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핵협정 반격, 중동전쟁 전운 감돈다
[분석] 뉴욕타임스 "미국의 군사공격, 비밀작전 논의 촉발"
2019.05.09 08:21:35
이란의 핵협정 반격, 중동전쟁 전운 감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란 핵협정에서 8일(현지시간) 이란도 '조건부 탈퇴'를 선언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다. 이란 핵협정은 지난 2015년 7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국에 독일까지 참여한 이른바 '5+1'과의 국제협정으로 포괄적 공동행동동계획(JCPOA)이라고 불린다.

로하니 대통령의 선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꼭 1년전 일방적으로 협정 탈퇴를 선언한 시점에 맞춘 반격이다. 하지만 이란은 일방적 탈퇴가 아니라 협정의 또다른 당사국인 유럽 3개 국가들에게 입장을 선택할 것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를 거부하고 이란의 원유 수입을 재개할 것인지 60일안에 결정하라는 것이다. 


▲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핵협정 '조건부 탈퇴'를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1월 핵협상 과정에서 이란의 유일한 민간핵발전소 부셰르 원전을 찾은 로하니 대통령. ⓒEPA=연합


이란, 유럽 당사국들에 '60일' 시한부 통첩


로하니 대통령이 정한 60일은 핵협정(26조, 36조)에서 정한 이의 제기 절차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한 것이다. 어느 한쪽이 합의를 심각히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최장 35일간 서명국 장관급이 모이는 공동위원회, 자문위원회에 이의를 전달해 토론하고, 여기에서 풀리지 않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30일간 논의한다. 결론이 나지 않으면 핵협정은 자동 폐기된다. 핵협정이 폐기된다면 어디까지나 일방적으로 탈퇴한 미국과 이에 동조한 서방국가들의 책임이 될 것이라는 명분은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우선 저농축 우라늄과 핵폭탄 제조용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는 원자로에 쓰이는 중수 재고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핵협정에 따르면, 일정한 보유량 이상은 외국으로 반출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합의를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유럽이 미국의 일방적 제재를 상쇄할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란은 핵협정에 따라 핵심부품이 해체된 채 폐쇄됐던 아라크 중수 원자로 건설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란이 대외거래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할 방법을 유럽국가들이 찾지 못한다면, 이란은 우라늄 농축에 대한 제한도 파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협정에 따르면, 우라늄 농축은 핵무기급에 미치지 못하고 핵발전에 적합한 3.67%까지만 가능하다. 


로하니 대통령이 "경제적 발전이 없으면, 우라늄 농축에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겠다"고 한 발언은 핵무기에 사용할 수 있는 정도로 우라늄을 농축하겠다는 경고다.


▲이란에 대해 전쟁 불사를 외쳐온 트럼프 행정부 3인방. 왼쪽부터 볼턴 국가안보좌관과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국무장관. ⓒAP=연합


이란 돈줄 끊고, 정예군 테러 단체 지정, 항공모함 배치...결말은?


지난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협정의 핵심은 향후 15년간(2030년까지) 이란의 핵연료 생산 역량을 제한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이 아니었다면 1년 내에 이란이 핵무기를 완성했을 것이라는 옹호론에 대해 "이란 핵문제의 시간을 미뤘을 뿐인 사상 최악의 협상"이라면서 탈퇴를 선언했다.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프로그램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그리고 중동 전역에서 이란이 테러단체 지원 등 '악행'도 통제하는 새로운 협상을 이란에게 요구해 왔다. 이처럼 더이상의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산 원유수출길을 완전히 봉쇄하는 등 추가 제재에 나서고, 이란도 핵협정 '조건부 탈퇴'를 선언하자,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새롭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영역으로 돌입했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앞으로 미국의 군사공격, 미국과 이스라엘이 10년 전 벌였던 이란 원심분리기에 대한 사이버공격 같은 비밀작전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 거의 틀림없다"고 우려했다.

영국의 <BBC> 방송은 "미국은 지난 4월 이란에 대해 심상치 않은 두 가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먼저 미국은 중국, 인도, 터키, 한국, 일본 등 이란산 원유 5대 수입국에게 허용했던 수입금지 예외 조치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6개월 유예 조치를 받은 8개 국가 중 그리스, 이탈리아, 대만은 미국의 발표 전 이란산 원유수입을 중단했다). 이란 정부의 주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완전히 막겠다는 의도다.

또한 이란의 정예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국제테러단체로 지정했다. 미국 정부가 외국의 군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한 것은 처음이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이란 경제에 막강한 이권을 가졌다는 점에서 이란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혁명수비대와 거래를 하는 것은 테러리즘에 자금을 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BBC> 방송은 미국이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조치를 취한 점에도 주목했다. 방송은 "이란에 대해 매우 호전적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이 도발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중동 지역으로 항공모함을 이동시키는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이란의 국가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의 이런 조치들에 반발해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미 중부사령부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이란, 파키스탄, 시리아 등 중동과 중앙아시아 일대를 담당하고 있다.

<BBC> 방송은 "이슬람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조치는 실질적인 타격을 주지 못하고,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요원을 겨냥하는 등 취약 지역에 대한 보복 공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서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했을 때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는 상황이 닥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볼턴과 사사건건 대립한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란에 호전적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볼턴 행정부가 이미 시작됐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의 발표 직후 곧바로 이란의 철강과 광업 분야 등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최고조로 단숨에 치닫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제재조치가 이란의 원유 이외에 핵 무기 프로그램 자금으로 쓰일 수 있는 이란의 최대 수익원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근본적으로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면 추가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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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