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관세 인하 주장의 오해와 진실
['설탕 담합' 반론 ①] 박창기 씨 기고문에 대한 제당업계 입장
설탕 관세 인하 주장의 오해와 진실
9월 말부터 <프레시안>에 박창기 (주)엔오푸스 대표의 기고가 게재됐습니다. 과거에 제당업계에서 일했던 박 대표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설탕 담합의 실태를 드러낸 글들입니다. 글이 게재된 후, 제당업계에서 두 편의 반론문을 보내왔습니다. <프레시안>은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제당업계의 목소리를 담은 두 글을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설탕 담합 이야기
① 맷 데이먼 주연 'CJ-대상 담합' 영화를 아시나요?
② 바람피우던 클린턴도 이 전화는 못 끊었다
③ 난 이병철이 직접 서명한 담합 비밀합의문을 봤다
④ 한미FTA 쇠고기 양보는 설탕 때문?

저희 협회가 이렇게 기고를 하게 된 것은 2012년 9월 29일부터 10월 7일까지 게재된 박창기 씨 기고문의 많은 부분이 사실과 달라 독자들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국내제당업계의 업무와 사회적 이미지에 심각한 피해를 주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저희의 입장을 설명 드리고자 함입니다.

특히 최근 10여 년 이상 격변을 거듭하고 있는 국제 원당-설탕 시장의 특성 및 국내 제당산업의 역사와 현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재한 상태에서 기고자가 결론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설탕 관세 인하' 주장은 업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사료됩니다.

본 기고문에 많은 내용을 싣기에는 독자들이 읽으시기에 불편함이 따를 것으로 사료되어, 박창기 씨가 언급하신 내용 중 몇 가지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만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설탕은 외형적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 국제 원당 및 설탕 시장의 특성 자체는 매우 불안정하고도 복잡하여 이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해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특성의 첫 번째로, 국제 설탕 시장은 자국 내 소비 충족 후 남는 물량을 생산원가 이하로 수출을 하는 대표적인 덤핑 시장이라는 점입니다. 덤핑시장의 수급 및 가격 불안정성을 방어하기 위해 대부분의 국가들은 고관세율을 유지하거나 기타 비관세 장벽을 유지하여 설탕 수입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처럼, 자국 내에 원당 생산 기반을 갖고 있지 않은 캐나다, 말레이시아와 같은 국가들도 동일합니다. 캐나다는 반덤핑관세 57%, EU산 설탕상계관세는 113%로 유효관세율이 150%입니다. 말레이시아는 제당회사에 한해 수입허가권을 주는 실질적 수입 억제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는 모두 자국 내 생산시설에 대한 보호로 설탕 수급의 안정성과 가격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한편, 지난 2004년에는 설탕 수출 보조금까지 받아가며 국제 설탕 시장의 덤핑화를 주도해왔던 EU가 WTO에 패소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 EU가 단계적으로 역내 생산 및 덤핑 수출 물량 축소를 진행 중이기는 하나 국제 설탕 시장의 덤핑화가 해소되는 데에는 아직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하게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라면 설탕 관세가 높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설탕 수입 관세는 이렇게 불공정한 세계 설탕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뿐, 결코 국내 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특혜가 아닙니다.

또한 세계 원당 시장은 2005년 이후 사탕수수 및 곡물이 바이오에너지 원료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과거보다 국제 설탕 시장의 공급 및 가격 불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오히려 설탕 수입국들은 자국 내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해서 정제설비 투자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관세가 철폐되면 일시적으로 싼 가격의 설탕이 유입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러한 국제시장의 특성 때문에 결국 국내 식품업계 및 소비자들은 국제 가격 변동 및 수급 불안 상황에 그대로 노출되어 더욱 불안한 물가 불안 상황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기반이 붕괴되어 곡물 메이저들에게 국내 시장을 내어주게 될 것입니다.

관세 인하에 따른 국내 수급 및 물가 불안 사례로 베네수엘라는 2003년 관세 철폐와 유사한 정책 시행으로 국내 제당산업 붕괴 및 품귀 현상 등 공급난과 가격 폭등 사태를 유발했고, 멕시코는 1994년 NAFTA를 통해 옥수수 유통 및 가공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였으나 카길, ADM 등 미국의 곡물 메이저가 시장을 장악하여 주식인 토르티야 가격이 2005년 700% 이상 급등하는 부작용을 낳은 바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필리핀은 쌀 시장을 개방하고 식량 생산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자급국가에서 2010년 세계 최대의 쌀 수입국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출처 :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원, <식량쇼크 - 값싼 식량의 시대는 끝났다>, 2012년 씨앤아이북스).

해당 기고문에 의하면 관세 철폐가 곧 독점구조 및 담합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인 것으로 설명돼 있으나, 담합 문제는 이미 공정거래법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관세 문제는 국제통상 관점에서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제당기업들이 폭리? 설탕 가격 항상 낮은 수준 유지

또한 제당기업들이 설탕을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하는 구조라는 주장 역시 오해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소비자보호원에서 조사한 주요 국가들의 설탕 가격 비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내 설탕 가격은 항상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출처 : <한국소비자원 국내외 시세차 조사> 2010년 11월 주요 8개국 중 7위, 주요국 평균비 31% 저가 / 2011년 3월 주요국 평균비 16% 저가).

국내 제당업계의 영업이익률이 다른 산업 대비 낮은 수준이라는 것도 공식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 <금감원/한국은행, 2008~2010년 평균 영업이익률 비교>에서 제당사 2.9%, 음식료업 6.8%, 제조업 6.9%).

한미FTA와 관련해서도 미국과 우리나라가 설탕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한 것처럼 언급되어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양국 간 설탕 교역량도 전혀 없었고, 원산지 인정도 완전생산기준(자국산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준)으로 협의되면서 원당을 수입하여 정제한 설탕은 원산지 인정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관세 유지를 위해 로비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 결과 설탕에 대해서는 협정 발효 후 실행관세율 50%를 기준으로 15년간 30%까지 20%P를 균등 감축하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인하하고 16년째 되는 해부터 관세를 철폐하는 것으로 합의되었습니다.

설탕문제는 이후 한-EU FTA에서도 거의 동일 조건으로 체결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제당업계가 한미FTA 협상에서 설탕 고관세 유지를 위해 불법적인 행위를 하였고, 그 결과 정부가 쇠고기나 쌀을 포기했을 것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국내 제당산업의 역사는 1950년대 초창기에는 3개 사가 존재하다가 1960년대부터 1970년대 말까지 5-7개 사가 경쟁 관계를 유지해온 시장입니다. 그 후에는 장치산업의 특성상 높은 고정비로 인해 투자 및 생산 경쟁력을 갖춘 소수업체가 생존해 현재의 3개 사에 이르렀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원당을 수입해 정제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의 제당산업 역시 과점구조 형태로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에는 3개 업체가 100%, 말레이시아의 경우에는 4개 업체가 100%, 일본의 경우에는 4개 업체가 78% 시장에서 과점 형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과점구조가 시장 독점을 통해 폭리를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형성된 것이 아닙니다. 또한 이는 관세 철폐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 박상민 대한제당협회 전무이사. ⓒ대한제당협회 제공
앞서 설명 드린 바와 같이 설탕 관세는, 복잡한 세계 원당-설탕시장의 구조 속에서 저렴하고 좋은 품질의 설탕을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국제적 방어수단입니다.

저희 업계는 사업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통해, 경제-산업 발전 및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갖는 기업시민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께 일방적인 견해만이 아니라, 업계가 처한 현실 및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말씀드림으로써 저희 업계에 대해 왜곡되고 부정적인 이미지, 잘못된 정책 방향에 대한 오해를 갖지 않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본 내용을 기고하였음을 다시 한 번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독자분들의 양해를 부탁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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