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구속 위기...뇌물 액수가 50억을 넘었다
대법, 말 3필 뇌물 인정...경영권 승계 청탁도 인정
2019.08.29 15:30:40
이재용 재구속 위기...뇌물 액수가 50억을 넘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구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29일 오후 2시 대법원 전원합의체(김명수 대법원장)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이 부회장이 최 씨 딸 정유라 씨에게 건넨 말 3마리 구입비 34억 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 원도 뇌물로 인정했으며, 관련해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점 역시 인정됐다. 

모두 이 부회장 2심 판결에서는 인정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2심에서는 코어스포츠 36억 원만 뇌물로 인정했었다. 이때문에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대법원의 이날 판단이 파기환송심을 거쳐 확정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이 부회장의 뇌물액수는 2심보다 50억 원이 늘어 총 86억 원을 넘기게 된다. 86억 원이 '횡령'으로 인정받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에 따라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다. 특경법은 횡령액이 50억원을 넘게 되면 중죄로 보고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 징역형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대법원, 엇갈렸던 박근혜-이재용 2심판결 명쾌하게 정리

대법원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과 최순실 씨 사이에 말 3필의 소유권이 삼성전자에 있다는 계약서와 관련한 공방이 있었던 부분을 이번 건의 핵심으로 판단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당시 최서원(최순실)은 '윗선에서 말 사주기로 결정났는데 왜 계약하느냐'고 화를 냈고, 이 내용을 들은 박상진은 '원하시는대로 하겠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는 문자메시지 보냈다"며 "박상진은 포괄적 지시를 받아 (정유라에게) 승마지원을 했고, 박상진으로서는 최서원의 태도를 통해 최서원이 말 소유권을 원한다는 것과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알았다고 봐야 한다"고 정리했다. 이어 "박상진은 말의 실질적 사용 처분 권한이 최서원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했으며 최서원과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최서원에게 말에 대한 실질적 처분권한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따라서 "이재용 등이 최서원에게 제공한 말은 뇌물"이라며 "법률상 소유권 취득이 없어도 실질적 사용처분권이 이전된다면 물건 자체를 뇌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두 2심 재판(이 부회장, 박근혜-최순실 재판) 재판부의 해석이 달랐던 것을 대법원이 정리해 준 셈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이 부회장이 최 씨 딸 정유라 씨에게 건넨 말 3마리 구입비 34억여 원이 뇌물인지 여부였다.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최 씨가 말 소유권을 갖지 않았다고 판단, 말 구입비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등을 포괄한 87억여 원 중 말 구입비를 제외한 36억 원만 뇌물로 인정했었다. 당시 이 부회장의 뇌물액수가 50억 원 미만으로 결정됨에 따라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를 선고받게 된다. 그래서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었다.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받아 구속됐으나, 2심에서 뇌물액이 줄어듦에 따른 것이다. 

반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2심 재판부는 말 구입비를 포함한 87억여 원 전체를 뇌물로 인정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재판부 판결이 엇갈렸던 셈이다. '뇌물 준 이는 없는데, 받은 이는 있다'는 모순이 발생했다. 

대법 "경영권 승계 위한 묵시적 청탁 있었다"

이와 함께, 삼성이 최순실 일가에 제공한 뇌물 중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2800만 원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대가였느냐, 삼성이 권력의 힘에 눌려 어쩔 수 없이 건넨 뇌물이었느냐에 관한 판단 역시 변수였다. 

지난해 2월 5일 열린 이 부회장의 2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부정 청탁이 없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같은 사안을 두고 지난해 8월 24일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권력비리를 다룬 2심 재판부는 이를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작업의 대가로 봤다. 부정 청탁이 일어났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근거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이 이뤄진 점, 국민연금공단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찬성에 청와대 지시가 내려왔다는 점을 꼽았다. 

이에 관해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모순된 두 판결 내용을 정리했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기존 집행유예 논리가 뒤집어진 만큼, 이 부회장과 삼성으로서는 비상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 

삼성그룹은 대법원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 "대단히 송구하다"며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2심 재판도 다시 해야 한다며, 사건 일부를 파기환송했다. 

1, 2심 재판부가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하는 뇌물 혐의를 분리하지 않고 선고해 관련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이 부회장의 뇌물 건로 판단된 만큼, 해당 판결은 박 전 대통령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낮아질 가능성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사건은 국민적 관심이 컸던 만큼, TV 생중계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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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