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의 하청기지가 될 것"
[기고] 조선소노동자 안전 측면에서 본 대우조선 매각문제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의 하청기지가 될 것"
조선소 노동자들에게 부상,질병,중대재해 라는 단어는 다른 업종 노동자들에 비해 매우 친숙(?)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조선소에서 단 몇 달간이라도 일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예외 없이 다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약을 바르고, 살을 꿰매고, 붕대를 감는 자잘한 사고부터,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할 중상과 사망사고에 이르기까지. 조선소에서는 매일같이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작업 공구도, 작업대상도, 작업 현장도, 대부분 철제로 구성돼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당연한 결과라 생각할 수 있지만, 똑같은 중대재해가 매번 반복된다는 사실은 작업여건 이외에 또 다른 어떤 요인이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거제와 울산지역 조선소에서 빈번하게,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중대재해의 유형과 원인을 살펴보고자 하는 이유다. 

ⓒ정기훈


조선소에선 어떤 사고가 발생하나 

조선소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발생원인과 연관지어 분석했을 때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발생빈도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단순사고다. 현장 내부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익사사고, 등 은 최소한의 안전수칙만 지켜져도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사고다.

둘째. 발생 빈도가 높고 치사율이 높은 중대사고다. 추락·깔림·협착·폭발 사고 등 조선소 중대재해 중 압도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치명적 결과를 가져오는 만큼, 그 원인도 비교적 복잡하고 구조적인 요인에서 찾아야 한다. 노동자의 안전의식의 문제와 상관없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며,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와 공정관리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 없이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사고유형이라 볼 수 있다.

셋째. 정서적 심리적 요인에 의한 사고다. 노동조건이 열악한 조선소에서 고용조건마저 불안정한 하청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가 정서적 심리적 불안정 이다. 뿌리 깊은 군대문화와 수시로 경험하는 인격적 모멸감이 이 불안정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불황기 폭력적 구조조정은 개인을 한계상황으로 내 몰아,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최고조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이후 조선업의 불황과, 눈앞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의 경영방식은 조선소에 다단계 하청구조를 고착화 시켰고, 이러한 3가지 유형의 중대재해 위험성을 끊임없이 확대재생산 했다. 그 과정에서 급속하게 양적으로 팽창한 조선하청노동자는 저임금과 최악의 노동조건에서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연도별 사망자 수 에서 보여지듯 조선소 빅3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던 2016년에 가장 많은 중대재해와 피해가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극단적 효율성 위주의 정책과, 노동자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기업회생정책은 결국 중대재해를 유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입증시켜 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 사고 유형별 사망자수


▲ 사고 연도별 사망자수


대우조선해양 매각, 무엇이 문제인가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지난 3월 8일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 인수의 목적이 조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고용을 안정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있다"고 그 이유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산업은행이 왜 이 시점에, 필사적으로 대우조선 매각을 밀어붙이고 있을까. 그리고 현대중공업은 이전과 달리 대우조선 인수합병에 열을 올리는지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선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의 공동발표문을 살펴보자. 크게 △ 대우조선해양은 인수되더라도 현재의 자율적 책임경영체제가 유지될 것. △ 대우조선해양 근로자의 고용안정 약속. △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부품업체의 기존 거래선 유지 보장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현대중공업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우선 인수되더라도 대우조선해양의 현 자율경영체제를 유지한다고 했지만, 사실 그렇게 한다면 굳이 인수 합병을 할 이유가 없다. 기존 회사들 간 협력체계 구축만으로도 이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애써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권까지 인수할 필요가 없다.

다음으로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한다면서, '생산성이 유지 되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고용유지 여부는 자기들이 결정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합병된 뒤, 대우조선해양의 생산성 결정은 현대중공업에서 쥐고 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의 기존 거래선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여기에도 대외경쟁력 있는 협력업체만 거래를 유지하겠다는 단서조항을 달고 있다. 이는 결국, 원청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거래유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 간 계약 내용도 산업은행에 불리한 것들로 포진해 있다. 산업은행은 새로운 통합지주회사의 사외이사 1인 후보를 추천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쳐진 상황에서 정책적, 조직적 일정을 정하는 것에 약간의 영향력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이외 대부분에서 산업은행은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더구나 산업은행은 합병 이후, 지금까지 대우조선해양에 투자한 공적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단기간에는 전혀 없는 반면, 되레 단기간 내에 투자를 더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단기간 내에는 투자를 하지 않고, 이후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돼 있다. 이 계약 내용을 보면, 금융투자에 대한 리스크는 산업은행이 떠 앉고, 현대중공업그룹은 그 리스크에서 벗어나 있는 셈이다. 

ⓒ프레시안


현대중공업의 하청기지가 되는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은 지주회사가 전부 틀어쥐고 있다. 이 지배구조는 철저히 정몽준 부자에게 이득을 가도록 설계돼 있다. 현대중공업 지배구조의 특징은 최대주주가 최대 혜택을 누리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다시 말해, 재벌총수 일가는 손쉽게 사익을 편취하고, 회사는 수익성이 악화되어 구조조정에 직면하게 되는 기형적 구조임을 말해준다. 

대우조선해양이 이런 구조를 지닌 현대중공업에 편입될 경우, 수익은 재벌총수 일가에 흘러가고, 대우조선해양과 지역경제는 상시적 위기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이 그나마 가진 안전관리, 노무관리 등 독자시스템도 유지되기 어렵게 된다. 현대중공업 재벌 총수의 수익을 창출하고 보장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우조선해양 노동자의 노동 강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고 그에 따라 노동조건은 매운 열악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불안정한 노동조건과 고용조건은 필연적으로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의 하청기지가 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피해는 대우조선 노동자들에게, 특히 절대다수를 차지하며 보다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하청노동자들에게 떠넘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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