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보다 더한 '인보사 사기극'?
'무허가 성분' 알고도 모른 척 , 식약처는 허가 강행 의혹
2019.05.08 17:46:34
'황우석 사태'보다 더한 '인보사 사기극'?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했다는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에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무허가 성분'이 들어있고, 이런 사실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2017년 7월) 최소 4개월 전에 코오롱 측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코오롱 측의 "우리도 최근에야 알았다"는 해명 자체가 뒤집어지면서, "황우석 사태보다 더 심각한 바이오 사기극"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기극 의혹이 짙어지자 시민단체의 고발, 환자 집단소송, 주주 집단소송 움직임은 구체화되고 있다. 이미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고발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를 맡았던 의료범죄 전담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가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2017년 7월 식약처의 허가 승인 이후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들은 국내에만 3707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상장사인 코오롱생명과학과 미국에 법인을 두고 있는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사태가 불거진 몇 개월 사이에 주가가 반토막 이상 폭락했다. 티슈진의 최대 주주는 그룹 지주회사인 ㈜코오롱(지분율 27.26%)이다. 이어 이웅열 전 회장(17.83%), 코오롱생명과학(12.57%), 코오롱글로텍(2.82%) 등 오너 일가와 그룹 계열사들이 전체 지분의 60% 이상을 갖고 있다. 코오롱그룹 계열 상장사 7곳의 시가총액도 올 초 대비 반토막이 나는 등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주주들은 코오롱을 상대로 손해배상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법무법인이 모집한 환자들의 집단소송은 이달말에 소장이 접수될 예정이다. 


▲ 인보사 사태는 이미 시민단체들에게는 '제2의 황우석 사태, 인보사 엉터리 허가 식품의약품안전처 규탄 및 검찰수사 촉구' 대상이었다.'ⓒ연합뉴스


"식약처, 반대하는 위원 대거 교체하며 허가 강행"


의료계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권 당시 임명된 당시 식약처장이 인보사에 대한 정부 지원의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허가를 내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코오롱 측이 최소한 2017년 3월 이전에 인보사에 '무허가 성분'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일본이 코오롱 측을 상대로 국제소송을 제기하면서 드러났다.

코오롱생명과학으로부터 수천억 원대의 기술 도입 계약을 한 일본 제약사 미쓰비시다나베는 인보사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자 코오롱 측에서 받은 자료를 정밀하게 살폈고, 코오롱티슈진이 '허가를 신청한 성분'과 '실제 성분'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단 사실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업체가 인보사 기술 도입 계약을 취소하며 계약금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결국 지난 3일 이 사실을 공시하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자회사 티슈진에서 알아서 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오롱 측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티슈진의 대표도 겸할 정도로, 사실상 하나의 기업처럼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해명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바이오 신약을 개발할 역량이 있는 기업'이라는 기업 신뢰도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게 되는 일이 된다.   

업계에서는 코오롱 측이 조직적 은폐에 나설 수밖에 없는 동기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허가를 요청한 성분과 실제 성분이 다르다면, 그 자체만으로 허가 취소 사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전격 퇴진한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이 "네번째 자식"이라고 할 정도로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고, 그룹의 차세대 수익원으로 15년에 걸쳐 1000억 원이 넘는 투자 끝에 개발한 신약 사업을 처음으로 되돌려야 할 정도의 사태를 당장 모면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행 약사법에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의약품 허가를 받은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다. '허가를 요청한 성분이 아니지만 안전하고 효과가 있기는 마찬가지'라고 하더라도 '무허가 성분'이 발견된 것은 중대한 문제다.

게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적발된 내용은 '무허가 성분'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니라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유래세포라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바이오 신약 성분으로 신장유래세포를 꺼리는 이유다.

식약처는 코오롱 측이 허가 신청 성분과 실제 성분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허가 절차가 진행된 사실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식약처는 20일 미국 현지 실사를 벌인 뒤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식약처 자체가 인보사 허가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8일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인보사의 허가를 논의하기 위해) 중앙약제심의위원회가 열렸는데 7명의 전문가 중 6명이 반대했다”며 “위험성을 감수하고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별로 없고, 이 연구 논문 자체가 표준 치료랑 비교해서 기존의 퇴행관절염 치료 방법인 스테이로드나 아니면 히알루론산을 쓰는 이런 치료랑 비교한 게 아니고 생리식염수 넣은 쪽하고만 비교를 해서 효과가 있다고 한 것이기 때문에 500만원씩이나 들여가면서 생리 식염수보다 낫다고 투약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하는 게 다수의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정 처장은“유전자 치료이기 때문에 장기간 안정성을 평가해야 되는데 그런 위험성을 감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서 "신장유래세포임을 몰랐음에도 반대의견이 있었는데 시판허가가 난데는 위원들의 교체가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처장은 "2개월이 지나 처음에 있었던 반대한 3~4명을 식약처에서 부르지 않고 다른 위원으로, 그 다음에 추가 위원을 두 분인가 더 교체하고 그다음에 코오롱티슈진의 소명 자료까지 가져온 상황에서 위원회를 다시 열었다"면서 "2개월 만에 그 위원회에서 다수가 찬성해서 시판 허가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식약처가 무리하게 허가를 내 준 배경에 대해 정 처장은 “가장 합리적 의심은 유전자 조작을 한 세포를 집어넣는 유전자 세포 치료제로서는 인보사가 세계 최초"라면서 "박근혜 정부 때 한 100억 원가량의 R&D 자금을 인보사에게 지원했는데, 세계 최초의 성과에 목마른 식약처가 인보사를 빨리 산업화해서 산업 이익이나 국가 이익에 더 부응할지만 생각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국가가 직무유기를 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황우석 사태보다 '인보사 사태'가 더욱 심각한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황우석 사태는 논문 조작 단계에서 드러났지만, 인보사는 종양유발 세포가 포함된 채 국내 3700여 명, 미국인 100여 명 정도에게 이미 투여됐다는 점,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은 국내의 자정 노력으로 밝혀졌지만, 인보사는 미국 FDA가 적발했고, 국내 식약처는 인보사 허가와 사후감독에 이르기까지 존재의 의미를 찾기 어려운 무능 또는 직무유기의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 등 때문이다. 

코오롱이 인보사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희망은 미국에서 중단된 임상3상이 재개되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FDA가 임상 3상 중단을 요구하고, 대면 미팅 없이 임상3상 재개 승인 조건으로 까다롭게 각종 서류를 제출하라고 문서로 통보한 것은 사실상 임상 취소에 가까운 조치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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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