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논란, 학종은 이제 끝났다"
[인터뷰]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2019.09.03 06:54:51
"조국 딸 논란, 학종은 이제 끝났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각종 의혹들이 나온 뒤, 조 후보자가 고발당한 건수는 확인된 것만 15건이다. 조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정면 대응을 예고하며 청문회에서 모든 의혹을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작 2일과 3일로 예정됐던 청문회는 무산됐다. 그러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조 후보자는 2일 '기자간담회'를 여는 초유의 강수를 뒀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웅동학원 의혹, 사모펀드, 그리고 '딸 입시'. 아직 어떤 게 사실인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그나마 '딸 입시' 관련해서는 하나둘씩 사실 관계가 드러나고 있다. 조 후보자는 자신의 딸 입시 관련, 의혹을 두고 "자녀 문제에 안이했다"고 수차례 사과하기도 했다.

그간 제기된 조 후보자의 딸 입시 관련해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2008년 고등학교 2학년 당시, 인턴십으로 2주간 단국대 연구에 참여한 결과,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점이다. 단국대에서는 이를 조사하기 위해 진상조사위까지 꾸렸다.

조 후보의 '딸 입시' 의혹을 두고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는 조 후보 사퇴를 촉구하며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촛불집회의 역풍도 거세다. SKY를 다니는 학생 중 조 후보의 딸이 보여준 '입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되느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또한 촛불집회의 주체가 지방대 학생들이나 수시에서 피해를 본 다수의 '비특권층' 학생들이 아니라, 상당수 수시를 통해 '대한민국 톱' 학교에 진학한 '엘리트 학생들'이라는 점도 의아하다. 


정작 입시 제도 피해 학생들이 아니라, 엄청난 경쟁을 뚫고 주변 환경을 무기로 각종 스펙을 쌓아 '입시 성공'을 달성한 '엘리트 학생'들의 분노가 여론의 꼭짓점을 장식하고 있는 이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같은 '수시' 세대이지만, 자신들과 비교했을 때 규제가 덜해 스펙을 손쉽게 쌓았던 세대(입학사정관 세대)와 비교해, 각종 규제로 인해 어렵게 스펙을 쌓았던 요즘 세대(2013년 이후 학종 세대)의 불만일까?


조 후보자의 '딸 입시' 의혹은 구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조 후보자의 딸이 선택한 대입 전형은 2007년 도입된 입학사정관전형이다. 기존 획일적인 점수 위주의 선발방식(정시)에서 벗어나 교내‧외 활동, 면접 등을 활용해 학생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됐다.

이 전형 자체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본래 취지와 달리 논문이나 도서출판, 공인어학성적 획득 등 과도한 스펙 경쟁을 유발했다. 그 결과, 2013년 교내 활동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전환됐다. 한마디로 조 후보자 딸은 학종으로 전환되기 전, 즉 입학사정관전형의 과도한 스펙 경쟁을 거친 세대인 셈이다. 그래서 조 교수도 '당시엔 문제가 없었던 일이나, 지금 기준으로 보면 문제가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교육학 박사),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를 만나 지금의 조 후보자 '딸 입시' 의혹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들어보았다. 2년 전 박 교수와 김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논란이 되는 '학종'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교육 정책, 핵발전소처럼 공론화 해야 한다")


아래 인터뷰 전문.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고등학생이 제1저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프레시안 : 조 후보자 딸의 '입시 의혹'을 보면서 든 생각은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우리 사회 상류층 부모들은 얼마나 있을까?'였다.

김경민 : 그렇지 않은 상류층 부모들도 있긴 있을 것이다. 다만, 직·간접적, 그리고 정도의 차이, 소극적·적극적 활용의 차이가 있을 듯하다. 하지만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이러한 입시 문제는 구조의 문제라는 점이다.

프레시안 : 마찬가지로 구조적인 문제를 짚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대 청문회에서 자식들 문제로 낙마한 후보자가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떨어지고 난 뒤, 시스템적인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는다. 언제 그렇게 떠들었느냐는 식으로 수면 아래 가라앉는다. 그렇기에 지금 문제가 되는 조 후보의 딸 '입시 의혹' 문제를 구조적으로 짚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전제로 조 후보자의 딸 '입시 의혹' 문제를 이야기해 보자.

사실 기자로서 뉴스를 보면서 팩트가 무엇인지를 찾아보는데, 무엇이 팩트이고 거짓인지를 모르겠다. 정리가 안 된다. 그나마 정리된 팩트를 이야기하면, 조 후보자의 딸 입시 의혹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고등학교 때 인턴을 하면서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박대권 : 그것은 설명이 안 된다. 고등학생이 2주 인턴하고 그렇게 제1저자가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스펙을 과하게 만들다가 문제가 된 듯하다.

김경민 : 조 후보 딸 문제는 두 가지 차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아까 설명하였듯이 (불공정을 내포한) 입학제도라는 구조의 문제가 있고, 둘째는 조 후보 자식의 문제로 나뉜다. 우선 가장 이슈가 되는 조 후보자 딸의 제1저자 문제에 대해서는, 상식선에서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김경민 : 논문의 제1저자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제1저자는 논문의 시작부터 끝을 모두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논문의 중심이 되는 어떤 가정(연구질문)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실험군-대조군을 정하고, 어떤 방법론으로 이를 테스트하고, 그렇게 나온 결과를 자기가 해석하고 결론을 내는 사람이다.

박대권 : 논문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연구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1저자다. 


프레시안 : 세팅하고 계획을 세우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그런데 단국대 교수는 조 후보자 딸이 영어 번역을 잘해서 1저자로 뒀다고 해명했다. 


박대권 : 그것도 말이 안 된다. 조 후보자 딸이 과연 아카데미 의학 용어를 알았을까? 의대생들 불러다가 물어봐라. 본과 올라갈 때, 겨울방학 내내 독서실에서 의학 용어를 외운다. 그런데 그 용어를 고등학생이 얼마나 알았을까? 설사 그 용어를 알았다 하더라도 연구 전체를 디자인하는 1저자라는 건 말이 안 된다. 


김경민 : 제1저자를 준 것은 아카데미, 즉 학문에 대한 모욕이다. 학문 세계를 매우 우습게 본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영어를 번역했기 때문에 뭔가 혜택을 줬다'고 했을 때, 제1저자가 아니라 공저자를 주었다고 해도 욕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제1저자라니... 도저히 말이 안 된다. 고등학생이 영어 번역에 도움을 줬다면, 논문에 감사의 말을 실으면서 조 후보자 딸에게 감사를 표명하면 된다.

▲ 김경민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조 후보자, 바로 잡을 기회 있었지만, 시정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조 후보자 딸이 응시한 입학사정관제도전형에는 논문에 제1저자가 명시된 게 합격 당락에 별 영향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김경민 : 아니다. 합리적 의심을 하면, 당연히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인지도 있는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제1저자가 됐다고 하면 '뛰어난 애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합격에 필요한 스펙이라는 이야기다.

박대권 : 사실 그런 특별한 학생(논문에 참여한 학생 등)들을 뽑으라고 입학사정관제를 만든 거였다. 입학사정관제는 기존 시험으로 뽑지 못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뽑는 제도다. 조 후보자 딸은 거기에 딱 부합하는 학생이었다. 조 후보자 딸의 당시 스펙을 봤는데, 문과적 상상력이 있는 데다, 이과적 연구 능력도 있었다. 게다가 논문에서 제1저자까지 했다. 이건 굉장한 것이다. 누가 그런 학생을 놓치고 싶겠나. 논문의 진위를 판단할 수 없는 대학에서는 당연히 선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제1저자 논문을 썼느냐 아니냐, 그리고 그 논문이 대학 합격에 영향을 미쳤느냐 아니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2주간 인턴으로 참여한 고등학생이 논문에 제1저자로 오른 것은 비윤리적인 거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쟁점은 조 후보자가 딸이 제1저자인 것을 알고 있었느냐로 넘어갈 듯하다. 사실 알았다 하더라도 제1저자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모를 수 있는 것 아닌가.

박대권 : 조 후보자 부부는 둘 다 교수 아닌가. 만약 학계에 있지 않아서 논문 작성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제1저자의 의미를 모를 수 있다. 아니 모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 문제는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조 후보자와 그의 아내는 교수다. 제1저자의 의미를 모를 리 없다.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그 의미를 알았기에 적극 활용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만약 단국대 연구팀에서 자기 딸에게 제1저자를 줬다면, '우리 아이가 그 정도는 아니죠, 후순위로 돌려주세요' 이 정도 말은 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딸이 제1저자로 올라간 것을 엄마 아빠는 알았음에도 이를 내려놓지 않았다. 당시 고등학생인 딸은 제1저자의 의미를 모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교수인 부모가 이를 바로잡았어야 했다. 원서 낼 때까지 제1저자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그 전에 알았을 것이다. 바로 잡을 기회와 시간이 있었지만 시정하지 않았다.

김경민 : 제1저자 문제가 발생했을 당시 조 후보자 딸은 미성년자였다. 따라서 조 후보자 딸에 대한 과도한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를 방관한 부모는 탈법, 위법 여부를 떠나 반드시 비판받아야 한다.

"부모 능력에 따른 불평등은 계속되고 있다"

프레시안 : 제도 이야기를 해보자. 조 후보자 딸은 2010년 고려대 수시 1차 전형 중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입학했다. 수시 1차 정원은 총 850명인데, 이 전형 정원은 200명이었다. 이 전형은 외고 출신이 대부분 지원하는 전형이었다. 1차 전형에서는 외국어 40% 성적 60%를 반영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2차 전형에서는 면접 30%, 1차 전형 성적 70%를 반영했다. 한 마디로 외국어 성적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다.

다른 전형 중에는 총 450명을 뽑는 '학생부 전형'이 있는데, 이는 내신을 많이 반영하다 보니 외고생들은 들어가기 어렵다. 그렇기에 외고생들이 들어가는 수시는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귀결됐다. 한마디로 조 후보자 딸은 그 전형을 전략적으로 공략한 것이다. 당시 고대는 모집정원 200명 중 105명(52.5%)을 외고생으로 뽑았다. 사실 그렇게 그 전형에 합격한 200명의 학생도 이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경중의 차이는 있겠으나 조 후보자 딸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전형이 굳이 있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김경민 : 그래서 이후에는 없어졌다. 입학사정관제의 문제가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교내외 수상경력을 표기하는 것도 폐지하고 공인어학성적 기재도 폐기됐다. 또한, 2014년부터는 학교생활기록부에 논문 성과 기재도 금지됐다. 그리고 입학사정관제는 학종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을 무기로 한 스펙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박대권 : 정리하면, 제도를 활짝 열어서 무법천지로 뒀다가 문제가 생기니 하나둘씩 규칙을 두는 식이다. 우리나라 정책이 항상 그렇다. 입시가 중요하다고 해서 어떤 제도를 도입한다면, 이 제도가 가져올 부작용 내지는 문제의 소지를 제거할 장치는 만들어 놓아야 한다. 이후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이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냥 활짝 열어놓는 식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사람들이 활짝 열린 제도의 순수한 의도만을 받아들일까. 그렇지 않다. 특히 입시 제도는 그렇다. 전두환 때, 과외 금지를 했고 걸릴 경우, 공무원은 파면이고 사업가는 세무조사를 했다. 한 달 과외비가 대기업 월급인 30만 원이었다. 그런데도 자식에게 과외를 시켰다.

그런데 입시사정관제도처럼 제도를 활짝 열고서 마음대로 하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나. 자신들이 가진 정보와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대학에 들어가려 한다. 물론, 이는 불법이 아니다. 정부가 조장한 정책이다. 입학사정관제도를 이용한 그들도 할 말이 있다. '하라고 해서 했는데 왜 그러냐.' 사실 조 후보자와 같은 정보와 능력이 있는 이들은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 법으로 그렇게 하라는데, 안 하면 바보 아닌가. 하지만, 이렇게 물어보는 게 필요하다. '그런 정보와 능력을 갖추지 못한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부모의 능력에 따른 교육의 불평등이 생기는 것이다.

▲ 박대권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학종, 기준이 불투명하다"

프레시안 : 조 후보자 딸 '입시 의혹' 사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소위 상류층들 중에서 누가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싶다.

박대권 : 그나마 조 후보자 딸이 입학하던 2010년에는 수시전형이 전체 정원의 50%였다. 지금은 80%까지 올랐다.

김경민 : 문제는 그렇게 수시전형이 늘어나면서, 대학은 학생들을 공정하게 선발할 기준이 애매해져 버렸다는 점이다. 수시전형이 늘어나면서 여러 학교에서 다양한 학생이 대학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그간 준비한 스펙을 지원서에 제시한다. 그런데 대학은 이들 중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학생들이 진실을 말한다는 바탕을 깔고 전형을 치르는 거다. '학생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기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몇만 명이 지원하는 학교에서 어떻게 모든 서류의 진실성 여부를 검증할 수 있겠나? 현실적으로 진실성 검증 여부가 불가능하니, '학생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믿고 입시를 치르는 것이다.

그렇게 되니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긴다. 지방 출신 학생과 강남 출신 학생을 비교해보자. 강남 학생은 포트폴리오를 엄청난 두께로 만들어온다. 내용도 무척 좋다. 반면, 지방 학생은 포트폴리오가 매우 얇다. 학생을 심사하는 교수 입장에서는 강남 학생이 분명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만들어 왔을 거라는 합리적 의심을 한다. 그러나 그런 의심을 한다 해도 그렇다는 증거가 없다. '학생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기본을 받아들이는 이유다. 그렇게 되니, 결국 두 아이 중 누구를 뽑겠나. 자연히 두껍게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온 강남 아이에게 마음이 간다. 불공정하다고 생각되지 않나.

박대권 : 그런 학생을 떨어뜨릴 근거가 없다. 합리적 의심을 한다 해도 이것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 제출한 포트폴리오가 '00 학원제'라는 상품표가 달려 있다면 모른다.(웃음) 학생 인생이 걸려 있는데, 합리적 의심만으로 떨어뜨릴 순 없다. '학생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믿고 심사를 할 뿐이다. 대학은 의심이 가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 나는 이 부분이 수시전형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수시전형에서 최대한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이 이런 빈틈을 놓치겠나.

프레시안 : 그런데 중하위층 학생들도 그런 수시전형을 통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수시전형의 장점 아닌가.

박대권 : 지방 학생 등도 '학종', 즉 수시전형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있다. 다만, 그 도움이 정의로운가는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지방 학생이 학종으로 좋은 학교에 갔다는 효용에만 관심을 둘 뿐이다.

김경민 : 어떤 측면에서 학종은 상당히 비교육적인 시스템이다. 지방 학생이 학종으로 좋은 대학교에 갔다는 것에서 한 발 더 들어가 보자. 그렇게 지방 학생을 학종으로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지방고는 어떻게 할까. 지방고의 경우, 학생을 어떻게든 명문대로 보내려 한다. 그렇기에 초기부터 학생 몇 명만을 특별관리하면서 스펙을 몰아준다. 자연히 나머지 학생들은 방치된다. 학종의 부작용인 셈이다. 학종이 완벽히 잘못된 시스템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이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용한다는 점이 문제다. 학교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그 결과, 대다수 학생들이 이 제도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매우 비교육적이다.

박대권 : 사실 학종 등 수시전형은 측정하기 쉽지 않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공정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나마 정시는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그것은 기준이 명확하다. 점수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시전형은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프레시안(최형락)


"공정하게 줄을 세울 것이냐, 불투명하게 세울 것이냐"

프레시안 : 그런 문제가 있는 수시전형이 확대되고 정시는 줄어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박대권 : 학생들을 줄 세우는 게 나쁜 거라면서 정시를 줄이는 추세다. 그런데 공정하게 경쟁하려면 객관적 기준으로 줄 세우는 방법 말고 또 있을까? 줄 세우는 것에 있어서 공정하게 세울 것이냐, 불투명하게 세울 거냐의 문제다. 거기에 대해서 사람들이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김경민 : 수시전형은 특정 계층들에게 '이너서클' 안에서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반면, 거기에 포함돼 있지 않은 대중들은 그 기회 자체를 잡지 못한다. 이것이 수시전형이 가진 불공정이다. 대학교에서 학생 뽑는데, 불공정하게 설계된 학종이냐, 아니면 정시 등 줄 세우기냐로 판단했을 때, 학종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정시가 문제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둘을 비교할 때 어떤 게 더 나쁘냐고 했을 때, 학종이 더 나쁘다고 말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만약 학종 등 수시전형이 불공정하고, 특정계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라는 사회적 합의 내지 수긍이 있다면, 이를 폐지하는 것도 고민하는 게 필요할 듯싶다.

김경민 : 그렇다고 하면 정시를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는 거다. 수시는 특별한 학생을 뽑는 제도다. 그 취지 그대로 가면 된다. 그런데 전국 4년제 대학에서 2020년 기준으로 전체 정원의 77.3%를 수시전형으로 뽑는다. 그 80%에 가까운 학생들이 모두 특별한지 묻고 싶다.

박대권: SKY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최상위 대학인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세 학교의 입학정원이 연 1만 명 정도이다. 이 중 시험으로 뽑을 수 없는 특별한 학생이 몇 명이나 될까? 10%면 연 1000명이다. 현재는 8000명 정도를 뽑는 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대학이라지만 시험으로 뽑지 못할 만큼 특별한 학생이 매년 80%나 된다는 게 상식적으로 동의가 가능한지 묻고 싶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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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