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 사도 내 차가 생긴다…'카셰어링' 아세요?
[이야기가 있는 경제] 국내에서 처음'카셰어링' 시작한 군포를 가다
차 안 사도 내 차가 생긴다…'카셰어링' 아세요?
내 차가 없는데도 마음대로 차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렌터카 얘기가 아니다. 남의 차를 빌려(rent) 쓰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소유의 차를 함께 나눠(share) 쓰는 것이다. 이른바 '카셰어링'이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예약을 통해 내가 필요할 때 차를 사용할 수 있다. 남의 차를 얻어 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카풀'과도 다른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카셰어링을 시작한 곳은 경기도 군포시. 전 세계에서 22번째다. 군포에서 이어 수원도 준비 중이다. 카셰어링은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유럽에서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 1987년 가장 먼저 카셰어링을 시작한 스위스의 경우 전체 인구의 1%가 이 카셰어링을 이용하고 있다.

차를 함께 소유한다니, 대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지난달 15일 시작된 군포의 '녹색희망 카셰어링' 사업을 준비 단계부터 이끌어 온 박은호 군포YMCA 사무총장을 만나 카셰어링의 장점과 국내에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들었다.

20년 전 스위스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발상의 전환'

카셰어링은 스위스 루체른의 작은 마을에서 처음 시작됐다. 차가 필요하지만 차를 살 돈은 없는 사람들 58명이 모여 차량 6대를 공동으로 구매한 것이다. 이들은 이 6대의 차량을 지정된 주차장에 놓고 필요할 때 예약을 통해 이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것이 오늘날 20여 개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카셰어링의 모태다.

일종의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리고 이는 스위스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4년 만에 참여자가 30배 넘게 늘어났다. 10년 만인 1997년, 카셰어링을 도입한 사업체와 조합이 '모빌리티'라는 회사로 새로 태어났다. 현재 스위스의 카셰어링 참여자는 8만7000명이다. 이들이 2200여 대의 차를 함께 소유하고 있다.

박은호 사무총장은 "전 세계의 카셰어링 인구는 현재 70만 명 정도"라고 말했다. 스위스 외에도 독일, 영국 등 유럽이 중심이다. 독일은 스위스보다 회원 수가 많아, 13만 명에 달한다. 당연히 국가 차원의 지원도 많다. 스위스는 이미 오래 전 정부가 나서 카셰어링을 하나의 교통정책으로 받아들였다. 독일도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수송부문의 최우선 과제로 카셰어링을 선택했다.

박 총장은 "아시아에서는 싱가폴이 가장 먼저 1990년대 말에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밀집화된 도시국가인 싱가폴은 자동차 총량제를 실시하고 있다. 차량 가격이 비쌀 뿐 아니라 돈이 있어도 차를 살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카셰어링'이 일찍부터 도입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등록비·연회비 내고 회원 되면 예약 통해 필요한 시간에 차를 사용한다

유럽은 20년 전에, 아시아에서도 싱가폴은 우리보다 10년 앞서 시작된 카셰어링이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야 시동을 걸게 됐다.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의 1/4 이상이 모여사는 한국도 카셰어링을 하기엔 조건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군포에 이어 수원에서도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카셰어링 사업을 준비 중이다.

▲ 현재 군포 '녹색희망 카셰어링'이 보유하고 있는 차는 모두 3대다. 현대 아반테 하이브리드카가 2대, 현대 스타렉스가 1대다. ⓒ뉴시스

현재 군포 '녹색희망 카셰어링'이 보유하고 있는 차는 모두 3대다. 현대 아반테 하이브리드카가 2대, 현대 스타렉스가 1대다. 등록비 5만 원과 연회비 5만 원을 내고 회원이 되면 내가 필요할 때 예약을 통해 원하는 차를 사용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예약한 시간에 맞춰 정해진 스테이션에 가서 지급 받은 스마트카드를 대면 키박스가 열린다. 불이 들어온 차의 키를 빼내 이용하고 다시 그 스테이션에 차를 세우고 키를 반납하는 방식이다.

이용요금은 시간과 주행 거리에 따라 매겨진다. 승용차의 경우 시간당 3000원, 승합차는 400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km당 주행 요금은 승용차는 200원, 승합차는 300원이다(11월 18일 현재 기준). 유류비는 별도로 받지 않는다.

요금 부과를 위해 키박스와 자동차에 장착된 컴퓨터가 시간과 운행 거리를 계산하게 된다. 이런 무인 시스템은 독일의 인버스라는 업체를 통해 수입했다. 자동차 3대와 무인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총 1억 원의 초기 비용이 들어갔다. 박은호 총장은 "55명의 추진위원들이 조금씩 돈을 모으고 은행 대출을 통해 비용을 충당했다"고 말했다.

모든 차량에는 종합보험이 가입돼 있지만, 사고가 날 경우 30만 원까지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박 총장은 "보험료 인상분이 전체 회원에게 부담이 되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일인데 비싸다? 카셰어링은 단거리·단시간이 기본, 렌터카와 개념 달라"

▲ 지난달 15일 시작된 군포의 '녹색희망 카셰어링' 사업을 준비 단계부터 이끌어 온 박은호 군포YMCA 사무총장.ⓒ프레시안
장기적으로는 생활협동조합 법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이다 보니 회원이 그리 많지는 않다. 지난 5월 카셰어링을 준비하면서 실시한 시장 조사 때, 29.9%가 참가 의사를 밝혔지만 박 총장은 "그건 페이퍼일 뿐"이라고 했다. "포괄적인 의미의 잠재적 수용층이 29% 수준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셰어링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선, 문화적 친밀감의 문제도 있다.

그래서 더 자동차 공동 소유는 분명히 신선한 발상이다. 사람들의 반응을 물어보자 박 총장은 이렇게 답했다.

"첫째, 좋은 일이다. 둘째, 대단하다. 그 다음으로 나오는 반응이 '비싸다'이다."

녹색희망 카셰어링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의견도 "렌터카와 비교했을 때 비싸다"는 것이 대다수였다. 이에 녹색희망 카셰어링 측은 여러 차례에 걸쳐 요금체계를 바꿨다. 처음 시작할 때는 회원이 되려면 예치금을 10만 원 내야 했는데 이는 아예 폐지했다. 거리 요금도 소형차 기준으로 km 300원이던 요금을 200원으로 최근 다시 내렸다.

박은호 총장은 "처음이라 요금 체계도 시행착오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박 총장은 "그러나 카셰어링은 단시간, 단거리 위주의 개념으로 렌터카와는 개념 자체가 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24시간 동안 차를 빌려 부산을 다녀오는 것과 비교하면 카셰어링이 더 비쌀 수밖에 없다. 카셰어링은 그런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 렌터카 업체들은 80% 이상이 장기 렌트로 수익을 낸다. 단기 렌트는 출혈 경쟁도 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렌터카는 6시간이 최단시간이기 때문에, 2~3시간 씩 짧게 이용하는 것은 확실히 카셰어링이 더 싸다."

녹색희망 카셰어링에서 직접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시간 동안 50km를 이동했을 때 카셰어링 회원이 부담해야 하는 요금은 1만3000원이다. 그러나 렌터카는 5만4500원이 든다. 3시간 동안 100km를 탔다고 가정해도, 카셰어링은 2만9000원인데 반해 렌터카는 5만8000원이다.

물론 장기로 먼 거리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카셰어링이 렌터카보다 비싸다. 그러나 박은호 총장은 "카셰어링도 규모의 경제"라고 말했다. 회원이 몇 명이냐, 차량 한 대당 운행율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요금도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회원이 늘면 현재 3대인 차량도 늘릴 수 있다. 보유 차량이 늘어나면 현재 군포에서는 한 군데밖에 없는 스테이션도 곳곳에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리함도 높아진다.

"군포에서 성공하면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것이다. 전국에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지금도 많다. 그러니 더 군포의 성공 여부가 중요하다. 다른 지역에도 녹색희망 카셰어링이 생기면 회원들이 타 지역에서도 차량을 이용할 수 있으니 더 이득이 많아질 것이다."

"카셰어링, 온실가스 감축이 목표"

박 총장이 '개념'을 얘기하는 이유는 또 있다. 자동차 공동 소유가 단지 '경제적 이득'을 충족시키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위스에서의 첫 출발부터 20년의 역사가 흐르는 동안 카셰어링이 환경 보호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내 차'가 '우리 차'와 동일해 지는 순간, 자동차 이용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카셰어링에 참여하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한 개인의 연간 주행거리는 9000km에서 2500km까지 줄어든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당연히 자동차가 뿜어내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지난 1990년대부터 환경운동을 해 온 박은호 총장이 처음 카셰어링에 관심을 가진 것도 온실가스 배출량과 관련이 있다.

"10년 넘게 환경 운동을 하면서 시민단체의 역할이 홍보와 캠페인에 머무르는 것에 피로감을 느꼈다. 시민들의 주체적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기후변화 대처 운동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탄소발자국 측정 운동이나 시민태양발전소 건립 등을 벌인 곳이 생겨난 것도 그런 이유다. 카셰어링도 그 일환이다. 자동차 이용 문화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온실가스 감축에는 한계가 있다."

당연히 녹색희망 카셰어링이 기대하는 회원 가입자의 부류도 이런 쪽에 맞춰져 있다. 기본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환경 보호라는 담론에 동의하지 않으면 나만의 차를 소유하지 않는 데 따른 불편을 감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은호 총장은 "회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은 3부류 정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첫째, 현재 차가 없지만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다. 이 사람들이 새 차 구입 대신 카셰어링을 선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현재 자기 소유 자동차를 한 대 가지고 있으나 너무 노후해 바꿔야겠다고 결심한 사람이다. 마지막으로는 차를 두 대 이상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보조 차량을 처분하고 그 필요분을 카셰어링으로 충족하는 경우다."

박 총장은 "물론 카셰어링에 동의해 여러 조건은 안 되도 무조건 회원이 되겠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군포에서의 성공을 통해 전국 곳곳에서 카셰어링 바람이 부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지만, 그렇다고 전체 국민의 10% 참여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처럼 "차는 나를 드러내는 하나의 장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한 곳에서 자동차 공동소유라는 개념의 안착은 쉬운 길이 아니다.

"교통정책 변화 없이는 카셰어링 성공도, 녹색 성장도 어렵다"

▲ 비록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참여자가 늘어날 순 없겠지만, 카셰어링의 성공 여부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이 중요한 변수인 것은 사실이다. ⓒ프레시안
"카셰어링이 주류를 깨트려야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부터 전체 시민의 절반이 참여하긴 쉽지 않다. 카셰어링도 시작부터 폭발적인 반응이 오리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서서히 가야 한다. 자전거만 봐도 안다. 정부가 나서 자전거를 장려해 자동차 이용억제 정책을 폈던 네덜란드의 자전거 수송율은 27%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자전거 붐이 분다지만 지난해 공식 자전거 수송 분담율이 1.2%였다."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참여자가 늘어날 순 없겠지만, 카셰어링의 성공 여부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이 중요한 변수인 것은 사실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카셰어링이 성공적으로 새로운 교통체계로 자리 잡은 나라는 모두 정부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 시민 스스로 환경보호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다고 자동차 이용 문화 자체가 크게 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통행과 소유에 대해 세금이라는 규제를 가지고 강한 억제 정책을 쓰고, 도로에서의 자동차의 지위와 권리를 줄이고 자전거나 보행자의 권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교통 수요 관리를 해야 한다. 주차비 등도 높여 자동차 수요가 다른 교통수요로 이전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정부가 얘기하는 '녹색 성장'과도 맞아 떨어지지 않나?"

우연일지 모르나, '녹색 성장'을 강조하는 정부 아래서 첫 발걸음을 떼게 된 카셰어링이 정부의 강력한 지원 속에 가속도를 낼 수 있을까? 어쩌면 군포와 수원에서 시동을 건 카셰어링의 앞날이 현 정부의 '녹색 성장'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는 가늠자가 될런지도 모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ddonggri@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