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지면 그들이 돌아온다"
<인터뷰> 盧 캠프 합류, 지지연설 나선 가수 신해철
2002.12.11 13:56:00
"노무현이 지면 그들이 돌아온다"
이번 16대 대선 역시 연예인들의 선거참여가 활발하다. 개인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을 넘어서서 각 정당의 선거운동에 직접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연예인도 많다. TV토론에 나서기도 하고, 광고 및 찬조연설에 등장하기도 한다. 국민들 사이에선 어떤 연예인은 누구 편이라더라는 얘기가 곧잘 화제에 오른다. 대선정국의 또 하나 흥미거리다.

프레시안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연예인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기로 한다. 먼저 노무현 후보 선거캠프에 직접 참여, TV 찬조연사로까지 나선 가수 신해철씨를 만났다.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개그맨 심현섭씨와 인터뷰는 13일날 게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신해철. 가수이자 라디오 DJ. 동시에 사회문제에 대한 소신 있고 강력한 비판발언으로 여러차례 화제에 오른 인물이다.

그가 최근 잇따라 '사고'를 쳤다.

지난달 27일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심야방송(SBS FM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을 통해 미군 장갑차에 희생당한 여중생을 추모하면서 정부의 무능과 미국의 오만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결국 방송은 일부가 편집된 채 나가야 했다.

그리고 지난 5일 민주당 노무현 후보 선거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당연히 라디오 DJ는 포기했다. 신혼여행 기간에도 현지 생방송으로 마이크를 놓지 않고 진행을 맡아 왔던 프로그램이다.

대신 민주당의 인터넷 라디오방송(www.radioroh.com)에서 DJ를 맡았다. 그리고 8일 밤엔 노무현 후보의 찬조연설원으로 TV에까지 진출했다.

불과 보름 사이 급변신에 변신을 거듭, 이젠 그가 마치 '사회운동가'이자 '정치인' 처럼 여겨질 정도다. 지난 9일밤 서울극장에서 열린 '노무현 후보와 문화예술인들의 만남' 행사 직전, 신해철을 만났다.

***"수구세력 돌아오는 것 막기 위해 노 후보 지지"**

"어떻게 이런 사건에 관심이 없을 수 있나."

그의 첫마디였다. 대중연예인은 사회문제나 정치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뭐냐"고 물은 기자가 머쓱해졌다.

노 후보 캠프에 합류한 이유를 물었다. "수구세력이 돌아오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 또 민주당보다는 노무현 후보 개인이 좋아서, 그렇다고 100% 다 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정리된 답변이 나왔다.

게다가 "민주노동당이 '맞고' 또 '옳기' 때문에 호감 이상의 애정이 있고, 장기적인 시각이나 진정성을 보면 민노당을 지지하는 게 옳을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현실에서 바꾸고 싶고 무엇보다도 수구세력들의 끔찍한 복귀만은 막아야 한다는 심정에서 노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 잇따른 그의 변신은 갑작스런 '사고'가 아니었다. 뚜렷한 정치의식과 탄탄한 논리로 무장되어 있었다.

"음악과 사회참여를 결합할 뜻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너무 목적이나 사회의식만 앞세우면 노래의 균형이 깨지고 추해질 수도 있다"며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다만 "그 문제는 순전히 (내) 마음이 가느냐, 가지 않느냐의 문제다. 어떤 선을 정해 놓을 문제가 아니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한나라당이 대마초 흡연 전력을 문제삼은 데 대해서는 "사실이고 벌을 받았다"며 간단히 인정했다. 하지만 "나는 최소한 군대가서 피우다 걸렸다"며 '군대에 갔다'는 점을 세번씩이나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어떻게 이런 사건(여중생 사망)에 관심 없을 수 있나"**

프레시안 :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 데 그 이유는.
신해철 : 사회문제에 어떻게 하면 관심이 없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는 게 이상한 것 아닌가?

프레시안 :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사망사건에 특히 관심을 쏟는 이유가 있다면.
신해철 : 특히 관심을 보였다기보다는... 세상에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정말 어떻게 이런 사건에 관심이 없을 수 있나!

프레시안 : 화제가 된 '싸이'의 장갑차 퍼포먼스도 신해철씨 아이디어였다고 하는데...
신해철 : 아닌데 (웃음). 같이 아이디어를 냈지만 주로 '싸이'가 생각한 것이다.

프레시안 :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게 된 배경은.
신해철 : 일단 불행한 시대인 것이 우리들은 지금 지지 후보에 대한 애정보다 상대 후보에 대한 반감으로 대선을 맞이하는 것 같다. 이 쪽이 좋아서가 아니라 저 쪽이 너무 싫어서 반대하려고 지지하는 것 말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도 노 후보에 대한 지지와 수구에 대한 반감이 5:5 정도다. 수구세력이 돌아오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레시안 : 노 후보 지지연설까지 하게 된 배경은.
신해철 : 어차피 뛰어든 거니까 노 후보 캠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뭘 원하는지를 물었다. 급박하게 결정이 돼서 실제 지지연설은 준비할 시간도 별로 없는 상태에서 급하게 해야 했다.

***"지지 연설 후 압도적 성원과 격려 받았다"**

프레시안 : 노 후보 지지연설에 대한 주위 반응은 어떤가.
신해철 : 주위에 만나는 사람들의 성향이 비슷하고 나이도 비슷해서 압도적으로 성원과 격려를 받았다. 하지만 내가 진행하던 라디오프로그램(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 청취자는 매우 독립적인 분들이 많아서 '대마왕'(신해철씨의 별명)이 그렇게 말을 한다면 다시 노무현을 한번 보겠다는 정도의 의견을 주신 분들이 있고, 100% 후보를 바꾸거나 하는 분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주장하던 나를 걱정해 주는 분들이 있었다. 내 주장에 실망했다는 분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프레시안 : 정치에 원래 깊은 관심이 있다거나 미래에라도 할 의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신해철 : 지지연설까지 했지만 '직업정치가'는 전혀 생각이 없다. 정치를 하느니 차라리 63빌딩에서 뛰어 내릴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웃음). 이건 앞으로도 유효한 입장이다. 오죽하면 다음에 나올 앨범 노래 중에는 '아들아 정치만 하지 말아라'는 곡까지 있다 (웃음).

프레시안 : 자신에 대해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듯 하지만, 사실은 대중심리에 과격하게 영합하는 것"이라며 '이중적' 이라고 비판하는 일부 대중의 시선에 대한 생각은.
신해철 : 그런 말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노선이 헷갈리는 것 같다. 평면적인 시각에서는 입체적인 시각이 이해가 안된다. 그러니까 2차원에서 보면 3차원이 굴절이고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흑백논리와 순정주의가 이상하게 결합해서 다른 의견이나 다양한 생각을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

***"수구세력의 복귀만은 막아야 한다는 심정에서 노 후보 지지"**

프레시안 :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은 평소 진보적 성향을 보이던 신해철씨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는 것 같다.
신해철 : 이 부분은 내 말을 어법까지 그대로 좀 전해 주기 바란다.

노 후보 지지하기 위한 연설을 한 후에도 제가 말한 생각들을 듣고 '그러게 (손뼉을 치며) 민노당 이어야지!' 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뚜렷한 소신을 갖고 말씀을 드리는데 저는 민노당에 호감 이상의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호감 이상의 애정이 있는데...

현재 민노당의 방향을 보면 자신들이 유일한 진보정당이라는 것에 모든 것을 맞추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진짜 유일한 진보정당인지도 다소 검증이 필요하고... 특히 유일하다고 하는 것이 모든 것을 옳게 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민노당의 정강과 정책이 (유일한) 진보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100% 다 순수하고 옳다고 보긴 힘듭니다. 예를 들면 '소리바다' 문제에 대한 민노당의 생각과 저의 생각은 상당히 다릅니다.

제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민주당보다는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큽니다. 노 후보도 완전하게 100% 다 모든 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노당이 알아줬으면 하는 것은 민노당은 '유일'을 너무 내세운다는 것입니다. 저에게 '왜 니가 거기 가있냐'는 시선이 있는 것을 알지만, 12월 19일 선거가 끝나고 제가 만약 정당에 입당을 한다면 민노당일 것이고 그 이유는 '유일'해서가 아니라 '맞고' 또 '옳기'때문일 겁니다.

노 후보를 선택적으로 지지한 사람들에게 민노당 지지자들의 맹렬한 공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장기적인 시각이나 진정성을 보면 민노당을 지지하는 게 옳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지금 당장 현실에서 바꾸고 싶고 무엇보다도 수구세력들의 끔찍한 복귀만은 막아야 한다는 심정에서 노 후보를 지지하는 것입니다. '유일한 진보세력이니 다 지지해야만 한다'는 것은 우리가 가장 싫어하는 파쇼가 했던 강요를 닮을 위험이 있습니다.

전에도 제가 말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노 후보가 당선되고 다음번 선거에는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중도보수의 민주당 후보가 승부를 벌이면 정말 해피할 겁니다 (웃음).

***"목적이나 의식만 앞세우면 노래가 추해질 수도 있어"**

프레시안 : 자신의 음악과 사회참여를 결합할 생각이 있는지?
신해철 : 그 문제는 순전히 (내) 마음이 가느냐, 가지 않느냐의 문제다. 어떤 선을 정해 놓을 문제가 아니다. 옛날 우리의 운동가요를 생각해 보면 '죽창에 찔려 어딜 갔지'보다는 '아침이슬'이나 '꽃상여'까지가 아직도 남은 것 같다. 물론 당시의 분노나 관심은 '죽창~'쪽이 높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목적이나 사회의식만 앞세우면 노래의 균형이 깨지고 추해질 수도 있다.

좀 더 나아가서 이야기를 하자면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는 참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그때그때 상황과 환경에 의해 여러 가지 의견을 듣고 종합해서 결정하고 정해져야 할 것이 많은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우리가 대학 1학년 때 대자보를 보고 "야 이제까지 신문은 다 '구라'구나" 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그 대자보만 맹신해서도 안 될 것이다. 나는 한 가지 이야기만 듣고 결정하거나 단정하지 않으려는 편이다.

프레시안 : 혹시 선거 후가 불안하지는 않은가.
신해철 : 주위에서 가장 큰 우려가 개인적인 불이익에 관한 것인데... 내가 가장 싫어하고 우려하는 것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선거에서 노무현이 지면 그들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패한다면 내 개인적인 문제보다는 수구세력이, 그들이 돌아오는 것을 막지 못한 것에 슬플 것이고 분노할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으니까 생활이나 음악에 큰 손해는 없을 것으로 본다. 손해는 감수할 것이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이 신해철씨의 전력(대마흡연)을 문제 삼으려고 하는 데 대한 소회는?
신해철 : 대마문제는 사실이고 나는 벌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최소한 군대가서 피웠다. 그리고 걸렸다. 나는 '군대가서' 피우다 걸렸다. 다시 강조하는데 군대에 가서 피우다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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