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소'는 문제가 아니다"
[촛불의 소리]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미친 소'는 문제가 아니다"
6월 10일이 지나면 한풀 꺾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촛불은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거칠지 않고 여유만만하면서 지구력도 있다. 나는 우리 시민이 직접 민주주의에 참여할 권리를 더 많이 행사하면서, 우리나라를 정말 살 만한 나라로 만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 달 반에 걸친 시위를 하는 동안 촛불은 여러 가지 중요한 문제를 보았다. 이제 공영방송을 사수하러 여의도까지 진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처음 광장에 모이기 시작한 것은 광우병 걱정 때문이었다. 지금도 정부를 향한 1차 요구 사항은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이다. 이런 시점에 광우병 문제의 본질을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나는 광우병 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두 가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생명 존중. 또 초국적 자본이 강요하는 질서와 문화를 거부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바로 진보(進步 : 차차 더 좋게 되어 나아감)다.
  
  동물 학대
  
  광우병, 조류독감은 고기를 값싸게 많이 생산해 팔려는 탐욕에 의해 발생했다. '광우병'이나 '조류독감'은 '동물 학대'와 동의어다. 광우병, 조류독감과 같은 치명적 질병을 피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고기의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체제를 깨뜨려야 한다. 그러자면 개인적으로 지금처럼 고기를 싸게 많이 먹으려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광우병, 조류독감 등으로 가장 고통 받는 동물들, 아니, 그런 '유명한' 질병에 걸리든 안 걸리든 평생을 인간이 만든 지옥 속에 살아야 하는 동물을 생각해봐야 한다. 거기까지 우리들의 사유가 미치지 못하면, 궁극적 해결에 이를 수 없다. 설사 인류가 광우병을 극복하고 난 뒤라도, 그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 생겨날 수 있다.
  
  지금의 육식 문명과 석유 문명은 다음 세대까지 유지될 수 없다. 인류 문명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것을 동물들이 '죽음'을 전파하며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
  
  생명 존중
  
  축산이 대규모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기를 일상적으로 많이 먹는 것을 너무나 자연스런 일로 여기게 되었다. 대량 생산 체제에서 상상 이상의 동물 학대가 은폐되어 왔다. 우리가 동물 학대에 얼마나 기여하고 용인해 왔는지 깨달아야 한다. 개인들도 각기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성찰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구조적으로는 반 생명, 반 생태적 문명의 가장 강력한 배후는 초국적 자본이며, 또한 그들과 서로 후원을 주고받는 정치인들이다.
  
  축산 이외에도, 오로지 이윤만을 위하여 지구 자원을 총동원하여 대량 생산하고, 대량 교역과 대량 소비를 강요하는 거대 자본들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지구는 몸을 떨며 거친 호흡을 하고 있다. 그들은 환경이 파괴되고, 공동체가 무너지고, 지역 문화가 사라지며, 민초들이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은 안중에 없다.
  
  그래서 광우병 위험이 큰 쇠고기를 허용한 사람들은 그 외에도, 유전자 변형 식품도 개방하고, 각종 공공 서비스를 사유화하고, 교육도 시장화한다. 영화 시장도 크게 열어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포기하고,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빼앗고 노동 강도를 높인다. 비정규직을 양산하여 임금을 반감시키고, 시키는 대로만 일해야 하는 불안한 삶을 강요한다.
  
  나아가 거대 기업의 자유로운 이윤을 보장하고자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미 FTA는 앞에서 열거한 모든 문제들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진보를 향한 촛불 집회
  
▲6월 10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촛불과 손팻말을 들고 있는 소년. ⓒ이창희

  촛불 시민은 생명을 살리는 길 위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다. 촛불 시민은 초국적 자본이 강요하는 질서를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안전한 고기를 마음 놓고 먹고 싶은 마음에 머무르고 동물의 고통에 대한 인식은 못하고 있지만,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산 쇠고기를 거부하는 일은 공장식 축산과 싸우는 일이며 생명을 살리는 길 위에 있다.
  
  또 미국 쇠고기의 수입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더라도 수입 조건을 강화하도록 끈질기게 압력을 넣는 것은 반 생태적 공장식 축산 자본에 치명타를 가하는 것이다. 이미 국내 '촛불'의 저항이 전 세계에 걸쳐 '파도타기'를 하고 있으니, 그렇게 강화돼 미국의 거대 축산 체계에도 영향을 미치기를 바래본다.
  
  (사실 지난 달 20일 미국이 기립불능의 소를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은 아직은 미약한 조치이지만, 그나마도 미국인은 하지 못했던 것을 우리 시민들의 힘으로 추동해낸 것이다. 우리의 촛불 시위를 보며 세계인이 미국 축산의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비록 지금은 광우병이 초국적 자본, 신자유주의나 FTA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잘 알지 못해도, 미국 쇠고기를 거부하고 민영화와 교육 시장화에 반대하는 것은 한미 FTA와 신자유주의 정책을 저지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그래서 나는 촛불시위를 지지하고 함께 하고 싶다. 그리고 창의적이고 유머러스하며 여유만만하고 유쾌한 대한민국의 촛불 시위대들이 자랑스럽다. 그 중에 5일 동안 4시간 자면서 촛불 시민에게 김밥을 날라다 줄 정도로 열렬한 청년들도 있다는 사실에 마음 뭉클하기도 하다.
  
  조금 더 깊게, 조금 더 넓게
  
  한걸음 떨어져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하면, 광우병이 곧 동물 학대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정녕 이래저래 희생만 당하는 소들을 '미친 소'라고 부를 수 있는 문제인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과의 싸움도 필요함을 느끼게 되리라. 나는 과연 다른 생명체들과 이웃과 자연에 어떤 존재로서 살아왔는가?
  
  조금 더 폭넓게 관심 갖고 공부해보면, 광우병 위험이 큰 쇠고기를 강요하는 무리들이 전 세계에 시장 개방과 자유 무역을 강제하려는 초국적 자본들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검역주권의 확보는 당연히 필요한 것이지만, 우리는 단지 대한민국 국민에 머물지 않고 지구인으로서 미국의 패권과 초국적 자본에 대해 연대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깨닫고 극복하기 위한 싸움이야말로, 생명을 살리고 공동체성을 회복해가며 지구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자꾸만 진화하고 있는 우리의 촛불 운동에, 누구보다 많은 애정과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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