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 70%가 부동산인데도 손 놓고 있다"
[토론회] 이해충돌방지법 국민권익위 입법안 진단과 발전 방향 모색
2019.08.22 17:32:21
"공직자 재산 70%가 부동산인데도 손 놓고 있다"

지난 1월, 손혜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은 2016년 부패방지법 제정 당시 누락됐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7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러한 여론에 힘입어 이해충돌방지법 입법예고를 시행했다.

'이해충돌'은 공직자가 직무상 추구해야할 공공 이익과 공직자 개인의 사적 이익이 배치되는 상황을 일컫는다. 고위공직자가 특정 지역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부동산값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구청 청소 용역 계약 업무 담당 공무원의 동생이 청소 용역 업체 사장이라면, 해당 공무원은 동생의 회사에 계약을 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이해충돌방지는 이러한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고위공직자가 소유한 직무 관련 부동산을 백지신탁하게 하거나, 가족 중 청소 용역 업체 사장이 있는 공직자를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그 사례다. 대부분 선진국은 이해충돌방지와 관련한 법제도를 만들어 공직 사회의 부패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가 되기 위해 이해충돌방지와 관련한 법제도는 필요하다.


한국 사회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진행 현황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22일 국회에서 열렸다. 참여연대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의 사회는 이광수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이 맡았다. 박형준 국민권익위원회 행동강령과장은 '국민권익위원회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의 취지 및 주요 내용'을 주제로 발제했다.

박 과장은 권익위 입법안을 설명하면서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에 대한 법이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이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법을 빠르게 제정하고 시행했으면 좋겠다"며 "권익위는 현실적으로 작동 가능하고 통과 가능한 입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론자들은 정부의 입법 의지를 긍정하면서도 권익위 입법안보다 엄격한 이해충돌방지법이 필요하다는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양세영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입법의 시급성에 공감하지만 권익위의 입법안이 온건한 내용을 담아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된다"며 "국회에서 법안이 심의될 때는 입법안의 내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익위 입법안, "사전 신고와 특정 행위 금지 통해 이해충돌 방지"


입법안은 이해충돌방지법의 적용대상을 모든 공공기관의 공직자로 제시한다. 이때 공공기관은 국회, 법원,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각급 국공립학교 등을 뜻한다. 공직자는 해당 기관의 공무원, 임직원, 각급 학교의 교직원 등을 말한다. 공직자 중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은 고위공직자로 규정된다. 고위공직자는 상대적으로 강력한 규제를 받는다.

입법안의 이해충돌방지 규정을 살펴보면, 우선 고위공직자와 채용업무 담당 공직자 가족의 공공기관 채용은 제한된다. 단 경쟁 채용 시험에 따른 채용은 제한 범위에서 제외된다. 박 과장은 "장관의 자녀가 산하 기관에 지원했는데 능력이 있음에도 가족이기 때문에 못 들어가면 직업 선택의 자유와 관련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제외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고위공직자와 계약업무 담당 공직자 또는 그 가족과의 수의계약 체결도 제한된다. 수의계약은 재화, 용역 등을 조달할 때 경쟁에 붙이지 않고 계약내용을 이행할 자격을 가진 특정인과 체결하는 계약이다. 박 과장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관련 대통령령을 근거로 예외를 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공직자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얻는 행위와 차량, 시설 등 공공기관의 물품을 가족이나 본인 등의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특별히 고위공직자는 임기 개시일 기준 최근 3년간 민간부문의 업무활동 내역을 제출해야 하며 소속기관장은 이를 공개할 수 있다.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외부 활동도 금지된다.

이해충돌방지책으로는 사적이해관계자 신고 제도를 뒀다. 인허가, 행정지도, 평가, 재화 및 용역 계약 등 16개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는 업무 관련자가 사적이해관계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경우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사적이해관계자는 공직자와 그의 가족 또는 공직자로 일하기 전 2년 이내에 재직했던 법인, 단체를 뜻한다. 신고를 받은 소속기관장은 직무의 중지, 취소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입법안은 법 위반 시 처벌 체계를 과태료와 징계, 직무의 중지, 취소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형사 처벌은 공직자가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이익을 얻었을 경우와 법 위반 사실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줬을 경우에 적용된다. 박 과장은 "시행 초기에는 과태료에서 시작하고 차차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본다"며 "공직자가 이 법을 위반하면 징계를 받는데 파면이나 해임은 형사 처벌 못지않게 크다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부동산 백지신탁, 형사 처벌 조항 추가 등 강화 필요"


토론자들은 몇 가지 보강을 통해 더 강력한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이해충돌방지법에 부동산 백지신탁제도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선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은 "공직자 재산의 70%가 부동산 재산임에도 부동산 이해충돌 방지는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며 "이로 인해 고위공직자의 부동산을 통한 영리 행위 도모가 현행법의 비호 아래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직자가 직무 수행 중 사적이해관계자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신고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는 애초 채용 시에 공직자의 사적이해관계자 정보를 등록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고위공직자의 재산을 등록하고 공개하는 것처럼 공직자의 사적이해관계자 정보를 등록하게 하고 고위공직자의 경우, 이를 공개해야 한다"며 "그렇게 미리 등록하면 공직자 스스로 이해충돌을 회피할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고 사후 검증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사적이해관계자 신고 제도의 16개 업무 규정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선아 위원장은 "지금 제시된 16개 업무는 범위가 너무 좁은 것 같다"며 "이해충돌 관련 업무를 규정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이사도 "직무를 열거하는 방식으로 법을 만들면 현실에서 예외가 많이 발생한다"며 "신고 제도에 적용되는 업무를 더 포괄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업무상 획득한 비밀정보를 활용해 이익을 얻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이견이 제기됐다. 박 위원장은 "재판에서 정보의 비밀성을 인정받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비밀 정보를 통한 이익 획득을 금지하면 공개된 정보의 이용을 활용한 이익 획득은 규제할 수 없다"며 "'비밀 정보'가 아니라 '업무 관련 정보'로 이익을 얻는 경우를 금지하는 식으로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처벌 강화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박 위원장은 "권익위 안의 처벌이 과태료 중심으로 되어 있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위반자에 대해 과태료는 물론 벌금이나 실형 등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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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 ama@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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