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QSA'의 진실…일본을 보라"
[송기호 칼럼] 편법으로 무력화된 검역
"'한국형 QSA'의 진실…일본을 보라"
처음으로 공개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고시 영문본에는 다음의 낯선 낱말들이 있다.
(…) 과도기적인 민간 부문 이니셔티브를 지원하기 위해서, (…) 미국 농업부의 "30개월 미만 연령 인증 '품질 체계 평가(QSA)' 프로그램"에 따라 인증된 작업장에서 생산한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만 반입을 허용한다. (…) in order to support a transitional private sector initiative, beef and beef products produced only by establishments participating in the USDA Less than 30 Month Age-Verification Quality System Assessment (QSA) Program will be allowed to enter Korea (…) (부칙 6항)

위 고시가 말하듯이, 한국행 쇠고기 품질 체계 인증(QSA)은 민간의 이니셔티브에 의해 가동된다. 이는 슈와브 미 통상 대표의 영문 편지에서도 거듭 확인된다. 슈와브 대표도 "민간의 자발적 약속을 지원하기 위해서(To support these voluntary commitments)"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장관의 고시와 동일하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한국 QSA의 법적 의의에 대한 일치된 견해가 존재한다.

앞으로 QSA의 운명은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QSA는 그 시작과 종료를 민간이 주도한다. 미국 도축장들이 이제 그만하자고 하면 종료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 글의 관심은 적어도 QSA가 유지되는 과도기적 동안에, 두 나라 정부는 무슨 역할을 하는가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수출검역증명서 비고란에 "QSA 인증 도축장에서 출하된 쇠고기"임을 기재하도록 하였고, 이 내용이 없는 쇠고기는 돌려보내는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만일 바로 그 수출검역증명서 비고란('QSA딱지')이란 것이, QSA에 참여 중이기만 하면 도축장이 자신의 손으로 기록하고, 미국 정부는 자동으로 도장을 찍어 주는 형식적 요식 행위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슈와브 대표의 편지를 보자.
(QSA에) 참여 작업장에서 생산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선, "미 농무부의 한국 QSA 프로그램에 따라 인증받은 작업장에서 생산되었음"이라고 '비고란'에 기재된 수출검역증명서가 동반될 것이다. U.S. beef from participating plants will be accompanied by Export Certificate of Wholesomeness with a statement in the "remarks section" stating that the beef or beef products were produced at a verified establishment under the USDA Less Than 30 Month Age Verification QSA Program for Korea.

위의 "be accompanied"란, 동반, 그러니까 동시에 같이 있는 것(happens or exists at the same time)을 의미한다. 곧 어떤 도축장이 한국 QSA 참여 중이기만 하면, 그가 한국으로 수출하는 쇠고기에 대해서는 QSA 딱지가 붙는다. 미국 정부가 각 제품에 대해 30개월 미만인지 검사하고 확인하는 절차는 없다.

그러나 일본 수출 증명(EV) 프로그램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느 도축장이 일본 EV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자신의 쇠고기 제품에 EV 딱지를 붙일 수는 없다.

여기 수출검역증명서를 끊어 주는 담당 관청인,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FSIS)의 고시가 있다. '수출 증명 프로그램에 따른 쇠고기 수출 증명 요령(Notice for Certifying Beef Products under Export Verification Program)이라는 긴 이름이다.

알다시피 일본 EV는 일본이 정한 수입 위생 조건을 반영한 것이다. 만일 미국의 어느 한 도축장이 이를 어기면, 일본 정부는 다른 도축장에게도 막대한 피해가 가는 제재를 내릴 수 있다. 아예 미국을 쇠고기 수출 가능 국가 목록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수입 중단).

그러므로 당연히 미국 농무부 검역관들은 자신들이 검역하는 개별 제품이 일본 EV를 준수한 것인지를 철저히 검역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위 고시는 검역관으로 하여금 해당 도축장이 EV 작업장 목록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나아가 신청 제품마다 EV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했다. 그래서 일본으로 수출되는 미국 쇠고기에는 다음과 같은 정부 검역관의 문구가 첨부된다.
일본 수출 쇠고기는 EV 프로그램의 모든 요건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The exported beef to Japan fulfilled all of the required conditions described in the EV Program.

그러나 한국 QSA 딱지에서는 이런 것은 없다. "한국 QSA 인증 작업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라고 써 있을 뿐이다. 결코 미국 정부 검역관은 '이 제품은 한국 QSA의 모든 기준을 준수하였습니다'라는 문구에 서명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QSA에 참여한 도축장의 모든 제품에 대해 QSA 기준에 합격했는지를 심사할 권한도 이유도 없다. 이는 QSA의 본질상 정당하다. 한국에서의 품자 마크 농산물 제도에서도 정부가 해당 농장의 모든 제품에 대해 품자 기준 합격 여부를 심사하지 않는다.

QSA와 어긋나는 제품을 발견하고 통제하는 것(control of non-compliance product)은 미국 검역관의 역할이 아니라, 도축장이 해야 할 일이다(미 농무부 QSA 규정 5.3조). 미국 정부는 단지 도축장이 스스로 이러한 일을 잘 하는지를 원칙적으로 년 2회 점검할 뿐이다. 그래서 미국 관보는 QSA를 자발적이며, 점검 베이스 프로그램이라고 했다(70FR58969).
▲쇠고기에 대한 검역이 시작된 27일 경기도 용인의 한 냉장 창고에서 검역원 수의사가 냉동된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한국의 검역관은 QSA에 대해 미국보다 할 일이 더 없다는 것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QSA 딱지(부기란 기재)가 없는 쇠고기를 골라내는 것일 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가 한국 검역관이라고 하자. 당신이 서 있는 냉동 창고에 엄청난 물량의 미국 쇠고기가 있다. 그리고 제품 박스마다 QSA 딱지가 붙어 있을 것이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겠는가?

QSA 인증 도축장이 아닌 곳이 QSA 딱지를 붙여 수출하는 것을 적발할 수는 있다고? 아마 그것은 당신이 국립극장 공연장 출입구에서 표를 끊지 않고 공연장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을 적발하겠다고 서 있는 것과 같다. 당신 앞에 놓여 있는 쇠고기는 모두 다 QSA 인증 도축장에서 수출한 제품일 것이다.

그 다음에 당신은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박스를 뜯어 쇠고기가 30개월 이상의 소인지 검사할 것인가? 나는 쇠고기만 보고도 월령을 판별할 수 있다는 기술을 알지 못한다. 더욱이 당신의 정부는 30개월 이상의 소는 안전하다는 내용의 위생 조건을 고시했다.

만에 하나, 신의 도움으로, 실은 30개월 이상의 늙은 소인데, QSA 딱지를 붙인 것을 적발했다고 하자. 너무 기뻐할 필요는 없다. 해당 도축장에 경고 전화하더라도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QSA 인증은 그와 자신의 정부 사이의 일이기 때문이다. 장관의 고시에 그런 위반 제품을 다시 잘 포장해서 도축장에게 돌려주라고 정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시 부칙 14조).

그러나 만일 당신이 일본의 검역관이라면 전혀 다르다. 당신이 EV에 위반되는 제품을 적발할 경우 도축장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가 긴장한다. 이미 미국 정부는 2006년 5월에, 어떻게 하면 일본 EV를 차질 없이 실천할 것인지 내부 연구와 자체 감사까지 해야 했다(Report of the Audit Results by the Agricultural Marketing Service Related to the Export Verification Program for Japan).

당신이 일본의 검역관이라면 EV 위반을 발견하면 유능한 검역관으로 인정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검역관이라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혹시라도 한국 QSA 위반이 적발되어 문제가 복잡해지면, 미국의 도축장들은 아예 마음을 바꿔 먹어 한국 QSA 자체를 없애버리겠다고 당신에게 대어 들지 모른다. 그러니 조심하자. 이곳은 일본이 아닌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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