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투기꾼님, 세금 혜택 드릴게요"
[기고] 서울집값 폭등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결과다
"주택 투기꾼님, 세금 혜택 드릴게요"
때론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도 있다. 그 진실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집단에 대해 비판적일 때는 더 그렇다. 이런 진실은 어떤가?

장관 여러 명이 합동으로 정책발표를 했다. 그 핵심을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주택을 여러 채 사서 오랫동안 팔지 않고 보유하면 시세차익이 몇 억이 생기던 몇 십억 혹은 몇 백억이 발생하더라도 양도소득세를 1원도 안 내게 해주겠다. 재산세와 종부세도 전액 면제해주겠다."

그뿐 아니다. 대출 특혜도 줬다. 일반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엄격하게 적용하는 DTI, LTV 규제도 이들에게는 풀어줬다. 이 모든 혜택에 대한 대가는 "장기간 매도 금지"였다.

주택 여러 채를 10년 보유하면 양도소득세 전액 면제

이 정책이 발표된 후 어떤 일이 일어났을 지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투기꾼들이 얼씨구나 하면서 즉각 주택을 매집했을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가진 돈을 끌어 모으고 대출까지 받아서 공격적으로 주택을 매집했다. 집값이 폭등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문재인 정부 2년간 서울 집값이 34%나 폭등했는데, 이 정책이 기여한 바가 지대했다.

이런 세금 혜택 때문에 매입한 주택이 얼마나 될까? 몇 천 채를 매입했는데, 이것 때문에 서울 집값이 폭등했다고 말하면 과장일 것이다. 2017년과 2018년 2년간 서울에서만 무려 21만 채 주택을 매집했다. 경기도를 더하면 37만 채다. 매입이 아니라 '매집'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납득이 갈 것이다.

2년간 서울에서 21만채 주택 매집

서울에서 2년간 21만 채 주택 매집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 국토교통부가 발간한 <2019 주택업무편람>에 의하면 서울에서 건설된 주택수가 2017년 11만3131채, 2018년에는 6만5751채로 2년간 약 18만 채였다.

여기에는 낡은 집을 헐고 새로 지은 경우와 재개발·재건축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니, 신규로 건축한 주택은 10만 채가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부자들과 주택 투기꾼들에게 어마어마한 세금 특혜를 줘서 매집하도록 한 주택이 21만 채였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폭등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문재인 정부가 세금 특혜를 주는 대가로 제시한 조건이 "10년간 팔지 말아야 한다"였다. 10년 이전에 팔면 세금 혜택이 축소된다. '엄청난 세금 혜택'과 '10년간 매도 금지'는 집값 폭등을 위한 완벽한 조건을 형성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들은 전부 팩트다. 이 팩트를 근거로 이렇게 주장하려 한다.

"서울집값을 폭등시킨 것은 문재인정부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 있을까? 청와대 혹은 집권 여당이 이의를 제기하려나?

서울집값 폭등은 문재인 정부의 작품이다

그래도 못 믿겠다는 사람들을 위해서 근거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첫 번째 근거 자료는 2017년 12월 13일 발표한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이다. 국토부, 기재부와 국세청 등이 합동으로 발표했다.

그 자료의 6쪽 ③양도세 감면 확대의 내용 중에 "8년 이상 임대시에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을 50%에서 70%로 상향"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둘째 근거자료는 '조세특례제한법'이다. 그 법 제97조의5 ①항을 보면, "임대기간 중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100분의 100에 상당하는 세액을 감면한다"고 나와 있다.

100분의 100을 감면하는 것이니 양도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게 해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려면 "전용면적 84㎡ 이하 주택"이어야 하는데, 그 면적의 강남 아파트 시가는 20억 원이 넘는다.

주택 수에는 아예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강남 아파트를 10채든 100채든 매집하여 거기서 시세차익이 수십 억 혹은 수백 억이 발생해도 양도소득세를 1원도 안 낸다.

'전용면적 84㎡ 이하'면 주택수 무제한

세 번째 근거 자료는 세금 특혜를 받기 위해 매집한 주택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관한 것이다. <2019 주택업무편람> 244쪽에는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에 힘입어 2018년12월 현재 40.7만명, 136.2만채로 확대"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그 아래 '등록임대사업자 현황' 도표에는 등록 임대주택이 2016년말 79만 채에서 2018년말 136.2만 채로 2년간 57.2만 채가 증가했다고 나와 있다.

2년간 신규로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주택들은 거의 대부분 세금 혜택을 준다는 정부의 약속 때문에 매집한 주택일 것이다.

57.2만 채 중 서울 주택이 얼마나 되는지는 별도로 발표하지 않았으므로 국토부 보도자료를 통해서 추정해야 한다. 2018년 7월 13일자 국토부의 '2018년 상반기 임대사업자 7.4만 명이 17.7만 채 신규등록'을 보면, "상반기 중 등록된 17.7만채 중 서울이 6.6만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경기도 4.9만채"라고 되어 있다. 서울이 전체 임대주택등록의 37.3%이고 경기도는 27.7%를 차지한다.

이 비율을 2017년과 2018년의 2년간 임대주택등록에 적용하면 서울주택수는 21.3만채가 된다.

'8.2부동산대책'의 양도세 중과 조치 무력화

언론기사를 읽다 보면 서울집값 폭등이 시장의 힘 때문이라거나 투기꾼 탓이라고 보도하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거짓말이다. 서울 집값 폭등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결과인 것이다. 

만약 엄청난 세금 혜택이 없었다면, 그래서 양도소득세를 40% 혹은 '8.2부동산대책'에서 발표한 60%를 부과했다면, 주택투기는 애당초 불붙지 않았을 것이다. 2017년과 2018년 2년간 서울에서만 21만 채의 주택 매집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서울 집값 폭등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압도적 다수 국민의 고통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가장 먼저 말도 안 되는 세금 특혜를 폐지해야 한다. 그러면 오래지 않아 서울 집값이 4년 전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다.

엄청난 세금 특혜를 그대로 두면서 "집값을 잡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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