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삼성전기, 직장내 성희롱 철저히 대처해야"
직장내 성희롱 알린 이은의 씨의 '작은 결실'
2008.09.10 18:44:00
인권위 "삼성전기, 직장내 성희롱 철저히 대처해야"
상사의 성희롱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직장 내에서 오랜 기간 따돌림을 겪었던 삼성전기 이은의 대리. 자신과 같은 문제를 겪을 지 모를 다른 많은 여성 직장인들을 위해 스스로 겪은 일을 적극적으로 알려왔던 그의 노력이 최근 작은 결실을 맺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지난 8월 25일 삼성전기에 "직장내 성희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대상 교육 및 예방을 철저히 하라"며 "또 성희롱 사건 발생시 철저한 조사와 피해자 보호조치 등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삼성전기와 가해자가 부인했던 성희롱 사건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한 것이다.
  
  이은의 씨는 2003년 6월부터 2005년 5월까지 지속적으로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 그는 이런 사실을 회사에 알렸지만, 그간 회사는 가해자와의 면담을 근거로 이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대기발령 끝에 옮긴 부서에서도 이 씨는 업무에서 제외되고 문제 직원으로 낙인찍히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지난해 5월 인권위에 이를 진정했으며, 올해 5월에는 회사를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 관련 기사: "청바지 입은 여직원은 성희롱 해도 되나요" )
  
  "모욕적·적대적 근로환경, 1차 책임은 사용자에 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직장 상사가 사무실 등에서 지속적으로 여성 직원의 머리와 어깨 등에 손을 대는 행위를 하고 해외 출장에서 엉덩이를 치며 상사를 잘 모시라고 했을 때, 합리적 여성이라면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위와 같은 언동이 모욕적이고 성차별적인 근로환경을 조성해 진정인의 근로의욕을 상당히 저하시켰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피진정인이 한 성적 언동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민사상 시효가 완성됐고, 권고의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며 퇴사 뒤 해외에 거주하는 가해자에 대해 개별적인 권고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신 인권위는 "본건에서는 성적 언동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였음에도 진정인이 조직을 위해 참아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수준의 조직문화가 형성돼 왔음이 인정된다"며 "관리자가 일상적으로 성적 언동을 해 모욕적이고 적대적인 근로환경을 조성했다면, 그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사용자(삼성전기)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권위는 사측이 성희롱 사실을 알고난 뒤 부적절한 조치를 취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직장내 성희롱은 당사자 간 위계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이를 감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부인하면 더 이상 밝힐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사건을 종결하는 것은 성희롱 피해자의 피해를 확대시킨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뿐만 아니라 직장내 다른 구성원에게도 사용자가 성희롱에 대한 근절의지가 없음을 보여줘 성희롱 예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진정인의 전보 요청이 성희롱으로 인한 것이었다면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라도 보다 빠르게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특히 성희롱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것은 피해자 보호 조치의 가장 기초적인 사항임에도 피진정인과 같은 건물에서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 되도록 한 것은 진정인을 성희롱 피해자로 보호하려는 인식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또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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