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건물의 저주'와 지방선거
[의제27 '시선'] 개발공약을 거부하는 유권자가 되자
'고층건물의 저주'와 지방선거
고층건물을 건설하면 경제위기가 찾아온다는 고층건물의 저주(Skyscraper Curse)라는 이론이 있다. 역사적으로 세계 최고층 건물의 완공을 전후해서 경제위기를 맞은 사례가 많아서 흥미를 끄는 주장이다. 미국 뉴욕에 싱거 빌딩(48층, 186m, 1908년)과 메트로폴리탄 생명 빌딩(50층, 213m, 1909년 완공)이 완공되기 직전인 1907년 미국은 금융위기를 맞았다. 3년 후 다시 뉴욕에 Woolworth 빌딩(57층, 241m, 1912년)이 세워졌는데 고층빌딩을 계획하고 건설하는데 5년 이상 걸린다는 것을 고려할 때 역시 위기 이전에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층건물은 위기의 전조

한동안 더 이상 고층 건물이 세워지지 않다가 40 월스트리트 빌딩(71층, 282m, 1929년), 크라이슬러 건물(77층, 319m, 1930년 완공),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102층, 381m, 1931년 완공)이 연이어 완공되면서 최고층 건물의 높이를 300m 이상으로 높인 시기는 바로 대공황이 한창이던 때였다. 다시 40년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알려져 있다가, 세계무역센터(110층, 417m, 1973년 완공), 시어즈 타워(110층, 442m, 1974년 완공)가 400m를 넘던 때 세계는 다시 석유파동에 의한 스태그플레이션을 맞는다.

그 이후 다시 미국은 최고층 건물을 짓지 않았다. 유럽 역시 최고층 건물을 짓지 않았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88층, 452m, 1997년 완공)가 세계 최고층 건물로 등극하던 해 아시아 경제위기가 발발했으며,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160층, 818m, 2010년)가 최고층 건물의 높이를 800m 이상으로 높이며 완공된 금년은 세계 경제위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두바이 역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시기와 맞물려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하이 빌딩(94층, 460m)이 완공 예정인 2012년을 전후한 시기 중국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 현존하는 세계 최대, 최장, 최고 규모의 인공구조물 부르즈 칼리파 ⓒ로이터=뉴시스

한국의 고층건물 건설 붐

지금 한국에 고층건물 건설 붐이 불고 있다. 서울에는 용산의 드림타워(102층, 665m, 2016년 완공목표),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랜드마크 타워(133층, 640m, 2015년 완공목표), 잠실 제2롯데월드(123층, 555m, 2014년 완공목표), 성수동 서울숲 글로벌비즈니스센터(110층, 540m, 2015년 완공목표), 지방에는 인천 송도 인천타워(151층, 600m, 2015년 완공목표), 부산 중앙동 부산롯데타운(130층, 520m, 2014년 완공목표), 해운대 관광리조트(118층, 511m, 2015년 완공목표)와 해운대 솔로몬타워(111층, 432m, 2015년 완공목표)가 개발 예정으로 전국적으로 100층이 넘는 건물이 모두 8개가 계획중이다.

▲ 제2롯데월드 조감도
고층 건물의 저주가 이론으로 의미를 지니는 것은 고층 건물의 건설이 전반적인 경제상황과 독립적으로 건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부동산 거품이 한창이던 때 계획되어 부동산 거품이 꺼진 이후에 완공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막바지에 몰린 한국에서 이 건물들이 동시에 세워진다면, 그 결과는 참으로 참혹할 것이다.

다행히 2008년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국내에서 계획했던 고층건물의 건설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많이 진행된 잠실의 제2롯데월드와 인천의 송도 인천타워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 설계를 변경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실제로 고층건물의 건설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건설과 동시에 한국경제의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정말 잘 된 일이다.

6.2 지방선거가 분수령

그런데 코앞에 다가온 6.2 지방선거가 문제다. 또 다시 각 당의 후보들이 개발공약을 들고 나온다면 계획 중인 저 고층건물들의 건설이 다시 속도를 낼지도 모른다. 선거 때마다 개발공약으로 이미 한국의 도시들은 만신창이 되었다. 어디 고층 건물 뿐이겠는가? 사방에 기업도시, 혁신도시, 또 이름도 복잡한 무슨 무슨 도시를 짓는다고 하고, 세종시 문제로 몇 달째 국력을 허비하고 있다. 매일 골프장 지을 생각만 하고, 세입자 쫓아내고 재개발 할 생각이나 하는 것이 한국의 위정자들 아닌가? 이번 선거에서 다시 개발 광풍이 인다면 한국경제는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타를 맞게 될 것이다.

유권자들이 깨어나야 하는데 안심하기 어렵다. 결국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고통을 겪고 나서야 깨달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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