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들 '표준 패권전쟁', 우리는?
[연중기획- 4차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 언어 '표준] ④ 표준전문가 최갑홍 성균관대 교수
2019.05.12 12:27:26
강대국들 '표준 패권전쟁',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므로 먼저 진입해 네트워크의 표준을 장악하는 자가 '넘사벽 승자'가 되어버리는 생존 전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표준의 지위를 획득한 특허가 아니면 별로 의미가 없다.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특허기술은 네트워크 시대의 자산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오히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즉시 공개하고 네트워크 시대의 표준기술로 인정받기 위해 사활을 걸게 된다.

현재 전 세계 주요국가들에서는 '도시의 미래'로 불리는 스마트시티를 국가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 그 이유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단순히 미래형 도시를 건설하려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는 바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실용화하는 현실적인 집약체의 성격을 지녔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스마트시티의 중심은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스마트시티가 소수의 부자나 특권층만 거주할 수 있는 특별한 도시가 되어버린다면, 그것은 4차 산업혁명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스마트시티를 추진하는 국가의 정책이 신산업 개발이라는 발상에 치우칠 경우, 대다수 국민의 삶과 유리된 실패한 도시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국가적으로 스마트시티를 완전히 새로 건설하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스마트 신도시 건설사업과 기존 도시들을 '스마트화'하는 도시재생형 스마트시티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스마트시티는 노약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스마트'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지향해야 하며, 지역균형발전에 맞게 추진해야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기획은 정부가 국가 핵심 선도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시티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표준 등 각종 정책이 제대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에는 4차 산업혁명시대는 왜 '표준'이 경쟁력의 핵심인지 알아보기 위해 국가기술표준원 원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표준전문가로 꼽히는 최갑홍 성균관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를 인터뷰했다. 인터뷰어로는 전자정보통신업계의 표준전문가로 활동하는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박순길 센터장이 참여했다.

최 교수는 “현재 세계 강대국들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수단을 표준으로 보고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이 흐름에 선제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최 교수는 “스마트시티는 도시 인프라들의 수평적인 통합이 이뤄져야 하고, 이것이 가능하려면 표준이 우선 확립되어야 한다”면서 “현재 국가적인 스마트시티 사업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는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편집자

▲4차산업혁명시대에 표준이 글로벌 패권 전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역설하는 최갑홍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미국의 IT공룡기업들, 표준 전쟁 주도


박순길: "21세기의 언어는 표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업계에서는 갈수록 표준의 중요성에 주목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술의 중요성은 많이 강조되어 왔는데, 표준이 기술을 능가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 이유는 뭔가요? 경제 환경, 특히 기술산업 환경의 변화 속에서 표준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말씀해 주시죠.

최갑홍: 기술이 수월성을 추구한다면, 표준은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왜 표준이어야 하는가는 바로 이 '보편성'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표준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나 성능을 보장하는 하나의 기준으로서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는 표준이 생산현장을 뛰어 넘어서 경제사회 전반에서 경쟁력 확보의 핵심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보편성을 지닌 표준이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라는 개념과 결합하는 순간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갖게 됩니다. 상호운용성이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각종 제품과 서비스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함께 작동하는 요소를 뜻합니다. 네트워크 경제에서 상호운용성을 담보하는 것이 바로 표준입니다.

만일 누군가 표준을 장악하고 이 표준에서만 작동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관련시장을 독점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현재 세계 강대국들은 표준을 둘러싸고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을 '인더스트리 4.0' '네트워크 경제'로 표현하고 있는데, 국경을 넘어 촘촘하게 연결된 전지구적인 산업환경에서 패권을 좌우하는 핵심이 표준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유럽의 권위 있는 글로벌 전략컨설팅업체 꼽히는 롤랜드버거에서 펴낸 <4차 산업혁명, 이미 와있는 미래>라는 보고서의 핵심도 "표준을 지배하는 자가 향후 20년 이상은 세계 시장을 지배한다"는 것이고, 유럽은 바로 이런 인식에 따라 표준화에 전력투구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산업발전 단계에 따라 표준의 위상이 이렇게 급격히 달라지는 이유는 뭔가요?

최갑홍: 2차 산업혁명에서 표준은 제품의 단순화를 통해 대량생산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3차 산업혁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구글 등이 해당 분야의 강자가 된 것도 시장지배적인 표준을 장악했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물리적인 세계와 사이버 세계를 통합하고, 모든 요소들의 융합화, 복합화가 이뤄지는 단계입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호환성(compatibility)를 넘어 상호운용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바로 표준이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프레시안: 미국과 유럽이 표준을 두고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데,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죠?

최갑홍: EU 28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태평양 24개국, 이렇게 큰 두 그룹이 표준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표준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이 서로 다릅니다. 유럽은 중앙집권식 개발형태라면, 미국은 시장중심적 개발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은 국가표준화기관-지역표준화기관-국제표준화기관으로 상향식 체제로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국가표준화기관(DIN)이 있으면, 그 위에 유럽표준화기관(CEN), 다시 그 위에 ISO(국제표준화기구) 같은 국제표준화기관이 있습니다.

미국은 미국국가표준협회(ANSI)가 있지만, 시장에서 표준이 형성되면 국가표준으로 채택해주는 시장중심주의 체계입니다. 유럽은 사회적 자본으로서 표준 개발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지원한다는 전략인 반면, 미국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표준을 국가 표준으로 채택하는 전략입니다.

그 결과 국제표준화기관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등 국가가 중심이 되어 표준화를 추진하는 공적표준화기구(De Jure)와 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표준화를 추진하는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IETF), 국제이동통신표준화기구(3GPP), 전기전자학회(IEEE), FIDO(Fast Identity Online, 생체인식기술로 개인인증을 수행하는 표준) 등의 사실상표준화기구(De Facto)로 나뉘어 있습니다.

프레시안: 유럽과 미국이 글로벌 표준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되는 건가요?

최갑홍: 유럽의 방식은 기업들이 직접 나서지 않는 공공재 성격의 표준 개발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기업에게 표준개발을 맡겨둔 방식이지만, 사실 구글이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IT공룡들은 웬만한 국가의 지원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두고 벌이는 표준 전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급 기업'이 주도하는 표준 전략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박순길: 국제공적표준화기구와 사실상표준화기구가 표준 개발에 협력하는 움직임도 있는데, 어떤가요?

최갑홍: 공공재 성격이 강한 표준정책에서는 양대 기구가 협력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갈등이 빚어지는 영역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4차 산업은 모든 분야가 융복합이 되기 때문에 표준화기구들이 전통적으로 맡아왔던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졌기 때문입니다. 스마트시티를 예로 들면, 통신과 전기, 상하수도, 교통 등 모든 분야가 어우러지기 때문에 스마트시티 표준은 어느 기구의 표준화 영역이냐는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최근 공적표준화기구들이 서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또한 사실상표준화기구들이 4차 산업혁명에서 요구되는 표준개발에 선제적으로 뛰어들어 각종 포럼이나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업중심으로 시장의 표준을 만들어버리는 사례들이 늘고 있어 공적표준화기구들과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국제표준화를 추진하는 경로가 경로가 다양해지는 새로운 변화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표준화는 전기전자 분야를 담당해온 IEC나 통신분야를 담당해온 ITU 등 어느 곳에서도 표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폭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IEC 관계자들이 비밀리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를 방문해, ETRI에서 개발한 표준을 ITU 대신 IEC에서 다루자고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ETRI가 IEC에 요청해도 받아줄까 말까하는 관계였다는 점에서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을 보여준 일화입니다.

박순길: 표준은 참여자들의 합의로 정하는데, 많은 자원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공공재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표준이 단순하게 공공재라고만 할 수 없는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죠?

최갑홍: 전통적으로 표준은 공공재에 속합니다. 공공재는 경합성과 배제성이 없는 재화입니다. 표준은 소유하려는 경쟁도 없고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에서 배제성이 없는 공공재(public goods)로 분류되어 온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실상 표준 영역에서는 포럼과 컨소시엄 등 클럽 참가자에게만 사용권이 주어지는 배제성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표준이 시장을 지배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위상이 높아지면서, 참가자 이외에는 유료인 클럽재(club goods)로서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프레시안: 클럽재로서 표준이 일반적인 특허와 다른 점은 어떤 건가요?

최갑홍: 특허를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특허 침해를 입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표준특허는 침해를 입증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표준 기술은 상호운용성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TV는 방송 송출에 MPEG이라는 동영상신호압축기술을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 신호를 화면으로 바꾸려면 역시 MPEG 기술이 적용해야 가능합니다. MPEG 기술로 보낸 방송 신호를 영상으로 구현했다면 그 기술은 당연히 동일한 표준특허를 사용했다고 보여집니다. 따라서 입증할 필요가 없이 자동적으로 MPEG 기술을 적용했다고 판단이 되어지는 것입니다. 

프레시안: 소수만 쓸 수 있는 특허가 아니라 시장지배적인 표준에 특허를 부여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특혜 아닌가요? 이런 표준특허를 부여할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 건가요?

최갑홍: 국제표준화기관이 표준 제정 과정에서 바로 이런 표준특허를 인정해주는 겁니다. 그 대신 표준을 특허로 인정할 때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습니다. FRAND라는 원칙인데요. 표준특허를 내세워 끼워팔기 등 갑질을 못하게 하는 fair(공정성), 사용료를 부당하게 높게 책정할 수 없도록 하는 reasonable(적정한 가격), 그리고(and) 경쟁사에게 사용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non-discriminotory(비차별성)를 의미하는 것으로, FRAND 원칙을 지킬 때만 표준특허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표준을 장악한 플랫폼 사업자가 4차산업혁명시대의 강자가 될 것이라는 최갑홍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무료 플랫폼, 시장을 지배하는 무서운 무기


프레시안: 표준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더 무서운 무기가 되는 것은, 안드로이드처럼 표준특허가 아니라 개방된 표준기술 아닌가요?

최갑홍: 그렇습니다. 현재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80% 이상이 구글의 안드로이드입니다. 안드로이드 자체는 무료입니다. 모두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쓰는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체제에서 상호운용성이 보장되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죠. 이것을 바로 '플랫폼'이라고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진정한 강자는 바로 플랫폼 사업자입니다. 플랫폼 자체는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표준특허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보다 더 높은 차원의 비즈니스입니다.

플랫폼을 구성하는 표준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기존의 제조업체들은 하청업체로 전락할 운명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구글과 애플 등이 뛰어든 자율주행차 플랫폼 사업입니다. 상호운용성이 핵심인 자율주행차 플랫폼 개발에 참여하지 못하면 기존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못한 개발후진국에나 차를 팔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입니다. 플랫폼 사업에 처음부터 참여하지 못한 제조업체는 경쟁력도 가질 수 없습니다. 플랫폼의 소스를 제공받지 못해 상호운용성을 담보한 관련기술을 개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플랫폼이 가동된 이후 참여하는 것은 값비싼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기에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국내기업들은 표준 자체가 돈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만들어진 표준을 이용하는 소극적 입장에서 비용으로 인식했지만, 이제는 상호운용성이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도 미리 참여하지 않으면 안되는 장기적 투자 개념으로서 표준과 플랫폼 사업을 바라봐야 합니다.

프레시안: 그렇다면 현재 기업들이 수익 창출 수단으로 중요시하고 있는 빅데이터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폐쇄적인 지적재산권 대상이 되는 차원을 넘어서겠네요?

최갑홍: 폐쇄적인 빅데이터는 좁은 시장에서는 수익 창출의 수단이 될 수 있겠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의미가 없는 데이터가 됩니다. 예를 들어 IBM이 개발해 의료와 금융 등의 영역에서 쓰이는 왓슨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있습니다. 왓슨을 보급해 전세계의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교하게 수립된 빅데이터를 왓슨을 쓰는 기업에게 무료로 제공하면, 한국에서만 쓰이는 빅데이터의 가치는 보잘 것이 없게 됩니다. 이런 플랫폼 경제를 유럽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가파노미(GAFAnomy), 가파노믹스(GAFAnomics)라는 신조어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알파벳 머리글자를 만든 조어로서 네트워크 경제를 미국 기업들이 제국주의적으로 점령하고 있다는 의미로 쓰고 있습니다. 플랫폼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의 규칙을 이들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프레시안: 결국 4차 산업혁명시대는 플랫폼 경제라는 것인데, 플랫폼 경제가 어떤 규칙으로 돌아간다는 것인가요?

최갑홍: 플랫폼 경제는 '소유자, 운영자, 공급자, 소비자'라는 4가지 구성 요소로 되어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을 예로 들면, 구글이 소유자이고, 삼성은 운영자 중의 하나이고, 공급자는 플랫폼에 제공되는 각종 콘텐츠와 서비스 개발자, 그리고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연결돼 있는 것입니다.

프레시안: 플랫폼은 네트워크 경제의 기반으로 이해되는데, 표준과 플랫폼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요?

최갑홍: 플랫폼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패션 아웃소싱업체 리앤펑(Li&Fung)은 전세계 40개 국 1만5000개 업체에게 디자인을 제공할 뿐 자체 공장이나 물류공장이 없는 홍콩의 글로벌 기업으로 매년 20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패션업계에 첨단 ICT 시스템을 구축해 패션 아웃소싱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표준을 장악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플랫폼의 상호운용성을 제공하는 요소가 시장에서 지배적으로 인정되거나, 국제표준화기관에서 인정받을 경우 '시장지배적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어떤 플랫폼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다는 것은 '표준 전쟁'에서 승리를 했다는 것입니다.


▲ 인터뷰어로 나선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박순길 센터장 ⓒ프레시안(최형락)


스마트시티, 상호운용성 확보가 관건


박순길: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려면 표준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사업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요?

최갑홍: 기술적 마인드, 전문성, 커뮤니케이션 스킬, 국제감각을 겸비한 표준전문가들을 대학이나 공공기관에서 양성해 내야 합니다. 또한 정부도 표준 사업과 관련해 기업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레시안: 스마트시티 사업에서도 표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현재 국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잘 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최갑홍: 스마트시티는 도시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는 개념 위에 있습니다. 한국의 도시 인프라의 현황을 보면, 전기와 상수도 등 각각의 인프라의 수직적 통합은 잘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시티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다양한 인프라 시스템과 시스템의 정보가 수평적으로 교환. 통합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상호운용성이고, 상호운용성을 담보하려면 표준이 확립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스마트시티 사업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현재 스마트시티 사업이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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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