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 참가자들, 경찰 곤봉에 머리 터지고 손 골절되고…
[현장] 이정희 병원 후송, 심상정 강제 연행되기도
2011.07.10 11:09:00
희망버스 참가자들, 경찰 곤봉에 머리 터지고 손 골절되고…
'그만 때리라'는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에도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로변이 아닌 골목길로 도망치는 시민들에게 이들은 집단 폭력를 행사했다. 시민들은 몸을 웅크리고 방패와 곤봉을 견뎌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머리가 다치고 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은 시민들은 병원에 후송됐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황급히 도망치는 시민들과 그런 시민들에게 쫓아가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는 경찰이 뒤엉켜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 인근 봉래로타리는 난장판이 됐다. 9일로 고공농성 185일째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 영도 조선소를 찾은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 간 심각한 충돌이 있었다.

희망버스 기획단에 따르면 경찰과 대치 과정에서 수십 명의 시민이 부상을 당했고 50명이 연행됐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경찰이 뿌린 최루액을 눈에 맞아 부산대학교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와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경찰에 연행되기까지 했다. 한진중공업 해고자 부인과 열일곱살 딸도 연행됐다. 해고자 부인과 딸은 차벽 앞에서 '아이들에게 아빠를 돌려주세요', '다시 소금꽃을 키우고 싶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말 그대로 '묻지마' 연행이 벌어진 셈이다. 경찰의 과잉 대응 논란이 예상된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오전 7시 30분께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제가 최루액을 맞고 제가 물대포를 맞고 제가 짓밟히고 제가 끌려간 거라면 좋겠습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물포를 쏘고 있는 경찰들. ⓒ프레시안(허환주)

195대의 버스, 9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부산역에 도착

물론 경찰과 참가자 간 충돌이 행사 처음부터 예견된 건 아니었다. 총 195대의 차량(서울지역 버스 61대와 지역버스 83대, 희망의 승합자 50여대, 희망의 비행기)에 오른 9000여 명의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은 9일 오후 7시께 부산역에 도착,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3호선 버터플라이, 웨이컵, 노찾사 등이 참석해 노래를 불렀다. 또한 송경동 시인, 심보선 시인, 김선우 시인 등이 김진숙 지도위원을 위한 시를 낭송했다. 이후 이들은 거리행진을 통해 밤 11시께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 인근 봉래로터리에 도착했다.

당초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로 갈 예정이었으나 경찰은 조선소를 700미터 앞둔 봉래로터리에서 참가자들의 행진을 막기 위해 경찰병력 93개 중대 7000여 명을 배치했다. 또한 차벽과 물포 등을 설치, 봉래로타리에서 조선소 방향 왕복 8차선 도로를 완전 봉쇄했다.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차벽을 넘으려는 참가자와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것. 경찰은 최루액을 쏘며 참가자들의 차벽 접근을 막았고 참가자들은 강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10명의 참가자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새벽 2시께 참가자들은 차벽을 넘어가기 위해 차벽 앞에 벽돌과 소금 가마니로 쌓은 계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경찰은 강경하게 대응했다. 파란 색소와 최루액을 섞은 물포를 벽돌 등을 쌓는 참가자들에게 집중적으로 발포했다.

또한 전경 부대를 투입, 참가자들을 약 50미터 뒤까지 밀어냈다. 이 과정에서 최루액이 섞인 물포를 맞은 참가자 중 일부는 화상을 입었다. 또한 곤봉과 방패에 맞은 일부 참가자들은 머리가 다치거나 손가락이 골절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오전 9시)까지도 2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농성 중이다.
▲ 1만 명에 가까운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9일 부산역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프레시안(허환주)

"85호 크레인으로 가는 길이 열릴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

2차 희망버스 기획단은 10일 아침 7시께 농성 중인 봉래로터리 차벽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차 밝혔지만 평화롭게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고 즐겁게 놀고, 행복하게 연대하기를 소망한 많은 이들이 이곳에 모였다"며 "하지만 경찰은 차벽을 동원해 길을 가로막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결국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막혀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이에 차벽을 넘어 가기 위해서 차벽 앞에 계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하지만 경찰은 갑자기 대오를 향해 최루액을 살수차로 뿌리기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어떤 이는 화상을 입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차벽을 넘고자 한 것은 평화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김진숙 지도위원과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을 만나겠다는 우리의 뜻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며 "그러나 경찰은 스스로가 공적인 성격을 가진 권력이 아니라 한진 재벌의 사병에 불과함을 스스로 드러내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의 목적은 김진숙 지도위원과 해고자들을 만나는 것"이라며 "우리는 85호 크레인으로 향하는 길이 열릴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 경찰은 이날 최루액과 파란 색소를 섞은 물포를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쐈다. ⓒ프레시안(허환주)

▲ 경찰과 대치 중인 희망버스 참가자들. ⓒ프레시안(허환주)

▲ 경찰 차벽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진중공업 가대위 회원들. ⓒ프레시안(허환주)

▲ 참가자들은 차벽에 벽돌과 소금 가마니로 된 계단을 쌓자 경찰은 최루액을 쏘며 이를 저지했다. ⓒ프레시안(허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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