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는 합법, 개고기는 불법? 식품법의 '추악한 진실'!
[인터뷰] <맛있는 식품법 혁명> 펴낸 송기호 변호사
2010.11.19 18:27:00
GMO는 합법, 개고기는 불법? 식품법의 '추악한 진실'!
#장면 1 : 2004년 여름. 김천에서 자두 농사를 짓던 농민이 피의자 신분으로 김천경찰서에 출석했다.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자두가 피로 해소, 산성 체질 개선, 신장병·골다공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한 게 문제였다. 자두를 의약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했다는 것이다.

#장면 2 : 2007년 가을. 수원의 어느 쌀가게 주인이 급하게 변호사를 찾았다. 평생 경찰서 한 번 드나든 적이 없었던 그는 검사에 의해 기소되어 형사 법정에 서야 할 형편이었다. 그가 이런 딱한 신세가 된 것은 농촌진흥청이 2002년 품종 개발한 쌀 '고아미' 탓이었다. 고아미는 일반 쌀에 비해서 섬유소 성분이 많이 든 기능성 쌀.

농촌진흥청은 임상 시험에서 이 쌀이 체중 감량, 심혈관 질환 등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 쌀가게 주인은 이런 농촌진흥청의 발표를 근거로, 쌀을 판매하면서 "고아미가 체중 감량, 당뇨·변비·고혈압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광고했다. 바로 이것이 검사가 그를 형사 법정에 세운 이유였다. 쌀을 의약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했다는 것.


#장면 3 : 이렇게 농민, 쌀가게 주인이 검찰, 경찰에 의해서 범죄자 취급을 받는 동안 주로 미국에서 생산한 유전자를 조작한 옥수수, 콩 등이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런 유전자 조작 먹을거리의 수입을 놓고 정부가 마련한 한 고시는 그것을 이렇게 정의했다.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것."

"아직 그 안전성조차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해서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부러 규정해 주는 반면, 사람들이 오랫동안 안전하게 먹어온 일반 식품이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이바지하는 독자적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정의롭지 않다." (72쪽)

지난 2008년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문제를 파헤쳤던 송기호 변호사가 돌아왔다. 2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한미 간의 협상 내용에 돋보기를 들이댔던 송 변호사는 <맛있는 식품법 혁명>(김영사 펴냄)에서 먹을거리를 지배하는 온갖 법령의 실체를 낱낱이 해부한다.

송기호 변호사는 이 책을 쓰고자 지난 5년간 총 124차례의 정보 공개 청구를 포함한 온갖 자료 수집에 몰두했다. 그렇게 탄생한 이 책을 한 쪽, 한 쪽 읽다 보면 쓴웃음,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송 변호사가 생소한 식품법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식품법을 통해서 무엇을 보았나?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의 사무실에서 송기호 변호사를 만났다.


▲ 송기호 변호사. ⓒ프레시안(손문상)

유전자 조작 식품 vs 개고기

프레시안 : <맛있는 식품법 혁명> 곳곳에 논란이 될 법한 예가 많다. 유전자 조작 식품 허용과 개고기 금지를 대비시킨 부분과 같은….

송기호 : 통상법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 농업과 식품이다. 그래서 국내 최초로 식품 법령을 해설하는 책을 계획했다. 그런데 먹을거리를 규제하는 온갖 법령을 살펴보니, 수많은 문제가 발견되었다. 그런 문제의 원인을 하나씩 추적하다 보니, 해설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고발'이 목적인 책이 나온 셈이 되어서 나로서도 당혹스럽다.

유전자 조작 식품과 개고기는 그 한 예이다. 동물 보호 단체 분들을 자주 뵙는 처지에서, 개고기를 말하는 게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한국의 먹을거리를 둘러싼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라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한 사회가 먹을거리를 어떻게 승인하는가?

오랜 섭취 경험을 근거로 먹을거리를 승인한다. 이게 가장 기본적인 답이다. 그런데 이런 통상적인 승인 규범을 깬 것이 바로 유전자 조작 식품이다. 이것이 인류 앞에 등장한 것은 채 20년이 안 된다. (1994년 유전자 조작 토마토가, 1996년 유전자 조작 콩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판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 밥상으로 검증된 원칙 없이 진입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식용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전자 조작된 물질이 파괴된다는 핑계로) 유전자 조작 콩으로 만든 식용유가 유전자 조작 표시 없이 소리 소문 없이 밥상을 점령했고, 2008년부터는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 먹는 과자, 빙과류, 음료수, 중국 요리 등에 사용될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채 10년도 안 되어서 최종 안전 검증이 끝나지 않은 유전자 조작 식품이 밥상을 점령하고, 우리 뱃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렇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같은 기관에서 안전성 검증은 제대로 했을까? 아니다. 심지어 이 기관으로부터 2008년에 1억5000만 원을 지원 받은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아직까지는 유전자 재조합 식품에 대한 알레르기 위험성이 없다고 추정되지만, ① 알레르기 질환의 발생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② 제한된 수의 환자 혈청만으로 선별 검사를 시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유전자 재조합 식품의 알레르기 위험성에 대한 결론은 아직 이르다고 할 수 있다" (100쪽)

프레시안 : 개고기는 유전자 조작 식품과는 상황이 정반대다.

송기호 : 그렇다. 개고기는 그 찬반 양론을 떠나 적어도 식품법의 관점에서는, 이 땅에서 오랫동안 먹어온 안전한 먹을거리다. 또 의학에 밝았던 정약용이 귀양 간 형 정약전의 건강을 걱정해서 권했을 정도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먹을거리였다. 또 지금처럼 소, 닭,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옛사람들에게 개고기는 아주 유용한 단백질 공급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개고기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나? 1983년, 당시 서울시장 김성배가 서울시에서 개고기 판매를 금지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20년이 가까워오도록 사실상 전국에서 '금지 식품'이 되었다. 개고기 섭취를 불법으로 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개고기를 식용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야 하는데, 서울시장이 엉뚱하게 효력도 없는 금지를 한 것이다.

이런 서울시장의 금지 탓에 개고기는 '유령 먹을거리'가 되었다. 개고기는 위생 검사를 제대로 받지 않은 채 도축되고, 유통된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개고기를 찾는데, 사실상 정부가 그것의 규제를 방치한 상태다.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면, 개고기를 이렇게 유령 먹을거리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 개고기를 '혐오 식품'으로 보는 사람들, 특히 동물 보호 단체는 이참에 개고기 불법을 주장할 것 같다.

송기호 : 먼저 동물 보호 단체가 잔혹한 개 도살을 반대하는 활동을 높이 평가하고 지지한다. 다만 개고기를 유전자 조작 식품과 비교해보자. 반려 동물인 개의 권리를 염두에 두고 개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의 99%는 개고기를 뜻대로 먹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안전이 최종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유전자 조작 식품은 어떤가?

먹기 싫어도 안 먹을 도리가 없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 콩이 들어간 먹을거리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 콩을 먹을거리를 만드는데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상위 다섯 개에 드는 원재료가 아니면 표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유전자 조작 콩, 옥수수로 식용유를 만들어도, 굳이 소비자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온 두부가 유전자 조작 콩으로 만든 것인지도 전혀 알 수가 없다. 두부의 경우에는 운반용 위생 상자에만 유전자 조작 식품 표시를 하면, 개개의 두부에는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식당에서 먹는 두부의 상당수가 유전자 조작 두부일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나는 유전자 조작 식품이 제발 알레르기와 같은 해를 끼치지 않기를, 즉 안전한 것으로 최종 확인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유전자 조작 식품을 이미 많이 섭취한 우리 가족, 우리 아이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테니까. 자, 이렇게 불안한 유전자 조작 식품을 허용하면서 오랜 세월 동안 안전이 확인된 개고기를 먹겠다고 하는 분들의 권리를 억압할 수 있는가?

프레시안 : 책에서는 개고기 금지가 아니라 육식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구조에 대한 성찰을 촉구했다.

송기호 : 그렇다. 가끔 개고기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굳이 개고기를 먹지 않더라도 소, 닭, 돼지고기 등으로 충분하다, 이런 얘기를 한다. 그러나 그렇게 우리가 소, 닭, 돼지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는 까닭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수입해 사료로 먹이기 때문이다.

만약 유전자 조작 옥수수를 거부한다면 그것은 곧바로 한반도의 생태계가 허용한 것 이상으로 소, 닭, 돼지고기를 과잉 섭취해온 육식 관행의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개고기 문제는 단순히 동물 보호를 둘러싼 논란을 넘어선다.

식품법을 지배하는 데라우치-박정희의 망령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 유전자 조작 식품과 개고기는 우리 밥상의 권력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책에서는 그 기원을 19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기호 : 지금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 온갖 법령의 틀은 1911년 조선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만든 것이다. 이 데라우치 식품법이 수십 년간을 지배하다 1962년 박정희의 국가재건최고회의가 오늘날의 식품위생법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이 박정희의 식품위생법 역시 1947년 제정된 일본의 식품위생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프레시안 : 먹을거리를 지배하는 법령은 여전히 식민지 상태라는 얘기인가?

송기호 : 그렇다. 이렇게 식민지 상태의 식품법이 초래한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우리는 해방된 지 60년이 지나도록 이 땅의 자연과 문화에 근거를 둔 식품법을 만들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먹을거리의 안전과 관련된 기준도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한심한 상태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를 놓고서 광우병 검역 기준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당시 정부는 공무원, 전문가의 미국 현지 조사 결과를 토대로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하는 기준을 만들었다. 그러나 결국 2008년 4월, 이를 포기했다. 정부가 정한 기준이 정당하다고 미국을 설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그 때 정부는 미국의 논리를 좇아서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되뇄다.

송기호 : 그것도 다 이 땅의 자연과 문화에 근거한 식품법 기준을 만들지 못한 탓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이나 유전자 조작 식품의 위험 등은 '안전하다', '위험하다' 결론을 내리지 못할 정도로 불확실하다. 이렇게 먹을거리가 초래하는 불확실한 위험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2009년 6월에 발암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 나온 생수 제품을 이달 11일에서야 뒤늦게 공개했는데, 당시에 신속히 알렸다면 사람들은 그 제품을 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뒤늦게 공개하면 어떻게 되는가? (16~18쪽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송기호 변호사는 처음부터 생수 제품 공개를 요구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의 캐롤라인 포스터는 "과학적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고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은 자국민이 위험을 감수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 근거해서 검역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자의 과학과 소비자의 여론 사이에서 나라마다 고유한 검역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도, 지금도 자국이 정한 검역 기준에 따라서 2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하는 일본의 모습은 한국과 얼마나 대조적인가? 앞에서 언급한 유전자 조작 식품의 안전 기준도 사실상 미국의 논리를 그대로 추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역시 식민지 상태의 식품법이 초래한 비극 중 하나다.

ⓒ프레시안(손문상)

희석식 소주가 만든 알코올 무한 공급 사회

프레시안 : 지금까지의 식품법이 소농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먹을거리를 죽이는 방향으로 기능했다는 지적도 의미심장했다.

송기호 : 중국 스촨성 이빈의 곡주 '우량예(五糧液)'는 수수, 멥쌀, 찹쌀, 밀, 옥수수 등 다섯 가지 곡식을 증류해 만든다. 이 술을 생산하는 이빈에 있는 술 공장의 노동자 수는 2만 명이 넘는다. 이빈의 시민 가운데 이 공장 직원이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다. 서울 가락동의 한 중국 음식점 메뉴판에서 이 술 500㎖는 한 병 값이 28만 원이다.

동양 최고의 곡주로 칭송받는 일본 니가타 현의 '구보타(久保田)'는 서울의 유명 호텔에서 720㎖에 28만 원에 팔린다. 서초동의 한 평범한 일식집의 메뉴판에서 이 술 한 병의 가격이 22만 원이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의 곡식이 술로 바뀌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반면, 우리나라의 곡식은 자신을 대표할 술을 갖지 못했다.

1965년 2월 24일 박정희 정부는 소주 생산에서 곡류 사용을 금지하는 고시를 공고했다. 더 이상 이 땅의 곡물로 술을 빚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술과 자연의 연계를 끊어버렸다. 이 단절은 무려 1991년까지 계속되었다. 그 수십 년 동안 한국 사람의 혀는 술 본래의 맛과 향을 잊어버렸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이 바로 알코올 주정에 첨가물을 섞은, 우리가 마시는 희석식 소주다. 이런 희석식 소주는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 이상으로 술을 공급할 수 있다. 지역 사회에서 생산되는 곡물로 제조하는 전통 소주가 자연과 지역이 허용한 공급 능력 안에서 제한된 알코올만 공급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 결과는 어떤가? 이 희석식 소주가 등장한 지 채 40년도 안 된 2008년 한 해에 사람들이 마신 소주를 모두 병에 담으려면 360㎖ 소주병이 34억5000만 개가 필요하다. 자연-술-사람의 연계가 끊어지자, 알코올 중독자가 넘쳐나는 알코올 무한 공급 사회가 탄생한 것이다. 물론 그 사이에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던 소농의 술 산업은 무너졌다.

프레시안 : 술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게랑드 천일염이 있지 않나? 천일염 생산 조건만 놓고 보면 그에 못지않은 우리의 소금을 둘러싼 상황도 소주와 다르지 않다.

송기호 : 나 역시 충격을 받았다. 먹을거리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소금이 2008년까지 '식품'이 아닌 '광물'이었다. 이렇게 소금이 광물로 규정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어민이 염전에서 만든 천일염은 그 위생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먹을거리 체계 밖으로 내몰았다. 어떤 먹을거리보다도 그 안전을 검증받은 천일염을 식품법이 축출한 것이다.

어찌 술, 소금뿐이겠는가? 지역의 소농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한약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1995년 정부와 이익 집단이 주도해서 더 많은 한약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틀을 짰다. 또 국산 한약재의 이력 추적제도 폐지했다. 그 결과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한약재가 대량으로 밀려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약재의 규격에 미달하는 중국산 한약재가 국내에 들어와 국산 한약재로 둔갑해 팔리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조장한 것이다. 그 결과는 한약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런 불신은 한의학에 대한 불신을 낳고, 이런 한의학의 쇠퇴는 다시 국내 한약재 농가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밥상 혁명, '삼각 연대'에서 시작하자!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 : 최근에는 소비 수준이 높아진 중국인의 한약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중국산 한약재의 가격도 폭등하는 추세다. 한약재의 원가가 치솟아서 한의사들이 울상인데, 지적한 대로 이러다가는 한의학의 몰락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런데 이 재앙의 시작이 식품법에서 비롯되었다니….

송기호 : 식품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식품법이 소농만 무력화시킨 게 아니다. 1989년 정부는 단체 급식의 먹을거리 재료 검수를 영양사의 직무로 규정했다. 조리사(요리사)가 아닌 영양사로 하여금 먹을거리 재료를 선정하고, 검사하도록 한 것이다. 심지어 한동안 영양사는 '조리 지도'까지 할 수 있었다.

프레시안 : 단체 급식에서 조리사의 역할이 억압받고 있다는 지적에 아리송할 독자가 많을 듯하다.

송기호 : 조리사는 먹을거리 원료의 신선도, 품질에 가장 민감한 전문가이다. 그들은 지역의 땅에서 생산하는 신선한 원료의 가치를 발견하고 활용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학교 급식에서 무엇을 조리할 것인지조차 결정할 권리가 없다. 먹을거리 재료를 검수할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자연-소농-밥상의 연결고리를 지킬 주체가 사라진 것이다.

프레시안 : 이 책에서 식품법이 초래한 온갖 문제점을 해결할 주체로 시민, 소농, 조리사를 꼽은 것도 그런 고민에서 비롯된 것인가?

송기호 : 그렇다. 이 책을 쓰면서 많이 고민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그러다 부당하게 밥상 권력을 빼앗긴 소비자(시민), 공급자(소농, 조리사)가 다시 밥상 권력을 되찾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민, 소농, 조리사가 연대해 새로운 식품법을 만들어야 한다.

프레시안 : 어떻게 그런 '밥상 혁명', '식품법 혁명'이 가능할까?

송기호 :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학교 급식을 예로 들어보자. 무상 급식을 놓고 논란이 있는데, 결국은 교육의 하나인 급식은 나라에서 책임지는 식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때부터 밥상 권력을 놓고 새로운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우선 무상 급식에 쓰이는 먹을거리를 어디서 가져올 것인가?

시민들은 학교가 자리를 잡은 지역의 소농이 생산한 먹을거리가 학교 급식에 공급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을 이끌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조리사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들은 해당 지역의 제철 먹을거리를 이용한 '표준 식단'을 마련할 수 있다. 이렇게 1년간의 표준 식단이 마련되면 지역의 소농은 수요를 예상해서 다양한 품목의 농사를 짓는 게 가능하다.

일단 이런 일이 시작되면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 생긴다. 1년에 한 번씩 전국의 학교 식당의 주방장들이 모여서 각 지역에서 소농이 생산한 재료를 이용한 요리 경연 대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식단의 요리법을 공유해 표준 식단에 반영할 수도 있을 테고.

요즘 TV를 보면 7성급 호텔 식당의 주방장이 종종 광고 모델로 등장한다. 우리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학교 급식의 주방장과 호텔 식당의 주방장 중 누가 더 최고로 대접받아야 하는가? 당연히 학교 급식의 주방장 아닌가? 나는 학교 급식의 주방장이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이렇게 학교 급식을 바꾸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머릿속에서 맴돌았던 다양한 실천이 더 힘을 받지 않을까? 이를테면 한 소농이 1년 농사를 짓고, 생활하며, 아이를 교육시키는데 필요한 돈이 3000만 원이라고 하자. 10명의 소비자가 각자 1년에 300만 원, 한 달에 25만 원을 소농에게 보내면, 소농은 열 명이 한 해에 먹을거리를 책임질 수 있다.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생활협동조합은 이렇게 해보려는 지역의 시민과 소농을 연결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다보면, 결국 100년간 알게 모르게 우리를 지배해온 낡은 하지만 힘센 식품법도 무너질 수 있다. 이런 일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프레시안(손문상)

2008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프레시안 : 2008년에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촛불을 들었던 시민의 이야기는 이 책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얘기를 들어보니 바로 그 일이 이 책을 펴낸 계기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송기호 : 그렇다. 이 책은 2008년에 광화문을 밝혔던 촛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책이다. 그 때 촛불이 무엇을 요구했었나? 먹을거리 주권과 먹을거리 안전을 요구했다. 또 그런 먹을거리 주권과 먹을거리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다른 틀을 요구했다. 근대적인 먹을거리 체계가 등장한 지 100년 만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그 지배의 틀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그런 촛불의 요구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더 나아가서 그 때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서로 손을 잡고 한 걸음 더 내딛어야 할 길이 어느 쪽인지 방향을 같이 토론하고 싶었다. 나는 2008년의 촛불이야말로 우리의 삶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으로 자리매김하리라고 본다.

한 먹을거리 담당 기자의 개인적인 후기

▲ <맛있는 식품법 혁명>(송기호 지음, 김영사 펴냄). ⓒ김영사
기자는 지난 수년간 송기호 변호사의 글, 책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특히 <맛있는 식품법 혁명>을 읽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간 먹을거리를 둘러싼 적지 않은 기사를 써왔고, 심지어 졸저도 한 권 낸 처지임에도, 이 책에 실린 내용의 상당수가 생소했기 때문이다.

송기호 변호사가 통렬히 고발하는 식품법의 권력이 지속되는 데는 이런 언론계 종사자의 무관심과 게으름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이른바 '맛 집'을 쫓아다니며 어쭙잖은 평을 하는, 또 식품 업계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기자는 있었어도, 정작 먹을거리를 둘러싼 문제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이는 없었으니까.

이렇게 자학을 하는 이유는 공개 제안을 하기 위해서다.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수많은 부처, 법령으로 쪼개진 식품법 체계 안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담당 공무원과 이해관계를 가진 업자가 똬리를 틀고 부당한 밥상 권력을 행사하는 중이다. 이런 권력을 해체하는 일을 송기호 변호사 혼자에게만 맡겨 놓는 것은 부당하다.

이 책에는 송기호 변호사의 정보 공개 청구 124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간 언론에서 주목하지 못했던 특종거리가 수두룩하다. 더 늦기 전에, 각 언론의 기자들이 송 변호사의 이 책을 나침반 삼아서 먹을거리를 둘러싼 온갖 문제를 파헤치는 특종 경쟁에 나선다면, 이른바 '밥상 혁명', '식품법 혁명'의 순간은 훨씬 더 빨리 올 것이다.

지금 특종을 노리는 기자들에게 이 책을 먼저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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