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달리는 '배달라이더' 따라다녀 보니…
[<프레시안X뉴스타파> 공동기획 '배달 죽음'] 4-②
2019.10.04 08:12:08
목숨걸고 달리는 '배달라이더' 따라다녀 보니…

이른바 '배달 산업'은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하며 연간 20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이면엔 노동자들의 희생이 감춰져 있다. <프레시안>과 <뉴스타파> 공동취재팀은 지난 수개월간 플랫폼 배달노동자들이 겪는 사건사고와 안전실태를 취재했다. 특히 지난해 4월 배달 중 숨진 18살 김은범 군의 죽음을 통해, 청년 라이더들이 처한 비참한 노동현실과 비정상적인 법체계를 고발한다. '프레시안X뉴스타파' 공동기획 '배달 죽음'은 4차례에 거쳐 연재된다. 매편의 ①번 기사는 주요 취재내용을, ②번 기사는 취재기를 담고 있다.(‘배달 죽음’ 다큐 바로가기(YOUTUBE) ) 편집자 

4-① 3년간 라이더 사고 천여건...1위는 '바로고'
4-② 목숨걸고 달리는 '배달라이더' 따라다녀 보니...


▲ 취재진이 지난달 2일 배달대행업체 라이더의 안전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동행 취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진


얼굴까지 덮는 헬멧이었다. 손오공의 '금고아'처럼 머리를 옥죄었다. 옆 사람 말소리도, 경적도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가벼운 두통이 이어졌다. 수많은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 위였지만 홀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더위가 지났다지만, 헬멧 안은 찜통이었다.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125cc 오토바이에 앉아 끊임없이 되뇌던 질문이다. 배달대행업체 라이더를 하루 동안 '추적'했다. 그것도 오토바이를 직접 운전하면서. 취재를 위해서였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를 일이었다. '배달대행업체 라이더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다'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열여덟 박정수 군과의 만남이 시작이었다.

한 번 배달에 3200원

회사 로고가 적힌 검은 조끼를 입은 정수 군. 한 손에는 일할 때 쓰는 헬멧이 들려 있었다. 아직 앳된 얼굴이었다. 배달 일 시작하기 전에 시간을 냈다고 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왼쪽 정강이 부위는 어디선가 심하게 긁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

정수 군은 작년 12월부터 배달대행업체인 '생각대로'에서 배달 일을 하고 있다. 일을 시작하면서 면허를 땄다. 취업은 어렵지 않았다. 전화로 일을 하고 싶다고 하자, 곧바로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그런 뒤, 여러 서류를 작성하고 인감도장을 찍은 게 전부였다. 그렇게 일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하루 쉬고 6일 일했다. 음식 주문이 쏟아지는 주말에는 쉬지 못한다. 평일에 원하는 날로 하루 쉴 수 있다. 하루 12시간이 기본 근무시간이다.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일한다. 그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배달대행업체에서 떼 가는 수수료가 올라간다. 기본 건당 300원이 수수료다.

정수 군이 한 번 배달할 때마다 받는 돈은 3200원(1.5km 기준). 거리가 길어지면, 100미터 당 100원씩 추가금이 생긴다. 자연히 배달이 밀집된 지역이 수익 남기기가 유리하다. 반대인 지역에 콜이 떨어지면 서로들 가기 싫어한다. 그런 콜을 일명 '똥콜'이라 부른다. 모두가 기피하기에 그런 콜이 쌓이면, 센터공지로 글이 뜬다.

'여기가 양봉장입니까? 왜 꿀만 찾고 본인들만 편하게 일하려고 합니까? 누구든 날 더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단체생활입니다. 제발 좀 어지간히 해주세요.'

정수 군은 그런 '똥콜'을 포함해서 하루 40~50건 정도를 배달한다. 그러면 하루 15만 원~20만 원 정도를 벌 수 있다. 오토바이로 돌아다니는 거리는 100~150km. 서울에서 천안까지 거리다. 그렇게 버는 돈은 정수 군 개인 포인트로 적립되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한 달 일하면 수수료를 제외하고 대략 290여만 원~360여만 원 정도 번다. 물론, 여기서 빠지는 돈이 상당하다. 하루 오토바이 리스비 4만 원, 오토바이 보험료 1만6000원, 기름값 1만 원이 고정으로 빠진다. 이 돈만 한 달에 198만 원이다. 여기에 일주일에 한 번 오일 가는 비용과 브레이크 패드 교환비용 등도 필요하다. 그렇게 이것저것 제하면 손에 잡히는 돈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일 하다보면, 억울할 때도 많다. 콜이 뜨면, 15분 내로 가야 한다. 만약 늦을 경우 음식점에서 한 소리를 들어야 한다. 자칫하다간 음식값을 물어주기도 한다.

정수 군은 '사장님'이다. 배달대행업체와는 근로계약이 아닌 배송 위탁계약을 맺었다. 앞서 설명한 건당 배송료 및 수수료, 12시간 근무 등이 들어 있다.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위탁업무, 즉 배달업무 계약을 맺은 셈이다. 대부분 배달대행업체가 이런 식으로 배달 라이더와 계약을 맺고 있다.

사고는 일상다반사로 일어난다. 지난 5개월 동안 총 열 두 번 정도 사고가 났다. 배달 일을 하면서 사고는 피할 수 없는, 필수적인 존재다. 취재진을 만나기 이틀 전에도 사고가 있었다. 인도 옆 2차선을 가던 중, 1차선에서 달리던 택시가 손님을 내려준다고 갑자기 2차선을 침범했다. 다행히 사람은 다치지 않았으나, 오토바이 앞부분과 택시 오른쪽 부분이 부딪쳤다.

그렇게 잦은 사고를 겪는 정수 군을 만나면서 의문이 생겼다. '대체 어떻게 배달을 하길래 그렇게 자주 사고가 발생하는 걸까' 직접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라이더의 배달 과정을 살펴본 이유다. 쉽지는 않았다. 동에서, 그리고 서에서 번쩍하는 배달 라이더를 따라 붙을 재간이 없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도로 위에서 멀어져가는 배달 상자만이 보일 뿐이었다.

죽어라 달렸지만, 라이더를 쫓는 건 불가능

▲ 인천의 한 배달대행업체 라이더 이용욱 씨가 배달을 위해 햄버거를 배달통에 넣고 있다. ⓒ공동취재진


햄버거 두 세트를 패스트푸드점에서 픽업하고, 배달하는 길이었다. 도심 한복판 4.5km 거리를 단 14분 만에 주파했다. 신호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질주했다. 차와 차 사이를 비집고 내달리는 오토바이였다.

라이더끼리는 일종의 불문율처럼 지키는 게 있다고 한다. '오토바이는 절대 자동차 꽁무니에 서지 않는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배달 라이더를 뒤쫓으면서 알게 됐다. 신호 대기 구간에서도 오토바이는 차와 차 틈바구니를 무서운 속도로 달렸다.

취재진 역시 목숨을 내걸고 달려야 했다. 배달 라이더를 쫓아 도심을 쏜살같이 달린지 채 1시간쯤 지났을까. 긴장의 끈은 팽팽하다 못해 끊어질 지경이었다. 등은 축축해진 지 오래였다. 더위로 인한 땀이 아니라 식은땀 같았다. 온몸은 녹초가 돼 있었다. 까딱하다간 죽겠구나 하는 공포감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질주하는 라이더를 쫓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말 그대로 목숨 걸고 달리는 듯했다. 왜 이렇게 질주하는 걸까.

"음식이 식으니까요. 식기 전에 갖다 드리려면 아무래도 속력을 낼 수밖에 없어요. 빨리 가져다 드리지 않으면 주문하신 분들은 '왜 이렇게 늦게 오냐'고 클레임을 걸거든요. 그러면 음식점은 음식점대로 '왜 빨리 안 갖다 주냐'며 우리에게 뭐라고 해요. 심지어 음식이 늦으면 음식을 취소하기도 해요. 그러면 음식값을 우리가 배상해야 해요. 그러니 속도를 낼 수밖에요.

사람들이 배달 오토바이가 워낙 신호도 안 지키고, 빨리 다닌다고 위험하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라고 위험하게 타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안전하게 타고 싶어 해요. 신호 지키면서 말이죠. 그런데 신호 다 지키면서, 안전속도 유지하며 배달하면 늦을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도심 내에서는 15분 이상 걸려요. 그렇게 배달하면 고객은 고객대로 성내고, 음식점은 음식점대로 화를 내요. 어쩌겠어요."

배달 라이더 이용욱씨는 이미 몇 차례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얼마 전에는 버스에서 하차하는 승객을 피하려다 사고가 났다. 오토바이가 넘어지면서 보도블록에 부딪혀 뼈가 부러졌다. 이전에는 차와 충돌해 전치 10주 진단을 받기도 했다. 누가 자기 몸을 써서 정직하게 일하는 노동이 귀하다고 했을까.

저녁 없는 삶, 일상이 사라진 노동

▲ 라이더 이용욱 씨가 늦은 밤 배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 씨는 하루 평균 12시간 근무한다. ⓒ공동취재진


취재진 역시도 이날 두어 차례 사고를 당할 뻔 했다. 왼쪽 차선에 있던 SUV 차량이 깜박이도 켜지 않고 취재진이 있던 차선으로 급하게 들어왔다. 창졸지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면, 아찔한 상황이 생겼을 수도 있었다. 오토바이가 승용차 백미러 사각지대에 있었던 듯 했다. 정차한 버스 옆 도로를 달리다 무단횡단 하는 사람을 칠 뻔한 적도 있었다. 속도 붙은 오토바이가 불쑥 튀어나오는 사람들을 피하기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이날 배달 라이더 '추적'은 별다른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밤 11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그제야 온몸에 긴장이 풀렸다. 사지가 로봇 팔다리처럼 삐걱거렸다. 긴장을 한 채 오토바이를 타서였을까.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그래도 무사고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는 배달 라이더. 집에 가면 씻고 자기 바쁘단다. 저녁이 없는 삶, 일상이 사라진 노동이다. 그래도 '오늘 하루 무사'에 감사하며 어두운 골목길로 퇴근한다.

<프레시안>과 <뉴스타파> 강혜인 기자가 공동으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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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