 페르베즈 카야니 합참의장이 이 도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육군사관학교로부터는 100m 거리다.

소도시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존재를 파악하는데 매우 기민한 파키스탄 정보기관이 '범상치 않은' 저택의 주인이 누구인지 몰랐을 리 없을 것이라는 게 일부 미국 의원들과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 도시에서는 지난 2월 알카에다 요원으로 2002년 발리 테러에 가담했던 우마르 파테크가 붙잡히기도 했다.

파키스탄이 탈레반·알카에다 등 무장세력과 미국 사이에서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의혹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뉴욕타임스>의 2일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 당국자들은 그간 빈 라덴의 행방에 대해 '아프가니스탄이나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지에 있다'고 답해 왔다. 파키스탄 정보부(ISI)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빈 라덴은 죽었다'거나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인디펜던트>의 중동 전문 기자 로버트 피스크는 3일 칼럼에서 "파키스탄은 빈 라덴의 행방을 알았다"고 단언했다.

빈라덴 사살 작전 당시 미 정부의 태도를 보면 미국이 파키스탄을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오바마 미 행정부는 빈 라덴 제거 작전이 종료된 후에야 그 사실을 파키스탄 정부에 알렸다. 미리 알려줄 경우 정보가 샐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 미국 ABC 방송은 미군에 의해 사살된 오사마 빈 라덴이 살았던 곳으로 여겨지는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소재 저택 내부 모습을 2일 공개했다. ⓒ뉴시스

파키스탄 "빈 라덴, '등잔 밑'에 있었을 뿐"

물론 파키스탄은 펄쩍 뛰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3일 현지 신문 칼럼을 통해 파키스탄은 빈 라덴을 추적하는데 노력해 왔을 뿐 무장세력을 보호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정보부(ISI)의 한 전직 관리도 <AP> 통신에 "빈 라덴은 은신처를 가장 안전한 곳으로 생각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며 "아보타바드는 빈 라덴의 은신처로 가장 예상치 않은 장소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미국과 파키스탄은 총에 맞은 미 중앙정보국(CIA) 관계자가 현지인 2명을 살해하고 CIA가 파키스탄의 반발에도 무인기 공습을 계속하면서 최악의 관계로 치달았었다. 특히 CIA 관계자의 현지인 살해 사건 이후 양국 합동작전은 중단됐다.

따라서 파키스탄 정부가 빈 라덴 보호 의혹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할 경우 양국 관계는 앞으로 더 삐걱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로이터>는 빈 라덴의 사망은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에 가장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의원들 사이에서는 파키스탄 지원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프랭크 로텐버그 상원의원은 "우리가 추가 지원을 하기 전에 파키스탄이 대테러전쟁에서 우리와 같은 편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은 탈레반의 지도자인 물라 오마르와 알카에다의 2인자 아이만 왈 자와히리가 만약 파키스탄에 있다면 자신들에게 넘기라는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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